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그냥 즐기지 못할까 - 성취 중독 사회, 이유 없이 즐거운 삶은 어떻게 가능한가 고쿠분 고이치로 철학 강의 시리즈
고쿠분 고이치로 지음, 박영대 옮김 / 유유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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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으로부터의 해방” 소비자가 아닌 낭비자가 되어 사물을 향유하고 즐기자! 칸트와 아렌트 철학을 중심으로 사유. 이 책을 읽음으로써 지금껏 이런저런 것들을 즐기며 살아온 내 인생, 낭비투성이는 아니었나 후회했던 것을 접기로 했다. <지루함과 한가함의 윤리학>과 같이 읽으면 더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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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6-06-10 09: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향유의 쾌는 덧없고 헛된 것입니다. 이 덧없는 향유의 쾌를 소중히 여기는 일은 수단화에 대한 저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렌트는 전체주의적 지배에서는 ‘체스를 위해 체스를 두는 일’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무슨 뜻이냐면, 그저 체스를 두는 경우에도 ‘전략적 사고를 익힌다’거나 ‘승부욕이 강해진다’와 같은 어떤 목적에 봉사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냥 체스를 즐기는 일은 전체주의에서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모든 구성원의 삶 전부가 전체의 목적에 봉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렌트는 목적 개념을 철저하게 비판합니다. 왜냐하면 목적이라는 것은 설정되는 순간,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어떤 수단이든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동적’이라고 불리는 향유의 쾌 속에 있을 때 우리는 내몰리지 않는다. 기호품을 즐기고 있을 때 우리는 조금도 무언가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그저 향유의 쾌 속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쾌적한 것을 즐길 때 우리는 목적-수단 연계에서 자유로워진다. 그래서 병적이지 않다. (...) 향유의 쾌를 받아들이는 법을 모르는 인간은 계속 병적인 존재로 남게 된다. 쾌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수단을 그저 목적 달성을 위해서만 계속 좇게 된다.
 
인간의 목소리 GD 시리즈
장 콕토 지음, 신유진 옮김, 손현선 일러스트, Nyhavn 그래픽 / 알마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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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처절하고 슬픈 “끊지 마 여보세요 사랑해.” 한 명의 인물과 하나의 방으로 이루어진 장 콕토의 실험극. 사랑의 붕괴와 더 이상의 소통 불가를 표현한 붉은 글씨가 피의 절규로 들린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에 빠진 초라한 피해자’로는 (젊은 시절) 이자벨 위페르를 떠올리며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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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6-06-09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풀랑이든가... 오페라 음반으로 가지고 있는데 책이 나왔군요!
얼른 읽어봐야겠습니다. 매번 고마운 자냥님. ㅎㅎ

잠자냥 2026-06-09 10:50   좋아요 0 | URL
이거 오페라로 있다고 해서 들어보고 싶더라고요. (전 오페라 안 좋아하는데... 이 작품은 매우 잘 어울릴 거 같아요.)

다만 이 책 ㅋㅋㅋ 가격에 비해 편집 분량 보시면 폴스타프 님은 분노하실 게 뻔하므로.. 도서관에 신청해서 읽으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케이 2026-06-12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에 빠진 초라한 피해자 를 이자벨 위페르를 떠올리며 읽으셨다는 건 혹시 피아니스트 속 이자벨 위페르 말씀하시는 건지요? 저는 그 영화 끝까지 못보고 탈주했답니다. ㅜㅜ 아 정말 내 인생 영화보면서 그렇게 스트레스 맥스 찍은 건 처음이었어요. 웬만하면 끝까지 보는 편인데.

잠자냥 2026-06-12 12:04   좋아요 1 | URL
ㅋㅋ <피아니스트>의 이자벨 위페르는 아니고요. (거기선 너무 광녀 같아서 ㅋㅋㅋㅋ) 프랑스 여배우 중에 그렇게까지 예쁘지도 않으면서 절절한 연기 가능한 배우 떠올리다 보니 30대쯤의 이자벨 위페르 생각이 나더라고요.
 
