이반 일리히, 병원이 병을 만든다. 

 

 

 

 

 

 

 

 

아툴 가완디, 나는 고발한다 현대의학을 

 

 

 

 

 

 

 

로버트 S. 멘델존, 나는 현대의학을 믿지 않는다 

 

 

 

 

 

  

로버트 S. 멘델존, 병원에 의지하지 않고 건강한 아이 키우기 

 

 

 

 

 

  

 로버트 S. 멘델존, 여자들이 의사의 부당 의료에 속고 있다 

 

 

 

 

 

      

파트릭 팰루, 환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환자들의 권리, 의료 혁명의 필요성, 의료 현장 고발에 대해 쓴 책들의 저자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또는 다행스럽게도 의사가 많은데, 대부분 외국의 저자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일종의 '내부고발자' 역할을 하는 그런 전문직 필자들을 찾아보기가 힘든데, 그건 의사(전문직 종사자)들이 그런 문제에 덜 의식적이어서일까 아니면 사는게 너무 고달파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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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인 2009-09-24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료계에 김두식 선생님 같으신 분은 없나요? >.<
 

한국의 모든 임산부는 병원에 등록되면 반드시 기형아 검사를 받게 된다.   

9주 무렵부터 시행되는 기형아 검사는 몇 단계로 나뉘게 되고 또 위험군인지 아닌지에 따라 추가 검사가 요구되는 경우도 있다.  

요즘에는 선별(?)의 정확도가 높아 80~90%까지 사전 진단이 가능하다고 한다. 얼마나 다양하고 다채로운 검사법들이 있는지 놀라울 정도인데,  

first double marker : 임신 초기(9주~) 혈액검사로 다운증후군을 가능성을 판단한다 

NT : 초음파 측정 후 비정상 소견일 때 융모검사나 양수검사로 확진 

융모막 융모 검사 : 융모(태반 조직)를 이용해 염색체 검사, 다양한 '증후군'을 99% 잡아낸다. 

트리플 마커 : 임신 중기 혈액검사 

쿼드 : 트리플에 추가적으로 행하는 검사 

이밖에도 태아 당단백 검사, 양수검사, 정밀초음파 등등이 있는데, 더이상의 설명은 각설하고, 문제는 이 검사들의 목적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왜, 기형아 감사가 필요하며 그를 통해 우리가 알고 싶은 것 또는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물론 모든 임산부들이 저 검사들을 다 하는 것은 아니다. 혈액 검사를 통해 '선별된' 산모들만 추가 검사를 하고, 위험성이 높을 때는 양수검사를 하게 된다.  

검사 결과 이상 없다면 그냥 그걸로 끝이다. 그런데 이상이 발견되었을 때는? 이것저것 추가 검사를 통해 태아에게 '결함'의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었을 때 문제는 시작된다.  

어쩌란 말인가?  

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본 많은 산모들은, '중절'을 선택해야 하는지의 문제에 봉착하게 되고, 심한 갈등을 겪게 된다. 그리고 이 가운데는 실제로 중절을 감행하는 이들도 많다.  

기형 또는 결함을 갖고 태어나 평생 불행하게 사느니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좋다는 데 동의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당장 '기형아 검사 해서 안좋게 나오면?"이라는 질문에 '수술해야지 별 수 있나'라고 답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과연 그래야 할까? 

한국의 열악한 장애인 후생복지 현실을 무시할 수 없는 것 사실이다. 냉정하게 볼 경우, 선별되지 않고 탄생할 어떤 인간들로 '인해' 소용될 인적 경제적 사회적 비용 또한 만만치 않을 것도 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별 검사와 낙태가 자연스럽게 용인되어도 좋은 걸까? 

기형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 자체에 갈등을 겪었던 나는, 무엇을 위해서, 무엇 때문에 이걸 해야하는지 오랫동안 회의해야 했다. 물론 여기에는 이런 갈등도 포함된다. 내 아이가 혹시 위험군으로 판명되었을 때 나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내가 이런저런 한국의 현실을 무시하고 삶이 고달파질 한 아이를 낳게 되었을 때 또 나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내 아이가 안전하다고 판명된다고 해서 나는 그저 안심하고 안도하고 있어도 되는 것인가.  

사실 한때는 심각하게 '기형아검사 반대를 위한 연대'까지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을 해봤었다. 

기형아 검사의 목적을 나는 아직도 잘 알 수 없다. 아이에게 닥칠 위험성과 불안한 미래를 미리 알고 사전에 잘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면 혹 모를까, 열성 인자들을 미리 배제하기 위함이라면 그것은 과연 그대로 내버려두어도 좋은 것인가? 

여기에는 많은 문제들이 개입된다.. 앞선 글에서도 말했던 과잉진료의 문제부터, (35세가 넘은 고령(?)의 산모는 초산이든 경산이든 무조건 양수검사를 종용하는 경우를 숱하게 봐왔다. 물론 산모에게 거부권은 있지만 말이다.), 장애아 선별 배제 기능으로서의 의료 행위, 장애인이 처한 현실적 조건 등등.. 

