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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Paperback, Reprint)
스티그 라르손 지음 / Vintage Books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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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저도 최근에 대세인 드래곤 타투를 읽었습니다.

오.~ 재미있는데요?!

 

추리물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틀림없이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는 책입니다.

저는 읽으면서 책 한권이 나라 홍보를 엄청할 수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연초에 칼레이드 호세이니의 연을 쫓는 아이들을 읽으면서 관심에 두지 않던

아프간 사회를 생각하고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면,

이 책은 책 자체의 재미 외에도 북유럽. 스웨덴의 분위기를 조금은 알 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던 것 같거든요.

 

작가가 요 시리즈 3부작만 남기고 죽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안타깝네요.

 

몇일 전에 다른 분께서도 후기를 남기셨지만 리딩은 초반이 좀 어려운 편이에요.

워낙에 스웨덴 이름들, 지명들이 익숙하지 않을 뿐더러. 등장인물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그들의 관계와 이름을 외우는 것. 사건이 일어난 지역의 지리적 구도가

머리에 훤히 그려지기까지 시간이 좀 걸려서 가족트리와 지도를 계속 보면서 읽었어요.

장편 소설(10부작)을 염두에 쓰고 쓴 책이라 1권은 상세한 설명을 한 것 같아요.

2부 부터는 좀 더 수월한 도입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술 방식이 전지적 작가 시점인데. 템포를 독자와 함께 하는 느낌이랄까요?

두 명의 주인공 블롬크비스트와 살란데르와 함께 가족 트리를 보고, 위치를 보고,

하나씩 발견되는 단서들을 찾아가면서 이 사람, 저 사람 의심해보고.

결국은 뜨악스러운 결말에 도달하게 된답니다.

 

기업가 오너 가족에서 발생한 어린 소녀의 실종 사건. 그 사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80대 할아버지. 결국 한 경제 기사 사건 소송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실무에서 빠져나와

있는 한 편집자에게 가족 역사책을 쓰는 표면적인 잡을 진행 하면서 이 사건을 재조사해

달라는 부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밀레니엄사 편집자였던 블롬크비스트가 반예르 가문의

역사와 해리엇이라는 소녀의 사건을 파헤치게 됩니다. 사회정서적 장애를 가진

천재적인 해킹 소녀 살란데르 양과 함께요.

 

초반에 살란데르 양이 이런 말을 해요.

People always have secrets. It's just a matter of finding out what they are.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죠.

그리고 비밀을 캐내려고 마음 먹는다면. 누구에 의해서든 그 비밀은 밝혀집니다.

이들 각각이 밝혀 내고 싶은 비밀과, 숨기고 싶은 비밀은 무얼까요.

 

살란데르의 이전 가디언의 가르침이에요.

Analysis of the consequences.

 

사건의 인과관계. 추리물에서는 빠질 수 없는 접근 포인트겠죠?

사람들의 반응과 행동을. 그리고 어떠한 과거의 문제 때문에 저렇게 행동할까 살펴보세요.

한층 더 재미있어 질겁니다.

 

그리고 비밀의 댓가. 비밀을 벗기고 진실을 마주하는 것은 쉽지 않겠죠.

Did you expect the truth to be painless?

 

비밀은 있다. 그리고 없다.

그리고 기저에 깔린 스웨덴의 여성 문제.

재미있게 가슴 벌렁 거리며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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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 the Great World Spin (Paperback)
McCann, Colum 지음 / Random House Inc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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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한달 동안의 기나긴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었네요. 초반에는 매번 다른 얘기에 어리둥절. 거친 언니들과 밑바닥 얘기에 흠칫. 도무지 적응이 안될 것 같던 책이었는데. 후반에 가서는 그 매력에 (100%는 아니고)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매우 홀가분 하면서도 왠지 모를 묵직함 또한 남네요. 
 

