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시타티프
토니 모리슨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 전에 영화 <알파 Alpha>(2025)를 보다가 나 혼자 속으로 ‘헐 나 좀 봐라, 미쳤나봐!?’ 생각하며 반성한 적이 있다. 이 영화는 <티탄 Titane>(2021)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쥘리아 뒤쿠르노 감독의 최근 작품이다(뒤쿠르노는 <티탄>으로 제인 캠피언에 이어 영화사상 칸 황금종려상을 받은 두 번째 여성 감독이 되었다). <티탄>이 워낙 강렬했던 터라 이 영화도 기대했는데, 티탄보다는 너무 순한 맛에 어떤 점에서는 진부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영화에 대해 잠깐 소개하자면, 열세 살의 소녀 알파는 파티에서 문신을 새긴 뒤 혈액을 통해 전염되는 정체불명의 치명적인 질병에 감염되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휩싸인다. 이 질병에 감염된 사람들은 몸이 차츰 대리석이나 석상처럼 굳어가는 기괴한 증상을 보인다(그래서 영화 보는 내내 가습기가 간절해지는 느낌적 느낌이 든다). 알파는 그 이후로 불안에 시달리는 것도 괴로운데 학교에서는 낙인이 찍히고 점차 고립되어 간다. 몸이 대리석처럼 변해간다는 설정이 좀 신선하기는 했으나 누가 봐도 1980년대 프랑스를 강타했던 에이즈 위기와 신자유주의 속 의료 체계의 문제를 그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좀 진부하다.

아무튼 내가 이 영화를 보다가 스스로 반성한 지점은 이렇다. 질병에 걸린 사람들이 속속 병원으로 몰려오는데, 병원은 이미 포화상태라 환자를 더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이 질병에 놀라 위협을 느낀 병원에서도 의료진은 일찌감치 다 떠나버렸는지 몇몇 사람만 빼고는 의사고 간호사고 관리자이고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런 중에도 두 여성이 남아 환자들을 돌보며 질병과 고투를 벌이는데..... 한 사람은 백인이고 한 사람은 유색인(아랍인)이다. 나는 극 초반에 이 두 여성이 당연히! 간호사인 줄 알았다. 의사인 남자는 다 떠나버렸으리라는 편견 한 숟갈, 두 여성이 동등하게 말을 주고받는다는 점에서 또 한 번 편견 한 숟갈.... 기타 등등. 

그러다가 뼈 때리는 반성. 헐.... 유색인 여성이 의사였다!!(이 역할을 한 배우는 ‘이란’ 출신으로 인종상으로는 아랍인이 맞지만 영화에서는 마그레브 지역 출신인 프랑스계 무슬림으로 그려진다), 나는 시종 이 여성이 간호사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알파’의 엄마로 마약 중독자인 데다가 저 질병까지 감염되어 차츰 몸이 굳어가는 남동생을 누나이자 의사로서 헌신적으로 돌보는 것뿐만 아니라 이제는 자신의 딸까지 감염되었을지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리면서도 꿋꿋하게 의사이자 엄마, 누나, 가장 역할을 해 나간다. 그런데 나는 이 사람을 인종과 여성이라는 성별 때문에 당연히 간호사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영화가 흐르면서 의사라는 게 명확하게 드러나는데, 바로 그때 속으로 ‘헐 나 좀 봐라.. 미쳤나봐?!’ 했던 것이다. 스스로 부끄러워진 지점..... 편견이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살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렇게 편견과 고정관념에 젖어 있는 나를 발견할 때는 나 스스로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다. 




백인과 유색인 두 여성만 남은 병원.....



그러니까... 알파의 엄마는 이렇게 생겼었는데...



알파와 알파의 엄마. 엄마 머리 스타일 때문에 좀 헷갈리기도 햇었다... 하하하하..... -_-;;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미디어-영화나 드라마 같은-에서는 얼마나 손쉽게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재생산하는가 싶기도 하다. 이른바 클리셰cliché라는 명목 아래 성별 고정관념은 물론 인종, 직업, 성적지향에 따른 캐릭터 등등을 스테레오타입화하면서 수없이 판에 박힌 듯 뻔하고 예측 가능한 유형을 또 다시 재생산한다. 문학은 그렇지 않은가? 아니다. 문학 또한 그런 표현과 설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리고 독자는 거기에 익숙해져서 자기도 모르게 편견과 고정관념이라는 안경을 쓰고 책을 읽어나간다. 

토니 모리슨의 <레시타티프 Recitatif>는 그런 면에서 ‘인종’에 관한 그런 모든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의도적으로 걷어내고자 시도한 하나의 문학적 실험작이다. 토니 모리슨의 이 도전적인 실험 때문에 독자는 이 짧은 단편을 읽어나가는 동안 여러 번 자신의 편견 및 고정관념을 맞닥뜨리면서 흠칫흠칫 놀라게 된다. 그런 점에서도 모리슨의 이 문학적 실험은 위대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토니 모리슨의 작품 중 유일한 단편 소설인 <레시타티프>를 알게 된 것은 몇 해 전 읽은 그녀의 산문집 <보이지 않는 잉크 The Source of Self-Regard>에 실린 한 편의 글 때문이다. 그 에세이에서 모리슨은 이렇게 말한다. “마치 온 우주가 보이지 않는 잉크로 기록되어 있는 것 같다. […] <레시타티프>는 일종의 실험이었다. 독자가 가치관을 능동적으로 재조정하고 이야기의 공동 창작자로서 참여할 때 비로소 드러나는, 행간 아래와 사이에 숨겨진 ‘보이지 않는 잉크’를 찾아내도록 이끄는 초대장이다.”

