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30%대 드라마 2-막장드라마

막장드라마라는 말은 <아내의 유혹>때부터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막장드라마는 단지 <아내의 유혹>을 통해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스토리, 설정들...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들은 그 이전에도 주기적으로 드라마시장에 논란을 일으키며 나타났다 사라지곤 했다. 

1. 임성한, 서영명,  김순옥 

사람들에 따라 '막장드라마'의 기준이 다를 수 있겠지만, 내가 가장 막장 드라마의 대표주자로 생각하는 작가는 <인어아가씨>와 <왕꽃선녀님>, <하늘이시여>를 만든 임성한과 <아름다운 죄>와 <밥줘>의 서영명, 그리고 <아내의 유혹>을 만든 김순옥 등이다.이 세 사람의 드라마를 보다 보면, 기가 막히다 못해 약간은 경외감까지 든다. 어떻게 이렇게 막 갈 수 있는가, 하며. 정말 말~도 안되는 이야기는 복장을 터지게 하고, 화가 나게 하지만, 놀랍게도, 이들 드라마는 '중독성'이 있다. 나는 가끔 "이런 드라마들은 봐 주면 안된다!"며 '저항'을 하지만 주변에는, 특히 울 어무니나 이모, 고모, 숙모들을 비롯한 중년 이상의 아주머니들은, 욕을 직싸게 하면서도 꾸역꾸역 종영때까지 드라마를 봐준다. 나는, 이들의 드라마때문에 드라마매니아들이 도매금으로 욕을 먹는다고 생각한다. '드라마=쓰레기'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면서. 

그러나 욕만 하는 건 얼마나 쉬운가? 나와 같은 드라마를 아끼고 사랑하는 드라마홀릭자라면, 이런 막장드라마들도 '왜?' 인기가 있는지, 이들의 매혹의 요소는 무엇인지, 알고 대중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들 드라마에도 어떤 '미덕'이 있다면, 그건 인정해주어야 한다. 

 

2. 복수의 플롯 

이들 드라마가 대중을 매혹하는 최고의 이유는, 역시 '처참한 배신-화려한 복수'의 서사구조이다. 이것은 드라마와 같은 연속성이 있는 서사물이 시청자들을 지속적으로 유혹할 수 있는 최고의 '미끼'이다. 드라마 초반에는 처참하게 짓밟히는 여자주인공들의 이야기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시청자들은 기구한 주인공의 인생에 혀를 끌끌 차기도 하고, 그녀를 그렇게 만든 악역들에 대해 '갈아 먹어도 시원찮을..'이라며 욕을 해대고, 때때로는 그녀의 인생이 남일 같지 않아서 공감도 하며 드라마를 지켜본다. 

그러나, 만약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가 고생만 하는 이야기라면, 시청자들은 어느 순간부터 슬슬 드라마를 떠나게 된다. 가끔 그래서 망한 드라마들도 있다. 고난, 수난의 서사가 과도하게 길면 시청자들은 외면한다. 최근에 했던 드라마 중 그래서 망한 드라마를 꼽자면, <잘했군 잘했어>를 들 수 있다. <잘했군 잘했어>에서 채림은 자신이 과외를 했던 연하의 남자(엄기준 분)에게 수년에 걸친구애를 받는다. 그런데 그녀는 비혼모이다. 그리고 엄기준의 어머니(정애리 분)는 채림의 회사 사장이고, 채림은 엄기준의 모친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처음의 이러한 설정은 이 드라마의 무게가 그다지 무겁지 않을 것을 예측하게 했다. 씩씩한 비혼모가 약간의 장애물을 거쳐 알콩달콩한 사랑과 결혼에 골인하는 내용-그런 것일 거라 예상했다. (편의상 모든 인물은 실제 배우 이름으로 대신하겠다.)