02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랏' 이 동요 다 아시죠. 작가는 WTC 와이어 횡단 사건이 일어난 그 날을 기준으로 시간을 멈추고, 그 이전과 그 이후의 이야기들을 풀어냈어요. 사건이 일어나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알지 못했던 관계와 공통분모들이 눈에 들어오고, 각자의 말 못할 아픈 사연들이 나타나요. 사건이 일어난 후 긴 시간이 지나 현재(미래)를 들여다 보면 결코 관계를 형성할 수 없는 이들간에 관계가 형성 되어 있음 또한 보게 되구요. 

거친 언니들, 성직자, 간호사, 판사, 예술가, 해커, 흑인 밑바닥 계층, 상류층 부인 등. 작가가 시간을 축으로 잘라서 사건을 진행 시켜 가지만, 그 안에서 하위 계층에서 상위 계층까지 계층 역시 축으로 잘라서 각각의 계급의 얽히고 설킴을 보여 주네요. 한 도시의 종단적, 횡단적 하루를 in-depth 스터디 한 느낌이랄까요.  

03
작가는 어떠한 인간도 비난하지 않아요. 각 챕터의 화자를 달리 설정함으로써 원서 읽는 독자를 불편하게도 만들었지만, 다양한 집단의 입장에 서 보고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 또한 부여한 것 같아요. 반면 작가는 국가나 거대한 시스템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이에요. 시스템에 저항할 수 없고, 국가적인 전쟁 상황에서 자유할 수 없거든요. 그렇다면 작가는 거대한 지구와도 같은 시스템이 개인을 압도한다고 보고 있는 걸까요?   

04
그렇기에 거대한 지구, 거대한 신앙과 계급적 굴레, 그리고 주어진 아픔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 치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요. 코리건은 신앙과 욕망의 경계에서 고통 당하다가 끝내 운명에 굴복 당했고, 베트남전 참전 용사를 아들로 둔 엄마들은 모임을 결성해서 치유해 보고자 노력도 하지만 실패해요. 틸리는 자신의 인생의 종지부를 스로 찍음으로써 손주들의 운명을 바꾸려 했구요. 

이들을 생각하면 결국 거대한 지구를 개인이 초월할 수 없는 것인가 싶지만, 불가능한 관계를 맺어가고, 불행한 상황에서 가능성을 싹틔우는 모습에서 희망을 발견하기도 해요. 

원수인 라라를 사랑한 키아란, 고아(틸리의 손주들)와 과부(클레어)를 사랑한 글로리아. 이들이야말로 적극적으로 불행을 '사랑'으로 극복하고 거대한 운명에 맞서 자신의 인생의 그림을 완성한 이들이 아닐런지. 그래서 지구에 맞서는 방법, 돌아가는 지구를 인정하면서도 거기에 굴복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지. 

05
솔로몬이 '자유'와 '무모함'의 모호한 경계에 대해서 언급하는 말이 나와요. 내 자유가 자칫하면 타인에게 피해를 주어 무모함이 되버린다구요. 우리 역시 아슬아슬한 줄 위에 서 있는 것 같아요. 누군가는 줄을 아예 건널 생각 조차 하지 않지요.  하지만 누군가는 그 위험한 줄 위에서 춤을 춥니다. 위험하고 손해볼 거라서 결코 하지 않을 일. 원수를 사랑하고. 손해인 약자를 돌보는 일. 하지만 그런 일을 할 때 줄타는 남자가 느꼈던 그 진정한 자유함을, 인생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요? 

결국 마지막까지 남는 것인 사랑이로군요. 오늘을, 어제와 내일을. 내 위의 사람과 아래의 사람을 사랑하고 그럼으로써 불가능한 줄 위에서의 춤을 춥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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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tremely Loud and Incredibly Close (Paperback, Open market ed)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 Penguin Books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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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최고의 책이다. 조너던 사프란 포어는 최고의 작가다. 소설이 갖춰야 할 요소들을 완벽히 갖추고, 거기에 포스트모던적인 실험 정신을 가득 녹아져 있는 소설. 너무나도 인상 깊었고,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던 책이었다. 

