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유 없이 불안할까 교양 100그램 5
하지현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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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다가도 불현 듯, 어떤 나쁜 일이 일어날 것 같아 조마조마해질 때가 있다. 행복과 평온 뒤에 꼭 찾아오는 근심스러운 일과 좋지 않은 일들. 항상 평온한 날이 계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기에 문득문득 쓸데 없는 불안에 휩싸인다. 늘 걱정과 문제는 해결되면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하면서도 부지불식간에 닥치는 난데 없는 일들 때문에 생각과 마음이 달리 달릴 때가 있다.

많은 게 마음가짐과 맞닿아 있을 텐데, 왜 잘 되지 않을 때가 있을까?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면서 진정되지 않는 일들이 발생할 때는 침착하게 그 순간을 건너는 마음을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 적당한 정도의 불안은 나를 지키는 것이라고 책에서 말하고 있지만, 적당한 정도를 넘어서는 불안이 닥쳐와 공황장애를 일으키는 아이를 볼 때면 그 근원은 어디일까 내심 궁금하고 답답했다.

불안이라는 감정이 가득 차오른 상태에서 펑하고 터져버리는 것인지, 어떤 상황에 맞딱드리면 반응하는 것인지, 예민함이 극에 달했을 때 나타나는 것인지. 안개 같은 마음을 물을 수 없어서 괴로운데 약과 마음가짐으로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지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

불안에 취약한 사람의 머릿속을 이해하고, 불안 뒤에 닥치는 행동의 이유를 이해하고 싶어서 이 책을 들었다. 불안은 상황이 바뀌었을 때, 불확실함, 어려움, 외로움, 괴로움 등 많은 상황에서 발생하게 된다. 불안하지 않았을 때의 나의 모습과 현실 사이에서의 간격을 더 메울 수 없다고 느끼거나, 상황이 크게 느껴지면 불안도 증폭된다는 것, 생애주기에서 언제든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에 대한 이해를 하고 보니 하지현 선생님의 말처럼 정말 ’올 게 왔구나’라는 태도로,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는 게 최선이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흘러가게 두는 것. 그런 마음을 갖기 위해 현 상태를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는 것의 중요함. 통제할 수 없고, 변해가는 시간을 받아들이려 하는 것이 불안을 다스릴 수 있는 최선의 힘이 아닐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불확실성이라는 것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입니다. 더 정확하게 계산해서 모든 것을 통제하는 게 아니라요. 열린 미래 속을 기꺼이 헤매고자 하는 자세를 갖는다면 불확실성이라는 녀석이 그렇게 두려운 것만은 아니게 다가올지도 모릅니다.“

내가 생각하는 정상의 범위를 넓히고, 지금 느끼는 불안을 내 존재론적 문제로 일반화 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 어떤 점에서는 타인과의 비교를 끊임 없이 해오며 좀 더 나은 삶, 우위의 삶을 살아가고 싶어하는 욕망이 불안을 낳고 낳고 또 낳는 것 같다. 시시때때로 삶은 변해가지만, 나의 중심을 스스로 만들고 그 안에서 나의 것들을 만들어 가겠다는 태도만이 불안에서 멀어지는 길일지도 모른다.

<나는 왜 이유 없이 불안할까>를 읽으면서, 근원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기본과 이유를 설명받는 느낌이 들었다. 상담실에 앉아 하나씩 질문하고, 왜 인지 답을 듣는 편안한 설명을 듣는 기분. 내 옆의 누군가 자꾸 불안을 느끼고 있다면, 잠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위로도 응원도 막힌다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고 건네주고 몇시간쯤 혼자 생각해보면 어떻겠냐고 해보는 것도 좋겠다. 불안하지 않을 도리는 없다. 하지만, 불안의 이유들을 알고 나면 조금 더 나를 위로하고, 챙겨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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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들의 꽃 - 내 마음을 환히 밝히는 명화 속 꽃 이야기
앵거스 하일랜드.켄드라 윌슨 지음, 안진이 옮김 / 푸른숲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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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꽃을 사랑하는 이유는 아름다움 때문일까. 그 찰나 때문일까.
떨어지는 꽃잎에도 시들어가는 한송이 꽃에도 마음이 쓰이는 것은 가버리는 시간의 속절 없음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다보면, 지금 당장 보지 못할 꽃들과 언젠가 보았던 꽃들, 언젠가는 꼭 보고 싶은 꽃들이 화가의 시선에 담겨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음이 사무치는 꽃도 있고 어떤 기억이 떠올라 미소짓게 하는 꽃도 있다. 화가가 가둔 꽃들의 시간들이 내가 기억하는 꽃들을 깨운다. 그림 속에 있지만, 이미 소멸하고 말았을 꽃들이 나를 위로한다. 주름진 꽃이, 고개를 떨군 꽃이, 싱그러워 만지고 싶은 꽃이 자꾸 내 마음에 노크를 한다.