<레시타티프>에는 흑인과 백인 소녀 두 명이 등장한다(‘후추와 소금’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여덟 살 소녀들의 이름은 ‘트와일라’와 ‘로버타’- 토니 모리슨은 영리하게도 이 작품에서 내내 두 인물의 인종적 기호를 완전히 지워버린다. 그런데도 독자는 누가 과연 흑인인지, 또 누가 백인인지, 그러니까 후추와 소금을 찾아서 자기만의 머리를 굴리면서 수수께끼 또는 추리 소설의 탐정이 된 듯 행간 하나 하나를 놓칠 새라 읽어나가게 된다. 

트와일라와 로버타는 둘 다 보호시설 세인트보니에서 처음 만나 같은 방을 쓴다. 트와일라는 엄마가 “밤새 춤을 추”기 때문에, 로버타는 엄마가 “아파서” 이곳에 맡겨졌다. 앞서 말했듯이 두 아이 중 한 사람은 분명 흑인(‘후추’)이고 나머지 한 사람은 백인(‘소금’)이다. 처음부터 “완전히 다른 인종”과 방을 쓰게 되어 못마땅하던 두 사람은 이 보호소에서 고학년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등 좀처럼 친구를 사귀지 못하고 결국 서로 의지하는 사이가 된다. 한편 이 보호소의 주방에는 말을 못하는 나이 든 여성 ‘매기’가 있다. “피부가 연갈색”이고 “다리가 괄호 모양으로 휜” 매기 역시 고학년 아이들의 놀림감이다. 매기는 과연 후추일까 소금일까? 이니면 갈색설탕인가?(이건 내 표현) 이야기가 흐르면서 매기에 관한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는데 트와일라와 로버타는 저마다 그 기억을 안고 보호소를 떠나게 된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두 소녀는 어느 날, 고속도로변 식당에서 우연히 마주친다. 웨이트리스로 일하던 트와일라가 손님으로 온 로버타를 보게 된 것이다. 짙은 화장을 하고 두 남자와 함께 지미 헨드릭스를 만나러 간다는 로버타- 여기서도 또 한 번 독자는 후추와 소금 수수께끼에 도전하게 된다. 또 십여 년이 훌쩍 흘러 두 사람은 소도시 뉴버그의 고급 식료품점에서  마주친다. 평범하게 사는 트와일라와 달리 로버타는 부유한 남자와 결혼해 부를 누리고 있다. 그 옛날의 짙은 화장도 사라졌다. 때마침 인종 통합을 위한 아이들의 버스 통학제를 둘러싸고 도시는 둘로 갈라진다. 두 사람은 시위 현장에서 서로 반대편 팻말을 든 채 한 번 더 마주선다. 여기서도 독자는 탐정이 되어 소금&후추 알아맞히기에 몰두하게 된다. 로버타와 트와일라 둘 중 누가 후추이고 누가 소금일까?

나는 트와일라가 화자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트와일라가 흑인이라고 상상하면서 읽어 나갔다. 이 작품을 쓴 작가 토니 모리슨이 흑인, 그러니까 화자인 트와일라가 흑인아 아닐까... 관습적으로 나이브하게 생각한 것이다(대부분 우리는 유색인종이 쓴 인종에 관한 문학작품을 읽을 때 작가가 유색인이기에 화자 또는 주인공도 당연히 유색인일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 몹쓸 놈의 고정관념!) 게다가 트와일라는 엄마가 아이를 돌보기는커녕 “밤새 춤을 추기” 때문에 보호소에 보내졌다는데... 생각해 보자. 밤새 춤을 추는 여자는 흑인인가 백인인가? 몸이 아프기 쉬운 여자는 흑인인가 백인인가? 트와일라와 로버타 두 소녀 중 한 사람은 글을 전혀 쓰지 못하고 한 사람은 글을 읽고 쓰기는 할 줄 안다. 백인과 흑인 중 누가 글을 읽고 쓸 줄 아는가? 머리를 감지 않고 이상한 냄새가 나는 건? 풍성한 머리는? 짙은 화장은? 엉덩이가 볼록 튀어나와 못생긴 초록바지를 입는 건? 지미 핸드릭스를 좋아하는 건? 고속도로 식당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기 쉬운 건? 부유한 남자와 결혼할 가능성이 높은 건? 엄마가 성경책을 들고 다니고 큰 십자가 목걸이를 하는 건? 여성이면서도 키가 그 어떤 남자보다 큰 건? 평소에 저녁으로 팝콘과 초콜릿 음료 한 캔 정도를 주는 엄마는? 그에 비해 닭다리, 햄 샌드위치 오렌지, 초콜릿을 입힌 통밀 크래커, 보온병에 든 우유를 점심으로 주는 엄마는? 등등등 이 짧은 페이지 안에서 독자는 여러 번 후추와 소금에 빠져들면서 자신의 인종적 편견과 고정관념을 맞닥뜨리게 된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마주하면서 “내 안의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를 발견하게 된다. 작품을 읽어나가다 보면 아주 결정적인 문장도 등장한다. “그들에겐 모든 게 너무 쉽다”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그것 봐! 얘가 후추잖아! 하게 되지만 생각해보자. 저 말은 역차별 운운하면서 소금이 할 수도 있는 말 아닌가? 행간 아래와 사이에 숨겨진 ‘보이지 않는 잉크’를 찾아내는 그 재미에 한번 빠져보시라....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망고 2026-10-21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금과 후추는 끝까지 안밝혀 지나요? 끝까지 독자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확인하게 하고 정답을 안 주나요? 정답을 알고싶다!🤣

잠자냥 2026-10-21 16:09   좋아요 0 | URL
정답을 알려주는지 아닌지 안 알려줌! 😝

망고 2026-10-21 16:20   좋아요 0 | URL
궁금해서 읽고 싶지만 읽기 싫으니까 정답만 어케 캐볼까 했는데 😤

잠자냥 2026-10-22 10:00   좋아요 0 | URL
짧은데.....

