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les』의 작가 Louis Sachar가 챕터북을 썼네요. 우연히 도서관 한켠에서 발견한 시리즈인데 챕터북에 대한 인식을 바꿔 놓은 시리즈라고 할 만큼 유쾌하게 읽었어요. 사실 챕터물들은 몇 안되는 패턴으로 진행이 되기 때문에 두세권 읽다보면 패턴이 뻔히 보여서 성인으로서 재미로 읽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이 든 경우가 많았는데요. 이 시리즈물은 한 권을 끝낸 후 어서 빨리 다음 책이 읽고 싶어질 만큼 각 권마다 고유한 이야기와 재미와 살짝 반전도 있는 그런 시리즈입니다.
주인공 마빈 레드포스트. 성이름과 같이 마빈의 집 울타리의 포스트는 빨갛게 칠해져 있습니다. 마빈이 겪는 다양한 상황이나, 고민들은 누구나가 경험해봄직한 일들로 마빈은 대표적인 표준 초딩입니다. 8권 중에서 2권을 가장 먼저 읽었는데요. 처음 읽어서 그랬을까요? 8권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기억되는 책이기도 합니다. 요 2권은 자세히 적어 볼게요. 코를 팠다는(pick one's nose) 헛소문이 돌고 맙니다. 마빈은 이 때문에 충격에 휩싸이게 되지요. 나름 대통령이 될 꿈을 가지고 있는 아이인데, 초딩 때 코를 팠다는 루머가 돌았다는 사실이 나중에 밝혀지면 얼마나 부끄러울까요. 그 사실 때문에 대통령이 못되면 어쩌지하는 오버스러운 깜찍한 걱정, 사실이 아닌데 그런 헛소문이 온 학급에 퍼질 걸 생각하면 얼마나 또 부끄러운가요. 이에 마빈은 적극적으로 해명을 하고 나섭니다. '소문 들었어? 나 아니거든?'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모르게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을 루머를 결국 자기 입으로 퍼뜨린 셈이지요. 친하던 친구들은 함께 다니면 그들도 코를 팠다고 오해를 받을 까봐 마빈을 멀리하기 시작하고, 여기저기에서 수군거리며 자신을 흉보는 아이들 때문에 정상이던 마빈은 점차 정신적으로 힘들어합니다. 총체적 난국을 만난 셈이지요. 한편 소문이 돌던 시기는 타임캡슐 안에 넣을 서베이 과제를 해야 하던 시기인데요. 사회적인 자존감이 완전히 떨어진 마빈은 과제를 해내지 못합니다. 누구에게도 다가가지 못하고 있거든요. 자신은 (사실이 아닌데) 코를 파는 떨어지는 아이로 찍혀 있으니까요. 성적표에 I가 찍히고 가족들은 가족 회의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돌파할 묘안을 생각해 내게 됩니다. 전학을 가는 것은 문제 회피일 뿐일텐데. '코파는 게 왜 나빠?'하는 4살짜리 동생의 질문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른 마빈. 그는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을까요?
이 짧은 챕터북에는 아이들의 심리와 생활에 대한 통찰을 많이 엿볼 수 있습니다. 오해 받는 것을 너무나도 싫어하고, 모두가 나에게 관심이 있다고 믿는 자아중심성, 루머가 돌면 모두가 수군거리면서 왕따 시키는 분위기, 왕따 상황에서 스트레스 받는 아이의 심리까지. 메인 주제 외에도 아이들에 대한 섬세한 통찰이 곳곳에 나타나기도 하지요. 또한 어른이 보기에 사소한 문제들을 유년기 아이들은 매우 커다란 인생을 좌우할 문제로 받아 들이는데요. 어른들은 몰라!했을 법한 이야기를 아이의 입장에서 찬찬히 소개하고 있어서 아이들은 글을 읽으면서 아무리 나를 낙심 시키는 커다란 문제라 하더라도 창의적으로 정면 돌파할 때 문제는 해결 될 수 있고, 이전과 같이. 이전보다 더 즐겁게 생활할 수 있다는 용기와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에게는 공감할 수 있는, 부모들과 어른들에게는 아이들의 심리를 엿볼 수 있게 하는 짧지만 강한 책입니다. 다음은 짤막한 각권 소개에요.~
- 1권(Kidnapped at Birth?)은 누구나 한번쯤 해보는 고민. 왜 나는 부모와 안닮았지? 혹시 주워 온 것 아닐까? 그리고 이어지는 의문들.