911테러. 그 테러로 아빠를 잃은 9살짜리 천재 소년 오스카의 이야기다. 한편, 2차 세계 대전으로 가족을 잃은 조부모님 세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또 한편, 이 세상에 아픈 마음을 안고 살고 있는 모든 이들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빠의 방에서 발견한 화병 속 Black이라고 적힌 봉투 속 열쇠. 오스카는 뉴욕시의 모든 Black들을 찾아 다니며 열쇠에 대해 탐문을 하고 다닌다. 오스카에게 열 수 없는 열쇠. 해결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 까마득한 앞길은 한편으로는 끝나지 않는 아빠와의 연결 고리이기도 하다. 그가 만나는 Black들. 하나 같이 상처를 안고 있다. 지나간 사랑에 아파하고, 현재의 질병에 힘들어 하고. 모두가 과거를 보고 있다. 

한편 쉽지 않은 인생을 사신 할머니는 오스카에게는 둘도 없는 친구이다. 그녀의 이야기 또한 기가 막힌다. 할아버지와의 삶. 할아버지의 이야기. 2차 세계대전. 독일 드레스덴 지역에서 일어났던 폭격. 모든 가족을 잃고 미국으로 넘어온 말할 수 없는 할아버지와, 볼 수 없던(아닌 것으로 밝혀졌으나) 할머니. 죽은 언니를 그녀를 통해 보는 할아버지와의 생활. 임신한 자신을 두고 말도 없이 떠나버린 할아버지. 할머니의 삶은 얼마나 처참했을까. 그들은 왜 솔직할 수 없었나. 그들 사이에 존재했던 시간은 왜 뿌연 안개 같이 느껴졌나.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가면서. 아픔을 안고 소통의 부재에 직면한 이들을 대하며 마음 속에는 소통의 중요성과 사랑 표현의 중요성이 오롯이 떠올랐다. 그래. 이 책은 모든 아픔을 관통하는 "소통"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였구나.

이 책을 다 읽고 덮은 지금. 내일은 없다.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늘 현재의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사랑을 표현하고 소통을 하며 살자.는 강렬한 인상만이 남아있다.  

문득. 정현종 시인의 시가 생각난다.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 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더 이상의 후회는 만들지 말자.
소통하라. 사랑하라. 마지막인 것 처럼.-    

 
*
포어가 셰스카의 Stinky Cheeseman을 봤을까 싶을 정도로 그림책에서 나왔던 실험적인 기법들이 등장했던 소설책! 파본인건 아닐까? 하고 의심하게 만드는 여러가지 장치들과 트릭들. 놀라웠다.
*
이 책에는 세 명의 화자가 나온다. 오스카, 할머니(편지), 할아버지(편지). 끊임 없는 반전의 연속. 반전 또 반전이라고 느껴졌는데. 그건 아마도 A라는 인물이 B라는 인물의 생각, 의도, 진심을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효과인 것도 같다. 어쩌면 우리는 그만큼 타인이 명시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혀줄 때에라야 이해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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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otebook (Mass Market Paperback)
니콜라스 스파크스 지음 / Warner Books / 199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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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여러 컴플렉스가 있는데 그 중에 하나는 바로 로맨스 컴플렉스이다. '손수건 7장으로도 모자란 감동!', '눈물을 흘리지 않고는 볼 수 없는 영화', '최고의 감동' 등의 영화를 보러 갈 때면 설마 이번에는 감동 받겠지 싶어서 티슈를 가져 갔다가 손수건 1장은 커녕 휴지 한 칸도 적시지 못하고 돌아오기 일수였다. 뭐. 사설이고. 난 정말 로맨스를 즐길 수 없는 것일까? 남들은 최고의 명작으로 여기는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도 책과 영화로 3-4번은 봤는데 매번 맹숭맹숭. 아니 남들이 다 받는 감동을 난 왜 못 받는거야. 싶으면서. 나의 로맨스 모듈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이번에 여행이 끝나기 전에 어떻게 해서든 이 책을 반드시 즐기고 돌아가겠다는 오기가 생기기도 했다.  

워밍업(?) 차원에서, 또 잠자고 있는 발달이 안된 로맨스 모듈을 깨우기 위해서 여러 로맨스 소설들을 읽어보기로 했고 첫 타자로「The Notebook」을 읽었다. 워낙 유명할 뿐 아니라, 영화로 만들어진 후에 한국에서도 매우 크게 히트를 친 실화를 바탕으로 한 대표적인 로맨스 소설. 

