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오래된 게 좋다. 물건이 건 사람이 든.

오래됐다는 건 그만큼의 시간만큼 나와 같이 보냈다는 거고 그건 또 그만큼 나한테 소중한 것이라는 거다.


엄마도 낡은 옷을 기워 입는 나를 이제 포기하셨다.

난 ‘빈티지’라고 내 스타일을 강조한다.


오빠가 7년 된 내 핸드폰을 보고 한숨만 쉬더니 나 몰래 바꿔 버렸다.

난 요새 그 친구가 가끔 그립다.


2년 동안 운동화 하나, 샌들 하나. 아빠가 결국 상품권을 주신다.

사실 나의 ‘빈티지’는 뜯어 먹기의 전략이다.^^



“프로그램이 몇 개 필요한데 주말에 시간 좀 있니?”

한국에 돌아와서 한 번도 연락이 없었던 동기에게 부탁하는 전화를 하는 것은 너무 힘들다. 비록 몇 주 전에 예배하면서 잠깐 인사는 했다고 해도 정말 미안했다.

대답을 기다리는 1초가 더디 간다.

“그래? 뭐가 필요한데? 말만해라. 다 있다.”

애를 태웠던 게 무색했다.


컴퓨터에 프로그램 깔고 치킨 시켜 먹고 공원도 걷다 빙수도 먹고. 정말 4년을 안 본건가? 싶게 익숙하다. 그 친구를 처음 본 게 10년 전. 우리는 4년을 보지 못했는데도 동기가 서로 오래 사귀었다는 건 4년 이란 기간을 마치 하루 못 본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만들어 버렸다. 고마울 뿐이었다.


조금 기웠어도 여전히 여유 있는 오래 된 면 셔츠


늘어나고 찢어진 청바지.(찢어진 걸 산 게 아니다. 입다가 찢어 진 거다.)


장마 때면 항상 예비 양말을 준비하게 만들지만 너무나 가벼운 운동화.


손 때 묻은 가죽 지갑.(선물해 준 사람도 놀란다. 아직도 쓰냐?)


알록달록 밑줄이 잔뜩 그어진 성경책.(어떤 부분은 밑줄 긋기가 조심스럽다.)


떨어진 일기장.


등등등…….


그리고 오래 사귄 사람과 사람.

 

난 오래 된 것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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