이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필요한데, 아무튼 나는 주장한다. 기형아 검사따위는 거부하자고.. 혈액검사따위로 이상이 발견되었다고 해서 내 안에 자리잡은 하나의 생명을 없애는 데 아무 거리낌이 없다면 상관 없다.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아이를 위해서라도 또 사회와 국가를 위해서라도 그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또 할 수 없는 일이다.  

아이의 미래를 누가 책임 질 거냐고, 기형아를 낳고도 아이에게 그리고 타인들에게 떳떳할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장애인에게 가혹한 현실에 평생 맞서 싸울 자세가 되어 있냐고. 물론 나에게도 그런 자세 따위는 형성되어 있지 않다. 누가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미리 책임지고 사는가. 문제는 지금 행해지는 그런 종류의 검사들이 겨냥하고 있는 불온한 의도이며 불안을 저당잡고 행해지는 폭력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그 숱한 혈액검사나 위험한 양수검사를 통해 나의 태아가 기형인지 아닌지 판별받아야 할 의무가 없고, 그들-의료 권력, 국가 권력-은 그걸 판별하고 삭제할 권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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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소친구 2009-09-24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또 말꼬리 잡는다고 하실지도 모르겠는데요,

제가 글 읽다가 `의무`와 `권리`라는 단어의 뜻을 내가 잘 모르는 건가 하고 햇갈려서 다시 국어사전까지 찾아봤습니다. 사전을 다시 읽어봐도 의무라는 단어의 설명에는 강제력이 핵심이 되고, 권리를 찾아보니 '어떤 일을 행하거나 타인에 대하여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힘이나 자격' 이더군요.

마지막 줄에 쓰신 의료권력 국가권력 의무&권리 운운보니 조금 황당해서요. 기형인지 판별받을지 말지는 아무도 강제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형을 판별해서 인공유산하라고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힘이나 자격`(=권리)은 의료인이나 국가에 없습니다. (태아의 사망가능성이 높고 태아로 인해 산모의 생명에 지장이생기는 경우가 아닌한) 의사가 먼저 인공유산하라고 행여나 한마디라도 했다가는 요새 바로 의료소송당합니다.

글 중간에도 써놓으셨더군요. `물론 산모에게 거부권은 있지만 말이다`. 세상에 거부권있는 의무라는게 있나요?

말꼬리 잡는 것 같아 죄송하지만, 기형아 검사 받는 것은 본인이 원하면 받는거고 싫으면 안받아도 되는거잖아요. 도대체 그걸 누가 강요합니까? 알고싶어하는 있는 산모가 자기돈 지불하고 본인이 원해서 검사받는 거죠. 글 뉘앙스가 무슨 군대 신체검사하듯이 강제로 소환해서 거부하면 벌금때리고 검사시키는 것 같아요.

보건소친구 2009-09-24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고위험군(35세 이상의 산모나 과거 유산의 기왕력이 있는 산모등등)의 산모에게 융모막 검사를 하라고 고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산모나 태아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고지하지 않은 의사(그 의사분은 초음파 검사상 문제가 없었고 그런 문제가 교과서상에 확률이 매우 낮기에 고지하지 않았다는게 기억이 납니다)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판례가 있습니다. 그것도 수천만원을 위자료로 줘야한다는.

이런 현실속에서 의사는 고위험군이면 초음파 검사상 별문제없더라도 검사하라고 고지해야할 필요가 있지요. 과잉진료라기보다는 의사입장에서 생존을 위해서 행하는 방어진료의 의미가 더 크다고 봅니다.

저런 일들 한두번 겪어본 산부인과 의사는 오히려 전문의 타이틀을 포기하고 일반진료를 보는 의원으로 개업하더군요. 전문의 타이틀 걸어놓지 않은 의원중에 상당수가 산부인과입니다.

글쓴이 2009-09-24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중요한 것은 거부권(권리)는 명목상 주어지지만(그렇게 알고 있지만) 의무적(반강제적)으로 행해진다는 겁니다. 환자들은 병원에 등록되어 관리대상이 되는 순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내면화된 공포 때문이기도 하고 불이익에 대한 우려 때문이기도 하고 병원의 압박 때문이기도 하고 참으로 여러 복합적인 이유 때문입니다. 실제로 행사할 수 없는 권리를 어떻게 권리라고 할 수 있는지요?

일례로, 산부인과 내진을 강하게 거부할 때(그렇게 강하게 거부할 수 있는 강심장들도 거의 없지만) 그 요구를 들어주는 의사가 있나요? 듣도 보도 못했습니다. 이건 겪어본 수만 수십만 임산부들한테 물어보면 바로 답이 나옵니다. 어떤 산모는 진통 중에 내진한다고 들락거리는 간호사에게 '제발 그 손좀 치워요'라고 절규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그 요구를 들어주는 줄 아십니까? 참 답답하군요.

