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You Reach Me: (Newbery Medal Winner) (Hardcover) Newbery : 반드시 읽어야하는 뉴베리 수상작 286
레베카 스테드 지음 / Wendy Lamb Books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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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뉴베리 수상작. 발표됐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구입하여 읽은 책. 근데 개인적으로는 재미는 썩 있었다고 말하기는 좀 그렇다. 스토리 자체가 탄탄한 책을 좋아하지, 아이디어가 있는 트리키한 책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개인적인 취향 때문에. 한 때 그림책은 뭔가 발상을 뒤엎는 걸 좋아했는데 보다 보니 그 신선한 느낌 자체는 좋은데 마음의 울림이 없는 것 같아서. 요즘은 스토리가 있고 가슴에 울림을 주는 진득한 이야기들에 마음이 더 가는 것 같다. 

사실 리뷰 몇 개를 봤는데 다 극찬 뿐이라서. 내가 제대로 읽지 않은건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뉴베리가 이야기 구성이 탄탄한 작품을 상을 주는 것에서 뭔가 신선한 시도를 하는 도서에 상을 주기 시작한 것 같다. 재작년의 Good Masters! Sweet Ladies!도 그렇고.  

설하고. 이 작품을 설명하기는 참 쉽지 않다. 뭔가 좀 복합적이라서. 그래도 핵심 키워드를 뽑아내자면 시간 여행, 미스테리한 노트들, 우정, 폭력, 한부모, 뉴욕 등이랄까? 주인공 미란다는 Madeleine의 「A Wrinkle in Time(시간의 주름)」에 매우 빠진 6학년 여자아이. 그녀는 의문의 노트 쪽지를 받는다. 도무지 누가 보냈는지 알 수 없는. 미스테리한 쪽지. 미래를 알지 않고서야 알 수 없는 정보들이 쪽지에 적혀 있다. 사실 이 미스테리를 푸는 과정 자체가 이 책을 읽는데 있어서 큰 축이기도 하다. 대체 누가 이 쪽지를 보냈을까.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을 하나씩 대입해 보고 사실 난 거의 끝에 가서야 파악을 했다. 쪽지가 이끄는 큰 축 외에도 주요 사건이 더 있다. 첫째는 TV 퀴즈 쇼(스피드 퀴즈. 상금 2만$)를 준비하는 엄마를 엄마 애인과 함께 준비 시키는 저녁의 가정 생활과, 점심 시간에 친구들과 몰려 가서 샌드위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우정 생활, 그리고 의문의 사건. 친구가 또래에게 폭력을 당한 이후로 불편해진 관계. 또, 매우 천재적인 시간에 관해서 너무나도 이해를 잘 하고 있는 그 친구를 때린 다른 친구.뭐 그런 사건들. 결국에는 사건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밝혀지고, 깨어진 관계들은 다 회복되며 마무리 지어진다. 

스테리한 쪽지를 누가, 어떻게 보냈을까.를 풀면서 그 안에 담긴 70년 대 후반 뉴욕의 일반적인 아동의 우정과 생활을 지켜 보는 것이 묘미라면 묘미. 한가지 책읽기를 방해한 요인이 있다면 이 작품에 「A Wrinkle in Time(시간의 주름)」이 정말 많이 인용되는데, 그 책을 안읽은지라 좀 감을 잡기 어려웠다는 점이랄까. 이 시간 책은 63년 뉴베리 수상작. 이 책을 읽어보고 다시 한번 읽어보면 좀 느낌이 다를 것 같다. 또 책 자체가 미스테리 퀴즈 형식이기 때문에 결말을 알고 다시 처음부터 읽으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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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otebook (Mass Market Paperback)
니콜라스 스파크스 지음 / Warner Books / 199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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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여러 컴플렉스가 있는데 그 중에 하나는 바로 로맨스 컴플렉스이다. '손수건 7장으로도 모자란 감동!', '눈물을 흘리지 않고는 볼 수 없는 영화', '최고의 감동' 등의 영화를 보러 갈 때면 설마 이번에는 감동 받겠지 싶어서 티슈를 가져 갔다가 손수건 1장은 커녕 휴지 한 칸도 적시지 못하고 돌아오기 일수였다. 뭐. 사설이고. 난 정말 로맨스를 즐길 수 없는 것일까? 남들은 최고의 명작으로 여기는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도 책과 영화로 3-4번은 봤는데 매번 맹숭맹숭. 아니 남들이 다 받는 감동을 난 왜 못 받는거야. 싶으면서. 나의 로맨스 모듈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이번에 여행이 끝나기 전에 어떻게 해서든 이 책을 반드시 즐기고 돌아가겠다는 오기가 생기기도 했다.  