그러나...이 드라마는 갈수록 '독해'지기 시작했다. (1)시작은 채림과 엄기준이 사귄다는 사실에, 채림이 무언가 감추는 게 많고, 채림의 부모들이 번듯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정애리가 그들의 결혼을 과도하게 반대하는 데서부터 시작했다. 그러다가 아들이 하도 우기니 약간 승낙을 할까말까..할때 (2) 정애리의 가장 친한 친구의 딸(김정화 분)의 약혼자가 채림의 첫사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때문에 거의 남매와도 같은 엄기준과 김정화의 사이에 문제가 된다며 채림을 도로 반대한다. 좀더 강렬하게. 그러다가 또 다시 (3)채림이 '미혼모'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이를 알게 된 정애리는 더더욱 심하게 반대하고, (4) 그 아이가 김정화의 약혼자(김승수 분)와의 사이에서 낳았다는 걸 알게 된다. (5)김승수가 채림이 자신의 아이를 낳았다는 것을 알고 채림에게 돌아가려 해서 이들의 사이를 방해하고, (6)김승수와 채림이 같이있는 장면들을 보며 김정화나 정애리는 거의 광기를 보이며 이들을 탄압한다. 

이와 같은 수도 없이 많은 장애물, 시련들 앞에서 채림은 매일매일 눈물만 짜냈다. 한번에 터져도 될 비밀들이 하나씩 하나씩 터지면서 그때마다 채림은 점점 강도가 센 역경들을 만나고 그래서 드라마는 매우 피로했다. 이 드라마는 결국 애국가시청률과 10%시청률 사이를 오가다가 막을 내렸다. 당연한 결과였다. 이렇게 계속 여주인공이 당하는 드라마는 시청자들을 끝까지 붙잡아 둘 수가 없다. 

따라서 적당한 시점에선 이제 주인공의 복수, 반격이 시작되어야 한다. 그래야 대중들은 희망을 품는다. 저렇게 당하기만 하던 여주인공도 다시 잘 살 수 있고, 자기를 짓밟았던 사람들에게 되갚아 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시작하면 대중들은 좋아한다. 특히 좋아하는 것들은, 지지리 궁상이던 여주인공이 갑자기 세련되고 예뻐지는 것. 그래서 젊은 다른 남자들에게 사랑받는 것. 특히 헌신적이고 돈도 많고 능력도 좋고 잘생긴 연하남이 그녀의 새로운 안소니가 되어주는 것이다. 그런 로맨스 사이에서 여주인공은 차근차근 복수의 활로를 닦는다. 이게 왜 그렇게도 재미있는지, 드라마들마다, 특히 막장드라마들은 빼놓지 않고 이 플롯을 활용한다. 

사실 복수의 플롯은 단순히 막장이어서만 쓰는 것은 아니다. 박찬욱감독도 좋아하는 게 복수극 아니던가?(복수에 대한 해석에 있어서 박찬욱과 막장드라마를 같은 급으로 취급하잔 말은 아니다. 그건 박찬욱에게 좀 미안한 일이니까.) 인간에게는 자신이 당한 억울한 일에 대해 언제나 되갚아주고싶은 본능이 있다. 그러나..현실은 과연 그러기 쉬운가? 아니다. 대부분은 억울한 사람들이 또 억울하게 산다. 그게 우리 인생이다. 나에게 못되게 군 인간들, 내게 상처준 사람들은 벌도 안받고 또 떵떵거리고 산다. 그런 실제 삶으로부터 벗어나 '인과응보', '사필귀정'을 실현해보는 것, 거기서 대리만족을 하는 게 대중이다. 그런 마음을 보듬어준다는 점에서 막장드라마에게도 나름의 역할이 있다. 

 

2. 투명성(?) 

이것 또한 중요하다. 막장드라마들을 볼 때는 아무 것도 짐작하거나 추측할 필요가 없다. 얼마나 명쾌하게 지금의 행동들을 왜 하는지를 설명해주는지...어떤 이상한 행동, 의미심장한 행동을 한지 3분도 안돼서 그 행동의 이유를 친절하게 알려준다. 때로는 그 행동을 한 인물의 독백이나 마음속 말 나래이션으로, 때로는 다른 인물들이 대신 설명을 해주는 방식으로. 그러니 얼마나 깔끔한가? 여백이 전혀 없다. 드라마에서 말해 진 대로 사건은 진행되고, 인물들간의 관계는 형성된다.  

