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그 설렘으로 아이들을 만나고 싶다
파멜라 심스 지음, 신홍민 옮김 / 양철북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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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도 말이 없는 한 아이가 있었다. 숙제도 해오지 않고 일기도 써오지 않는. 수업시간에 발표를 시켜도 가만히 서있기만 하는. 다른 아이들이 하는 거의 모든 활동에 아무런 참여도 하지 않으려는 아이. 초임이기에 그런 아이를 대하는 나의 마음은 온통 당혹감뿐이었다. 어린 나이에 이 세상을 포기한 듯이 살아가는 아이의 태도......그런 아이에게 나는 남다른 애정을 갖기 시작했다.

수업시간에도 다정하게 이름을 많이 불러주고, 눈이 마주치면 활짝 미소지어주고, 급식실에서 밥을 먹고 있을 땐 머리를 쓰다듬으며 많이 먹으라는 말을 해주었다. 숙제 안 해온 사람은 남아서 다하고 가라는 핑계로 아이를 학교에 남겨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려는 노력도 했다. 조금씩 나와 친해지긴 했지만 아이는 쉽게 전의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 여전히 수업시간에는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내 이야기는 듣지 않았다. 그때 내 기분은 정말 암담했다. 그때 나는 아이들 모두가 매 수업시간에 항상 완벽한 태도로 내 수업에 집중해주는 것으로 자기만족을 삼았는지도 모른다. 그랬기에 그 아이때문에 많은 시간 고민했고, 마음 아파했으며, 힘들어했다. 정말 '허공에 성을 쌓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했다.

아이의 자리를 내 책상 바로 옆에 옮겨놓고 심부름도 많이 시키고 꾸준히 지켜보고 대화하며 항상 내가 자신을 믿고 사랑한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많은 시간을 그 아이와 함께 하면서 나는 아이가 가진 상처를 알게 되었으며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에선 누구보다 훌륭한 그 아이의 재능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고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는 아이에게 거의 모든 시간 내게 주의 집중하라고 다그치지는 않는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그 아이를 사랑하고 인정해줄뿐이다. 나 역시 그 아이를 통해 많이 변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아이들이 가진 공통점보다는 아이들 각자의 차이점과 개성을 보고자 노력한다.

아이에게 좀더 자유를 주면서 아이에 대한 믿음의 끈을 놓지 않는 내 마음을 아이도 조금 느끼는지 요새는 숙제도 제법해오는 편이고 내가 미소를 지으면 아이도 내 두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수줍은 미소로 화답할 줄 안다. 여전히 수업시간에 정신을 놓고 있을 때가 많지만 나 역시 그런 아이에게 다그침보다는 여유로운 농담을 건네며 그 아이가 내 수업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한다.

짧지만 내가 교단에 들어선 지난 몇개월동안 내가 겪은 일들을 되돌아볼때 이 책은 어느 한 부분 내 가슴에 와닿지 않는 부분이 없었다. 이 책이 담고 있는 이렇게 평범한 진리들을 깨닫기까지 아이들을 통해 참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고민했던가!

이 책은 내게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사랑하고, 믿을 수 있게 해준 참 좋은 설레임으로 다가온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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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증
고은주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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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스물넷.지금껏 주변에서 사람들이, 친구들이 사랑때문에 행복해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사랑한다는 이유로 결혼을 한 친구도 있다. 참 무모해보였던 친구의 결혼. 역시 '스스로의 경험을 넘어서는 사랑은 어차피 이해될 수 없다.'는 말은 맞는 말이었다.

주인공 오민영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누군가를 통째로 받아들이려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가슴을 열지 못하는 것이 자신의 본성인지 모르겠다고. 지난 날 나 자신의 껍질 속에만 숨어 누군가가 내게 다가오려하면 차갑게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곤 했던 내 모습이 왠지 자꾸 그녀와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하고 가벼운 친구 이상이 너무나 견디기 어려웠던 나. 누군가에게 집착하고, 구속하는 것. 그로인한 고통을 두려워하고 사랑의 순간적 속성과 사랑이 남기는 상처만을 두려워한 나머지 항상 모든 사람들에게 일정한 거리만을 허락했던 나. 이 소설을 통해 사랑에 대한 그런 두려움은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일정부분 가지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민영이나 서인, 유진이 모두 그러했으니까. 그들을 통해 나는 세상에 나 자신만이 겁쟁이가 아니구나 하는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칭송하는 사랑의 실체가 비록 '돌멩이'와 '모래언덕뿐'일지라도 이제는 나 역시 신유진처럼 '나는 그를 사랑한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 나는 나를 믿듯이 사랑을 믿는다. 그리고 나는 이제 내가 누구인지 알겠다. 그러므로 피할 수 없다. 나는 그를, 나를 떠나보내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제 피하지 않을 것이다. 떠나는 것 못지 않게 머물러 있는 것도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 나 자신을 마주보는 지금이야말로 내게는 용기가 필요하다. 나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그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나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고 싶다.'라고 말하고 싶다.

