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를 보는 이유는 배우때문이다.
이선균은 배우계의 '노홍철'이라 할 만큼
'ㅅ'을 번데기 발음으로 대신하시는 약점이 있긴 하지만^^
워낙 좋은 목소리와, <커피프린스 1호점>과 <파주>등을 보고
그만의 색깔을 구축해 나가고 있는 것 같아 관심이 간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공효진, 이하늬...
그들이 나온 드라마에서의 캐릭터들은 거의 대부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작가의 몫이었겠지만, <눈사람>에서, 유일하게 믿고 의지해오던 언니가 갑자기 죽고 난 뒤
공효진의 '슬픔'을 표현한 방식은, 초콜릿을 입에 달고 사는 것이었다.
그게 너무 신선해서 잊혀지지 않았다.
과하지 않게, 일상을 잘 견디고 있는듯 보이는데
언제나 초콜릿을 야금야금거리고 있는 공효진.
나는 그녀의 '강함'과 '약함' 모두가 잘 드러나게 표현된 장면이라고 생각되었다.
그외에도 하여간...역시 말하자면 입아프고.
(음..<미쓰 홍당무>는 좀 예외긴 하군. 그건 좀 복잡하다.)
그래서 드라마 스토리는 뻔할 걸 알면서도,
캐릭터들에 대한 기대감으로 본 드라마이다.
 

그런 점에서 이 드라마는 방향은 잘 잡았다.
스토리가 4명 주연급들의 4각관계인 전형적인 트렌디 드라마이지만
<커피프린스..>덕에 미각적인 어떤 조건반사를 불러일으키는 이선균과
당찬 여성캐릭터의 1인자인 공효진을 캐스팅함으로써,
그리고 '파스타'라는 음식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4각멜로'의 진부함을 감출 기본구색은 갖췄다.
 

헌데, 최근 이 드라마가 영화평론가 황진미씨에 의해 뭇매를 맞았다.
이유는, 이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여성차별의 문제때문이다.
"파스타, 최악의 남녀불평등 노동막장 드라마"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85450
맞는 말이다. 이 드라마에서 최현욱(이선균 분)의 고용과 해고문제에서의 폭력성은
말할 필요도 없이 막무가내이고, 위법적이다.
이 '개명천지'에 "내 주방엔 여자는 없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는 쉐프라니...
세상 참 무서운 줄 모르는 짓이다.
그리고 나 역시 '성차별'적인 드라마는 웬만해서 못참는다.
하지만...이번 경우의 황진미씨는 좀 '섣불렀다'고 말하고 싶다.

 
저 글에 대한 비판, 반박을 하는 많은 글들의 논리는,
"사실 그런 차별이 있는 게 현실인데 그걸 그리는 게 뭐가 문제냐? 세상 모른다", 는 것과
"드라마는 드라마일뿐, 오해하지 마시길~!"(해피투게더식으로)을 외치는 것이다.
감정적인 듯하지만, 그들의 반박도 일리는 어느 정도 있다.
그러나 그런 이유들에 앞서 '이건 곧 고쳐질 것'이기 때문에 섣부른 비판이었다.
 

이 드라마는 최쉐프가, 자신의 개인적 상처때문에 여성차별적인 고용폭력을 휘두르지만,
결국에는 그러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편견'을 깨고, 잘못을 깨우침으로써,
성평등적인 상태로 '복원'되면서 끝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 내부의 그 어떤 인물도
현재의 최쉐프의 행동을 옳다고 말하고 있지 않지 않은가?
 

그는 지금 '잘못'하고 있다. 그걸 누구나 다 안다.
그래서 그걸 '고쳐'나가는 과정이 이 드라마의 중심 서사가 될 것이다.
그걸 고치는 데에 공효진이 크게 기여할 것이고. 일로든, 사랑으로든.
그래서 내용상으로 뻔한 얘기이긴 하지만
걱정만큼 성차별적인 주제의식을 갖고 있을리는 없는 드라마다.
드라마는 그래서 영화랑 좀 다르다.
끝까지 보기 전엔 칭찬도, 비판도 함부로 하기가 조심스럽다.
 

