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이 사건이라는 검색어가 계속 인기검색어로 뜨길래
나역시 봤고, 그 끔찍한 사실에 경악하며, 청원에도 서명했다.
아직 아이와 함께 살지 않는 나지만, 너무나 공포스러운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정말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이 사건을 남일처럼 볼 수가 없을 것이다.
박찬욱의 <복수는 나의 것>, <친절한 금자씨>이라든가 <밀양> 때문에라도
한동안 가장 극악한 범죄행위의 하나로 꼽혔던 것이 아동유괴와 살해였는데
그 못지않은, 어쩌면 그보다 더 끔찍한 범죄가 아동성폭행임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사건이다.
네티즌들도 분노하고 있다고 한다.
그덕에 뉴스에도 헤드라인으로 계속 뜨는 엄청난 이슈가 되어버렸다.
그런데...그런데 말이다.
그 사실을 널리 전파하겠다는 사명감의 네티즌들, 참 고맙긴 한데
왜 그 퍼다 나르는 글이 죄다 그 성폭행자의 성폭행 과정, 내용에 대한 것인지 모르겠다.
아이가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지, 치명적인 장애를 얻게 되었는지만을 알려도 될 것 같은데
아이를 붙들어다 어떤 행위로, 어떤 과정으로 아이의 장기가 손상되었는지를
너무나도 선정적인 묘사로 퍼나르고 있다.
그 내용이 너무도 끔찍해서 몇줄 읽다 저절로 눈이 감겨버렸다.
이건..정말 그 아이를 위해서, 그 아이를 성폭행한 그 남자에게 분노해서 그런 건가?
그 아이와 그 아이의 부모가 그 글들을 볼 때 고마워할까?
성폭력 피해 여성들이 신고를 잘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그 떠올리기도 싫은 성폭행 당시의 상황을
몇번이고 되풀이해서 진술하게 한다는 데 있다고 들었다.
그 죄를 지은 자에게 제대로 된 처벌을 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고 하지만, 그걸 다시 자기 입으로 하고, 상기하는 일은
엄청난 수치심과 공포를 동반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조사하는 경찰이나 검찰은 그 사건이 그저 '사건'일 뿐이다.
지금의 네티즌들도 '분노'라는 이름으로
그들과 비슷한 짓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영이와 그녀의 가족들은 일파만파로 퍼져가고 있는
나영이의 충격적 경험과 상처들에,
한편으론 새로운 해결의 돌파구를 찾는 기분이 들기도 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론 그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성폭력 사건 전말의 글귀에
괴로울 것이다.
나영이 사건을 본 많은 시청자들이 그 아이에게 후원을 하고자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을 나영이 부모는 거절했단다.
나영이네 집은 기초생활수급자로 형편이 매우 어렵고(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921440168&cp=nv),
나영이의 치료비로 앞으로도 많은 돈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왜 그런 도움을 거절했겠는가?
그만큼, 나영이의 존재가 이런 방식으로 노출되는 것이 공포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어찌되었든 나영이라는 여성도 앞으로 이 세상 속에서 살아가야 하니까.
지금 그렇게 퍼 나르는 나영이의 경험들이 다시 나영이의 발목을 잡아선 안된다.
네티즌들이 정말...분노하고 있다면,
이제는 그냥 그들이 받은 상처와 결과만을 알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