왜 바보같이 자기 권리를 자기가 행사하지 못하냐구요? 사전적 정의가지고 딴지 걸지 마세요. 다 아시지 않나요? 아니면 정말 모르시는지..

그리고 기형아 검사, 절대로 선택사항이라는 고지 없습니다. 산부인과에 실제로 가보시죠. '피검사 받으세요' 그 한마디로 끝입니다. 많은 환자들은 말씀하신 그대로 신체검사하듯이 강제로 검사하는 기분 백이면 백 느낌니다.

다시 2009-09-24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의사 입장에서 생존을 위해 행하는 방어진료라니, 자기 안위를 보존하고 귀찮은 분쟁 피하기 위해서라고 하는 편이 더 솔직하지 않나요? 현직 의사라고 들은 것 같은데, 일선 병원(모르긴 몰라도 보건소는 좀 다르겠습니다만)에서 이루어지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현실을 많이 모르시는 것 같아 오히려 좀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물어봅시다, 정말로 산모들이 기형아 검사를 거부할 수 있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의대에서 배우셨나요? 정말 궁금해서 그럽니다. 그렇게 가르치는 학교가 있다면 어디인지 좀 알고 싶군요. 꼭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의사들은 병원 갈 때마다 실험실의 쥐가 된 듯한 느낌을 갖게 되는 환자들 입장을 죽었다 깨야, 아니 아팠다 깨야만 알게 되는가 봅니다. 전에 존경하는 의사선생님이 그러시더군요. 의사들도 한번 크게 아파서 병원에 입원을 해 봐야 정말 훌륭한 의사가 될 수 있다고. 뭐, 꼭 아파 봐야 한다는 뜻도 아니고 또 그럴 필요도 없겠지만, 그 말뜻이 무슨 뜻인지는 누구나 이해할 겁니다.
 

15~20%의 시청률을 유지하는 드라마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1. 

하나는, 초특급스타들이 출연하는 드라마. 이때의 초특급은 그야말로 지금 현재 잘나가야 한다. 한때 잘나갔던 배우로는 쉽지 않다. 전작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그래서 그 '인기발'이 사라지기 전에 새로운 작품을 했을 때 전작을 통해 형성된 팬층을 통해 관성적으로 일단 먹고 들어가는 시청률이 있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최근의 <아가씨를 부탁해>에서 윤상현이 나오는 경우가 그 대표적 예일 것이다. <내조의 여왕>으로 올해 3월부터 5월 사이에 '확 뜬' 윤상현이 3개월만에 브라운관으로 복귀한 드라마인 <아가씨를 부탁해>는, 윤상현에게 꽂혔던 아줌마 팬들이 그의 모습이 궁금해서 일단 채널을 그곳으로 돌렸다.  

이럴 경우 15~20% 사이의 시청률을 담보하며 드라마는 출발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다음은 드라마의 몫이다. 드라마가 실제로 재미있고, 공감할 무언가가 있으면 거기서부터 쭈욱 30%이상의 시청률로 올라가지만, '이 드라마, 뭥미?' 소리를 들으면 15%이하에서 왔다갔다하다가 종영되고 만다. 

지금의 <아가씨를 부탁해>는 여러가지 이유로 후자에 속하고 있다. 일단 드라마의 컨셉이 '여성판' <꽃보다 남자>에 머물고 있다는 점. 그것도 <꽃남>의 '악덕'을 많이 닮은 드라마가 되어가고 있다.재벌집 손녀인 윤은혜의 '천한 것들' 하며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는 꼴을 보고 있자면 속이 뒤집어 진다. 그리고 그동안의 드라마에서보다도 안 예쁜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로  '윤은혜가 어쩌다 저렇게 됐나?' 싶은 스타일로 출연하면서도 드라마에서는 최고의 패셔니스타이자 미녀 취급을 받는 설정은 당황스럽다. 이 시대에 온갖 행패를 부리는 '주인'을 위해 헌신하는 집사, 메이드가 등장하는 드라마...그 비현실감 역시 참기 어렵다. 진짜 '걔네들'이 그러고 사는지 모르겠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불편한 노사구조이다. 돈 가진 자의 횡포를 우리에게 '멋지다'며 동경하게 만들려 하는 건 <꽃남> 하나로도 매우 버거웠다.

또한 나오는 배우들의 연기력, 발성도 엉망이어서 드라마를 보고 있자면 일전에 기사에 떴듯 '<아가씨를 부탁해>, 자막을 부탁해' 소리가 절로 나온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듣기 힘들다.  오죽하면 '신인'급에 속하는 윤상현이 그 중 제일 연기를 잘하는 축에 속할 것인가? 

 이런 드라마들은 결국 15%대를 벗어날 수 없다. 그냥 그렇게 끝나고 말 것이다. 그리고 이제 윤상현도 15%대의 시청률 담보를 하는 '초특급 스타' 반열에서 한 계단 내려오게 되었다. 윤은혜도 <커피프린스 1호점>의 영광이 이젠 옛날 일임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번 작품은 그래도 전작들의 이름값으로 이 정도 했지만, 다음 드라마가 작품성이나 연기력으로 뭔가 혁신되지 않는다면 이들은 하향길이다. 