이것 역시 대중들에게는 참 편한 부분이다. 영화나, 잘 만든 드라마들일 수록 대사는 함축적이고, 서사 속 여백이 많다. 그 부분들은 보는 사람이 채워가는 것이며, 그 맛에 영화를 보고 웰메이드 드라마를 즐기는 시청자들,관객들도 많다. 그런데 그건 그만큼 머리를 많이 쓰며 시청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신이 능동적으로 해석하지 않으면 '쟤 왜 저러는 거야?" 라는 질문에서 답을 찾기 힘들다. 그런 오리무중...뭔 얘기인지 모르는 드라마나 영화들이 되어버린다. 

그런데 막장드라마들은 그런 게 없다. 생각, 머리, 전혀 안써도 된다. 그 드라마가 말해주는 대로 졸졸졸 따라가면 무슨 얘기인지 다 알 수 있다. 제일 심했던 것은 <아내의 유혹>이다. 그 드라마는 제작비나 촬영시간을 아끼기 위해서인지 마음속 말까지 배우들이 그 자리에서 직접 말로 하는 정말 기이한 방식의 독백, 내래이션을 매우 자주 썼다. "어떻게 된거지? 저 남자가 그 사실을 어떻게 아는 거야? 내가 아까 한 말을 엿들은 건가?" 뭐 이런 식의 대사를 입벌리고 혼자 있는 방에서 중얼거린다. 보통 예의상, 드라마들은 그런 이야기는 입은 안벌리고 눈을 굴리며 궁리하는 배우의 모습에 따로 더빙을 한 목소리를 입혀서 속엣말임을 표현하는 정도의 성의는 보인다. 그러나 <아내의 유혹>에서는 그것도 없이 그냥 그 자리에서 다 말로 해주는, 무성의한 편집, 연출방식을 즐겨 썼다.  

3. 두고두고 씹힐 만한 말도 안되는 설정이나 캐릭터 한 개 

마지막으로, 막장드라마가 되려면 한 줄로 요약되면서 두고두고 씹힐 만한 말도 안되는 설정이나 인물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 이건 독이 될 것 같지만, 사실 의외로 엄청난 홍보효과를 낳는다. 막장 드라마를 씹는 수많은 기사, 비평들에게 매우 편리하게 그 드라마들을 언급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구구절절하게 스토리와 여러가지 인물관계도를 설명해 가며 어떤 드라마가 어째서 문제다...라고 말하게 만들면 기사, 평론에서 자주 씹기가 힘들다. 그러나 한 줄로 딱 요약되는 말도 안되는 설정이 있으면 언론에서 비판적으로 언급할 때도 손쉽고, 대중들 사이에서도 그 드라마가 자주 입에 오르내리기도 쉽다. 

예를 들어, <아내의 유혹>의 가장 말도 안되는 설정은, 장서희가 자신을 버린 남편 변우민에게 복수를 하는데, 과거와 달라진 점은 머리를 잘랐다는 것과 얼굴에 점을 하나 찍었다는 것 뿐이다. 점 하나 찍었다고 수년을 함께 살았던 전처를 몰라본다? 말이 되는가? 그러나 이 말도 안되는 설정은 <아내의 유혹>의 트래이드 마크가 됐다. 그래서 <내조의 여왕>에서도 김남주에 의해 "당신 바람피우면 내가 코 밑에 있는 요 점 빼고 나타나서 당신한테 복수할거야"라는 패러디, 희화화거리로 등장했다.  

<인어아가씨>는 자신의 어머니를 버린 아버지에게 딸이 복수를 하면서 아버지와 아버지의 현재 아내의 뺨을 때리는 장면으로, <왕꽃선녀님>은 멀쩡하던 주인공이 어느날 신이 내려져서 무당이 되는 설정으로, <하늘이시여>는 어렸을 적 버린 딸을 자신의 의붓아들과 결혼시키는 엄마의 이야기로, <밥줘>는 조강지처가 남편과 남편의 애인이 함께 사는 집에서 밥과 청소를 하며 지내는 설정으로 물의와 논란을 일으켰다.  