내용과 설정이 아주 특별하지는 않다. 시골 마을 뉴베른에 몇 주간 휴양을 온 아티스트적인 감수성을 지닌 열정적인 갑부집 딸 앨리와 순수한 영혼을 가진 시를 좋아하는 시골 남자 노아의 어린 시절의 불 같았던 한 때. 당연히 부모의 개입이 들어오고, 둘은 이후 14년 동안 연락도 못하고 잊고 지낸다. 물론 노아가 앨리에게 수없이 많은 편지를 보냈으나 이 편지는 결코 앨리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노아는 골드만 목재소에서 일을 하다가, 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자 군인으로 지원한다. 전쟁이 끝나기 전 골드만 사장은 노아에게 유산을 남기고 죽고 그 돈으로 전쟁에서 돌아온 노아는 낡은 집을 사서 수리를 하는데 모든 시간을 보냈다. 또 멋진 리폼으로 그의 집은 신문 기사화 되기도 한다. 

한편, 그 신문 기사는 14년 전 노아의 첫사랑인 앨리에게도 전달된다. 뉴베른을 떠나온 앨리는 엄마가 편지를 가로챈 것도 모른체 그렇게 노아와의 사랑을 마음에 묻게 되고, 대학을 가고, 전시에 간호조무사로 봉사를 하다가 법조인 론을 만나 4년간 연애를 하고 약혼을 했고 그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 신부이다. 그런데 그 예비 신부의 마음에서 늘 한켠에 잡고 있던 노아의 소식을 신문을 통해서 보게 된 것이다. (아. 줄거리가 너무 길어진다. 이제부터 축약 버전으로) 앨리는 노아를 찾아가고, 둘은 다시 사랑을 확인하고, 론은 난리나고, 엄마는 둘이 함께 있는 집에 급습하고, .... 결국 앨리는 노아와 결혼해서 45년간을 행복하게 살다가 4년째 알츠하이머병에 시달리고 있다. 즉, 남편과의 모든 사랑의 추억은 고사하고, 남편의 얼굴도 못알아보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된 거지. 그런 할머니에게 자신들의 러브스토리를 매일매일 읽어주는 할아버지 노아의 이야기인 것이다. 프레임 구조로 시작과 끝은 요양원에 있는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간인 현재 시점을, 중간은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그들의 젊은 날의 러브스토리로 구성이 되어 있는 것이다. 

감상을 쓰려고 하니. 뭐라고 딱 하나로 집약되어서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책을 읽을 때면 작가의 주된 메시지가 뭐지를 계속 파고 들려고 하는데, 그것이 좀처럼 쉽게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사랑에 대해서 얘기하고자 했다는 것. 사랑. 어떤 사랑? 우리가 일평생 살면서 만나게 되는 세 가지 사랑에 대해서 얘기하고자 했던 것일까? 

#1.
첫사랑. 첫사랑의 기억은 뜨겁다.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 그렇게 한 눈에 반한 사랑을 한 노아와 앨리. 이들의 어릴 때 했던 첫사랑의 만남이 일평생을 좌우했지만, 작가는 이 첫사랑 자체에 비중을 많이 두고 있지는 않는듯 했다. 
 

다시 돌아온 첫사랑. 14년의 공백 끝에 이들은 다시 만난다. 그 옛날의 기억은 전혀 빛이 바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빛난다. 그뿐 아니라 긴 기다림의 세월 동안 인격적으로 육체적으로 성숙한 노아는 약혼자에게 돌아가는 그녀에게 '가지마'라는 말을 마음으로 삼킬 뿐 붙잡지도 못한다. 역시 이야기 전체에 포커스가 여기에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매일 매일 새롭게 시작하는 첫사랑. 이제 그녀는 치매에 걸려서 그들의 사랑을 기억하지 못한다. 노아는 그들의 러브스토리를 매일매일 새로 읽어주며 잠시라도 그녀의 기억이 돌아와 주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앨리의 기억이 돌아올 때면 그는 forgotten paradise를, 완전히 새로운 heaven을 만끽한다. 나는 이 책의 포커스를 이 마지막 첫사랑에 두고 싶다. 아마 작가의 생각도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세 종류의 마음 아픈 첫사랑. 첫사랑의 현재는 그 뜨거움으로 서로의 몸과 영혼을 아프게 하고, 돌아온 첫사랑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게 하고, 마지막으로는 일생을 지배했던 그들의 사랑의 기억을 쓰고 또 쓰게 하며 가슴을 아프게 한다.  