<스타일>도 비슷하다. 한국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기획, 한류스타인 류시원, <베토벤 바이러스>로 인기를 얻은 이지아, 패셔니스타의 대명사 김혜수의 등장 등으로 화제가 되었지만, 지난주 종영때까지 별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역시 몇몇 배우의 발연기와 지리한 밀고당기기, 리얼리티 떨어지는 잡지사 이야기로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데 실패했고, 혼자 고군분투한 김혜수의 카리스마만 오래간만에 한번 확인한 드라마로 그쳤다.  

 

이런 드라마들의 15%내외의 시청률은, 앞에서 말한 애국가 시청률의 '전조'이다. 그래도 15%정도 나오면 '참패'는 아니지만, 초특급 스타가 등장해서 15%이상을 못넘기며 지지부진 하다가, 10%초반대의 시청률로 조용히 막을 내리고 나면, 후속작 선정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 다음에도 이러면, 그들은 이제 애국가시청률을 기록하는 드라마의 주연이 될 것이다.  

 

2.  

한편, 15%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드라마 중에는 의외의 훌륭한 드라마들이 많다. 이러한 드라마는 대부분 초특급스타가 등장하지 않아서, 또는 '대박' 드라마랑 같은 시간대에 붙어서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들이다. 내 기억 속에 이런 부류의 드라마의 대표작으로 남아 있는 것은 <부활>이다. <부활>은, 혹시 안보신 분들이 있다면 시간 될 때 꼭 한번 보라고 말하고 싶다. 2005년에 방영했던 드라마인데, 하필 이 드라마는 <내이름은 김삼순>과 붙었었다. 더구나 <김삼순>에서 김선아와 현빈이 초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을 때 <부활>에서는 아직 신인이고 아직 별 인기를 끌지 못했던 엄태웅과 한지민이 주연을 하고 있었으니, 일단 캐스팅에서부터 한 수 접고 들어간 게임이었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정말, 한국 드라마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의 탄탄한 구성력, 연출력, 연기력으로 무장된 드라마이다. 엄태웅과 한지민이 주연이긴 하지만,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조연급 배우들의 층은 매우 넓고 강력해서 그들이 주연인 것이 별로 눈에 띌 틈도 없다. 젠틀한 척 하면서 서늘한 이미지를 가진 이정길, <오이디푸스>의 이오카스테를 연상시키는 비련의 어머니의 선우은숙, 당시만 해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무명배우이나 신비감과 무게감이 첫판부터 느껴지는 김윤석, 그 외에도 김갑수, 이대연, 안내상, 기주봉, 이한위, 김규철까지, 중견의 연기자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 그러니 드라마가 안정감 있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들의 연기는 하나같이 너무 훌륭해서, 거기다, 그들에게 부여된 캐릭터들이 모두 치밀하고 개성적이어서, '예쁜' 주연들인 엄태웅, 한지민, 고주원, 소이현이 나오지 않는 장면에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거기다 그들 사이에 얽히고 얽힌 관계, 사건들의 수레바퀴는 절대로 쉽게 앞날을 예상해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또한 대체로 '남성적'인 드라마임에도 한지민, 소이현 캐릭터에도 작가는 세심한 배려를 했다. 여성 캐릭터들이 중심이 아니지만, 그들이 드라마에서 하는 역할은 매우 결정적이며, 그들은 남성들 못지 않게 똑똑하고 용감하다.  뿐만 아니라 연출력...드라마는 종종 색깔의 대비라든가 독특한 구도 등을 활용하여 드라마의 주제의식을 암시하고 복선을 깐다. 정말, 어디 하나 버릴 데가 없는 드라마이다. 

 그러나..이런 드라마는 사실 좀 복잡하기 때문에, 킬링타임용은 아니다. 한 회라도 빼놓고 보면 스토리를 이해하기 어렵고, 힘을 들여 몰입해서 봐야 하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대중적이긴 힘들다. 반면 당시 경쟁 중이었던 <내이름은 김삼순>은 스토리보다 촌철살인하는 30대 여성의 내면에 관한 대사와 내레이션, 30대 여성들의 판타지를 척척 충족시켜주는 멋진 남자 주인공 등으로 재미난 칙릿소설이나 자기치유서를 보는 듯 편안함과 공감을 끌어내고 있었으니, <부활>에게는 버거운 상대였다. 그럼에도, <부활>은 15%는 유지했다. 그게, 나는 '좋은 드라마'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뿌듯했던 것은, <부활>은 결국 <내이름은 김삼순>이 끝나고 난 뒤 거의 30%의 시청률로까지 등극했다는 사실이다. 몇 회 남지 않은 상태였지만, 갑자기 <김삼순>이 끝난 뒤 시청률이 상승하기 시작하여 '성공한 드라마'의 기준이라는 30%대를 넘겼다는 것. 이건 경이적인 일이었다. 이렇게 (드라마치고)복잡한 이야기구조를 가진 드라마가, 막판에 스퍼트를 낸다는 것은, 그러니까, 사실 사람들이 <김삼순>과 <부활> 모두를 그동안 즐겨왔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활>은 KBS에서 하고 있었기 때문에, 공짜로 홈페이지에서 다시보기를 할 수도 있고, 꼬박꼬박 재방송도 해준다. 또 쌈박한 맛은 역시 <김삼순>이기 때문에 '닥본사(닥치고 본방 사수)'를 하기에는 역시 <김삼순>이 선택되었던 것. 그러나 이 소리소문없이 훌륭한 <부활>이란 드라마를 사람들은 눈여겨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김삼순>이 끝나자마자, 사람들은 <부활>에 몰입했다. 