이런 논란거리는 욕을 먹기도 하면서도, 그걸 다시 욕하면서 보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말도 안되는 그러한 설정들을 욕하고 비웃으면서도 은근히 즐기는 사람들의 묘한 심리를 막장드라마들은 십분 이용하여 점점 더 독하고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을 만들어 나간다. 

  

4.그래서? 

이런 세 가지 요소들을 그냥 비판만 할 수 있을까? 나는 이런 막장드라마를 즐기는 대중들의 마음도 끌어안고 보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청자들이 왜 복수플롯에 열광하고, 명쾌한 스토리에 끌리며, 말도 안되는 설정들을 즐기는가...특히 위와 같은 막장드라마들은 대체로 일일연속극들에서 자주 등장한다는 점. 중장년 여성들이 채널권을 가진 시간대에 그러한 드라마들이 많은 것은 왜일까. 아마도 그들에게 아마도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아침이나 저녁의 일일연속극 시간의 드라마들은 전혀 진화하지 않는다. 독한 설정만 점점 강해질 뿐, 늘 가족 이야기이고, 고부간의 갈등이고, 못된 년놈들의 파멸기-착한 주인공의 성공기이다. 그러한 드라마들이 동시간대에 방송사마다 동일하게 방영이 되는데, 시청자들이 무엇을 선택할 수 있겠는가? 그 중에 가장 자극적이고 명쾌통쾌한 드라마로 채널이 돌아갈 수밖에. 

'대안'을 고민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일일연속극 시간대에는 이런 '막장'스타일이 아닌 이야기로 시작했다가 인기를 못끌어서 드라마 도중에 억지로 '막장'이 되어 갔던 드라마도 많다. 안 그러면 살아남을 수가 없어서. 방법은, 그러한 막장 스토리에서 벗어난 좋은 대본과 스타급 배우들의 과감한 출연결정이 아닐까? 지난번에 이야기 한 <솔약국집 아들들>만 해도 막장스러운 이야기는 하나도 없지만 올해의 최고 흥행 드라마가 되었다. 적당한 판타지가 있기는 했어도, 그 정도의 '꿈'은 드라마로서 용납가능하다. 그런 이야기틀에(아마 <솔약국집..>은 일일연속극으로 했어도 매우 인기있었을 스토리이다.) 그정도 급의 배우들-현재 아주 잘나가지도 않지만 한때 스타였고, 앞으로 크게 될 스타들인-이 자신의 과거의 '영화'를 생각하며 '모냥 빠지게 일일연속극?' 하며 거절하지 말고, 출연해야 한다. 그것이 자극적 소재를 이길 수 있는 길이다.  

<하얀 거짓말>(안 봐서 모르는데  이 드라마도 꽤나 막장이었던 듯 싶긴 하지만)의 성공요인 중 하나는 이런 아침 드라마에 나올 것 같지 않은 신은경이라는 배우가 과감히 주인공으로 캐스팅되었던 점이기도 하다. 최근에 <무릎팍도사>에 나온 안재욱의 '사람들이 제가 한국에 있다는 걸 잘 몰라요'란 고민에 강호동이 "일일연속극에 출연해라"라고 처방해준 것, 나쁘지 않은 얘기라고 생각한다. 딱 그 정도의 배우가 일일연속극에 나오면, 막장이 아니어도 사람들은 채널을 돌려줄 것이다. 그럴 때 좋은 이야기, 복수 대신 용서, 억지 설정 대신 삶의 깊은 진실을 담은 스토리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빼앗는 것, 그래서 그런 드라마들이 성공하고, 이걸 계기 삼아 일일연속극 시장도 진화하는 것...그게 막장드라마들을 사라지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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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10-21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대안이 솔깃합니다. 강호동이 내렸던 그 처방이 웃으란 얘기가 아니라 정말 설득력 있는 얘기네요.

somun 2009-10-22 08:06   좋아요 0 | URL
아, 마노아님, 반갑습니다.^^

기인 2009-10-21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요즘 신소설 읽으면서 겹치는 부분도 많네요.. '복수극' 흠. '신소설'과 요즘 드라마들의 공통점이랄까.. 이런것도 재미있는 것 같아요.^^

somun 2009-10-22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그게 제가 신소설을 처음 연구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지요.

janeDoe 2010-01-13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중원 소설은 어떤가 찾아보다가 여기까지 흘러들어왔네요 ^^.

