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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 좋아한다면 부딪쳐, 까짓 거 부딪쳐!
크라잉넛 (Crying Nut) 지음 / 동아일보사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한국 인디 음악의 독보적인 존재, 한국 펑크록을 대표하는 밴드 크라잉 넛.
’크라잉 넛’ 이름만 알고, ’말 달리자!’ 라는 노래가 있다는 것만 아는 정도였었다. 조용하고 멜로디가 좋은 발라드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워낙 시끄럽고 정신없는 노래는 듣지 조차 않는터라 크라잉 넛에 그닥 관심이 없었다.
그들이 데뷔한지 15년차라고 한다. 데뷔라는 말이 좀 이상할지도 모르겠다. 인디밴드란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일반적인 매체보다는 소극장이나 클럽을 전전하고, 돈 벌이가 안되서 배고픈 뮤지션이고 소수의 매니아층 말고 대중적인 인기는 누리지 못하는 것으로 익히 알려진 그룹이 인디이다. 그런 인디 밴드의 속성을 깨고 ’말 달리자’ 같은 경우는 음반이 10만장이 팔리는 기염을 토하고, 그 인기를 여파로 TV에도 출연하고 하는 밴드여서 이젠 그들이 ’인디가 아니다’ , ’주류로 불리워야 한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인디밴드라 불리우고 싶어한다. 특정 소속사에 적을 두지 않고, 상업적인 음악을 하는게 아니라 자유롭고 그들이 원하는 음악을 하고, 작사, 작곡은 물론 연주도 직접하고 여전히 그들의 활동 기반은 클럽이고 공연장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연히 인디 밴드가 맞다고 얘기한다.
15년동안 장수하는 독보적인 인디밴드 이기도 하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그들 멤버가 한명의 교체나 낙오 없이 15년 전 그때와 달라진게 없다는 점이다. 또 처음 그들이 시작했던 음악에서 발전은 있을지언정 변화나 노선을 갈아타는 일 없이 그들이 추구하는 당초 목적을 지금도 고수한다는 점이 참 멋있다고 느껴지면서 갸우뚱 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세월이 변하고 나이가 들면 대부분은 생활과 함께 변하는게 세상의 이치가 아닌가? 록을 하고 그들처럼 무대에서 방방 뛰는 음악은 체력적으로도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할텐데, 15년전은 그렇다쳐도 지금도? 그게 가능할까? 하는 생각에 의문이 든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의문이 풀린다. 그 비결은 바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거다. 열정이 있지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미치지 않고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나이가 들어도 내가 좋아하는 일에는 없던 에너지도 생기게 된다. 또한 그들은 록을 하기 때문에 절대 늙지 않는다고도 말한다.
(...)
제가 로커를 하지 않고 회사를 다닌다면 전 정말 경쟁력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전 요즘 대학생들이 말하는 그 ’스펙’이라는 게 하나도 없거든요. 컴퓨터도 잘 모르고, 영어도 잘 못하고, 토익이라는 것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그래도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어요. 그건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면서 살고 있기 때문이죠.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생기면 목숨을 걸라고. 일단 까짓 거 부딪쳐 보는 거예요. 그게 기성세대나 부모님들이 원하는 길이 아니라면 갈등이 생기겠지요. 안전한 길이 아니니까 망가질 수도, 잘못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런 걸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요. 아니, 한 번쯤은 적극적으로 망가지라고 말하고 싶어요. (...) -한경록-
"문제는 심장 속에 뜨거운 피가 남아 있느냐 아니냐의 문제인 거 같아요. 가끔 직장인 밴드 하는 어른들 보면 참 멋있어요. 살아 있다는 느낌이 충만하거든요. 정말 하고 싶은 열정에 몸을 사를 줄 아는 사람의 에너지라는 건 상상 이상이에요. 나이하고는 상관이 없죠."
골방에서 담배와 술에 쪄들어 살면서 음악을 한다고 매일 시끄럽게 엉망진창으로 사는 삶이 한심하게 보였다. 시끄럽고 정신없고, 반항적이고 기성세대 눈으로 보면 "쯧쯧쯧, 언제 철들래?" "한심한 놈들" 이런 말이 먼저 나온다. 그들을 잘 몰랐을때는 나도 같은 시선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서 그들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너무도 멋지게 삶을 사는 그들이 샘이 날 정도로 부럽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발견해낸점도, 용기있게 좋아하는 일을 하는 점도, 꾸준하게 한 길을 걷는 점도 모든 것들이 부러워 미치겠다.
만약에 15년전으로 다시 돌아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하면 뭘 할 수 있을까?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는 것 조차 쉽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지나온 삶과 별로 다른 선택을 했을 것 같지 않다. 공부하고 학교 졸업하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지극히 평범한 삶을 또 살게 될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게 뭔지 나 자신과 진지하게 대화해 보고, 찾아내는 것도 참 중요하겠다. 그런 과정이 생략된 채 살아온 내가 안타까워진다. 나는 이미 늦었을지라도, 내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길을 갔으면 좋겠다. 좋아하는게 뭔지 일찍 발견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