- 2권(Why Pick on Me?)에서는 코를 팠다는 헛소문이 돈다. 놀림 받는 마빈 레드포스트. 친구들마저 멀어져 가고, 선생님까지 의심하는 상황. 이 총체적 난국을 어찌 돌파할까? 따돌림과 오해를 둘러싼 문제들을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 3권(Is He a Girl?)에 서는 팔꿈치에 키스를 하면 성이 바뀐다는 허무맹랑한 얘기를 듣는데. 아뿔싸. 침대에서 굴러 떨어지며 키스를 해버리고 말았다. 밤새 여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며 잠들지 못하는 마빈. 학교에서도 남자이나 속사람은 여자라고 믿고 있는 마빈. 서로를 좋아하면서 싫어하는 척 괴롭히는 그들의 모습과 마빈의 고뇌를 통해 아이들이 생각하는 남자다움, 여자다움이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는 책.
- 4권(Alone in His Teacher's House)에 서는 마빈에게 일주일간 늙은 개를 맡기시고 일주일간 자리를 비운 선생님. 선생님도 인간이었음에 놀라는 마빈에게 더 크게 놀랄 사건이 일어난다. 늙은 개에게.. 나와 상관 없이 벌어진 안좋은 상황. 여기에 나의 책임이 있는가? 선생님을 다시 만나기 까지 고뇌하는 마빈의 모습에서 모든 것을 자기 탓으로 돌리는 아이의 모습과 그런 아이의 마음을 보듬는 선생님의 모습에 감동이.
- 5권(Class President)에서는 대통령이 학교를 방문했다! 각자가 대통령에게 물을 질문을 하나씩 묻는 시간. 아이들이 대통령에 대해서 무엇을 궁금해 하는지 엿볼 수 있고 건전한 시민이란 어떠한 사람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책.
- 6권(A Flying Birthday Cake?)에 서는 정상적이지 않은 특이한 전학생의 등장. 모든 아이들은 이 아이를 멀리하지만 마빈은 이 아이와 친해지게 된다. 정상과 다름.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이상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다. 달라서 놀림 받는 아이들이 미국에도 많은가 보다. 다르다는 것은 새로울 여지가 있다는 것~
- 7권(Super Fast, Out of Control!)에 서는 Suicide Hill에서 토요일에 자건거를 타고 내려오기로 한 마빈. 하기 싫은데 엉겹결에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해 버린다. 시간은 가고 부모는 그래도 된다고 허락을 한 상황. 문제의 날짜.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몰려 오리라고 생각한 언덕에는 아무도 나오지 않고 엄마만이 나와 계신다. 그리고 마빈에게 약속이란 무엇인가. 노를 할 수 있는 용기에 대한 메시지를 주신다.
- 8권(A Magic Crystal?)에 서는 어쩌다 놀러가게 된 케시의 집. 그녀는 매직 크리스탈을 보여주면서 이 돌에다 대고 빈 소원은 뭐든지 이루어진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거짓말 같이 소원들은 이루어지는데. 소원은 정말 이루어지는 것일까? 아니면 소원의 실현은 만들어 가는 것일까? 케시를 향한 마빈의 속마음이 밝혀지며 시리즈는 쫑.
너무 사랑스러운 시리즈! 챕터북은 재미없다는 생각을 버릴 수 있을 만큼 책 한권한권이 재미있고, 쉽습니다!아이들에게도, 나이들어 리딩 시작하는 성인에게도 강추할 만한 그런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