독서괭 2026-10-21 2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런 내용이군요. 추리하는 맛 재밌겠다!! 저도 문득문득 편견과 마주할 때가 있어요. 여자의사가 그렇게 많은데도 여전히 남자와 여자가 있으면 남자가 의사라고 생각하게 된다거나.. 쉽게 깨지지 않아 편견이겠죠 ㅠ 그래도 아 내가 편견을 갖고 있구나 하고 깨닫고 반성할 수 있다는 건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잠자냥 2026-10-22 09:59   좋아요 1 | URL
짧으니까.... 거기서 원서로 추리 도전! 홈스 괭 ㅋㅋ
그러게나 말입니다. 여자 의사가 그렇게 많은데도... 나원참. 편견과 고정관념이 이렇게 무서워요! 그래도 편견 있다는 것을 깨닫고 반성하는 괭은 훌륭한 괭. ㅋㅋㅋㅋㅋㅋ
 
레시타티프
토니 모리슨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으아! 너무 좋아. 진짜 짧은데 진짜 묵직하다. 영리하고 통쾌하다.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믿는 대로 보이는 세상. 내 머릿속 편견을 쾅쾅 두들겨 깨뜨리는 토니 모리슨. 누가 후추이고 누가 소금일까요?!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시 쾅! 우지끈 편견은 우르르 무너진다. 소금/후추 난 도무지 아리송하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잠자냥 2026-10-19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해설이 절반이네요…😹
 
구르브 연락 없다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0
에두아르도 멘도사 지음, 정창 옮김 / 민음사 / 201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구르브, 연락해라. 바람돌이 님에게, 네 번 빵 터졌다고(특히 83쪽, 100쪽, 108쪽-내가 가진 판본은 2013년 1판 3쇄본이다). 그리고 여러 번 피식피식했다고. 끝으로 구르브, 지금 당장 추로 1.3킬로그램만 사다줘라!!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26-10-17 1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졌소. 4번이라니.... 잠자냥님이 나보다 더 사랑이 많았구려. ㅎㅎ
전 마지막에 구르브한테 물개박수 쳤는데 그러진 않으셨나요? ㅋㅋ구르브라면 시니컬하게 추로 휙 던져줄거 같은데... ㅎㅎ

잠자냥 2026-10-17 21:20   좋아요 0 | URL
뭐 그래도 저는 바람돌이 님처럼 5별은 아니니까 바람돌이 님이 더 좋아하시는 겁니다! 전 추로 같은 거 안 좋아하는데도 이 작품 읽으니까 먹고 싶어지더라고요?! ㅋㅋㅋㅋ 구르브, 난 니가 그럴 줄 몰랐다. ㅋㅋㅋㅋ
 

인간 세계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동창회이다. 사전을 찾아보니 ‘같은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 친목을 도모하고 모교와의 연락을 하기 위하여 조직한 모임’이라고 한다. 동창의 뜻은 ‘같은 학교에서 공부를 한 사이’ 또는 ‘같은 학교를 같은 해에 나온 사람’이라고 한다. 같은 학교를 나왔다는 이유만으로도 인간은 가까워질 수 있는 존재인가? 같은 학교를 다닌 사이라서 수 년 수십 년이 흘러도 다시 만나면 즐거운 걸까? 즐겁다고? 왜 만나지...? 좀처럼 이해할 수 없다. 

엄마는 종종 동창회를 가던데 한번은 내가 너무 궁금해서 물었다. “엄마, 거기 가면 재밌어? 무슨 이야기해?” 엄마는 반갑고 즐겁다는데 나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주로 자기들 사는 자랑, 자식 자랑 그런 것들이나 하겠지. 울 언니도 종종 동창회를 가던데 그러고 나면 (무려 가족 단톡방에!) 중개를 한다. 그때 걔가 어떻고 저렇고…. 어릴 때부터 미주알고주알 말이 많던 이 인간은 여전하군. 동창생끼리 다시 만나 불륜을 벌이는 일도 종종 있는 모양이다. 그 시절 알고 지내던 사람이 새로운 존재로 다가오는 게 가능하다고? 이조차도 이해할 수가 없다. 인간은 정말 정에 굶주린 존재인가, 타인이 없으면 혼자서는 살아가기 어려운 존재인가.... 한국인들은 왜 이렇게 인간관계에 목숨을 거는 것일까. 그것 참 이해하기 어렵구나.......

이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집사2는 “너는 한 번도 사람한테 결핍을 느껴본 적이 없어서 그래”라고 말한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보다는 대부분의 인간들이 하는 소리가 따분하다. 재미가 없다. 그래서 굳이 사람을 만나면서 느끼는 즐거움이 크지 않은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그랬다. 친구가 생겨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친구라서 재미가 없는 걸까? 재미가 없기 때문에 친구가 된 걸까? 지금까지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연인이자 친구였고, 대부분은 그 한 사람하고만 관계를 맺고 살아왔기 때문에 ‘친구’라는 존재가 별도로 꼭 필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그나마 있던 친구마저 다 정리했다. 나는 이제 정말로, 진심으로 친구가 없다(이렇게 말하면 다락방이 섭섭해 할 것도 같은데, 여기서 말하는 친구란 오프라인에서 오래 죽 알고 지내온 이들을 말한다). 그들과 점점 거리를 두다가 다 끊어버렸다. 그들 대부분은 그렇게 된 이유를 알지 못할 텐데, 인간이 엮이며 만든 관계에서 빚어지는 이런저런 일들-감정소모들이 피곤하다. 서른 이후 친구라고 만났던 존재들은 대부분 전 애인인 X의 친구들이었는데 X와 헤어진 이후로도 이 친구들과 내내 가깝게 지낸다는 게 굉장히 피곤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치 않아도 X의 소식이 들려온다거나 또 때로는 나와 집사2의 소식이 그쪽에 전해질 수도 있다는 것들… 참 싫다. 마침내 드디어 끊어버린 것이다. 십여 년 전에 했어야 할 일을 이제야 하다니..... 후련하다.  