정의란 무엇인가 - 한국 200만 부 돌파, 37개국에서 출간된 세계적 베스트셀러
마이클 샌델 지음, 김명철 옮김, 김선욱 감수 / 와이즈베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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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재미있어서 깜놀. ‘정의’라는 참 진부한 단어로 여러 가지(자유, 평등, 분배, 권리, 의무, 도덕 등)를 생각해볼 수 있었다. 한국에선 그간 이토록 많이 읽혔는데(55쇄 판으로 읽음), 샌델이 생각하는 좋은 삶/공동선과는 거리가 먼 공정과 정의, 노오력과 능력주의만 득세한 현실은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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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6-06-07 2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격을 갖춘다는 것은 (때로는 서로 상충하는) 여러 부담을 받아들이며 산다는 뜻이다. p.348

다락방 2026-06-08 08: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엄청 재미있게 읽었어요. 이거 읽으면서 ‘아, 윤리 시간에 이렇게 가르쳤다면 나도 공부잘하는 학생이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라고 생각했었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되게 지루할 것 같은 제목인데(많은 사람들이 사두고 안읽은 책이라고 ㅋㅋ) 의외로 깨알재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6-06-08 12:22   좋아요 0 | URL
저도 제목이 너무 진부하기도 하고...(<죽음이란 무엇인가>하고 비슷한 책인 줄 알았어요. 이 책은 읽다 말았음) 한국에서 베스트셀러면 일단 좀 의심의 눈초리로 지켜보는 입장이라 이제야 읽었습니다. ㅋㅋㅋㅋㅋ

시작 부분에 철도에서 몇 사람을 살리느냐 뭐 그런 문제부터 시작해서 나라면 어떻게 할까? 이런 생각을 해보게 하는 예시를 많이 들고 있어서 더 생각해보며 빠져들었던 거 같아요. 다락방 님 말씀대로 윤리/철학 시간에 이렇게 가르쳤다면 정말 재미났을 거 같습니다. 하버드 명강의라고 할 만함.

 
바라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96
세사르 아이라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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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돈, 위조지폐, 박제, 영수증과 편지, 친자와 양자, 골프채와 지팡이, 쓰이지 않은 원고와 책, 현실과 허구… A-A’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순환하며 빚어내는 독창적이고 환상적인 이야기. 단 110쪽으로 완전히 내마음을 사로잡음. 민음사는 아이라를 더 내놓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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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6-06-06 17: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라고 부르짖는 잠자냥님의 절규를 참고하라는 말씀 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6-06-06 17:37   좋아요 2 | URL
참고하라! 🤣

케이 2026-06-12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이 책 단 110쪽이라고 하시니 들고다니기 가볍고 딱 좋을 거 같아서 끌리네요!

잠자냥 2026-06-12 12:08   좋아요 1 | URL
잠깐 기다려 봐요! ㅋㅋ 이 책 말고 180쪽쯤 되는 민음사세계문학 더 샀는데 <올빼미의 낮>이라고 이것도 읽고 조만간 100자평 올릴게요. 둘 중 하나 일단 더 마음에 드시는 것으로..
 
데미지
조세핀 하트 지음, 공경희 옮김 / 녹색광선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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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이해(理解)를 불허한다 
이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마음의 파동, 이런 것을 당사자가 아닌 이상 어떻게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때문에 사랑하는 두 사람이 아닌 타자의 이해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어떻게 그런 사람을 사랑할 수 있어? 어떻게 그런 관계에서 사랑이 싹틀 수 있어? 파국이 뻔한데 어떻게 거기서 벗어나지 못해?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어… 이런 말들은 그래서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 이해할 수 없는 관계에 놓인 당사자들은 타인의 이해를 구하지 않을뿐더러 도리어 타자들이 이해할 수 없음, 그 금기 또는 금지나 마찬가지인 상황, 상태, 관계에서 더욱 불꽃이 타오르기 마련이다. 금기가 열정을 불러온다. <데미지>의 ‘나’와 ‘안나’의 관계가 바로 그 이해할 수 없음의 사랑이다. 그러나 그들은 타인들의 이해를 바라지 않는다. 애초부터 그 따위 것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신경 쓸 겨를조차 없다.

