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행복한 밥벌이 - 자신의 일을 즐기며 사는 17인의 열정 토크
홍희선, 김대욱 지음 / 넥서스BOOKS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먹고살기도 힘든 시절을 지나온 우리는, 웰빙과 여유와 여행에 대해서 논하기 시작한다. 이제는 어느 정도 먹고살만해졌다는 이야기다. 먹고살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들을 조금 줄이고, 다른 일로 고개를 돌리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우리는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정말 먹고사는 게 '다' 인 것일까? 그것만 충족되면 그냥저냥 살아도 되는 것일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한다. 우리는 이제 먹고살기는 그럭저럭 할 수 있는 시대에 안착했다. 이런 시대에는 먹고사는 것보다 뭘 하고 있느냐가 중요해진다. 나는 무엇을 하면서 먹고살고 있는 거지?
공부하기 위해 태어나서, 또 공부하기 위해서 자식을 낳는다. 이런 지루한 삶은 싫다. 결국,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시간에 얽매이고, 체면에 얽매인다. 보여주는 삶을 살다 보니, 내가 사는 삶은 없다. 이런 것들을 깨닫게 되면, 허울 좋은 학벌도 사생활이 없는 대기업 사원 생활도 내가 진정하게 원하는 삶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사막의 신기루처럼 진짜가 아닌 삶이 된다. 진짜가 아니지만 배부른 걸로만 만족할 수 없다면 할 말이 없다. 그것도 만족이기에 그게 행복한 삶이고 행복한 밥벌이라고 말한다면 "이 사람아 정신 차려! 당신 제대로 살고 있는 거야?"라고 말할 수 없는 거 아닌가. 그리고 그렇게 말할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
<행복한 밥벌이>에 나오는 17명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 보면, 이들에겐 먹고사는 게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먹고사는 건 어느 정도 할 수 있으니, 꿈꾸는 삶을 사는 게 중요하다. 배부른 소리라고? 이들은 원초적으로 배부르지 않다. 아직도 배고프다. 아직도 해야 할 일들이 많고, 이제 시작이라는 사람도 있다. 이제 꿈꿔온 것들 안에서 조금씩 가슴 속을, 뱃속을 채워나가기 시작했을 뿐인데 무슨 배가 부르다고. 0부터 10까지 나뉜 눈금에서 이제 1쯤 왔을 뿐이다.
최고가 되기 위해서 달리는 것은 아니다. 내가 선택하고,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위해서 달리는 것이다. 그렇게 달리다 보면 언젠가 최고가 될 수 있겠지. 하지만 그 '최고'라는 말에 발목 잡히지 않고, '최고'라는 말을 의식하지도 않는다. '부유'한 것 같지도 않다. 물질적인 것으로 보상받는 삶만이 행복할 리 없다. 이들은 그것을 잘 알고 있다. 돈을 쫓아가는 밥벌이는 돈의 노예만 될 뿐. 꿈을 쫓아가는 밥벌이를 할 때 가끔은 돈이 쫓아와 준다. 그렇게 먹고살 수 있으면, '돈'은 개의치 않는다.
'당신들 멋져!'라고 말할 수 있다. '돈'을 많이 벌어서, '사업 수완'이 좋아 보여서, '타고난 전략가'라고 할 수 있어서가 아니다. 원하는 삶을 쫓아가기에, 그러다 지친다 하여도 원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기에, 자기의 위치에 당당하기에, 그리고 그것을 행복한 밥벌이라고 말하기에. '당신들은 멋지다!'라고 말할 수 있다. 노래를 하기 위해서, 만화를 그리기 위해서, 연기를 하기 위해서, 예술을 하기 위해서, 작곡을 하기 위해서, 글을 쓰기 위해서, 만들어 내기 위해서, 그리기 위해서 그들은 어떤 것도 감수할 수 있다. 좋아서 하는 일인데, 즐거워서 하는 일인데 무슨 후회가 있겠는가.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아니한가.
그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
|
|
|
10년 만 해보고, 안 되면 그만두려고요. 10년을 했는데도 원하는 걸 얻지 못한다면, 이 길이 아니라는 뜻이니까 |
|
|
|
|
하지만, 그들은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 10년 뒤에는 또 다른 모습으로, 멋진 삶을 이루어 냈을 테니까.
힘들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다. 내가 선택한 길이기에, 나만의 철학과, 나만의 굳건한 신념, 의지가 있기에, 나는 행동하는 사람이기에 달린다.
치열하게 살았으니, 타인 앞에서도 당당하게 나는 누구라고 말할 수 있는 그들의 대범함과 솔직함, 열정이 부럽다. 정당한 욕망을 위해 달리는 사람들, 행복한 밥벌이를 하는 사람들이 책 속에서 활짝 웃고 있다.
누군가 내 글에 귀를 기울여 준다면, 언제까지나 행복하게 글을 쓸 수 있을 거라는 시인 김경주
지금까지는 시작을 위해 준비한 것이라는 영화감독 & 배우 양익준
붕가붕가에 소속된 모든 사람이 18평짜리 임대 아파트 하나와 보험료를 꼬박꼬박 납부할 수 있을 정도로 돈을 버는 것이 1차 목표라는 붕가붕가 레코드 고건혁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고된 과정을 이겨낸 완벽주의자 아트디렉터 김소영
아직은 45등쯤, 1등을 향해 천천히 나아가겠다는 개그맨 한민관
생각만 하지 말고 도전해 보라고 가열차게 외치는 밴드 국카스텐
언제나 '청년'이고 싶은, 채워지지 않는 욕심으로 슬퍼하지 말자는 뮤지컬 배우 김산호
지금은 만들어내고 뿜어내고 공유하면서 음악에 집중하고 싶다는 싱어송라이터 최고은
그림 노동으로 빛나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만화가 최규석
최고라는 착각의 벽을 당당히 부셔내고 다시 그려내는 그래피티 작가 JNJ CREW
모두가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다고 믿는 포토그래퍼 전소연
Just be yourself-Dream and go for it! - 팝아티스트 낸시 랭
맥주 한 잔 마실 돈만 있다면, 내가 재미있고 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행복하다 현대음악 작곡가 신나라
어려운 미술, 재밌고 즐겁게 소통하길 원한다 큐레이터 몰라
미친 듯이 두드리고, 두드리며 미친다 라퍼커션 리더 전호영
자기만의 행복을 만들어 나가는 맑은 배우 한지민
신춘문예 당선자에게 직접 전화하는 꿈을 꿔온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박선희
그들의 열정과 행복과 즐거움을 흡수해 보시라!
함께 읽으면 좋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