친구가 없다는 것, 인간관계가 협소하다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이 사회는 친구가 없으면 어딘가 결함이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설령 내가 성격파탄자라서 곁에 사람이 없다고 쳐도 뭐 그러려니 하면 되는 거 아닌가. 뭘 그렇게 남들이 어떻게 볼지 신경 쓰는 걸까. 만나서 즐겁지 않은 사람들과 헛된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더 한심한 일 아닌가. 그 시간에 홀로 충실하게 시간을 보낸다면 할 수 있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외롭지 않으냐고 물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인간이 무리에 속해 있으면 외롭지 않은가? 오히려 소통이 잘 안 되는 무리에 속해 있을 때 더 고독해지지 않는가? 게다가 인간은 본디 태어나길 고독하게 태어나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나 아닌 타자가 그 외로움을 덜어줄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환상이다. 

관혼상제 같은 때 사람이 많기를 바라는 심리에서 인간관계를 놓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인간은 자신이 죽을 때 혼자 죽을까 봐 두려워하는 것도 같다. 한데 죽을 땐 원래 혼자 아닌가. 장례 때 찾아오는 사람들 숫자로 한 사람의 인생을 평가하는 것도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고독하게 장례를 치르면 그는 인생을 잘못 산 것인가? 글쎄 그건 아닐 것 같은데. 


“이제는 어릴 때로 돌아갈 수 없으니까 꽃놀이처럼 한순간 터지고 마는 기쁨이나 슬픔보다, 오래오래 인생과 함께 살아가는 편이 재미있어.” (사노 요코, <친구는 쓸모없다>)


















갑자기 웬 친구 이야기인가 싶은데 최근 연달아 읽은 책 두 권이 공교롭게도 인간관계를 다루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사노 요코의 <친구는 쓸모없다>는 사실 <친구는 필요 없다>로 오해해서 읽었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쓸모없음의 한때를 함께 보내는 친구라는 존재에 관한 이야기여서 좀 실망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뭐 그럭저럭 재미나게 읽었다. 친구를 끊임없이 사귀고 있는 요코에 비해 같이 이야기를 나눈 슌타로는 친구 없이도 잘 살 수 있다주의자라서 그쪽에 나는 더 공감하면서 읽었다. 사노 요코와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는 부부로 살다 이혼한 사이인데 그 후로도 예술적 동반자로 담담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이 책은 슌타로가 요코의 남편이 되기 전, 친구 사이로 나눈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친구 없이 잘만 살아왔다는 슌타로도 요코를 연인이자 아내이자 친구로 삼았던 셈인가 싶기도.

<더 컴업펀스>는 동창회를 그린다. 고교 졸업 후 20년 만에 만나는 다섯 사람. 이제는 마흔을 넘긴 그들이 학창 시절을 추억하며 재회한다. 동창회에 가기 전, 가깝게 지내던 다섯 명이 먼저 만나는데,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도 있지만 이런저런 병에 시달리며 은둔하는 친구도 있고, 결혼 후 자녀를 키우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도 있다. 그 다섯 명 중에는 한때 연인으로 지낸 이들도 있다. 정글 주스(Jungle Juice)를 마시고 대마초를 나눠 피우며 이런저런 대화가 오가면서 즐겁던 분위기는 차츰 균열이 생기면서 조롱과 비방 폭로 험담이 이어지고 갈등은 고조에 이르는데…. 상대의 불행을 확인하고 나의 우월함을 확인하고 과시하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등 인간의 저열하지만 솔직한 감정의 민낯이 거침없이 까발려진다. 그런 중에도 컬럼바인, 9.11, 전쟁, 트럼프, 코로나,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 등등 미국 현대사를 간간이 훑는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백미는 ‘죽음’이 화자로 등장해 이 모임에 참여한다는 점이다. ‘죽음’은 다섯 사람의 인생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왜 아니겠는가, 누구나 한번쯤은 죽음을 생각하거나 죽음의 문턱에 다가가기도 한다. 그런데 오늘, 이 동창들의 모임에서 누가 죽나? 죽음이 왜 참여한 것일까?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2막에 이르러 그 죽음의 그림자가 누군가에게 드리워질지 알게 되는 장면에서는 울컥하게 된다. 하필이면 그 주인공이 연인과 함께 새로운 삶을 살다가 그 연인이 떠남으로써 죽음의 그림자를 마주하게 된다는 점에서......... 그의 쓸쓸한 생이 눈에 그려지는 듯해 울컥하게 된다.

집사2는 종종 내게 먼저 죽으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한다. 나도 내가 먼저 죽고 난 후 혼자 남을 집사2를 생각하면 안쓰럽고 안타깝고 걱정스럽다. 내가 먼저 죽으면 다른 사람 만날 거라고 협박을 하기도 한다. 나는 심드렁하게 그러라고 하는데.... 그럼 또 섭섭해 한다. 아니 내가 다른 사람 만나도 아무렇지 않다는 거야??? 그게 아니라 나도 없는데 너 혼자 있는 건 바라지 않는다니까. 반면 집사2는 자기가 먼저 죽으면 나는 혼자서도 잘만 살 거 같단다. 다른 사람 만나서 잘만 살 거 같다나......... (아니 그 나이에...???) 아무튼 나는 또 심드렁하게 “응” 한다. 사실 나는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다. 혼자 남았다고 외로움과 고독에 몸부림치면서 곳통받을 거 같지는 않다. 그래서 집사2는 내가 자기보다는 하루 뒤라도 좋으니 꼭 나중에 죽어야 한다고 당부&협박한다......... 그러다가도 정말 섭섭하다, 나 없이도 잘 지낸다니!!?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는데. 그럴 때 나는 말한다. 인간은 혼자서도 잘 지내는 사람을 사귀어야 한다고. 너 없으면 나 죽어! 나도 따라 죽을 거야! 하는 인간들이 스토커가 되는 거라고. 하긴 그건 그래... 또 끄덕끄덕하는 집사2...ㅋㅋㅋㅋㅋ 아무튼 집사2가 나보다 나중에 죽어서 이 막막한 세상에 혼자 남는 걸 (저세상에서) 볼 자신은 없어서 나는 얘보다는 오래 살아야 할 의무가 있다........ 술 줄여야 하는데......