아! 내게 과연 사랑은 어떤 종류의 현기증으로 다가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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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꽃 향기 2
김하인 지음 / 생각의나무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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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을 읽고 한참동안 2권을 읽지 않은 것은 별다를 것 없고, 결론이 뻔한 이야기에 흥미가 떨어진 탓이다. 슬픈 이야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눈물이 나지 않은 것도 그 이유였다.
그러나 가을이 된 탓이었을까? 실은 가을과는 그리 관계가 없는 책이었지만 '국화꽃향기'라는 가을분위기의 제목에 이끌려 '결론이 뻖한' 2권을 빌려보게 되었다.

책은 안 그래도 가을 분위기에 물든 내 감성을 더욱 자극했다. 괜히 고등학교때 보았던 영화 '편지'를 떠올리게 했고, 양귀자의 천년의 사랑에 나오는 깊은 사랑을 생각하게 했다. 천년의 사랑이나 국화꽃 향기나 여자가 아이와 남자를 남기고 먼저 떠나간다는 것이지만 솔직히 책 속에 등장하는 여자들이 어떤 면에선 부럽기까지 했다. 주인공 미주의 말처럼 그들은 '진한 사랑도 해봤지, 결혼도 해봤지, 애도 가졌지' 결국 낳았지. 물론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평범함 속의 특별한 감정까지는 가질 수 없었다는게 아쉽지만...... 하여간 무엇보다도 그렇게 마지막 순간을 끝까지 변치 않는 사랑으로 지켜봐주는 이가 있다는 사실이 부러운 걸보면 아무래도 나도 가을을 타나보다^^

아마 이 책을 내가 그나마 지금보다는 좀더 감수성이 살아있던 여중이나 여고시절에 읽었더라면 주인공에게 나를 투사시키고 결론을 해피엔딩으로 만드느라 며칠동안 잠을 설쳤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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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살 인생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위기철 지음 / 청년사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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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나는 이 책의 내용이 아홉 살의 시한부 인생을 살다간 어린 아이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 책은 얼마나 슬픈 내용일 것인가! 하지만 실제로 읽어 본 이 책은 아홉 살짜리 어린 아이의 짧은 삶동안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인생을 집약시켜 놓은 책이다. 아홉 살짜리의 인생에 많은 것을 담으려 했기때문인지 아홉 살 아이치고는 대화의 내용이 굉장히 심오하고 철학적이다. 그래서 아홉 살의 여민이는 어른스러워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일찍 세상에 철이 든 <새의 선물>의 주인공 진희를 떠올리게 한다.

여민이는 정의롭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강한 아이다. 아이로서 가지게 되는 수많은 호기심들에 인생의 여러 가지 단상을 이렇게 적절하고 재미있게 섞어놓을 수 있다는 사실이 참 놀랍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어린 여민이에게 아이에게 가질 수 있는 귀여운 감정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부모없는 신기종에 대한 어린이 답지 않은 이해심이라거나 여자를 보호하려는 기사도 정신은 여민이를 단순한 어린이로만 볼 수 있도록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생님에 관하여 묘사해 놓은 부분은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가난한 아이들을 때려주기 위해 만든 것이 학교이며, 선생님은 아이들을 때려야만 월급을 받는단 말인가? 좀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고, 상당히 잔인하고 거친 부분도 많지만 그 부분 역시 우리 인생의 단면이라는 생각이 드니 무척 슬픈 생각이 들었다.

책을 다 읽고나서 아홉 살에 그렇게 많은 것을 알아버린 아이의 이후 삶은 보나마나 무척 재미없을 거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앞으로 더 이야기할 것이라곤 아홉 살까지 겪은 일들의 반복일뿐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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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양장)
이케다 가요코 구성, C. 더글러스 러미스 영역, 한성례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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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오로지 100명만이 사는 마을로 단순화한다? 상당히 동화적인 발상인 것 같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내려간 이 책은 의외로 내 마음 속에 깊은 파장을 남겼다. 이 책을 읽으면서 수치로 확연히 드러나는 삶의 상반되는 모습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수의 힘이란 바로 이런 것인가보다. 세상 전체 인구를 가지고 말을 했더라면 잘 이해하지 못 했을 것을 100명만이 사는 세상으로 좁혀 놓음으로 해서 흔히 접하는 그 수의 범위 안에서 더 확실히 이 세상 사람들의 삶의 차이를 느낄 수 있게 한 것! 이 책의 놀라운 발상이다.

100명만이 사는 마을에서도 가진 자와 못 가진자가 있다는 것! 백명이 사는 마을에서의 그런 모습들을 보면 못 가진 사람들이 가진 사람들에게 조금씩만 나누어주면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은 단순한 생각이 든다. 하지만 실제 세상으로 넓혀놓고 보면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 빈곤한 자의 수는 정말 어마어마하고 부는 정말 소수에게만 집중되어 있다. 그 부를 나누는 일이 실제 세상에서는 굉장한 일처럼 느껴진다.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은 단순하게 생각하는 데에 있는 것같다.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문제의 해결이 굉장히 쉬울 것 같이 느껴지지만 실제 상황의 여러 가지 변수를 간과할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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