 

이런 <부활>과 같은 경우는 사실 흔치는 않다. 대부분 작품이 좋으나 경쟁 상대가 너무 막강할 때, 배우진이 눈에 띄지 않을 때는, 그냥 15%~20%대에 안착하며 무난하게 막을 내린다. 그러나 이런 드라마는 마니아를 만들어낸다. 노희경의 <거짓말>, 인정옥의 <네멋대로 해라>, 김지우의 <부활>, 이경희의 <상두야 학교가자>, 김도우의 <눈사람>이 그런 예이다. 인정옥은 앞에서 말했던 대로 <아일랜드>에 가서 좀 사그러들었지만, 노희경은 <고독>이나 <꽃보다 아름다워>, 김지우는 <마왕>으로, 이경희는 <미안하다 사랑한다>로, 김도우는 <내이름은 김삼순>으로 후속 드라마에서 더욱 두터운 팬층을 흡수하며 대중적 작가로 거듭난다. 그들의 첫 디딤돌이 된 드라마가 바로 이러한 15%대의 마니아드라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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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매혹의 법칙'을 이야기하기 위해 

먼저 드라마들의 '시청률'별 분류를 해보려 한다. 

물론 시청률은 드라마를 평가하는 유일무이한 기준은 아니다. 

시청률이라는 숫자놀음때문에 훌륭한 드라마 중에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드라마들도 많다. 

그럼에도, 드라마에서 대중들을 끄는 힘을 이해하는 데에 

시청률만큼 '대체로' 정직하게 그 판단 기준을 만들어 주는 것도 없다는 점에서 

좀 '단정적', '결과론적'이더라도 이런 분류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보려는 것이다.

 

처음엔 한꺼번에 그 부류들을 다 소개할까 했으나;; 