워밍업(?) 차원에서, 또 잠자고 있는 발달이 안된 로맨스 모듈을 깨우기 위해서 여러 로맨스 소설들을 읽어보기로 했고 첫 타자로「The Notebook」을 읽었다. 워낙 유명할 뿐 아니라, 영화로 만들어진 후에 한국에서도 매우 크게 히트를 친 실화를 바탕으로 한 대표적인 로맨스 소설. 

내용과 설정이 아주 특별하지는 않다. 시골 마을 뉴베른에 몇 주간 휴양을 온 아티스트적인 감수성을 지닌 열정적인 갑부집 딸 앨리와 순수한 영혼을 가진 시를 좋아하는 시골 남자 노아의 어린 시절의 불 같았던 한 때. 당연히 부모의 개입이 들어오고, 둘은 이후 14년 동안 연락도 못하고 잊고 지낸다. 물론 노아가 앨리에게 수없이 많은 편지를 보냈으나 이 편지는 결코 앨리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노아는 골드만 목재소에서 일을 하다가, 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자 군인으로 지원한다. 전쟁이 끝나기 전 골드만 사장은 노아에게 유산을 남기고 죽고 그 돈으로 전쟁에서 돌아온 노아는 낡은 집을 사서 수리를 하는데 모든 시간을 보냈다. 또 멋진 리폼으로 그의 집은 신문 기사화 되기도 한다. 

한편, 그 신문 기사는 14년 전 노아의 첫사랑인 앨리에게도 전달된다. 뉴베른을 떠나온 앨리는 엄마가 편지를 가로챈 것도 모른체 그렇게 노아와의 사랑을 마음에 묻게 되고, 대학을 가고, 전시에 간호조무사로 봉사를 하다가 법조인 론을 만나 4년간 연애를 하고 약혼을 했고 그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 신부이다. 그런데 그 예비 신부의 마음에서 늘 한켠에 잡고 있던 노아의 소식을 신문을 통해서 보게 된 것이다. (아. 줄거리가 너무 길어진다. 이제부터 축약 버전으로) 앨리는 노아를 찾아가고, 둘은 다시 사랑을 확인하고, 론은 난리나고, 엄마는 둘이 함께 있는 집에 급습하고, .... 결국 앨리는 노아와 결혼해서 45년간을 행복하게 살다가 4년째 알츠하이머병에 시달리고 있다. 즉, 남편과의 모든 사랑의 추억은 고사하고, 남편의 얼굴도 못알아보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된 거지. 그런 할머니에게 자신들의 러브스토리를 매일매일 읽어주는 할아버지 노아의 이야기인 것이다. 프레임 구조로 시작과 끝은 요양원에 있는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간인 현재 시점을, 중간은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그들의 젊은 날의 러브스토리로 구성이 되어 있는 것이다. 

감상을 쓰려고 하니. 뭐라고 딱 하나로 집약되어서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책을 읽을 때면 작가의 주된 메시지가 뭐지를 계속 파고 들려고 하는데, 그것이 좀처럼 쉽게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사랑에 대해서 얘기하고자 했다는 것. 사랑. 어떤 사랑? 우리가 일평생 살면서 만나게 되는 세 가지 사랑에 대해서 얘기하고자 했던 것일까? 

#1.
첫사랑. 첫사랑의 기억은 뜨겁다.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 그렇게 한 눈에 반한 사랑을 한 노아와 앨리. 이들의 어릴 때 했던 첫사랑의 만남이 일평생을 좌우했지만, 작가는 이 첫사랑 자체에 비중을 많이 두고 있지는 않는듯 했다. 
 