허나, 그렇다해도 <파스타>는 그야말로 드라마 춘추전국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제대로 살아남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아직까지로선, 황진미씨의 반응처럼, 보기 불편해하는 시청자들이 꽤 있을 거라는 점.
폭군과 같은 이선균의 태도가 너무 오래 지속되면 위험하다.
이쯤해야지...벌써 <공부의 신>은 '천하대특별반'의 멤버 다섯 명 중
한명의 '(가족내)갈등'이 '해결'까지 이루어진 상황이다.
이 '스피드'를 쫓아가려면, 최쉐프도 버럭쉐프질로 일관하지 말고, 완급조절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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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까지 2주차를 보고 썼는데,
3주차를 본 뒤의 소감은, 재빨리 드라마가 '감'을 찾아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일단, 쓸데없는 '오해'와 '엇갈림'을 최소화한 점.
공효진이 1회에서 받은 계란도매업자의 '뇌물' 천만원의 문제를 가지고
너무 질질 끄는 듯한 인상이었는데
이선균이 개입하여 깔끔하게 해결하고, 본격적인 4각(연애)구도를 시작하기 위해
알렉스가 사장으로 전면에 나서는 등, 이야기가 나름 재정비를 해가고 있다.
 

또한, 음식이야기로 드라마를 만들 때 가장 사람들이 즐거워 하는 것 중에 하나가 '요리배틀'이다.
<대장금>에서 몇 차례에 걸친 요리경쟁이 얼마나 흥미진진했던가? <식객>도 그렇고.
그런데 <파스타> 역시 이 요리를 통한 경쟁모드를 드라마에 도입함으로써
흥미를 유발시키고 있다.
피클에 대한 대안을 찾는 과정,
푸아그라 대신 쥐치의 간으로 요리를 할 생각을 하는 것 등도 재밌었다.
 

또한 역시 공효진 다운 방식의 애정표현과 일에 대한 열정, 역시 귀엽고 매력적이다.
이선균은...조금만 더 '버럭성'을 줄이면 어떨까 싶다. 데시벨이 너무 높아 피곤하려한다.
그래도 이선균의 조금씩 '변화'되어가는 모습, 나쁘지 않다.
조금만 더 노력(?)해서 더 '착해져' 가면 황진미씨의 우려와 같은 것들도 더 많이 불식되리라.
 

그런 점에서 공효진이 '모시던' 3명의 주방 언니들, 어떻게좀 해결해줘야 할듯.
그녀들을 지나치게 '감초'로 사용하고 있어서 그녀들의 매력지수가 팍팍 떨어지고 있다.  

그녀들, 나름 유능한 요리사들 아니었나?
왜 갑자기 아무 것도 안하는 채로
신데렐라를 시기하는 계모의 딸들처럼 공효진을 질투하고 의심하기만 하는가?
차라리 세 명이 작은 레스토랑을 개업한다든가,
공효진을 보면서 자신들도 다시 라스페라에 들어올 궁리를 한다든가,
뭔가 '지향점'이 좀더 분명해져야 하지 않을까?
 

또한, 3주차를 보고 난 뒤 이하늬의 캐릭터가 너무 어정쩡하다는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녀가 생뚱맞게 라스페라 요리사들 내부의 요리대결에 자기도 끼워달라고 하는 것은 좀 황당하다.
일의 순서가 있는 것인데...
먼저 요리사로 취업이 된 것도 아니고...이런식의 어정쩡하게
옛 남자의 주변에서 얼쩡거리는 방식은 좀...
뭔가 공식적인 루트로 개입하게 만들어줘야 할텐데.
지금은 그녀가 뭐하는 사람인지조차 헷갈린다.
(드라마 초반엔, 잘나가는 요리프로그램 진행자였던 것 아닌가?)

 

그런 점들만 조금 더 보완하면,
음, 초반의 걱정보다 매니아적 지지층을 확보할 수 있을듯하다.
15%를 전후하면서...그 이상은 어렵겠지만
이 드라마 춘추전국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선전하는 드라마가 될듯.
그리고 드라마 이후, 이선균, 알렉스(알렉스는 앞으로의 캐릭터에 달렸고), 그외의 조연급 신인들 등이
스타로 등극하게 될 듯 하다. 팬층을 확보하며.
또한 이 드라마의 작가나 연출가가 매니아층을 확보할 가능성도 있어보인다.

 
그 과정에서 한 가지만 더 바라자면,
황진미 평론가와 같은 지적 앞에 떳떳해질 수 있도록,
꼭, '성차별'문제는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해결하며 드라마가 끝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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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인 2010-01-24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아그라 대신 쥐치의 간은, 예전에 보았던 전설적인 일본 음식 만화 1회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 같네요;;

somun 2010-01-25 08:39   좋아요 0 | URL
오호, 그렇군요...그럼 표절?좀 깨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