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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 - 소희와 JB 사람을 만나다 - 터키편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09년 4월
평점 :
"너 미쳤구나!"
"시간과 돈 낭비야"
긍정적이고 호의적인 답변보다는 여행을 말리는 분위기였다 한다.
이제 세 돌이 지난 아이와 함께 여행하는 일!
머리속으로 상상하니 너무 멋진 일이 아닌가!
떠날 수 있는 용기가 부러웠고 나는 할 수 없는 일이어서 대단해 보였다. 우러러 보였다.
여행은 삶의 활력소가 되고, 방전된 몸을 full로 충전 시켜주기도 한다.
비우러 가는 여행이건, 채우러 가는 여행이건 목적은 저마다 다를지라도 어떤식으로든 마음속에 깨달음 하나씩은 얻어오는 게 여행일 것이다.
머리말에 있는 위에 문장을 읽으면서 "세 살짜리 아이와도 가능한 일일까?" 하는 의구심 보다는 좋은 엄마를 만나 어렷을 때 부터 좋은 경험을 하는구나 싶었다.
나중에 한참 지나 어른이 되면 이러 저러 다양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 텐데, 어렷을때의 좋은 추억이 그 어려움을 이겨내는 기본체력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여행에서의 좋은 에너지가 든든한 마음의 체력이 되서 다른 사람보다 더 이해심 많고, 포용력 있는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에 마냥 좋아보였다. 여행자의 엄마가 내가 아니어서 질투가 날 정도였다.
그러나 상상과 현실은 역시 달랐다.
한국에서의 생활공간과 타국에서의 낯선 공간만 다를 뿐 아이는 여전히 밥 먹기 싫어 도망다니고, 엄마는 한 입이라도 더 먹이려 쫓아 다니고 있었다. 한국에서의 패턴대로 낮에는 장소가 어디가 되었든 낮잠을 자야했다. 바닷가가 됐든, 버스안이 되었든, 박물관이 되었든 졸리면 아이는 눈 감고 자 버리면 그만이었다. 나머지는 엄마가 처리해야 할 몫이었다. 아이는 한국에서나 터키에서나 같은 사고와 행동을 유지했다.
또 다른 어려움이라면 관심가는 대상물이 서로 다르다는 거였다.
유명한 유적지와 박물관을 보고자 하는 엄마와는 달리 아이는 꽃과 개미와 자연에 눈을 맞춘다. 엄마의 눈에는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것들이 관심을 끌지 못했다. 여행 초기에는 이렇듯 눈 높이가 서로 다름에 의한 어려움이 컸다.
아이가 멈추면 함께 멈춰야 하고, 아이가 배가 고프거나 졸리면 또 멈춰야 했다. 걸음이 늦은 아이에게 맞춰야 했다. 아이의 보폭과 행동반경에 큰 영향을 미치는게 이 1.5인 커플의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이스탄불 → 사프란볼루 → 카파도키아 → 유르굽 → 안탈랴 → 올림포스 → 이스탄불
이스탄불에서 시작해 다시 이스탄불로 돌아오는 한 달간의 여정이 끝났을 즈음엔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아이는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 신발을 신을 수 있게 되었다. 세상엔 다양한 성격의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참는 법도 배웠다.
육아에 지쳐있던 엄마도 현실을 벗어나 자신을 더 잘 보게 되었다고 했다. 아이의 눈과 걸음으로 이전에서의 여행에서는 보지 못했을 작은것들을 새롭게 보고 느끼고 왔다. 유적지나 박물관을 돌아보며 죽은 이들의 발자취를 찾고 확인하기 보다는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고 왔다.
여행을 떠나기 전과 떠나서도 늘 엄마의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물음이 한 달간의 터키여행으로 이젠 확실한 답을 해줄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세 살짜리 애를 데리고 이게 뭐하는 짓인가? 내가 잘 하고 있는 건가?"
"확실히 떠나길 잘했어. 다음엔 또 어디로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