타자들은 왜 그들을 이해할 수 없는가? ‘나’는 모든 것을 가진 남자이다. 어느덧 쉰이라는 나이에 이른 그는 인생의 정점에 있다. 의사가 되었고, 부유한 집안의 아름다운 아내를 만나 결혼했고, 잘생기고 똑똑한 아들, 예쁘고 똑똑한 딸은 번듯하게 성장했다, 그는 의사라는 신분, 아내 집안의 도움과 조력으로 정계에 입문, 어쩐지 욕심이 없는 듯한(정치에서 사적으로 바라는 게 없는 듯한) 무심한 태도로 사람들이 마음을 사로잡아 승승장구, 차기 영국 총리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성공가도를 달린다. 그는 그렇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안정적이고 안온한 날들을 보낸다. 그 여자 ‘안나 바턴’을 만나기 전까지는 모든 게 완벽했다. 아니, 실은 무언가 공허하고 때로는 헛헛하지만 완벽하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최면을 걸며 살아왔다. 

그런데 그 여자, ‘안나’가 나타난 것이다. 그냥 가벼운 바람인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하필이면 안나는 아들 ‘마틴’의 연인. 그것도 바람둥이이던 아들이 결혼을 꿈꿀 정도로 푹 빠진 연인이다. 어떻게 아들의 연인을 욕망할 수 있느냐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노라고, 그저 당신은 노망난 늙은이라고 정신 차리라고 질책하는 것은, 어떻게 그런 사랑이 가능하냐고,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단지 욕정이 아니냐고 되묻는 것은 그에게는 이미 소용없는 일이다. 들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들려도 외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젊고 잘생긴 데다가 심지어 자신보다 8살이나 어린 남자로부터 열렬한 사랑을 받는 여자가 연인의 아버지로부터 욕망이 들끓는 시선을, 추파를 받는다니, 너무나 고통스러울 것이다, 불쾌할 것이다, 오 불쌍한 안나, 가련한 안나...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신은 사랑을, 욕망을 알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랑의 일면만을 아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랑은 이기적이다
안나 또한 그에게, 그러니까 연인의 아버지인 그에게 반하기 때문이다. 아니, 이 표현은 틀렸다. 그를 알아보고, 그가 자신과 동류의 인간임을 알아보고 욕망을 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안나가 마틴을 사랑하지 않느냐 하면, 또 그렇지도 않다. 안나는 마틴은 마틴 대로, 연인의 아버지인 그는 그대로 욕망한다. 아니, 이 표현도 틀렸다. 그들이 자신을 욕망하도록, 갈망하도록 간절히 원하고 또 원하도록 내버려둔다. 쉽게 손에 잡히지 않음으로써 부추긴다. 이 여자는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일까? 팜파탈? 단순히 팜파탈이라고 하기엔 그녀의 내면이 복잡하다. 그래서 이 관계, 삼각관계라 부르기도 애매한 이 ‘이해하기’ 어려운 사랑의 조합은 그렇게 유지된다. 안나와 마틴은 표면적으로는 남부러울 것 없는 연인 사이로, 약혼하고 조만간 결혼할 사이로... 그리고 그 이면에서는 ‘나’와 안나가 은밀하게 내내 서로를 갈망하는 사이로. 물론 마틴은 꿈에도 알지 못한다. 아버지와 자신의 연인이 그렇게 서로의 몸을 탐하는 숨겨진 연인 사이라는 것을.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이 뻔뻔한 것들! 이기적인 것들! 마틴에게 상처 줄 것을 뻔히 알면서 예비 시아버지와 예비 며느리가 어떻게 그런 사이가 될 수 있지? 정말 이기적이다. 정말 추잡하다! 짐승만도 못한 것들! 쯧쯧! 비난과 손가락질이 난무하리라. 그러나 사랑은 이기적이다. 심지어 자신이 사랑하는 그 상대에게조차 이기적이다. 사랑은 언제나 내 욕망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너의 욕망, 너의 갈망부터 채워주고자 하는 사랑이 이 세상에 얼마나 존재할까? 과연 있기는 할까? ‘나’는 안나를 처음 보는 순간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어 이제껏 쌓아올린 그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오직 그녀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안나를 찾는다. 이기적 욕망이 먼저이다. 안나는 또 어떠한가? 마틴에게 감당할 수 없는 상처를 줄 것임을 알면서도 ‘나’ 그러니까 연인의 아버지를 받아들인다. 그와의 정기적인 밀회를 약속하기까지 한다. 마틴이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는 것을 십분 활용한다. 안나에게는 그래서 ‘마틴’, ‘나’ 말고도 또 다른 남자들이 존재한다. 언제나 나의 욕망이 먼저이다. 사랑은 이토록 이기적이다. 

