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매일매일 신종플루 관련 속보가 뜨고 있다.
속보의 내용은 대부분 신종플루 환자의 사망소식인데, 그 소식들의 헤드라인이란 사망자의 연령, 성별, 지역, 고위험군여부 정도이다. 하루에 몇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 기사들을 보면서 기분이 묘하다. 도대체 이 기사들은 무엇을 위한 기사인 거지? 하면서.
그런 기분은 이들 기사를 클릭해보았을 때 더더욱 강화된다. 기사가 내용이 별 게 없다. 우리가 그 기사를 클릭할 때는 무얼 기대하겠는가? 당연히, 신종플루에서 "어쩌다가" 사망에까지 이르렀는지를 알고 싶은 것이다. 왜? 그걸 알아야, 나는 그걸 피하거나 막거나 조기치료를 할 수 있을테니까. 그러나 기사들은 그것에 대한 내용은 없다. 그들이 몇월 몇일에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언제 확진판정을 받은 뒤 며칠 만에 사망했는지가 주된 내용이다. 거기에 덧붙여서 그들이 고위험군이었는지, 어떤 병력이 있었는지, 어느 지역 사람인지 정도만 나온다.
그런 기사들은 아직 사망하지 않은, 그리고 아직 신종플루에 걸리지 않은(걸렸는지 안 걸렸는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안된다. 정보전달성이 매우 떨어지는 기사이다. 사망자가 고위험군일때에는, 일부의 사람들에게는 안도감을 줄지도 모른다. 자신은 그러한 고위험군의 인간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러나 그 안도감은 너무나 얄팍하고, 매일같이, 아니 하루에도 여러 차례 쏟아져 나오는 신종플루 확진 환자의 사망 기사는 대체로 우리에게 '공포'를 조장한다.
이런 사람도 죽었고, 저런 사람도 죽었다. 신생아도 죽었고, 10대도 죽었고, 20대도 죽었고, 여성도 죽었고, 남성도 죽었고, 고위험군이 아닌 사람도 죽었고, 신종플루에서 완치됐던 사람도 죽었고, 영남 사람도 죽었고, 대전 사람도 죽었고...그런 정보만 전해준다. 그러한 기사는 계속 축적되어 한국의 전 인구가 모두 자신의 '부류'의 인간들도 죽었다는 것을 인지할 때까지 지속될 것이다.
거기다 그들의 신종플루 사망자수의 누적통계 방식도 매우 거슬린다. 기한도 없이 계속해서 누적시켜 숫자를 세면, 당연히 많을 수밖에 없잖겠는가? 그렇게 따질 거면, 독감, 감기로 사망한 환자 수도 계속 누적해서 말해라. 독감으로 사망한 환자 수인들 그것보다 적을까? 그럼에도 신종플루 환자의 수는 이미 완치된 사람까지 게속 누적하고 있고, 사망자 수도 계속 누적해 나갈 모양이다. 그리하여 전 인구의 신종플루 공포. 그게 그러한 기사들의 결과이자...어쩌면 의도이다.
그러한 기사를 보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는가? 매일 다니는 직장, 학교를 때려치우고, 아무와도 접촉을 안할 것인가? 차도 돈도 없는 사람이 갑자기 자가용을 몰고다니며 대중교통을 피할 것인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살던 대로, 해야하는 일 해가면서 사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 얼마나 무기력한 공포감에 시달리겠는가? 매일매일 신종플루 환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거기에 비례해 많은 수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그런다고 개인이 할 수 있는 대비책은 거의 없으니. 개인이 신종플루에 걸리지 않으려면 언제까지, 어떻게 막아야 할지 방법은 전혀 알수가 없다. 그래서 그냥 두려워하면서도 그대로 사는 것이다.
딱 한 가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그것은 백신접종. 이제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고 한다. 일차적으로 의사, 간호사들에게 접종을 시작했는데, 일부 의사, 간호사들조차 백신 접종을 꺼린다고 한다. 아직 안정성이 확보되기엔 임상기간이 너무 짧을 테니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신종플루에 대한 공포심이 너무 크면 별수 없이 가서 맞게 된다. 그리고 그 공포심은 언론이 만들어내고 있다. 그래서 무척 화가 난다. 다시 말해, 언론 등이 조장한 신종플루 공포때문에, 우리는 백신을 맞아야만 하게 된 것이다.
난 백신 맞기 싫다. 아직 그 백신의 안정성을 못믿겠다. 그러나 신종플루 걸리는 것도 물론 싫다. 그래서 난 다른 정보를 얻고 싶다. 일반적인 신종플루 예방을 위한 생활수칙은 알고 있다. 그것 외에, 사망자 소식에서는, 그들이 어떻게 해서 신종플루로부터 사망에까지 이르렀는지 그 증상의 진행과정을 알고 싶다. 그리고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커져서 사망을 하게 됐는지, 구체적이고 명료한 정보를 알고 싶다. 어떤 사람이 몇 명 죽었는지, 말고, 왜 죽었는지를. 그러기 전까진, 난, 언론과 정부와 백신회사, WHO가 뭔가 우리를 조종하고 있단 느낌을 지우기가 힘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