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시상식 참 많더군요. 또 무슨 상들은 그리도 많은지 ‘이름만 그럴 듯하게 붙이면 상하나 만드는 건 일도 아니겠구나!’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쫙 빼입은 드레스에 금빛으로 빛나는 트로피와 예쁜 꽃다발까지 들고 마이크 앞에서 눈시울을 붉히는 수상자자들을 보니 좀 부러운 게 있었습니다. 손에 들고 입는 상금이 내심 탐나지 않았다면 신년부터 거짓말하는 것이니 솔직히 부러웠었다고 자백하고 특히 류승범, 조승우, 조인성등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 옆에 앉아 있던 여배우들……. 상 타지 못했어도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상상해봤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아! 나도 저건 꼭 해보고 싶다.’라고 생각했던 것은 다름 아닌 수상소감이었습니다. 떨리는 손으로 상을 받고 누가 주는지도 다 모르는 꽃다발들을 여기저기서 받고서는 환한 조명 아래서서 붉게 눈가를 적시는 수상자들. 모두들 떨리는 목소리로 한 명, 두 명 이름을 나열하면서 혹시 누구 하나라도 놓치지 않을까 얼마나 생각해 내려고 애를 쓰던지……. 제 눈에는 그 모습이 수상자로서 자신의 이름이 들었을 때보다 훨씬 더 행복하고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수많은 생각들이 교차하고 말로 다 풀 수도 없는 감정들이 올라오는 그 순간에 기억나는 얼굴들이라니 얼마나 소중하고 애틋할까요. 아마도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정말로 그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는 수상자들의 말은 빈말이 아닐 듯싶습니다.


  그렇지만 저에게도 비록 화려한 조명이나 번쩍이는 트로피는 없을지언정 진심을 담아서 감사의 말을 전하고픈 소중한 얼굴들은 있다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기에 저 아라, 그냥 넘어갈 수 없어서 본인에게 상 하나를 수여하고 수상소감을 발표할까합니다.


  수상한 상은 “오뚜기상”

  적지 않은 나이에 편하고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길에 들어서서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소신을 굽히지 않고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 가던 길을 가는 나 스스로에게 한 해를 꿋꿋하게 잘 버틴 노고를 치하하며 “오뚜기상”을 수여합니다. 수상소감 말씀해주시죠. 시간은 아시다시피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한 거라고는 잘 다니던 직장 그만둬서 주위에서 욕먹은 거 밖에 없는데 이렇게 뜻 깊은 상을 주시니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밖에 드릴게 없습니다. 먼저 항상 제 곁에서 사랑한다고 말씀해주시는 나의 주님, 감사합니다. 하나님이 계셨기에 외로운 순간도 힘들었던 순간도 견디고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저도 사랑한다고 다시 한 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늘 같은 자리에서 저를 지켜봐주고 응원해주는 우리 가족. 엄마, 아빠, 오빠, 새언니. 고마워요. 짜증내는 거 다 받아주면서도 안타까운 얼굴로 웃으시는 우리 엄마, 그리고 못 난 투정도 웃어 넘겨주시는 우리 아빠.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오래오래 건강하게 제 곁에 있어주실 줄 믿습니다. 오빠와 새 언니도 고마워요. 빨리 조카 볼 수 있도록 힘써주세요.^^; 참, 우리 막내 밍키! 밍키야, 고마워. 항상 내 마음을 잘 알아주는 우리 예쁜 밍키. 새해에도 건강하게 우리 곁에 있어 주리라 믿는다.

