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자평] 별의 시간

별의 시간 ㅣ 암실문고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2월

볼품없는 그녀, 아무에게도 속하지 않는 철저한 익명성의 그녀, 꽃이기보다는 풀에 가까운 그녀 마카베아, 그의 고독한 생을 그리는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문장은 말 그대로 리스펙트하다. 마카베아의 삶은 별의 시간은 아니지만 이 작품을 쓰던 때의 리스펙토르는 분명 별의 시기였을 듯. 강렬하다!

[100자평] 포즈의 예술사

포즈의 예술사 - 작품 속에 담긴 몸짓 언어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이한음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9월

그림을 통해 살펴보는 인간의 감정과 제스쳐. 미술 작품 보는 시선이 더 다채로워진다. 인간의 몸짓 언어가 이토록 다양하구나 새삼 놀라면서도 그림이 인간의 극단적인 감정을 담아내는 데는 역시 한계가 있구나 싶기도. 데즈먼드 모리스의 글을 읽다보면 새롭게 알게 되는 깨알 정보도 쏠쏠한 재미.

[100자평] 사티 에릭 사티

사티 에릭 사티 - 에릭 사티 음악 칼럼
에릭 사티 지음, 박윤신 옮김 / 미행 / 2022년 8월

음악가로 보이기보다는 음악가로서의 정신을 갖추길 원했던 사티. 그 아름다운 짐노페디를 작곡한 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의 냉소와 염세 가득한 이 글들을 읽노라면 나도 모르게 낄낄 웃게 되는데 종국에는 진정한 예술가로서의 끝없는 고뇌를 만나게 된다. 드뷔시를 향한 애정과 사랑, 숭배도

[100자평] 해피크라시

해피크라시 - 행복학과 행복 산업은 어떻게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가
에바 일루즈.에드가르 카바나스 지음, 이세진 옮김 / 청미 / 2021년 6월

인간은 모두가 행복해야 할까? 행복 이데올로기와 긍정심리학을 떠받치는 개인주의/능력주의 가치관은 계급차이를 은폐하고 사회 불평등마저 개인의 능력으로 넘어설 수 있다고 강조한다. 행복한 사람의 몽타주가 신자유주의 시민의 이상적인 초상과 일치한다는 점을 한번쯤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100자평] 나의 곰

나의 곰
메리언 엥겔 지음, 최재원 옮김 / 한겨레출판 / 2024년 1월

‘성스러운 동물성애자’의 문학 버전. 은유도 비유도 아닌, 곰과 사랑에 빠진 여자. 남자들의 눈에 비친 여성의 왜곡된 에로티시즘에 대한 반기나 이성애 관계에서 여성의 역할에 대한 비판&냉소적 시선은 통쾌하다. 그러나 다양한 형태의 사랑에 열려있다고 생각하는 나조차도 동물성애는 힘들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