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아는 왼손잡이다. 아니 왼손잡이인 것 같다.

이제 두 돌 무렵이라 단언하긴 어렵지만 지금까지의 활동 양상을 보면 그렇다.

밥도 꼭 왼손으로 먹으려고 하고, 크레용도 왼손으로 잡으며, 공도 왼손으로 던진다.

세 살까지는 알 수 없다는 말도 있고, 아기들은 왼손 쓰는 걸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는 말도 들린다.  

그런데 이게 무슨 문제냐고? 물론 나도 머리로는 아무 문제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래 왼손잡이에 대한 재해석(?) 또는 재발견(?)의 목소리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녹하지 않다.

  

아이가 왼손잡이 성향을 드러내면 대부분의 어른들은 걱정을 시작한다.

한마디라도 걱정을 거들지 않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얘가 왼손 잡이가 되려나보네, 왼손잡이라 어떡하냐, 오른손 쓰도록 차차 가르쳐야지 등등. 대체로는 '아이 돈 케케케케케케어~' 이러고 넘어가지만 내 마음속에도 아주 작게나마 파문이 이는 것이 사실이다.  

 

가끔씩 왼손에 쥔 숟가락을 뺏어 오른손에 다시 쥐어준다. 크레파스를 줄 때 일부러 오른손에다 준다. 어쩌다 오른손으로 뭘 하고 있으면 내심 반색한다. 이게 내 솔직한 심정이다. 그래도 자동반사적으로 아이는 왼손으로 왼손으로 다시 고쳐 잡으며 자기 성향을 고집스레 발휘한다.

 

왼손잡이에 대한 엄마의 걱정은 다른 무엇보다도 왼손잡이에 대한 사회적 편견 또는 왼손잡이들의 삶의 고달픔 순전히 이런 것 때문이다. 왼손잡이는 소수이다. 많이 잡으면 15%라는 통계도 있지만 실상 우리 사회에서 왼손잡이는 매우 드문 존재이다. 원체 수가 적기도 하지만 한국에서는 유독 왼손잡이를 '교정해야 할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왼손잡이였다가 교정받고 오른손잡이가 되었다거나 양손잡이가 되었다는 고백을 심심찮게 듣게 되는 건 아마 한국적 특성일 것이다.

 

왼손잡이들은 오른손잡이 편의로 된 세상에서 매사에 어려움을 겪는 데다 그것도 모자라, 뭘 하든 서툴다는 인상으로 각인되기 마련이다. 왼손으로 글씨를 어떻게 쓰냐, 왼손으로 칼질하면 금방 벨 것 같다 등등. 이래서 왼손잡이들은 오른손잡이들보다 스트레스를 훨씬 많이 받고 살고 수명도 짧다는 보고도 본 적이 있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아이 키우는 것은 매사에 선택으로 이루어지고, 순간적인 선택이 많은 것을 좌우하기도 한다. 분유를 먹일까 말까, 예방접종을 맞힐까 말까, 아플 때 병원에 갈 것인가 말 것인가에서부터 나중에는 사교육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등등 지긋지긋한 선택의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다. 나는 왼손잡이인 아이를 놓고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냥 내버려두거나, 양손을 다 쓰게 만들거나, 오른손잡이로 기어이 만들거나 이런 선택들이 있다.

 

양손잡이가 양쪽 두뇌를 골고루 써서 훨씬 바람직하다는 둥 말도 있지만, 사실 양손잡이들 가운데는 왼쪽 오른쪽이 헛갈리는 순간이 있다고 투덜거리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그들은 오른쪽 깜박이를 넣어햐 하는데 왼쪽 깜박이를 넣는다든가 하는 실수를 소소하게 저지르고 산다. 좌회전으로 핸들을 돌려야 하는데 우회전으로 돌리는 큰 실수도 하지 말란 법은 없다. 이런 사람들은 백이면 백 강제로 교정된 왼손잡이들이다.

 

왼손잡일 가능성이 높은 내 아이를 나는 무리하게 오른손잡이로 교정할 생각은 없다. 그저 오른손이 퇴화하지 않게 조금씩 연습은 시켜봐야겠다고 생각한다. 물론 안되면 할 수 없고 되면 좋고 하는 마음으로. 

 

지금으로서 바람은, 적어도 초등학교 들어가서 선생님이 '글씨는 오른손으로 써야 해' 이렇게 강제하지만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더 두려운 것은, 훗날 나 자신 아이에게 '글씨는 오른손으로'를 외치는 엄마가 되어 있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걸 경계하기 위해 포스팅 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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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6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왼손잡이였다가 오른손잡이로 개조되었는데 어린 시절에는 남들보다 왼손이 힘도 세고 더 잘 쓸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한동안 잊고 있고 있었는데 가위질이며 운전이며 모든 것이 오른손잡이 위주로 되어 있다는 왼손잡이 학생의 발표를 듣고 왼손잡이로 사는 것이 정말 많은 일상적인 귀찮음을 동반하는 것이구나 깨달았지요. 불편하겠지만 나름 희귀하다는 이유로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하니까 넘 걱정마세요.

글쓴이 2010-02-09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 그대가 왼손잡이였구려~ 왼손잡이였다가 오른손잡이로 개조당하지 않은 사람은 정말 찾기 어려운 듯 하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