다시 돌아온 첫사랑. 14년의 공백 끝에 이들은 다시 만난다. 그 옛날의 기억은 전혀 빛이 바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빛난다. 그뿐 아니라 긴 기다림의 세월 동안 인격적으로 육체적으로 성숙한 노아는 약혼자에게 돌아가는 그녀에게 '가지마'라는 말을 마음으로 삼킬 뿐 붙잡지도 못한다. 역시 이야기 전체에 포커스가 여기에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매일 매일 새롭게 시작하는 첫사랑. 이제 그녀는 치매에 걸려서 그들의 사랑을 기억하지 못한다. 노아는 그들의 러브스토리를 매일매일 새로 읽어주며 잠시라도 그녀의 기억이 돌아와 주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앨리의 기억이 돌아올 때면 그는 forgotten paradise를, 완전히 새로운 heaven을 만끽한다. 나는 이 책의 포커스를 이 마지막 첫사랑에 두고 싶다. 아마 작가의 생각도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세 종류의 마음 아픈 첫사랑. 첫사랑의 현재는 그 뜨거움으로 서로의 몸과 영혼을 아프게 하고, 돌아온 첫사랑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게 하고, 마지막으로는 일생을 지배했던 그들의 사랑의 기억을 쓰고 또 쓰게 하며 가슴을 아프게 한다.  


이 책이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노아의 헌신적인 사랑과 그 사랑이 만들어내는 기적, 또 로맨틱한 캐릭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의 삶에서도 언제라도 찾아올 수 있는 보편적인 사랑의 서로 다른 모습들을 통해 일상에 묻혀 있는 사랑을 돌아보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에게나 이러한 사랑은 어느 시기를 막론하고 올 수 있다. 그 대상이 한 사람이 아닐 수도 있고, 그 깊이 또한 천차만별 다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현재 그 사랑이 나에게 현재로서의 첫사랑이냐는 것이다. 우리는 사랑을 과거로 묻어 버리는 경향이 있다. 한 때 좋았었지. 한 때 불 같았었지. 그 한 때. 그 한 때가 지나가 버린 것인건가. 

이 책에는 한 때가 아닌, 상대가 예쁘고 젊어서가 아니라, 나의 영혼을 만져주고, 나를 나되게 하기에 그래서 유일한. 그래서 매일매일 첫사랑이 되는 앨리를 향한 노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완전히 픽션 스토리이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둔 소설. 그런 사랑이 가능하다고 얘기하는 것 같다. 

#2.
왜 로맨스는 인기가 있을까? 이 책의 중반까지는 책을 즐기기가 어려웠다. 근데 궁금했다. 수많은 몇백, 몇 천 권의 책 중에서 왜 사람들은 이 책에 열광하는지. 그리고 나는 왜 그들 중 하나가 될 수 없는지. 그러다가 후반으로 가면서 많은 생각들을 하며 책을 즐길 수 있었다.

1) 잘은 모르겠지만, 이 책에는 공란이 많다. 독자가 추측할 수 밖에 없는 틈을 남겨둔다. 그 틈은 독자가 자신의 경험을 자신의 생각을 넣어서 채울 수 밖에 없다. 즉, 그 이야기는 작가 혼자 만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2) 보편적인 삶의 태도에 대한 나의 생각을 돌아보게 하기 때문에 많은 이들로부터 공감을 사게 되는 것 같다. 현실을 따를 것인가, 이상을 따를 것인가. 희안하게도 책을 읽을 때면 모두가 이상주의자가 된다. 그래서 현실을 따르는 것 처럼 보이는 앨리가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나 또한 이상을 따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그리고 작가는 이상을 따르더라도 happiness는 happy & end가 되지 않고 그야말로 happily ever after가 수 있다는 낙관적인 견해를 보여준다. 물론 그 ever after의 끝에서는 또다른 넘어야 할 산이 기다리고 있을지라도.

3) 영원한, 변하지 않는 사랑의 극치를 보여준다. 우리는 책을 볼 때 캐릭터가 그 사랑을 지켜내기를 간절히 원한다. 그것이 힘들기 때문에. 그 힘든 걸 극복하고 사랑을 지켜나가는 모습은 독자에게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도록 해준다. 변하지 않는 사랑. 그건 가능하다. 어떻게 해야? 매일매일 새롭게 사랑에 빠지면. 또 내가 아닌 상대방을 first로 여겨주면. 요구하는 사랑이 아닌 채워주는 사랑을 하면. 