지난주에 나 혼자 <사탄탱고> 보러 갔을 때 집에 홀로 남아 있던 집사2. 인터미션 때마다 집사2 메시지를 확인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고새 이런 메시지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고 싶다는 거야? 벗고 싶다는 거야? 둘 다인가? (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4년을 만나도 이런 인간이 있어서 내가 인간관계에서 결핍을 느끼지 못하는가 봅니다.....





그리고 얼마 전 다락방의 플러팅 현장. 사실 이날(10월 7일)은 내가 지난주 연휴의 첫날이었던 터라 아침에 북플 확인 후 핸드폰을 거의 보지 않고 있었다. 그런 중에 이런 댓글이 다다다다다...... 나중에 확인하고는 이건 다락방이 만나자는 소리 같은데.... 싶었지만 모른척....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내가 요즘 사람 만나고 싶은 생각이 없었거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했는데 보다 못한 망고가 저런 댓글을 남기고 나는 역시 모호한 웃음으로 마무리....


근데 보다 못한 폴스타프 님이 수육은 됐고 애호박찌개나 먹으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래서 빵 터졌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이 인간....... 포기하지 않는 이 인간, 다락방은 수육을 팽개치고는 빨랑 만나서 책 이야기하자면서 잠자냥에게 플러팅.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은 김승섭 교수의 책과 관련한 그 이야기가 무엇인지 너무나 궁금하여 곧 만나기로 했다고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육보다는 책. 아니 사실 두 번이나 외면하기는 뭐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불요불굴의 다락방이라는 친구가 있어서 내가 인간관계에서 결핍을 느끼지 못하는가 봅니다222222222.......



댓글(27)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26-10-16 15: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동창회... ㅋㅋ 저 초등학교 동창회 연락받고 어릴 때 친구들 보고싶은 애들이 있어서 딱 한 번 가봤습니다. 적응하기 너무 힘들었고, 그 이후 무수히 오는 전화를 다 씹었더니 이제 아무도 연락하지 않습니다. ㅎㅎ
요 며칠 저는 인간 관계에서 고민을 좀 하게 되는 일들이 있었습니다. 사실 참 답은 없는데... 고민만 되고, 행동도 필요한가 뭐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네요. 어쨌든 책을 빙자한 수육 먹기 - 애정행각 많이 하시고 즐겁게 노셔요들.... 친구가 딱히 필요없는 사람은 1년에 한번쯤 만나면 됩니다. 또 그 시간이 힘이 되느걸요. ㅎㅎ

잠자냥 2026-10-16 16:01   좋아요 1 | URL
초딩 동창은 못 알아볼 거도 같은데... ㅎㅎㅎ

책을 빙자한 수육 먹기! ㅋㅋㅋㅋㅋㅋ 수육 안 먹을 거예요! (진짜? ㅋㅋㅋㅋ)
아마도 계절이 계절인지라... 순댓국에 소주 아닐까 싶습니다만...근데 다락방이 수육 시킬 거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고 2026-10-16 17: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휴 세상에 수육으로 플러팅하는 사람이 어딨어요. 잠자냥님 정도 낚으려면 애초에 교양있게 책 플러팅을 했어야죠ㅋㅋㅋㅋㅋㅋㅋㅋ암튼 사랑했던 기억만 안고 사는 다락방님이 아니라서 일단 다행이고요 두분 예쁜 사랑하세요

잠자냥 2026-10-16 17:31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수육 플러팅이라니까 막 수육 휘감고 클럽에서 흐느적흐느적 춤 추면서 다기오는 장면 상상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

잠자냥 2026-10-16 17:32   좋아요 1 | URL
예쁘게 소주잔을 기울여보겠습니다….

coolcat329 2026-10-16 17: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단 애호박 찌개에서 저도 뿜었습니다 ㅋㅋㅋㅋㅋ 술 좋아하시는 분들의 소울푸드 중 하나가 또 돼지고기새우젓 애호박고추장 찌개죠. ㅋㅋ

​저도 참 예전엔 인간관계에 연연했던 것 같아요. 생일 파티를 세네 번하고 늘 누군가 만나고 혼자서 차분히 사색이란 걸 해본 적이 없어요. 근데 제가 원래 그런 체질이 아닌데 인간을 쫓고 살았으니 참 힘들었겠다 싶어요. 그때는 힘든줄도 모르고 아무 생각이 없었네요.
​근데 이제는 생일날 아무도 안 만나고 혼자 조용히 보냅니다. 친구는 일 년에 딱 여섯 번 홀수 달에만 만나요. ㅎㅎ
잠자냥님 말대로 사람 만난다고 안 외로운 게 아니더라구요. 어쩔땐 더 외롭고 상처도 받아요.

근데 수육보쌈...창덕궁 근처에 잘하는 집 있는데요...