조지아 오키프는 자신의 꽃 그림을 남성의 중심에서 성적으로만 해석되는 것에 반대해 꽃을 꽃처럼 보이게 그렸고, 아침 일찍 슬리퍼를 신고 외출했다가 꽃을 꺾어 작업실로 돌아와 꽃 그림을 그린 앙리 판탱라투르의 장미에는 처연한 슬픔이 느껴졌다. 몬드리안의 작업실은 꽃이 중심이 되었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앙드레 케르테스 덕분에 알게 되었고, 마네가 그린 <라일락 꽃다발>을 오래 들여다보며 봄날의 향기와 장면을 기억해냈다.

기억과 그리움을 불러오는 꽃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작가들의 색깔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떤 꽃도 같을 수 없고, 어떤 시간도 영원할 수 없다. 그들이 남긴 시간 속의 꽃들은 내 지친 마음을 자꾸 쓰다듬는다. 그들은 꽃을 그리며 위로를 받았을까, 환희에 차 올랐을까, 지나가버리는 시간들을 아쉬워 했을까, 기대했을까. 시간마다 달라지는 생명의 싱그러움과 물기가 사라지는 순간들 안에서 화가들의 마음을 떠올려 본다. 모두 외로움과 싸웠을 테지만, 그림이 완성된 그 순간만큼은 환희에 젖었을 것이라 믿으며. 찰나 같아도, 꽃그림 같은 하루들이 쌓여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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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식당, 사랑을 요리합니다 고양이 식당
다카하시 유타 지음, 윤은혜 옮김 / 빈페이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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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상상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되는 순간을. 돌아올 수 없어 기억으로만 그리워 해야 될지도 모르는 순간을. 때때로 보고싶어 눈물을 삼키는 순간을.

삶은 무한한 것 같지만, 어느 사이 끝나게 되고 삶이 오래 지속될 수록 만남보다 떠남을 더 많이 마주하게 될 테다.

<고양이 식당, 사랑을 요리합니다>를 읽으면서 내내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다. 그들이 떠나고 난 후 남겨진 내가 마주할 순간을, 불가항력적이라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는 순간을.

너무 갑작스레 이별을 맞이하게 된 사람들이 추억의 밥상을 차려주는 고양이 식당에 찾아간다. 추억이 깃든 밥상을 받고, 식사를 하고 있으면 볼 수 없지만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밥상이 식기 전까지.

애틋하고, 짧고, 사연있는 상황들이 만화나 동화같은 전개였는데 예측 가능할 법한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결국 삶은 유한하지 않으니 지금, 이순간 사랑하는 이들에게 잘하자라는 마음으로 도달하게 된다.

갑자기 닥친 이별.
누구도 감당하지 못할 이별.
그 시간을 붙잡고 그리워하고 자책하기 보다 지금 이 순간 사랑하는 이들을 더 사랑하라고 말하는 것 같은 이야기들.
만남과 헤어짐 사이에 등장하는 꼭 고양이들 자꾸자꾸 말하는 것 같다.
“이 순간을 소중히 생각해. 지나고 나버리면 후회할 수도 있어.”

만나고 싶은 사람과의 추억이 담긴 밥상을 먹고, 요리로 한 번 떠올리고, 찰나의 순간 만나게 되는 사랑하는 사람들. 죽고 나서야 하고 싶었던 말을 전하게 된다.