이 책이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노아의 헌신적인 사랑과 그 사랑이 만들어내는 기적, 또 로맨틱한 캐릭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의 삶에서도 언제라도 찾아올 수 있는 보편적인 사랑의 서로 다른 모습들을 통해 일상에 묻혀 있는 사랑을 돌아보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에게나 이러한 사랑은 어느 시기를 막론하고 올 수 있다. 그 대상이 한 사람이 아닐 수도 있고, 그 깊이 또한 천차만별 다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현재 그 사랑이 나에게 현재로서의 첫사랑이냐는 것이다. 우리는 사랑을 과거로 묻어 버리는 경향이 있다. 한 때 좋았었지. 한 때 불 같았었지. 그 한 때. 그 한 때가 지나가 버린 것인건가. 

이 책에는 한 때가 아닌, 상대가 예쁘고 젊어서가 아니라, 나의 영혼을 만져주고, 나를 나되게 하기에 그래서 유일한. 그래서 매일매일 첫사랑이 되는 앨리를 향한 노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완전히 픽션 스토리이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둔 소설. 그런 사랑이 가능하다고 얘기하는 것 같다. 

#2.
왜 로맨스는 인기가 있을까? 이 책의 중반까지는 책을 즐기기가 어려웠다. 근데 궁금했다. 수많은 몇백, 몇 천 권의 책 중에서 왜 사람들은 이 책에 열광하는지. 그리고 나는 왜 그들 중 하나가 될 수 없는지. 그러다가 후반으로 가면서 많은 생각들을 하며 책을 즐길 수 있었다.

1) 잘은 모르겠지만, 이 책에는 공란이 많다. 독자가 추측할 수 밖에 없는 틈을 남겨둔다. 그 틈은 독자가 자신의 경험을 자신의 생각을 넣어서 채울 수 밖에 없다. 즉, 그 이야기는 작가 혼자 만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2) 보편적인 삶의 태도에 대한 나의 생각을 돌아보게 하기 때문에 많은 이들로부터 공감을 사게 되는 것 같다. 현실을 따를 것인가, 이상을 따를 것인가. 희안하게도 책을 읽을 때면 모두가 이상주의자가 된다. 그래서 현실을 따르는 것 처럼 보이는 앨리가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나 또한 이상을 따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그리고 작가는 이상을 따르더라도 happiness는 happy & end가 되지 않고 그야말로 happily ever after가 수 있다는 낙관적인 견해를 보여준다. 물론 그 ever after의 끝에서는 또다른 넘어야 할 산이 기다리고 있을지라도.

3) 영원한, 변하지 않는 사랑의 극치를 보여준다. 우리는 책을 볼 때 캐릭터가 그 사랑을 지켜내기를 간절히 원한다. 그것이 힘들기 때문에. 그 힘든 걸 극복하고 사랑을 지켜나가는 모습은 독자에게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도록 해준다. 변하지 않는 사랑. 그건 가능하다. 어떻게 해야? 매일매일 새롭게 사랑에 빠지면. 또 내가 아닌 상대방을 first로 여겨주면. 요구하는 사랑이 아닌 채워주는 사랑을 하면. 