 '스크롤의 압박'이 우려되어 몇 회에 걸쳐 이야기할까 한다. 

~~~~~~~~~~~~~~~~~~~~~~~~~~~~~~~~~~~~~~~

먼저, '애국가시청률 드라마'란 시청률이 5~10% 사이를 기록하는 드라마들이다.   
 

(1)대체로 이러한 드라마들은 재미도 없고, 이야기의 구성도 부실한 경우가 많다. 

의외로 이런 드라마들에도 스타급 배우는 많이 출연한다. 

최근에 안재욱이 모 프로그램에 나와서 언급했던 드라마 <사랑해>의 경우도 

그중 하나이고,  

최지우와 유지태가 출연했던 <스타의 연인>도, 

권상우와 '소녀시대'의 윤아가 주연을 해서 화제가 되었던 <신데렐라맨>도 

여기에 속한다. 

 

오히려 스타급 배우들이 출연한 드라마 중에서 이런 애국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들이 종종 있는데,  

그것은 대부분, 드라마를 만든 사람들이  

그 '스타'들만 믿고 안이하게 드라마를 만든 경우들이다.   

 

나는 이런 드라마들이 아직도 종종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놀랍다. 

아마도 '투자'와 '한류'라는 변수가 이런 '저질' 드라마들을 

아직도 존재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아닌가 한다. 



권상우, 안재욱, 최지우와 같은 한류스타들이 출연하면 

드라마는 '수출'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또한 드라마의 내용을 보고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의 출연진을 보고 투자를 하는 자본가들의 계산기는 

드라마 제작진들로 하여금 더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만들 욕심을 내기보다 

더 빠방한 출연진이 포진한 드라마를 만들 욕심을 내게 만든다. 

 

(2)또는 '매니아시청자'를 갖게 된 작가나 연출가들이 

너무 욕심을 부려 '자뻑적' 후속 드라마를 만들었을 경우도 가끔 이런 일이 일어난다.  

그들의 독특한 작품세계는 시청자들에게 '신선함'과 '완성도'를 선사하며 

매니아시청자들을 만들어낸다.  

 

그러한 매니아시청자의 대명사가 <다모>의 '다모폐인'일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매니아들을 양산한 작가나 감독의 이후 행보이다. 

지나친 '칭찬'은 독이다. 

그들에 대한 찬사와 열광 속에 '자뻑' 상태가 된 제작진들은 

때때로 자신들의 세계에 함몰되어 대중과의 소통하는 법을 잊어버린다. 

 


대표적으로 인정옥 작가와 박성수감독의 예를 들 수 있겠다. 

이들은 <네멋대로 해라>로 그들 콤비의 최고의 궁합을 보이며  

두고두고 회자되는 드라마를 만들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나 '결별'한 이후 

박성수 감독은 <나는 달린다>로, 인정옥 작가는 <아일랜드>로 후속작을 냈으나 

결과는 둘 다 애국가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했다.  

<나는 달린다>는 신화 팬들의 든든한 후원을 받는 에릭의 데뷔작이었고,  

신인이지만 김강우의 연기도 나쁘지 않았으나  

<네멋대로 해라>만큼의 철학도, 재미도, 화려함도 유지하지 못하자 

시청자들은 채널을 돌려버렸던 듯 하다. 

 

<아일랜드> 역시 김민정과 현빈, 김민준, 이나영의 캐릭터 모두 신선했고 

나름 그들을 '재발견'하는 기회가 된 드라마였으나 

<다모>의 장성백을 '재탕'이라도 하듯 친남매의 사랑이라는 금기적 소재를 다루면서 

보편적 공감을 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이들의 지나친 '작가주의'는 매니아들의 충성도 외에는 기댈 곳이 없어짐으로써 

드라마의 '대중성'을 거의 포기하게 만든다는 것.  

 

'다모폐인'의 중심에 있었던 정형수 작가의 경우에는 

그 이후에도 <주몽>의 공동작가로 성공을 거둔 바 있지만 

최근 <드림>에서는 역시 애국가 시청률을 지속하는 중이다. 

 

또한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감독도  

후속작 <트리플>에서는 애국가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 드라마의 경우에도 전작의 후광을 입고 

이정재, 윤계상, 이하나, 이선균이라는 초호화캐스팅을 할 수 있었지만 

결과는 참패,  감독과 배우들 다같이 머쓱해졌을 것이다.

특히나 이 드라마처럼 피겨스케이트와 광고회사 같은

'전문직'을 다루는 드라마들은 허술하면 봐 줄 수가 없는 법이다.   

  

그러나 이들 두번째 '애국가 시청률' 드라마의 제작진들에게는  

여전히 기대를 버리진 않게 된다. 

그들이, 얼른 심기일전하고,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냉철하게 이해해서 

다음 작품으로 멋지게 재기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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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9-22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아일랜드는 너무 아쉬웠어요. 인정옥 작가 너무 좋아하는데 들리는 얘기에 의하면 온 몸으로 사랑을 하시는 분이라 직접 경험하지 않은 것은 쓰지 않는다고... 또 다시 절절한 사랑을 겪고 나야 드라마가 한 편 나온다는데 그게 정말이라면 시청자는 오매불망 기다려야하지요.
예전에 '떨리는 가슴'을 참 재밌게 보았는데 작품이 훌륭해도 '편성'을 그 따우로 하면 시청률 쪽박이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비슷한 예가 최근의 탐나는도다가 있고 mbc 시절 별순검이 있지요. ㅡ.ㅜ

somun 2009-09-23 08:00   좋아요 0 | URL