또 여러가지 생각할 꼭지들이 있었는데. 너무 길어져서.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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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Anxiety (Paperback)
알랭 드 보통 지음 / Penguin Books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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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 10일 간에 걸쳐서 보통의 불안을 드디어 다 읽었네요. 후련합니다. 사실 깊이 생각하고 음미해야 할 책들을 근래에 거의 읽지 않았던지라, 이렇게 눈으로 뿐만 아니라 머리와 마음으로 생각하고 곱씹어야 하는 책을 읽었다는 것만으로도 지적인 충만감이 밀려옵니다. 사실 내용 자체가 심하게 난해하지는 않은데, 그것을 풀어쓰는 작가 보통에게 화가 났습니다. 원서로 읽었는데, 짧은 영어의 탓이라고도 생각되지만요. 그러다가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하는 심정으로 노트에 논리 흐름까지 그려가면서 읽었는데. 그렇게 읽기 시작하면서 부터 재미있게 읽은 것 같아요. 

누구의 마음 속에나 윌리엄 제임스의 자존감 공식은 존재하고 있어요. 그 자존감 공식을 좌우하는 Success와 Pretension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인생의 행복과 직결된 것 같아요. 철학, 예술, 기독교, 정치, 보헤미아. 이 해결책들은 불안을 일으키는 self-esteem을 이루는 분자와 분수를 각각 교정 시키거나, 주류의 노선에서 자유하여 나만의 분자, 분수를 가질 수 있도록 보호하거나, 자유케 하는 역할을 합니다. 

책을 다 일고 나서 뭔가 해결책을 당장에 얻었다는 생각보다는,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가 넓어졌다는 느낌이 듭니다. 사실 생각하는 거 좀 귀찮아하는데.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치루어야 할 너무도 기본적인 대가라는 걸 알게 되었죠. 가장 먼저 내 마음을 소리를 듣는것, 내 인생 철학을 정립하는 것. 생각을 하게끔 하는 여러 분야의 책을 천천히 곱씹으며 읽고 생각해야겠다는 것. 그 후에, 내가 가장 우선시 여기는 그 최고의 가치, 목적을 위해서 그보다 낮은 우선순위의 것들은 과감하게 포기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 뭐 이런 생각들이 불안이 저에게 남긴 것들이라 할 수 있겠군요.  

남의 시선과, 편견을 하나씩 벗어 던지고 자유로운 사고 위에 자유로운 삶을 누리고 싶어집니다.
덧붙여 보통의 책은 한 권을 읽으면 계속 읽게 되는 중독성이 있습니다. 보통에게 빠져들 각오가 되어 있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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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 욕망 + 모더니즘 + 제국주의 + 몬스터 + 종교 다섯 가지 힘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홍성민 옮김 / 뜨인돌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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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한글책을 읽었다. 으허허. 이렇게 좋을수가. 생각보다 번역서 특유의 밍밍함이 너무 싫어서 처음에는 휙 던져버린 책이었다. 그러다가 후반부로 가서 어느 순간 노트까지 옆에 끼고 개념을 도식으로 정리하고 다시 곱씹으며 이해하려고 애쓰는 나를 발견했다. 어떻게 보면 너무 밍밍한 그저그런 번역서이지만 읽다보면 세계의 역사를 바라보는 안목, 기저에 깔린 원리를 체험할 수 있어서 정신차리고 읽어야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책이기도 하다. 그냥 생각 없이 후루룩 읽어버릴 수도 있지만, 그러면 별로 남는 것이 없을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세계 근대사를 이끈 다섯 가지 기저의 힘, 욕망, 원리를 하나씩 소개하고 있다. 그 다섯가지라 함은 표지에 나타나 있는데로, 욕망(Desire), 모더니즘(Modernism), 제국주의(Imperialism), 몬스터(Monster), 그리고 종교(Religion)이다.

 그 힘을 학교 교과서에서 정보를 전달하듯, 몇 세기에는 무엇이 어디에서 어떻게. 이렇게 나열식으로 전개하는 것이 아니고. 현대 사회에서 스포트라이트 받고 있는 것을 화두로 시작해서 수면 아래에 잠겨 있는 거대한 역사적 본체를, 그걸 이루고 있는 많은 이해관계와 욕망들, 권력구조가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아서 지금까지 왔는지를 알려준다. 즉, 현상 기저에 위치한 톱니바퀴 구조 움직임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도록 설명한다고나 할까? 이렇게 표현하면 어떤 책일런지 감을 잡을 수 있으려나? 