마틴은 이 사랑의 게임에서 피해자이기만 한가? 마틴은 안나에게 섣불리 질문하지 않는다. 비밀 많은 그녀의 삶이 궁금하면서도 묻지 않는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면 그녀를 잃어버리고 말 것임을 알기에 침묵한다. 그토록 수많은 금발의 여자들을 만나고 버리고 만나고 버리고를 반복한 끝에 이제 이 검은 머리, 연상의 여인에게 푹 빠진 마틴은 그녀를 잃지 않으려고 묻지 않는 편을, 알면서도 눈감기를 선택한다. 이것은 과연 이타적인 행위인가? 이 또한 자신의 갈망을 채우기 위한 색다른 선택, 이기적 욕망이 아닌가? ‘나’, 안나, 마틴 이 세 사람 외에도 <데미지>에 등장하는 대다수 인물들은 결국 사랑 앞에서 자신이 먼저이다. 자기의 욕망이 먼저이다. 피터, 애스턴… 네가 없으면 나는 죽어, 너를 보지 못하면 나는 죽어이지, 너를 살리기 위해 내가 너를 떠나거나 너로부터 벗어나는 게 아니다. 그래서 ‘나’는 자신의 갈망이, 욕망이 아들을 파국으로, 자기를 파국으로, 가정을 파국으로 몰아갈 것을 알면서도 멈추지 않는다. 멈추지 못한다. 왜냐하면 안나와 함께 있을 때 처음으로 죽은 줄로만 알았던 삶이 살아 있음을 경험하기 때문에.
 
사랑은 상처이다 
그러나 결국 이 이해할 수 없는 사랑은 타자의 이해를 필요로 하지 않음에도 세상은 자신을 이해시키도록 해명을 요구한다. 설명할 수 없음, 설명이 되지 않음, 설명으로도 받아들일 수 없음. 그런 관계는 끝내 세상에서 받아들이지 못한다.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 한데 왜 사랑하는 두 당사자가 아닌 세상이 그 사랑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그러나 세상은 그렇다 치고 무시한다 치고. 이 두 사람과 얽힌 관계에 놓인 자들은 그 두 연인의 욕망의 파동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마틴, ‘나’의 아내 ‘잉그리드’, 딸 ‘샐리’… 그의 욕망은 그와 안나에게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의 가족 구성원에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영향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씻을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안겨줄 것이다. 그런 ‘나’는 행복하기만 할까? 불행한 가운데서도, 불행해질 것을 알면서도 행복할 수는 있을 것이다. 안나와 함께하는 순간에는. 그 행복이 피투성이 행복임을 알면서도 피범벅이 되기를 거부하지 않을 것이다. 안나와 함께하는 순간에는. 피 흘리면서도 생이 눈앞에서 생동하기 때문에….