잠자냥 2026-10-16 17:47   좋아요 1 | URL
고추장애호박찌개가 그런 거군요?!?! 저도 한 술꾼인데 여태 못 먹어봤어요. 오잉…. 와 지금의 쿨캣 님 보면 생일 파티 서너 번 상상이 안 되는데요?! ㅎㅎ 하긴 소싯적 저도 그랬던 거 보면… 인간에겐 또 그런 시기도 있는가 봅니다. 홀수 달에만 만나는 것도 좋은 방법 같아요! (아니 제 기준엔 너무 자주다 ㅋㅋㅋㅋㅋㅋ) 오잉 창덕궁 근처 어딘가요?! 저희가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서 만나기로 하긴 했거든요?! 🤩

2026-10-16 18: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26-10-16 18:26   좋아요 1 | URL
헐…. 각 소주 2병 순삭각이네요! ㅋㅋㅋㅋㅋ 토욜에 넘 일찍 끝나고 브레이크 타임이 약간 걸리는데…. 다락방하고든 집사2 하고든 꼭 가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건수하 2026-10-17 11:32   좋아요 1 | URL
오 궁금…. 나중에 만나시면 사진 좀 올려주세요!

꼬마요정 2026-10-16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게 인간관계란 그저 흐르는대로 두는 거랍니다. 굳이 먼저 연락하지 않지만 연락이 오면 살갑게 인사하거든요. 진짜 몇 년에 한 번 정도 친구들 보네요. 가끔 저한테 꾸준히 연락 해주는 친구가 고맙기도 합니다. 그들도 무척 바빠서 아주 가끔 보는데 그게 참 반가웠어요. ㅎㅎㅎ 고추장애호박찌개 맛있겠습니다. 날이 추워지니 뜨끈뜨끈한 것들이 좋네요. 그 와중에 제가 즐겨 가던 돼지국밥집이 고깃집으로 업종을 변경해서 슬픕니다ㅜㅜ

꼬마요정 2026-10-16 23:53   좋아요 1 | URL
아, 집사2 님과 하는 대화 저랑 남편인줄요 ㅋㅋㅋ

잠자냥 2026-10-17 21:23   좋아요 1 | URL
인간관계, 흐르는 대로 두는 것도 현명한 방법 같습니다. 그나저나 좋아하는 음식점 사라지면 정말 아쉽고 섭섭하고 그런데…. 저런저런 훌쩍….

건수하 2026-10-17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침체기인데… 그러다보니 새롭게 인간관계를 시작하는 게 부담이 되더라고요. 쓸모없어야 부담이 있는데 쓸모가 있어서 그런가…? 하지만 끊는거 너무 힘들어요. 어쨌든 다락방님과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래요!

잠자냥 2026-10-17 21:26   좋아요 1 | URL
건수하 님은 건조하게 잘 끊으실 거 같은데…. 주변 사람들에게 수하 님이 쓸모가 너무 많은 거 아닙니까?! ㅎㅎㅎ 침체기… 날씨가 쓸쓸하기도 하고… 또 수하 님은 그럴 만한 일도 있으셨으니까 더 그렇지 않을까요…? 기운 내세요…!

건수하 2026-10-17 21:41   좋아요 0 | URL
제가 거절을 잘 못하는 편입니다 ㅋㅋ 제가 쓸모있어서는 아니고 목적이 있는 모임의 인간관계가 약간 부담이 되었어요. 이제 새로운 인간관계를 시작하기가 주저되는 나이가 됐나봐요.

독서괭 2026-10-18 1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귀여운 집사2님🤣🤣🤣🤣🤣 어쩌다 시크냥이를 만나서.. 맘고생을 ㅋㅋㅋ 잠자냥님은 친구를 못사귄게 아니라 스스로 안 사귀고 끊어내서 아쉬움이 없는 .. 진짜 고양이 아닙니까 정체가?? 첫문장 “인간 세계에서..” 이것도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주인공 같음요 🤣🤣🤣 한국 돌아가면 꼭 만나서 정체를 확인해야… / 저는 제가 I라고 믿고 살아왔는데 여기 와서 굉장히 E처럼 살고 있어요. 내일도 6-7명 정도의 다국적 엄마&아이 모임이 예정되어 있습니다ㅋㅋ 하지만 동창회는 안 나갑니다.. 굳이 안 궁금해서 ㅋㅋ

잠자냥 2026-10-19 10:41   좋아요 1 | URL
ㅋㅋ 그러게요, 집사2는 나 안 만나고 다른 사람 만났으면 편하게 잘 살고 있을 텐데! 맘고생까지! ㅎㅎㅎ 테니스를 치지 말았어야....? ㅋㅋㅋㅋ
괭 님이 저를 만나서 제 정체를 확인할 날이 과연 있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 ;p
괭 님!! 다국적 엄마&아이 모임이라니!! MBTI 검사 다시해보세요. I일 리가 없어......

독서괭 2026-10-20 06:54   좋아요 1 | URL
생각해보니 저는 제가 아는 사람들끼리 서로 소개시켜 알게 하는 걸 좀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사람 저사람 모임에 초대하는 것도 그렇고요. 근데 I들은 그런 거 싫어한다면서요? ㅋㅋㅋㅋ 아 진짜 난 이제 더이상 I가 아닌가봐여🤣🤣🤣