예를 들어볼까? 오늘날 직장인들의 필수 기호품인 커피. 그것이 흥행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고, 화려한 까페 디자인이 아니고 의식을 각성 시킨다는 커피가 가진 본질이다. 그러한 커피의 본질은 근대의 이념과도 맞아 떨어진다. 그래서 맛이 감미롭고 자연적이지 않은 '쓴' 커피에 대한 수요가 급속도로 늘어난다. 감성을 누르고 의식을 깨우는 잠들지 않게 하는 카페인. 하지만 재배 공정이 까다롭고 노동력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이윤을 극대화 하기 위해서는 싼 노동력을 구할 수 밖에 없다. 제국주의. 식민 사회에 플랜태이션을 설립해서 자동으로 자본이 주기적으로 들어오는 구조를 만든다. 이는 지배 국가와 식민 국가간에 엄청난 빈부 격차를 만들어 내는 요인이 된다. (이건 1장 1챕터의 일부 내용으로 매우 심플한 케이스. ㅋ)

이런식이랄까? 

현재 누리고 있는 문화, 현재 딛고 있는 땅, 현재 믿고 있는 신앙. 그것이 과거에서 부식되어 현재에 오기까지 거쳐왔던 전체적인 흐름. 그것을 논리적으로 수긍하며 읽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실, 하나를 알려주면 '그렇다면 이건요?'하고 물을 걸 예상이라도 한 듯, 바로 그 의문에 대한 답을 바로 다음에 얘기하고 있어서 작가와 대화하고 있는 듯한 기분 마저도 들었다. 읽다보면 '좋은 게 좋은 거지'식의 그냥 느껴지는 '삘'에 근거해서 판단했던 내 모습이 얼마나 무지몽매하게 느껴지던지;;; 이러니 황선생님도"자네 공대 출신인가?"라고 하시는건 아닌지. 흑. 현재 드러난 표층적인 문제가 주는 '감'을 넘어서서 그것이 안고 있는 역사적 뿌리가 뭔지, 그래서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생각'하도록 하는 것 같다.  

즉, 책을 일고 느끼는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 실패로 귀결된 과거를 보고, 그걸 교훈 삼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현재와 미래를 내다보는 좀 더 뜨인 안목을 가지기 위해서. 가령,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아프칸 공습을 보고. '아이고, 나쁜 이슬람 테러범들. 혼나도 싸지. 근데 그렇다고 저렇게 바로 보복하는 것도 나쁘네'하는 식의 반응이 아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그 뿌리 깊은 원한의 역사를 인식하고, 미국의 행보를 객관적으로 역사적으로 평가하도록, 이슬람=테러범으로 비춰지는 매스미디어에 휘둘리지 않고 본질을 보도록 한다는 것이지.  가상의 적을 만들어 놓고 그들을 몰살하려는 시도가 미국의 내부적 응집에 미치는 영향을 보게 하고, 대응명분 뒤에 숨겨진 '돈'을 노리는 진짜 속셈을 알아차리도록 하고. 또 미국의 행동 방식이 과거 나치의 수법과 다르지 않음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한다는 것이다. 

좀 왔다갔다 한다. 사실. 정리가 잘 안된다. 이 다섯 힘을 이루는 요소들이 또 서로 얽히고 섥혀서 완성된 근대 역사의 위계 도식을 가지기 위해서는 따로 생각을 많이 해봐야 할 것 같다. 이 책이 애초에 하나의 주제를 가진 책으로 출판되기 위해 쓰여진 것이 아닌 것 같으니 만큼 일본인 작가가 이만큼 안내했으면, 한국인인 내가 나의 역사관을 정리하는 것은 내 몫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책을 통해서 잡은 감은 인간의 욕심이 역사를 이끄는 원동력이자, 방해물이 된다는 것. 또 권력이든, 자본이든 어느 특정 이익집단에 집중되어 있으면 반드시 견제가 들어온다는 점. 비교우위를 차지하는 것. '더' 잘하고, 잘살려는 욕심. 그 욕심은 끝이 없다.. 