그러나 안나는 그하고만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어떠한가? 안나와의 결혼 생활을 꿈꾸는 사람인가? 가능한 사람인가? 아니다. 그렇지 않다. 그래서 안나는 그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본 것이리라. 서로 동류임을 알아본 것이리라. 그러나 이렇게 자기의 욕망에 충실한 자들은 타자들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다. 타인뿐만이 아니라 피투성이 사랑에 자기를 몰고 감으로써 자기 또한 종국에는 상처받고 만다. 그래서 사랑은 상처이다. 내가 피를 흘리고 너 또한 피를 흘리게 하는…. “모든 것을 바꾸는 찰나의 경험, 교통사고, 열어보지 말아야 했을 편지, 가슴이나 사타구니 안의 멍울, 눈을 멀게 하는 플래시 불빛.”(p.46)

거기 상처받은 짐승은 고통에 부르짖으며 눈물을 흘린다. 죽음과도 같은 삶이 형벌처럼 주어진다. 아들을 잃은 눈물, 가족을 잃은 눈물, 안나를 잃은 눈물을 내내 흘리리라...... 그러나 그런 중에도 가족을, 아들을 잃은 슬픔보다 안나를 잃어버린 슬픔과 고통 때문에 흘리는 눈물이 더 농도 짙으리라. 멈췄어야 한다고, 다 잃기 전에 그만두었어야 한다고, 그토록 많은 걸 가진 자가, 그런 욕망에 모든 걸 걸다니 어리석다고, 이해할 수 없노라고, 파국으로 치닫기 전에 당신의 삶을 통제했어야 한다고 타자들은, 세상은 혀를 끌끌 찰지도 모른다. 그러나 통제할 수 있었다면, 떠날지 머물지 고뇌 없이 선택할 수 있었다면 그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을 것이다. 나는 이런 갈망을 결코 품어본 적이 없노라 그 누가 자신할 수 있을까. <데미지>는 사랑의 이런 속성들을 서늘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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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6-06-05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굉장히 매력적인 작품인가 봅니다. 사랑은 이기적이다… 하긴 그렇죠.
아니… 그래도 아들의 연인은 너무했다…..

잠자냥 2026-06-05 15:30   좋아요 1 | URL
ㅋㅋㅋ 이거 영화 안 봤죠?
영화 보면 욕 나옴 ㅋㅋㅋㅋㅋㅋ (‘나‘가 제러미 아이언스라 용서가 좀 되긴 하지만....)
근데 원작은 그래도 심리 묘사에 치중해서 그런지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음.

왜 안 자? 자라 괭.

독서괭 2026-06-05 15:38   좋아요 0 | URL
영화 안 봤어요~~ 하.. 이것도 도서관에 신청해야 할까요?
잡니다 Zzz

잠자냥 2026-06-05 16:15   좋아요 0 | URL
원서요? 도서관에 있을 거 같은데...?
야한 부분 영어로 뭐라 했는지 궁금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6-06-06 08:00   좋아요 0 | URL
도서관에 없네요..? 데미지 쳤는데 없어서 굳이 작가 이름 철자 찾아서 찾아봤는데 없어유 dvd만 있군요.

잠자냥 2026-06-06 17:36   좋아요 1 | URL
걍 한국 들어와서 번역본으로 읽어요. 거기서 읽을 책도 쌓였자나….😹

다락방 2026-06-05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쉰이요?? 저 영화에서 제레미 아이언스 최소 예순 이상으로 생각하고 봤는데.. 쉰이면 너무 젊은데요?? 충격..
저는 영화에서 제레미 아이언스랑 줄리엣 비노쉬가 앉아서 해괴망측한(?)섹스를 하면서 남자가 여자 옷을 찢던 장면이 강하게 남아있어요. 옷 찢지마.. 라고 부르짖으면서 봤기에..
이 영화 좋아하진 않았는데 이상하게 마지막, 제레미 아이언스가 혼자 지내던 장면이 여운이 깊어요. 그건 그렇고. 제가 아까 헐레벌떡 급박하게 책을 사버렸습니다. 리뷰가 올라올 줄은 모르고.. 😭

잠자냥 2026-06-06 00:33   좋아요 0 | URL
잘했어 🙆🏻‍♀️ ㅋㅋㅋㅋ

네 쉰입니다. 아들이 스물다섯, 안나는 서른 셋.

아니 근데 영화에 그런 장면이 있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 아 이 응큼한 여자. 그걸 아직도 기억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그런 건 기억 1도 안 남.