헤어지지 않는 만남은 없다. 그러니 만났을 때, 더욱 집중하고 살아야지. 늘 곁에 있을 거라고 믿고 싶어도 언젠가는 지나가 버릴 시간이라는 걸 자꾸자꾸 떠올리면서.

그나저나, 이런 신비로운 식당이 어딘가에 있다고 상상하며 사는 것도 따숩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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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은 많지만 아직도 누워 있는 당신에게
이광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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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달리듯 보내다보면 때때로 무기력이 찾아온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뭐하나?”, “내가 이럴 필요가 있나?”, “이렇게까지 해서 관계를 유지해야 하나?”,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 맞는 건가?”
수많은 생각이 두더지 게임처럼 불쑥불쑥 고개를 내밀다가, 단번에 올라와 해소되지 않으면 무기력에 휩싸이게 된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어디에도 나가고 싶지 않고, 모든 스위치를 끄고 생각을 멈추고 싶어진다. 몸도 마음도 움직임을 멈추려 하다보니 시간은 자꾸 흘러가고, 그 사이 나에 대한 죄책감과 한심함이 쌓이기도 한다.

특히 20대에는 이러한 감정들이 자주 찾아왔던 것 같다. 그 감정을 어떻게 해소할지 몰라서 틀여박혀 있거나 진탕 술을 먹고 잊으려 하거나 사람과의 만남을 피하는 일로 도망쳤다. 그런 마음들이 많이 쌓였을 때는 청소도 하지 않고, 씻지도 않고, 잘 먹지도 않았다. 폭음과 폭식을 반복하던 때도 있었다.

요즘에는 무기력, 불안, 우울감 등을 느낄 때 다양한 책들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게 된 것 같아 다행이다. 정신과 전문의들이 전문가의 목소리로 미디어, 책 등을 통해 방법론을 제시해주니 시행착오를 줄이고, 노력을 해보게 되는 것 같다.

<할 일은 많지만 아직도 누워 있는 당신에게>도 방법을 제시해준다. 정말 매번, 할 일은 많지만 내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미적대다가 하루를 다 보내버리는 일이 일주일에 한두 번쯤 있는데 그 때마나 자신을 한심하게 생각하거나 자책하게 되는데, 그 또한 과정이라고 위로해주기도 한다. 무기력이 깊어지면 우울증으로 번질 수 있으니, 무기력이 찾아오지 않도록 대응하는 방법으로 ‘루틴‘을 제시한다.

코로나로 집 밖에 나가는 게 두렵고, 집 안에서 오래해야 했을 때 정신 건강을 지키기 위해 많은 ’루틴‘들이 콘텐츠를 장악했었다. 아주 사소한 것들도 반복하게 되면 그 안에서 얻을 수 있는 긍정 에너지들이 있다. 운동을 하거나, 잠을 잘 자거나, 명상을 하고, 잘 챙겨 먹는 습관들이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에너지를 채우는 일이라는 걸 말해준다. 누구보다 잘하고 싶어서 열심히 일하고, 나아가지만 그런 것들로만은 모든 것을 채울 수 없다. 비우고, 채워가는 삶을 반복해야 균형을 유지하고 쓸데 없는 생각으로 구렁텅이에 빠질 수 있는 나를 끌어낼 수 있다.

이광민 의사는 일상 루틴조차 ’큰 거 한 방‘을 노리는 빅 스텝으로는 일상 루틴을 만들 수 없다고 말한다. 아무래도 작심삼일이 요기에 속하겠지. 작게 작게 쌓아서 길게 해나가야 하는데, 시작부터 과하게 도전하다가 빨리 나가떨어지고 마는 것. ’삶의 기준점‘을 잡는다고 생각하고 일상 루틴을 만들어 나가야 오래, 길게 갈 수 있다는 말에 공감했다.

