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야기기는 전라남도 …….”
이 마무리 멘트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내 주위에 누가 있을 성 싶지만 실제로는 괘 많을 지도 모른다. 흘러가는 세월을 누가 막을 수 있으랴. 평생 잊지 못 할 “내 다리 내 놔.”의 공포를 지금 아이들은 아마도 모르지 않을까싶다.
그러고 보니 올 여름에는 전설의 고향을 한 편도 못 봤다. 공포나 호러 물을 좋아하지 않는 나도 전설의 고향만큼은 잊지 않고 기다렸다 봤는데. TV편성에 있었는지 조차 모르겠다.
근데 오늘 저녁에 생각지도 못하게 전설의 고향을 다시 만났다. 이야기는 “묘곡령”편. 전에 분명히 본적이 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사실 전설의 고향은 거의 모든 편이 그렇다.^^;
이야기는 역시 깊은 산골에 살고 있는 단란한 가정이 배경. 이 집에는 고양이와 개가 한 마리씩 주인집 아들의 친구노릇을 해주며 살고 있었는데 문제는 어느 날 부터인가 이 두 짐승이 안부리던 말썽을 부리면서부터 시작된다. 안 그래도 너무 짐승들만 끼고 도는 어린 자식 때문에 심기가 불편하던 주인은 고양이가 밥을 풀려는 가마솥을 뛰어 넘고 연이어 개가 소쿠리에 담은 밥을 못 먹게 쏟는 등 도가 지나치다 싶자 결국 개는 내쫓아 버리고 고양이는 낫으로 쳐 죽이고 만다. 그리고 우환은 그때부터 시작이다. 고양이 령이 아들의 몸에 들어 간 것. 무당마저 고양이 령을 이기지 못하고 굿하는 도중에 죽었으니 말이 필요 있으랴. 속수무책으로 하루하루가 고달프다. 그런데 어느 날, 역시 이야기 전개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불심이 깊은 스님이 쫓겨났던 개를 따라 집에 들르니 그제야 식구들은 고양이와 개의 행동이 부엌 지붕에서 죽은 지네의 독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된다. 얘기인즉, 지네가 죽으며 뿜은 독이 주인이 짓고 있던 밥에 들어 간 것이다. 고양이와 개 모두가 주인을 위해서 같은 행동을 했으나 개는 아무것도 모르고 자신을 내쫓은 주인에게 조차 심성이 선해 끝가지 도리를 다하는 반면에 자신의 행동에 도리어 죽음을 당한 고양이는 한을 품고 복수를 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 날 구멍은 있다고 스님이 아이를 살릴 방법을 알려주는데 그 방법을 제대로 지키지 못 한 가족은 오히려 모두 목숨을 잃을 위험에 처하고 만다. 이 때 역시 충성심 많은 주인 집 개 ‘수리’가 목숨을 다해 고양이 령과 싸워 이기고 불타는 집에서 아이를 구출한고는 자신은 벌겋게 타는 집에 갇히고 만다. 정신을 차린 아이가 ‘수리’를 애타게 부르자 감기는 눈도 못 감고 아이만을 바라보는 ‘수리’! ‘수리’는 결국 아이와 들판을 뛰놀며 놀던 행복했던 지난날을 회상하며 눈을 감는다.
난 결국 또 울었다. 그리고 역시 ‘아, 전에 봤던 건데. 볼 때마다 우네.’ 라며 속으로 매번 하는 같은 말을 중얼거린다.
이 감동을 안고 그래도 잘들 수 없는지라 잠자던 우리 집 막내(말이 막내지 열 살이나 된 지금은 상전이나 다름없다)를 깨웠다.
“우리 밍키도 불타는 집에서 언니 구해줄 수 있지? 그지? 저기 ‘수리’처럼 밍키도 언니 지켜 줄 수 있지?”
눈도 못 뜨는 밍키. 이게 웬일인가 싶으면서도 내가 안자 비몽사몽 중에 손은 핥아준다.
‘뭐 어때? 네가 못 구하면 내가 구하면 되지?’
속으로 생각하자 머릿속에 메아리치는 멘트 하나.
‘불타는 집에서 개를 구한 주인의 이 이야기는 경기도 고양시에서 내려오는…….’
ㅋㅋㅋㅋ.
전에는 보고나서 잠도 못 자던 내가 전설의 고향을 보고도 이런 생각을 하다니. 내가 크긴 컸나보다. ^^ 그래도 “내 다리 내 놔.”는 무섭다. 이런 괜히 생각했다. 이제 자야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