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들의 꽃 - 내 마음을 환히 밝히는 명화 속 꽃 이야기
앵거스 하일랜드.켄드라 윌슨 지음, 안진이 옮김 / 푸른숲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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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꽃을 사랑하는 이유는 아름다움 때문일까. 그 찰나 때문일까.
떨어지는 꽃잎에도 시들어가는 한송이 꽃에도 마음이 쓰이는 것은 가버리는 시간의 속절 없음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다보면, 지금 당장 보지 못할 꽃들과 언젠가 보았던 꽃들, 언젠가는 꼭 보고 싶은 꽃들이 화가의 시선에 담겨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음이 사무치는 꽃도 있고 어떤 기억이 떠올라 미소짓게 하는 꽃도 있다. 화가가 가둔 꽃들의 시간들이 내가 기억하는 꽃들을 깨운다. 그림 속에 있지만, 이미 소멸하고 말았을 꽃들이 나를 위로한다. 주름진 꽃이, 고개를 떨군 꽃이, 싱그러워 만지고 싶은 꽃이 자꾸 내 마음에 노크를 한다.

조지아 오키프는 자신의 꽃 그림을 남성의 중심에서 성적으로만 해석되는 것에 반대해 꽃을 꽃처럼 보이게 그렸고, 아침 일찍 슬리퍼를 신고 외출했다가 꽃을 꺾어 작업실로 돌아와 꽃 그림을 그린 앙리 판탱라투르의 장미에는 처연한 슬픔이 느껴졌다. 몬드리안의 작업실은 꽃이 중심이 되었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앙드레 케르테스 덕분에 알게 되었고, 마네가 그린 <라일락 꽃다발>을 오래 들여다보며 봄날의 향기와 장면을 기억해냈다.

기억과 그리움을 불러오는 꽃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작가들의 색깔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떤 꽃도 같을 수 없고, 어떤 시간도 영원할 수 없다. 그들이 남긴 시간 속의 꽃들은 내 지친 마음을 자꾸 쓰다듬는다. 그들은 꽃을 그리며 위로를 받았을까, 환희에 차 올랐을까, 지나가버리는 시간들을 아쉬워 했을까, 기대했을까. 시간마다 달라지는 생명의 싱그러움과 물기가 사라지는 순간들 안에서 화가들의 마음을 떠올려 본다. 모두 외로움과 싸웠을 테지만, 그림이 완성된 그 순간만큼은 환희에 젖었을 것이라 믿으며. 찰나 같아도, 꽃그림 같은 하루들이 쌓여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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