잠자냥 2026-10-20 08:44   좋아요 1 | URL
🙆🏻‍♀️그런 짓을……🙄 뚜쟁이 괭 ㅋㅋㅋㅋ

케이 2026-10-19 1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희 엄마 장례를 기점으로 모든 인간관계를 정리했습니다.
첫 직장에서 둘이 너무 고생해서 서로 애틋했던(?) 후배 한 명한테만 매년 핸드폰으로 선물을 보내는 정도예요. 결혼 이후 오프라인에서 만난 친구도 위에 말한 후배 딱 한 번이었으니까요.
저는 좀 후천적으로 사람과 멀어지게 된 사례인데, 초중고 모두 중간에 한 번씩 전학이 있었거든요. 아 초등학교는 두 번 있었네요. 그래서인지 저한테는 동창회 연락도 안옵니다. 물론 연락이 왔어도 안갔겠지만.
다행히도 남편도 저랑 성격이 비슷해서 저희 둘은 이제 연인의 관계보단 동지이자 친구의 관계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뭐 서로 만족한다면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근데 좀 신기한 것이 저는 사람들과 모여 있을 땐 누구보다 말을 잘하고 활달하고 농담도 잘한답니다. ㅋㅋㅋㅋ
이건 뭐일까요? 저를 잘 모르는 사람은 제가 이토록 인간과의 관계를 경멸하는지 전혀 몰라요.
그런데 서로 연락을 하고 지내는 것은 싫고요. 모임 후에 같은 방향 사람이랑 같이 귀가를 하는 상황은 너무 싫고요. ㅋㅋㅋㅋ
회사에서도 비록 밥은 무조건 혼자서 먹지만 또 잘 지내는 편이에요.
앞으로도 저는 인간들과 이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요즘 저의 친구는 아마도 쌍둥이 딸 들인 것 같네요. 이제 얘기도 꽤 잘 통해서요 ㅋㅋㅋ
하지만 커서도 너무 딸들에게 의지하면 안 되겠지요? 저희 엄마가 너무 저한테 의지하셔서 좀 힘들었거든요.
하여튼 결론은 저도 동의합니다. 친구 그까짓 것 별로 필요 없다!!

잠자냥 2026-10-19 11:45   좋아요 1 | URL
케이 님 저랑 참 비슷한 거 같아요! ㅋㅋㅋ 그래서 케이 님이 제 글을 계속 읽으시는가...?
저도 첫 직장에서 입사 동기였던 친구하고는 오래 연락했는데 (오래 만나기도 했고요) 그 친구가 두 아이 엄마가 된 이후로는 아무래도 연락이 뜸해지면서 멀어진 거 같습니다.

저랑 집사2도 성격이 비슷해서 둘이서만 노는 걸 제일 좋아하기도 하고요(밖에서 인간 만나고 오면 몹시 피곤해하는 점도 비슷해요).

저도! ㅋㅋㅋㅋㅋㅋ 사람들하고 모여 있을 때 말을 많이 하는 건 아니지만 농담을 잘해서 다들 빵빵 터지게 하는 데 좀 재주가 있습니다...(이건 어릴 때부터 그랬어요. 아놔 내 성격도 진짜 웃기네 ㅋㅋㅋㅋㅋ) 그리고 어디서든 사람들하고도 잘 지내서 다들 제가 이렇게 인간 혐오자인 줄 몰라요. 회사에서도 회식할 땐 누구보다 농담으로 사람들 편하게 만들고 ㅋㅋㅋㅋㅋㅋ(아 나 진짜 웃긴다 ㅋㅋㅋ) 같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 되도록 피하기는 하는데 같이 가게 되면 또 말은 잘해요. 저도 밥은 혼자 먹지만 다 같이 먹는 경우 생기면 그냥 또 잘 맞춰주고....ㅋㅋㅋ 이런 성격에 학생 때는 학생회장 같은 거 한 거 보면 진짜 웃긴다니까요. 아무튼 그래서 사람들은 제가 성격이 좋은 줄 대단히 오해&착각하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집사2도 저를 신기하게 생각하는 게 그렇게 사람 싫어하면서 막상 대인관계는 자기보다 잘한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

며칠 전에 집에 수리할 게 있어서 수리하는 분이 왔는데 이 사람이 약속 시간을 잘 안 지켜서 제가 좀 화가 났었거든요? 근데 막상 이분이 집수리하는 동안 막 농담 주고받으면서(이분도 고양이 키운다고 하셔서 갑자기 급 친해짐) 하하호호하니까 내내 방에 있던 집사2가 나중에 나와서 넌 참 신기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아무튼 그래서!!! 원래 고치기로 한 거 외에도 공짜로 이것저것 다 수리해주고 가셨다능 ㅋㅋㅋㅋㅋㅋㅋㅋ

요즘 저의 친구는 아마도 고양이들인 것 같네요. 이제 얘기도 꽤 잘 통해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케이 2026-10-19 11:53   좋아요 0 | URL
저도 겉으로만 봐선 사교성 Max 입니다. ㅋㅋㅋㅋㅋ 회식 가는 거 죽기보다 싫어하는데 일단 참석하면 사람들이 저를 너무 좋아함. -_-;;;;;;;;;;;;;;;;;;;;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인지 아직도 몰라요 ㅋㅋㅋㅋㅋㅋ
저 역시도 A/S 기사한테도 얼마나 살가운지 모릅니다. 저와 비슷하기에 잠자냥님이 어떤 분인지 알 것 같은 이 기분 ㅋㅋㅋ
그냥 저는 사람사이에 필요치 않은 갈등과 긴장감을 초래하는 게 너무 싫어서 그런 것 같긴 해요.
제가 결혼 준비 때문에 시어머니와 시어머니의 여동생 두분이랑 무려 하루종일 종로 한복집을 돌아다니고선 돌아와선 엄마한테 엄마 이모님들이 내 성격 너무 수더분하고 좋대. 그랬더니 엄마왈. 그 사람들 참 뭘 모른다며 ㅋㅋㅋ
그리고 저는 언제나 잠자냥님의 글을 사랑하고 좋아합니다. 맛점하셔요~~~