임성한은 단지 '막장'이라고만 정리할 작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자본주의 사회에서 중산층 가족이란 무엇인지, 그 가족을 지탱하는 여자들의 욕망과 사고방식은 무엇인지 너무 적나라하게 잘 보여주는 작가가 아닐까 싶어요 ㅋ 하늘이시여까지의 임성한의 인물들은 '아름답고 감동적인 진심'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고 다들 적나라한 욕망에 불타고 있는데, 그 정도로 솔직하니,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통쾌한 기분마저 들거든요.

게다가 등장인물의 속셈을 마음속의 독백대사로 다 읊어서 '들려'주는 방식은, 배우의 미묘한 표정이나 미쟝센으로 함축적으로 처리하는 영화적으로 '보여'주는 방식보다 촌스럽고 유치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주부들이 TV라는 매체를 시각매체라기보단 라디오에 가깝게 접한다는 점, 살림을 하면서 왔다갔따하면서 거의 반쯤은 '듣는' 것을 중심으로 드라마를 본다는 점을 생각하면 촌스러운 것이 아니라 장르적인 특성이라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임성한은 단지 자극적인 설정으로 롤러코스터 태우는 데만 재능이 있는 작가는 아닌듯...

순옥킴의 경우는 롤러코스터 재능도 그 정도면 거의 경외감을 느낄정도구요(도대체 한 회차 안에서 반전이 몇개인지) ㅋㅋㅋ

somun 2010-01-14 00:12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제인님.^^

네..그렇게 보실 수 있죠. 주부들의 드라마가 '듣는' 매체에 가까운 형식을 취한다는 지적은 신선하고 적절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또한 저도 임성한은, 다른 '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작가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죠. 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우리의 감추고 싶은 욕망까지 '까발겨주는'면. 그 원초적 욕망의 재현이 통쾌한 것 사실입니다.

저 역시 이 글을 쓰면서 기본적으로 가졌던 태도는, 그런 드라마들을 비난하거나 무시하기만 해선 안된다. 그런 드라마들을 왜 사람들이 즐겨보는가는 이해하고 보듬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임성한, 김순옥, 문영남 등의 작가들은, 저는 점점 피하게 되지만, 그들의 시청자를 '매혹'하는 '재능'은 인정해주고 싶습니다. (그러나 서영명은 좀 많이 다르죠...그 작가의 작품은 거의 대부분이 정말 '서사의 파탄' 그 자체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그 드라마들이 '좋은' 드라마가 아닌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해요. 그러한 드라마들은 우리에게 무얼 얘기해주는 걸까요? 그냥 시간이나 때워라? 집안 일 하면서 심심하니 켜 놓고 일하기에 좋으면 된다? 세상에 고민하고 안타까워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분노하고 변화시켜야 할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말 안되는 '출생의 비밀', '고부간 갈등', '불륜', '복수'얘기의 복제품들만 보면서 있어야 하나 싶거든요.

특히 그 중심에는 여성들끼리의 싸움이 있다는 게 제일 마음에 안 듭니다. 대부분 여자의 적은 여자들입니다. 왜 같은 여자들끼리 말도 안되게 서로를 음해하고, 괴롭히는 이야기를, 여성 시청자들이 보면서 욕을 하고 있어야 하나요? 그게 현실 속의 여성들 사이의 갈등까지도 자꾸 만들어내는 건 아닐까요? 그런 '갈등'을 드라마를 통해 학습해서, 각 여성들 사이의 '관계'속에서 '실천'하게 만드는...

좀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방법, 다 같이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보여 줄 '착한', '예쁜' 드라마를 바라는 게, 제가 단순히 '계몽적' 태도라서만은 아니지 않나 생각이 드는데요...제인님은 어떠신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