오, 마노아님도 드라마 매니아시군요. 떨리는 가슴까지 기억하고 계시는 걸 보니요.^^ 네, 아일랜드는 좋은 점도 많았죠..몇 가지 부분에서 조금만 더 작가가 '대중적'일 작정을 했더라면 더 인기를 끌 수 있었는데.. 사실 이 작품에서 만들어진 아우라 덕에 현빈은 <내이름은 김삼순> 같은 작품을 할 수도 있었죠. 김민정도 이 드라마로 아역출신이 아닌 성인연기자로서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기 시작했고요.
 

15~20%의 시청률을 유지하는 드라마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1. 

하나는, 초특급스타들이 출연하는 드라마. 이때의 초특급은 그야말로 지금 현재 잘나가야 한다. 한때 잘나갔던 배우로는 쉽지 않다. 전작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그래서 그 '인기발'이 사라지기 전에 새로운 작품을 했을 때 전작을 통해 형성된 팬층을 통해 관성적으로 일단 먹고 들어가는 시청률이 있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최근의 <아가씨를 부탁해>에서 윤상현이 나오는 경우가 그 대표적 예일 것이다. <내조의 여왕>으로 올해 3월부터 5월 사이에 '확 뜬' 윤상현이 3개월만에 브라운관으로 복귀한 드라마인 <아가씨를 부탁해>는, 윤상현에게 꽂혔던 아줌마 팬들이 그의 모습이 궁금해서 일단 채널을 그곳으로 돌렸다.  

이럴 경우 15~20% 사이의 시청률을 담보하며 드라마는 출발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다음은 드라마의 몫이다. 드라마가 실제로 재미있고, 공감할 무언가가 있으면 거기서부터 쭈욱 30%이상의 시청률로 올라가지만, '이 드라마, 뭥미?' 소리를 들으면 15%이하에서 왔다갔다하다가 종영되고 만다. 

지금의 <아가씨를 부탁해>는 여러가지 이유로 후자에 속하고 있다. 일단 드라마의 컨셉이 '여성판' <꽃보다 남자>에 머물고 있다는 점. 그것도 <꽃남>의 '악덕'을 많이 닮은 드라마가 되어가고 있다.재벌집 손녀인 윤은혜의 '천한 것들' 하며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는 꼴을 보고 있자면 속이 뒤집어 진다. 그리고 그동안의 드라마에서보다도 안 예쁜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로  '윤은혜가 어쩌다 저렇게 됐나?' 싶은 스타일로 출연하면서도 드라마에서는 최고의 패셔니스타이자 미녀 취급을 받는 설정은 당황스럽다. 이 시대에 온갖 행패를 부리는 '주인'을 위해 헌신하는 집사, 메이드가 등장하는 드라마...그 비현실감 역시 참기 어렵다. 진짜 '걔네들'이 그러고 사는지 모르겠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불편한 노사구조이다. 돈 가진 자의 횡포를 우리에게 '멋지다'며 동경하게 만들려 하는 건 <꽃남> 하나로도 매우 버거웠다.

또한 나오는 배우들의 연기력, 발성도 엉망이어서 드라마를 보고 있자면 일전에 기사에 떴듯 '<아가씨를 부탁해>, 자막을 부탁해' 소리가 절로 나온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듣기 힘들다.  오죽하면 '신인'급에 속하는 윤상현이 그 중 제일 연기를 잘하는 축에 속할 것인가? 

 이런 드라마들은 결국 15%대를 벗어날 수 없다. 그냥 그렇게 끝나고 말 것이다. 그리고 이제 윤상현도 15%대의 시청률 담보를 하는 '초특급 스타' 반열에서 한 계단 내려오게 되었다. 윤은혜도 <커피프린스 1호점>의 영광이 이젠 옛날 일임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번 작품은 그래도 전작들의 이름값으로 이 정도 했지만, 다음 드라마가 작품성이나 연기력으로 뭔가 혁신되지 않는다면 이들은 하향길이다. 

<스타일>도 비슷하다. 한국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기획, 한류스타인 류시원, <베토벤 바이러스>로 인기를 얻은 이지아, 패셔니스타의 대명사 김혜수의 등장 등으로 화제가 되었지만, 지난주 종영때까지 별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역시 몇몇 배우의 발연기와 지리한 밀고당기기, 리얼리티 떨어지는 잡지사 이야기로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데 실패했고, 혼자 고군분투한 김혜수의 카리스마만 오래간만에 한번 확인한 드라마로 그쳤다.  

 

이런 드라마들의 15%내외의 시청률은, 앞에서 말한 애국가 시청률의 '전조'이다. 그래도 15%정도 나오면 '참패'는 아니지만, 초특급 스타가 등장해서 15%이상을 못넘기며 지지부진 하다가, 10%초반대의 시청률로 조용히 막을 내리고 나면, 후속작 선정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 다음에도 이러면, 그들은 이제 애국가시청률을 기록하는 드라마의 주연이 될 것이다.  

 

2.  

한편, 15%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드라마 중에는 의외의 훌륭한 드라마들이 많다. 이러한 드라마는 대부분 초특급스타가 등장하지 않아서, 또는 '대박' 드라마랑 같은 시간대에 붙어서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들이다. 내 기억 속에 이런 부류의 드라마의 대표작으로 남아 있는 것은 <부활>이다. <부활>은, 혹시 안보신 분들이 있다면 시간 될 때 꼭 한번 보라고 말하고 싶다. 2005년에 방영했던 드라마인데, 하필 이 드라마는 <내이름은 김삼순>과 붙었었다. 더구나 <김삼순>에서 김선아와 현빈이 초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을 때 <부활>에서는 아직 신인이고 아직 별 인기를 끌지 못했던 엄태웅과 한지민이 주연을 하고 있었으니, 일단 캐스팅에서부터 한 수 접고 들어간 게임이었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정말, 한국 드라마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의 탄탄한 구성력, 연출력, 연기력으로 무장된 드라마이다. 