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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ㅣ 피터 레이놀즈 시리즈 3
피터 레이놀즈 지음, 김지효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0월
평점 :
오늘이 지나고 내일이 지나면. 그토록 벗고 싶었던 옷. "엔지니어"라는 옷을 벗는다.
그토록 벗고 싶었으면서도 선뜻 지금껏 입던 옷을 벗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내 이상 세계에서 두각을 나타내지도 못할 수도 있다는 그런
어설픈 자만심 때문이었을까.
새로운 세계를 향해 첫 발을 내딛는 이 시점에. 회사 동료 한 분이 오늘 아침에 책
한권을 선물해 주셨다. 점 The DOT.
"어느 세월에 너와 내가 만나 점 하나를 찍을까"
한 트로트 가요가 말하듯 사랑에 있어서도 점 하나를 찍기는 매우 어렵다.
또 누구나 겪어 봤을 듯 하지만, 레포트를 작성할 때 첫 문장을 쓰기가 얼마나 어렵던지.
밤새 첫 문장을 놓고 괴로워 하기도 한다.사랑을 막 시작하려는 연인이나, 과제를 시작하는
학생이나, 또 새로운 도화지를 받아든 아이에게도. 결국 모두에게 무에서 유를 향하여 첫
발걸음은 부담스럽고, 두렵고, 긴장 되기 마련이다.
이 책은 미술시간이 끝나도록 도화지에 점 하나 찍지 못한 어린이에게 선생님께서 무엇
하나라도 시작해 보라고 권유를 함으로써 시작한다. 어린이가 그린 것은 점 하나.
선생님은 점 하나를 보고 아이에게 그림에 이름을 쓰게 하고, 그 그림을 예쁜 액자에
걸어 놓으신다. 그것을 보고 아이는 더 멋진 점을 그릴 수 있다며 붓을 들고는 수많은
점들을 그리고 전시회까지 열게 된다.
무언가에 대한 시작. 수용. 그리고 용기.
어른들이 어린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어떤 사실을 알려주고,
틀린 것을 바로 잡아주기 이전에, 있는 그대로를 수용해 주는 것이 아닐까.
그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함께 껴안아 주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 주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불안을 극복하고 보이지 않는 개념적 차원에 머물렀던 생각을 현실차원으로
옮겨서 그 생각이 더욱 풍성해 지도록 도와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런지.
10년 간 걸었던 길. 한동안은 이쪽 길이 내 인생을 황폐화 시킨다고도 생각한 적이 있었다.
내 인생의 도화지가 점점 더 무채색으로 물들고 있다고도 생각한 적이 있었다.
난 흰 도화지가 아닌, 배경색이 있는 도화지를 들고 새로운 그림을 그리려고 한다.
하나님께서 내 인생을 인도하시고, 나의 이런 발돋움을 기뻐 여기실 거란 기대를 가지고.
이제 내 인생에 용기를 가지고 새로운 점 하나를 다시 찍는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과, 책을 읽어주는 부모에게도. 시도해 보고 싶었으나, 실행으로 옮기지
못했던 것들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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