잠자냥 2026-10-19 12:04   좋아요 1 | URL
저희 집 가족들도 제가 밖에서 성격 좋다는 소리 듣는다고 하면.... “엥?!!!” 어리둥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심지어 저희 엄마는 저 중고등학교 때 교우관계 조사 같은 거 하면 반 애들이 친해지고 싶은 친구에 제 이름 제일 많이 썼다는 거 아직도 못 믿으십니다(담임들한테 이런 말 듣고 와서도 도통 믿지 못하시더라고요. “니가 웃긴다고 하던데...??? 담임이 다른 애랑 헷갈린 거 아니냐?”고 나원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A/S 기사처럼 나와 아무 상관없는-감정적으로든 뭐로든 엮일 일 없는- 사람들에게는 무한 친근&친절할 수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케이 님도 점심 맛있게 드세요. 혼자~ ㅋㅋㅋㅋ

다락방 2026-10-20 09: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게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 플러팅이 이렇게 공개되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나 성공한 플러팅이닷!!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수육 플러팅 너무 좋지 않나요? 나는 수육 플러팅에 넘어가는 사람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동창회 안나가고 ㅋㅋ 동창회 나갈 생각 1도 없고, 동창회 왜 나가는지 이해도 안되는 1인입니다. 만나고 싶은 사람도 없고 궁금한 사람도 없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오래전에 한창 스카이러브 생겼을 때, 그걸로 인해 초등 동창회가 열렸었고요(전 안감) 거기 나갔던 6학년때 같은반 여자아이 남자아이가 결혼했다고 하더라고요? 알고보니 그 남자아이가 초등때부터 그 여자아이를 좋아했었대요! 그래서 동창회 생겼을 때 바로 이거다! 하고 참석하고 그 여자아이 만나서 결혼했다고 합니다. 그게 너무 오래전이라, 지금은 잘 사는지.. 그 여자아이는 중학교도 저랑 같이 가서 저에게 <여명의 눈동자> 책 빌려줬었는데, 제가 7권까지 밖에 못읽었는데... 전학가버렸어요.. 하아.....

애니웨이.

저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사람을 만나려고 하는것-그게 동창회든 원나잇이든 뭐든-은 외로움을 받아들이지 못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외로운 존재인 건 팩트이고 누구나 마찬가지인데, 그것을 알고, 받아들이고, 함께 가는 사람은 굳이 관계에 매달리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외로움이 견뎌지지 않는 사람, 그 외로움을 ‘극복해야 할 무엇‘으로 보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끊임없이 찾고 헤매는것 같습니다. 그러나 본디 외로움이란, 누군가가 없애줄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누가 옆에 있어도 외롭기 때문에, 그래서 자꾸 실패하고 또다른 만남을 갖고... 그런다고 생각합니다. 받아들이면 애초에 해결 방법부터 달라지는데 말입니다. 하여간, 인간은 외로운 존재고, 저는 언제나 혼자라고 생각합니다. 이 하늘 아래, 나같은 사람은 나밖에 없다..... 전 가끔 저랑 똑같은 성격의 사람을 만나 친구가 된다면 어떨까?를 생각해보는데, 싫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냥 저는 저 혼자가 좋은것 같습니다. 나같은 사람도 싫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6-10-20 10:03   좋아요 0 | URL
기다렸다...락방! ㅋㅋㅋㅋ 근데 지난 주말에 혼자 수육이랑 애호박찌개 다 먹은 다락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거 보고도 진짜 빵 터졌어요.

스카이러브?!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아이러브스쿨인가 그거 생겼을 때도 거기서 다시 만나서 연애하거나 결혼한 초딩 동창들 많은 거 같더라고요. ㅋㅋㅋ 그나저나 다락방 님 <여명의 눈동자> 책으로도 읽었군요? 아... 그 드라마 정말 명작이었다.....

다락방 님 말씀처럼 외로움은 극복 가능한 무엇이 아니고 그냥 받아들이고 안고 사는 그 무엇입니다... 다락방 옆에 다락방 ㅋㅋㅋㅋㅋㅋㅋㅋ (제 꿈을 기준으로 상상해 보니 진짜 어지럽다ㅋㅋㅋㅋ)

다락방 2026-10-20 10:17   좋아요 1 | URL
아아, 아이러브스쿨 이었다, 그거 맞아요! 제가 헷갈렸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실행으로 옮기는게 진짜 빨라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사람들이 생각하지 말라고 하는겁니다. 생각하는 순간 그것은 실행으로 옮겨져버린다. 나는 수육과 애호박찌개 다 먹었다! 애호박찌개 맛있어요. ㅋㅋ 너무 좋아요 ㅋㅋㅋ 저 싱가폴에 있을 때도 끓여 먹었었어요. ㅋㅋㅋㅋㅋ 먹는 것에 진심입니다!!

여명의 눈동자는 책으로 읽다 말았어요. 하.. 완독을 못했습니다. 그 친구가 전학가는 바람에.. 그거 되게 야했어요. 그리고 책에서는 하림(박상원)과 여옥(채시라)이가 성관계도 갖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엄청 하림이의 정신적 사랑이잖아요. 그런데 책에서는 일본인들이 강제로 눈앞에서 하게 하는 바람에... 충격적인 장면이었습니다. 나는 십대였는데.... 저는 드라마 보면서 하림 같은 사람 만나는게 좋을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하림은 또 자신만 바라보는 고현정에겐 딱히 사랑을 주지 못했죠.. 크- 소주 한 잔 각이다..
 
[전자책] 더 컴업펀스 - 외국 희곡선 003 ㅣ 외국 희곡선 3
브랜든 제이콥스-젠킨스 지음, 이은진 옮김 / 희곡탐미소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년 만에 만나는 친구들. 처음에는 반갑지만 점점 일어나는 균열들. 인간이 모였을 때의 속성과 인간의 ‘작아 보이기 싫은 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죽음’이 캐릭터로 등장하는데 그 시점에서 바라본 장면/대사들이 인상 깊다. 난장판 속에 마지막에 이르러 갑자기 울컥해서 깜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