또 여러가지 생각할 꼭지들이 있었는데. 너무 길어져서.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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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uernsey Literary and Potato Peel Pie Society (Paperback)
Shaffer, Mary Ann 지음 / Random House Inc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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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몇일 간 함께 했던 Guernsey 사람들의 이야기. 편지 형식의 책은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어느덧 Juliet의 센스있는 필체에 흠뻑 빠져서 나도 모르게 '영어스터디' 친구들에게 영어로 편지를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더라는;;  

이야기는 꽤나 다층적으로 진행이 된다. 작가인 Juliet이 새로운 작품 소재를 찾기 위해 전전긍긍하며 편집자 Sidney와 주고 받는 이야기, Juliet이 Guernsey 섬에 사는 Dawsey로부터 편지를 받고 섬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가는 이야기, 날라리 미국인 Mark와의 살짝 스쳐가는 연애 이야기, 2차 대전 시절 독일군에 의해서 점령 당하던 시기의 이야기, Juliet이 Guernsey 섬의 이야기를 집필하기로 하고 그곳에서 생활하며 Elizabeth에 대해 알아가고, 그녀의 딸인 Kit를 입양하기까지의 이야기. 등. 모든 이야기들이 편지 형식으로 전개된다. 

사실 초반에는 Juliet의 편지 문체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일일이 줄을 그어가면서 사전 찾아가면서 보느라고 스피드를 내지 못해서 흐름을 놓쳤는지, 몰입하지는 못했었다. 미시적으로 센스있는 표현들에 감탄을 많이 하긴 했지만.. 또 책 소개에서는 돼지를 먹기 위해 모인 무리가 얼떨결에 급조된 독서 모임으로 둔갑을 하고, 문학에 관심 있는 독일 대장이 그걸 좋게 보아서 어쩔 수 없이 독서 모임을 지속해야 하는 그런 내용이라고 나와있었기에, 뭔가 더한 드라마틱한 상황과 플롯을 원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여름에 본 역시 2차 세계 대전 시절 독일군 치하 스탈린의 죽음에 따른 애도 기간의 법을 어기고 결혼식을 올리다가 모두 몰살하고 마는 루마니아의 시골 마을이야기, 사일런트 웨딩(2008)) 

하지만 내 기대와는 다르게 매우 잔잔하고 담담하게, 소시민들의 삶의 얘기들이 편지로 전해질 뿐이어서, 그다지 자극적인 재미와 충격적인 감동은 없었던 것 같다. 내용 자체는 매우 훌륭하다. 전시 하에 서민들의 삶. 그 공포 속에서도 지켜나가는 이웃 주민들간의 우정. 그들의 용기와 아픔이 매우 담담하게 편지에 조금씩 조금씩 담겨 나타나기 때문이다. 특히,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독일 군이 영국의 섬을 점령한 상황이 배경인데, 독일 사람들이 가질 수 밖에 없는, 그들의 떳떳할 수 없는 과거가 온 유럽 사람들의 마음에 피멍을 들게 했다는 사실은 몇일 전 벤츠 박물관에서 전쟁에 대한 사죄하는 마음이 그들의 '정직'과 '솔직'한 역사 의식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명백하게 온 유럽 사람들을 피멍들게 한 장본인을오서 마땅히 현대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가질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주홍글씨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일본을 생각할 때 드는 생각보다 더. 더 뿌리 깊이 많은 유럽 국가들은 그렇게 독일의 나치를 증오하고, 그들이 피로 얼룩지게 한 역사를 원통하게 생각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인 사람간의 우정보다는 두 사람 사이에서 피어나는 로맨스가 확실히 흡입력(자극적)이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지막에 부록 식으로 달려있는 Isola의 일지에 나타나 있는 Juliet과 Dawsey가 지적인 엘리트 작가와 시골 섬마을 농부라는 어마한 신분적 격차를 극복하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즉시 결혼을 결심하는 대목에서는 그야말로 가슴 설레어하면서 글을 읽었기 때문이다. 초반에 Izzy Bickerstaff 책을 홍보하러 다니며 그토록 바쁘게 살던 Juliet이 모든 것을 내버려 두고 Guernsey 섬으로 갈 수 있었다는 상황과, 한시도 빠지지 않고 일거수 일투족을 관리하던 편집자 Sidney가 다리를 다쳐서 Austria에 몇 개월간 거주하여 out of control 된 상태하며,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날라리 Mark의 등장 등등. 조금 어색한 전개가 거슬리기는 했지만, 책 전체가 가지고 있는 메시지와 표현 방식은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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