  그리고 멀리 떨어져 있지만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나의 친구 K양, K양이 있었기에 진정한 우정이 뭔지를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또 변치 않는 우정으로 나를 감싸주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는 S언니, 언니 올 한 해도 잘 부탁해요. 그리고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용기로 열심히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M양, 자주 연락하지 못해서 미안해. 그래도 늘 생각하고 있다는 거 알아줬으면 좋겠다. 돌아오는 여름이면 엄마가 될 C양, 순산하길 바라며, 타지에서 가정을 이루며 살고 있는 H양도 좋은 소식 있기를 기원할게. P양도 이번에는 꼭 고시합격하길 바라고 잊지 않고 먼저 연락해줘서 고마워. 또 퇴사한지 오래됐는데도 기억해주고 때마다 불러주는 병원식구들도 너무 고맙고요, 영국에 있는 친구들과 선교사님, 목사님, 정말 감사해요. 크리스마스카드 잘 받았습니다. 올해에는 변변하게 보내드린 것도 없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아, 정말 많네요. 또 밤늦은 시간에도 전화 받아주시고 물어보는 것마다 잘 알려주시는  K선생님. 감사합니다. 또 부족한 면까지 예쁘게 봐주시는 선배 선생님들과 동기 선생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같이 있어주셨기에 힘든 신입사원 생활을 잘 견딜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K집사님과 C집사님. 두 분이 계셨기에 부모님도 저도 한 해 동안 더 많이 즐거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2005년 한 해 동안 결코 잊을 수 없는 좋은 추억과 인연을 만들어 준 알라딘 서재주인님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나의 파란여우님, 하루의 끝에서 그 날에 간이 되어주신 salt님, 혼자 놀던 저와 같이 놀아주셨던 물만두님 정말 감사합니다. 님들이 계셨기에 외롭고 슬픈 순간에도 잠시나마 웃을 수 있었습니다. 또 느티나무님, 아영엄마님, 올리브님, sayonara님 감사하고요, 특별히 저를 즐겨 찾아주시는 15명의 서재주인님들. 어느 분들인지 다 알지 못하기에 이름을 부를 수는 없지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요새는 글도 올리지 못 했는데도 15분께서 즐겨찾고 있음이 줄지가 않더군요. 기다려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우리 아이들. 부족한 나를 선생님이라고 불러주는 우리 아이들. 내 품에 달려와 나를 안아주고 얼어붙은 내 손을 꼭 잡아주는 나의 아이들. 고맙다. 그리고 사랑해. 내가 사랑하기에 행복하단다.

  마지막으로 제가 다 만나지도 알지도 못하지만 생산의 능력이 거의 없는 저에게 맛있는 음식과 좋은 옷과 편리한 교통 등의 생활을 유지시켜주시는 고마우신 분들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길 기도할게요.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허락해주시고 지금이 있게 또 하루를 연장해 주신 하나님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모두들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노력하라는 뜻에서 주신 상으로 알고 한 해 동안 후회하지 않는 한 해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짝! 짝! 짝! 짝!


  다시 하루, 한 주, 한 달, 한 해의 시작이네요.

  화려한 조명도 환호하는 군중도 없는데 이상하게 가슴이 떨립니다. 또 얼마나 많은 일들이 한 해 동안 저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웃을 날들만 있다면야 뭐가 두렵겠냐만은 세상이 그렇지만도 않다는 걸 알기에 겁이 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이렇게 고마우신 분들과 사랑하는 분들과 같이 살아가는 세상이기에 용기를 내봅니다. 앞으로 한 발을 내딛는 것도 뒤로 한 발을 물리는 것도 제 발이기에 어쨌든 발을 들어 올려 봅니다.


  같이 가주실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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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ryticket 2006-01-02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10번 입니다..
9번 할려 했는데, 제 이름이 들어 있어서 한 번 더,,,
아라님,, 새해 새날들, 2006년에도 건강하시고, 늘 우리에게 거저 주시는 주님 은혜를 나누는 한 해가 되시길, 그리고 주님안에서 위로받고, 의지하고, 주님 사랑안에서 평안을 누리시길 기도합니다.

파란여우 2006-01-02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의 아라님!
수상소감속에 제 닉이 포함되어 있어 행복하고 알흠다운 밤입니다.
겸손함을 잃지 않고 늘 깨어있는 주체성을 지니신 나의 아라님!
이건 비밀인데요. 저도 님을 즐찾에 필히!! 포함하고 있답니다.^^저 착하죠? 잘했죠?

아라 2006-01-03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o. 올리브님 ... 축복의 말씀 감사합니다. 추천 10번도 감사하고요. 올리브님도 주님안에서 평안하시고 무엇보다도 타국에서 외롭지 않고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To. 파란여우님 ... 수상소감에 파란여우님의 이름이 빠질 수는 없죠. 그런데 깨어있는 주체성! 이렇게 멋진 말이 제 이름 앞에 붙어도 될 지^^;;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도 비밀인데요 뭔지는 말 안해고 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 ㅋㅋㅋ

sayonara 2006-01-14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꼭 해보고 싶던 것은 누군가 수상소감에서 나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 축하합니다. ㅎ

아라 2006-01-15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sayonara님.^^ 올해 sayonara님께 좋은 일이 많이 있으려나 봅니다. 다른 것 들도 꼭 이루어지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