일상 루틴 말고도, 인간관계의 루틴, 마음의 루틴을 다루는 방법 또한 아주 기본적이면서도 자주 잊게 되는 일들이었다. 관계에 집착하거나 작은 상처들을 마음에 담아 두고 쌓게 되면 이 또한 나를 갉아 먹는 일. 상처 투성이인 나에게 비집고 들어오는 나쁜 관계들에 휩쓸릴 수 있으니, 늘 사람과의 거리를 두는 것에 염두를 해야 한다는 것. 공감한다. 또한 마음의 에너지를 채우는 일을 시기적절하게 해야 한다는 것. 멈춰야 하는 타이밍을 알면서도 지나치고 달려버리면 결국 그게 또 나를 해치는 일이 된다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지만 ‘내려놓기‘, ’흘려보내기’도 연습이 필요한 것처럼 마음을 비우는 루틴도 만들어 내는 게 필요하다는 걸 다시 복기하게 되었다.

<할 일은 많지만 아직도 누워 있는 당신에게>는 며칠간 누워만 있어서 내가 한심해질 때 펴보면 좋겠다. 혹은 너무 열심히 살아서 모든 게 지겨워질 때 잠시 호흡을 고르고 읽어보면 좋겠다. 알면서도 하지 않는 것이라면, 다시 깨닫기 위해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시간도 필요하다. ‘내가 왜 이럴까?‘에 도달했을 때 누군가의 말은 나를 일으키는 힘이 될 수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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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마치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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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실된 기억은 찾는 게 옳을까, 잊혀지는대로 놓아두는 게 좋을까. 기억은 삶을 지배하는 것인지, 삶을 파괴하는 것인지 오래도록 생각했다.

잊혀진 기억을 찾아가는 여정이 괴로워 읽고 있으면서도 모든 것을 닫고, 모른척하고 싶었던 <3월의 마치>.

고통스러운 삶을 지나온 마치가 자신에게 좋은 것을 주는 게 두려워 사랑조차 원하는대로 선택하지 못하고 자신을 파괴하는 쪽으로 내버려 둘 때마다 고함을 치며 말리고 싶었지만, 나라고 그러지 않을 수 있을까 생각하느라 시간이 머무는 듯 멈춰버렸던 이야기.

한 사람에게 온갖 고통을 던져주면서도 화려한 배우의 삶을 설정하는 게 아이러니하긴 했으나 그마저도 없었다면 마치는 어떻게 삶알 살아낼 수 있었을까 공감도 했다. 지긋지긋한 삶 속에서도 살아내기 위해 발버둥쳤을 마치라는 여성을 생각하니, 기억 아니 삶의 의미가 무슨 소용인가 생각도 들었던 서사.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딸에게 “미안하다”라는 마음을 전했을 때조차, 그 먼 여정을 돌아왔을 마치에게는 너무쉽지 않았을 말들이지만 결국 해내서 다행이다 안도를 느꼈다.

마치의 생이 너무도 비루하고 고달파, 그 모든 것을 감당하고도 온전한 정신을 갖고 살아가는 게 더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서로에 대한 이해도 없고, 서로를 알고자 했던 마음도 없었던 가족이라는 명칭으로 묶인 구성원이 의무로만 살아가면서 닥쳐올 쓸쓸함과 고통은 해소하지 못하고 꾸역꾸역 버티는 마음들을 마주하면서, 마치가 그냥 내려놓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마음이 들었다.

내가 나로 살기 위해 지키고 싶은 것들과 지켜지지 못하는 것들, 어쩔 수 없이 끌려가게 되는 시간들을 생각하며 마치가 기억을 잃어가고 있으나ㅜ기억을 잃는 게 편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생을 얻고도 줄기차게 부정당하며 자라왔던 고통을 치유하지 못한 채 엄마, 아내, 배우 어떤 누군가가 되는 일. 자신이 자신을 알지 못한 채 시간에, 책임에 떠밀려 살아가는 일. 무엇도 찾지 못한 채 기억을 잃어버리는 일에 대해 생각했다.

기억을 잃고 살아가는 할머니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봄이 오는 소리가 누군가에게는 그리 따뜻하지 않음을, 치열하게 사는 어떤 날도 나를 잃으면 의미가 없음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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