엄태웅과 한지민이 주연이긴 하지만,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조연급 배우들의 층은 매우 넓고 강력해서 그들이 주연인 것이 별로 눈에 띌 틈도 없다. 젠틀한 척 하면서 서늘한 이미지를 가진 이정길, <오이디푸스>의 이오카스테를 연상시키는 비련의 어머니의 선우은숙, 당시만 해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무명배우이나 신비감과 무게감이 첫판부터 느껴지는 김윤석, 그 외에도 김갑수, 이대연, 안내상, 기주봉, 이한위, 김규철까지, 중견의 연기자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 그러니 드라마가 안정감 있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들의 연기는 하나같이 너무 훌륭해서, 거기다, 그들에게 부여된 캐릭터들이 모두 치밀하고 개성적이어서, '예쁜' 주연들인 엄태웅, 한지민, 고주원, 소이현이 나오지 않는 장면에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거기다 그들 사이에 얽히고 얽힌 관계, 사건들의 수레바퀴는 절대로 쉽게 앞날을 예상해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또한 대체로 '남성적'인 드라마임에도 한지민, 소이현 캐릭터에도 작가는 세심한 배려를 했다. 여성 캐릭터들이 중심이 아니지만, 그들이 드라마에서 하는 역할은 매우 결정적이며, 그들은 남성들 못지 않게 똑똑하고 용감하다.  뿐만 아니라 연출력...드라마는 종종 색깔의 대비라든가 독특한 구도 등을 활용하여 드라마의 주제의식을 암시하고 복선을 깐다. 정말, 어디 하나 버릴 데가 없는 드라마이다. 

 그러나..이런 드라마는 사실 좀 복잡하기 때문에, 킬링타임용은 아니다. 한 회라도 빼놓고 보면 스토리를 이해하기 어렵고, 힘을 들여 몰입해서 봐야 하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대중적이긴 힘들다. 반면 당시 경쟁 중이었던 <내이름은 김삼순>은 스토리보다 촌철살인하는 30대 여성의 내면에 관한 대사와 내레이션, 30대 여성들의 판타지를 척척 충족시켜주는 멋진 남자 주인공 등으로 재미난 칙릿소설이나 자기치유서를 보는 듯 편안함과 공감을 끌어내고 있었으니, <부활>에게는 버거운 상대였다. 그럼에도, <부활>은 15%는 유지했다. 그게, 나는 '좋은 드라마'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뿌듯했던 것은, <부활>은 결국 <내이름은 김삼순>이 끝나고 난 뒤 거의 30%의 시청률로까지 등극했다는 사실이다. 몇 회 남지 않은 상태였지만, 갑자기 <김삼순>이 끝난 뒤 시청률이 상승하기 시작하여 '성공한 드라마'의 기준이라는 30%대를 넘겼다는 것. 이건 경이적인 일이었다. 이렇게 (드라마치고)복잡한 이야기구조를 가진 드라마가, 막판에 스퍼트를 낸다는 것은, 그러니까, 사실 사람들이 <김삼순>과 <부활> 모두를 그동안 즐겨왔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활>은 KBS에서 하고 있었기 때문에, 공짜로 홈페이지에서 다시보기를 할 수도 있고, 꼬박꼬박 재방송도 해준다. 또 쌈박한 맛은 역시 <김삼순>이기 때문에 '닥본사(닥치고 본방 사수)'를 하기에는 역시 <김삼순>이 선택되었던 것. 그러나 이 소리소문없이 훌륭한 <부활>이란 드라마를 사람들은 눈여겨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김삼순>이 끝나자마자, 사람들은 <부활>에 몰입했다. 

 

이런 <부활>과 같은 경우는 사실 흔치는 않다. 대부분 작품이 좋으나 경쟁 상대가 너무 막강할 때, 배우진이 눈에 띄지 않을 때는, 그냥 15%~20%대에 안착하며 무난하게 막을 내린다. 그러나 이런 드라마는 마니아를 만들어낸다. 노희경의 <거짓말>, 인정옥의 <네멋대로 해라>, 김지우의 <부활>, 이경희의 <상두야 학교가자>, 김도우의 <눈사람>이 그런 예이다. 인정옥은 앞에서 말했던 대로 <아일랜드>에 가서 좀 사그러들었지만, 노희경은 <고독>이나 <꽃보다 아름다워>, 김지우는 <마왕>으로, 이경희는 <미안하다 사랑한다>로, 김도우는 <내이름은 김삼순>으로 후속 드라마에서 더욱 두터운 팬층을 흡수하며 대중적 작가로 거듭난다. 그들의 첫 디딤돌이 된 드라마가 바로 이러한 15%대의 마니아드라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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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9-22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마 분석 잘 보았어요. 몹시 공감이 갑니다. 부활과 마왕은 보지 못했는데 수작이란 소리는 엄청 들어왔지요. 이 작품들은 꼭 챙겨서 봐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저는 서울 1945를 무척 인상 깊게 보아서 자명고를 무척 기대했어요. 요즘 트렌드를 반영하기엔 너무 느린 전개였고 배우진도 약했고 편성은 계속 막강 상대를 만나서 고전을 면치 못했지요. 그래서 조기종영할 때 무척 안타까웠어요. 보진 못했지만 요새 탐나는도다가 그런 평을 듣는 것 같기는 해요.^^;;

somun 2009-09-22 10:3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저도 탐나는도가 못봤는데 한번 보고싶네요. 좋은 드라마들이 시청률때문에 조기종영하는 현실은 참...착잡하지요. 이런식으로 가다가는 점점 좋은 드라마나 매니아드라마는 사라질 거예요. 암튼, 마노아님 반갑고요 종종 들러주세요. 님의 서재, 저희도 즐겨찾기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