잠자냥 2026-06-05 20:4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근데 락방이가 쉰이 젊다고 느끼는 거 ㅋㅋㅋㅋㅋㅋ 영화 볼 때보다 그 나이에 가까워져서 그런 거 아닌가요? 🤣🤣🤣🤣🤣🤣

망고 2026-06-06 11:27   좋아요 1 | URL
엥 옷을 왜 찢어요 집에 갈때 뭐입고 가라고ㅠㅠ 영화 안 봤는데 계속 안보고 책봐야 겠네요😆

잠자냥 2026-06-06 17:35   좋아요 0 | URL
영화보다는 책 추천합니다요~

다락방 2026-06-06 20:02   좋아요 0 | URL
저도 옷 찢는 거 스트레스 ㅜㅜ 속옷 찢는 것도 스트레스 스트레스 ㅠㅠ

독서괭 2026-06-06 23:36   좋아요 0 | URL
해괴망측한 섹스가 뭔지 궁금 ㅋㅋ

잠자냥 2026-06-07 11:33   좋아요 1 | URL
괭/ 책에서는 그런 장면은 나오지 않아요. 섹스를 여러 차례하긴 하는데…. 그녀를 가져야만 했다/ 가졌다/ 끝났다. 뭐 이런 식임 ㅋㅋㅋ 거기서 dvd 빌려보든가요. 😹

망고 2026-06-07 11:46   좋아요 1 | URL
영화에서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펼쳤나 봐요ㅋㅋㅋㅋ사실 해괴망측한거 궁금한데🙄

다락방 2026-06-07 16:15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 해괴망측.. 이라기 보다는.. 흠.. 너무 욕망이 들끓어서... 아 모르겠다~ 직접 보고 판단하십쇼. 그런데 저는 책이 훨씬 좋을것 같다는 느낌적 느낌입니다. 얼른 읽어봐야지~

구단씨 2026-06-08 16: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출간 소식 듣자마자 장바구니에 넣었다가, 잠자냥님 리뷰 보고 바로 결제합니다. 땡스투~
어렸을 적에 이 영화 보고 충격 받았던 기억이 나요.
그때는 그저 이런 관계(애인의 아버지, 아들의 연인)의 적나라한 몸짓이 도대체 뭔가 이런 생각만 했는데,
지금 보면 또 다른 시선의 이야기가 들어올 것 같아요.
제레미 아이언스 멋있었는데, 저도 그 영화 보면서 그가 50세의 나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네요. ^^
책 읽으면서 영화도 다시 봐야겠어요.

잠자냥 2026-06-08 16:3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영화보다는 덜 선정적이고! (ㅋㅋㅋㅋ) 영화보다는 더욱 그들의 심리를 잘 이해하게 되실 것 같아요.
저도 예전에 영화 볼 때는 제러미 아이언스 완전 늙은이라고 생각했는데(그래도 멋있긴 한...) ㅋㅋㅋ 쉰이면 젊네 싶은 것이.... 제가 늙은 거겠죠! ㅋㅋㅋㅋㅋㅋ

케이 2026-06-12 1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제 쉰에 가까워지는 지금 쉰이 되어서도 그렇게 욕망에 들끓수 있는 것도 일종의 재능이라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는 어느 정도 리스펙트 해요. 저는 이제 남자들 웃통 벗은 모습만 봐도 그 옷 당장 입지 못할까!!!! 라면서 기분이 나빠지는 지경인데요 ㅋㅋㅋㅋㅋ남자들은 여름에도 긴팔 긴바지 입고 목 위, 손만 바깥에 내놓고 다녔으면. ㅜㅜㅜㅜ양말도 다 갖춰신고.

잠자냥 2026-06-12 12:10   좋아요 1 | URL
그 옷 당장 입지 못할까! 케이 님이 말씀하신다! ㅋㅋㅋㅋㅋ
쌍둥이 육아 때문에 피곤에 절으셔서 더 그런 거 아닙니까? ㅋㅋㅋㅋ 하긴 6070 넘어도 사랑에 숨 넘어가는 사람들 보면 정말 대단하긴 합니다.....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