개인적으로 재미있기는 1장.욕망이 가장 재미있었고, 4장.몬스터에서 가장 많은 것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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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uernsey Literary and Potato Peel Pie Society (Paperback)
Shaffer, Mary Ann 지음 / Random House Inc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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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간 함께 했던 Guernsey 사람들의 이야기. 편지 형식의 책은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어느덧 Juliet의 센스있는 필체에 흠뻑 빠져서 나도 모르게 '영어스터디' 친구들에게 영어로 편지를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더라는;;  

이야기는 꽤나 다층적으로 진행이 된다. 작가인 Juliet이 새로운 작품 소재를 찾기 위해 전전긍긍하며 편집자 Sidney와 주고 받는 이야기, Juliet이 Guernsey 섬에 사는 Dawsey로부터 편지를 받고 섬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가는 이야기, 날라리 미국인 Mark와의 살짝 스쳐가는 연애 이야기, 2차 대전 시절 독일군에 의해서 점령 당하던 시기의 이야기, Juliet이 Guernsey 섬의 이야기를 집필하기로 하고 그곳에서 생활하며 Elizabeth에 대해 알아가고, 그녀의 딸인 Kit를 입양하기까지의 이야기. 등. 모든 이야기들이 편지 형식으로 전개된다. 

사실 초반에는 Juliet의 편지 문체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일일이 줄을 그어가면서 사전 찾아가면서 보느라고 스피드를 내지 못해서 흐름을 놓쳤는지, 몰입하지는 못했었다. 미시적으로 센스있는 표현들에 감탄을 많이 하긴 했지만.. 또 책 소개에서는 돼지를 먹기 위해 모인 무리가 얼떨결에 급조된 독서 모임으로 둔갑을 하고, 문학에 관심 있는 독일 대장이 그걸 좋게 보아서 어쩔 수 없이 독서 모임을 지속해야 하는 그런 내용이라고 나와있었기에, 뭔가 더한 드라마틱한 상황과 플롯을 원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여름에 본 역시 2차 세계 대전 시절 독일군 치하 스탈린의 죽음에 따른 애도 기간의 법을 어기고 결혼식을 올리다가 모두 몰살하고 마는 루마니아의 시골 마을이야기, 사일런트 웨딩(2008)) 

하지만 내 기대와는 다르게 매우 잔잔하고 담담하게, 소시민들의 삶의 얘기들이 편지로 전해질 뿐이어서, 그다지 자극적인 재미와 충격적인 감동은 없었던 것 같다. 내용 자체는 매우 훌륭하다. 전시 하에 서민들의 삶. 그 공포 속에서도 지켜나가는 이웃 주민들간의 우정. 그들의 용기와 아픔이 매우 담담하게 편지에 조금씩 조금씩 담겨 나타나기 때문이다. 특히,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독일 군이 영국의 섬을 점령한 상황이 배경인데, 독일 사람들이 가질 수 밖에 없는, 그들의 떳떳할 수 없는 과거가 온 유럽 사람들의 마음에 피멍을 들게 했다는 사실은 몇일 전 벤츠 박물관에서 전쟁에 대한 사죄하는 마음이 그들의 '정직'과 '솔직'한 역사 의식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명백하게 온 유럽 사람들을 피멍들게 한 장본인을오서 마땅히 현대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가질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주홍글씨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일본을 생각할 때 드는 생각보다 더. 더 뿌리 깊이 많은 유럽 국가들은 그렇게 독일의 나치를 증오하고, 그들이 피로 얼룩지게 한 역사를 원통하게 생각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인 사람간의 우정보다는 두 사람 사이에서 피어나는 로맨스가 확실히 흡입력(자극적)이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지막에 부록 식으로 달려있는 Isola의 일지에 나타나 있는 Juliet과 Dawsey가 지적인 엘리트 작가와 시골 섬마을 농부라는 어마한 신분적 격차를 극복하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즉시 결혼을 결심하는 대목에서는 그야말로 가슴 설레어하면서 글을 읽었기 때문이다. 초반에 Izzy Bickerstaff 책을 홍보하러 다니며 그토록 바쁘게 살던 Juliet이 모든 것을 내버려 두고 Guernsey 섬으로 갈 수 있었다는 상황과, 한시도 빠지지 않고 일거수 일투족을 관리하던 편집자 Sidney가 다리를 다쳐서 Austria에 몇 개월간 거주하여 out of control 된 상태하며,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날라리 Mark의 등장 등등. 조금 어색한 전개가 거슬리기는 했지만, 책 전체가 가지고 있는 메시지와 표현 방식은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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