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깽이와 주름여왕 마음을 키우는 문학여행 1
글렌 허서 지음, 박미낭 옮김 / 파라주니어(=파라북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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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5세 모델 지망생이자 고아로 위탁 가정을 전전하는 투덜이 타마라.
89세 전직 국어 교사이자 노인요양소 최고의 심술쟁이 할매 바클레이 할머니. 

둘은 닮았다. 금지된 것을 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졌다.
한 명은 인생이란 꽃을 피워내기 위해서 모델 수업을 받고 싶은 욕망을 가졌고,
한 명은 인생에 종지부를 찍기 전에 꼭 한번 바그너의 오페라를 보고 싶은 바램을 가졌다. 

결코 친해질 수 없는 이들은 학생과 요양소 어르신 분들을 짝지워 하는 행사를 통해서
서로 짝이 되고. 서로의 비슷한 기질을 알아보고는 얼마 안있어서 아무도 모르게
그들의 금지된 꿈을 실현 시킬 계획을 짠다. 상속자도, 위탁 부모도, 시설 관리자도 모르게. 

그렇게 그들은 캐나다를 떠나서 시애틀로 향하고,
일주일간 할머니의 마지막 꿈을 이루고, 타마라의 꿈에 한발짝 다가선다.
그렇게 꿈을 이루고 있는 동안 그들의 위탁부모들은 그들이 없어진 것을 알고 난리가 난다.
결국 꿈을 채 다 이루기 전에 붙잡혀 돌아왔지만. 그들의 도전은 결실을 맺는다. 

플롯과 내용이 일전에 읽은 Pictures of Hollis Woods와 매우 유사했다.
개인적으로 홀리스 우즈가 훨씬 감동적이고, 다층적이었지만. 

어린이들에게는 홀리스 우즈의 스케치북을, 청소년들에게는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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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별색] 메시지 신약 영한대역 - 일상의 언어로 쓰여진 성경 옆의 성경
유진 피터슨 지음, 김순현 외 옮김, 김영봉 감수 / 복있는사람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요즘 성경 대신 유진 피터슨의 메시지를 읽고 있다. 너무 유명해서 익히 알고 있을테지만. 성경 옆의 성경이라고 불리는 책. 아니 유진 피터슨 버전의 해석이 들어간 성경. 성경을 그대로 번역하되 일상의 언어로 번역한 성경 버전으로 볼 수 있다. 개인적인 해석이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이 책을 절대적으로 생각할 위험성이 있기는 하지만. 아리송한 구절들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볼 수 있어서 참 쉽다. 

내가 구입한 버전은 메시지 신약. 영한 대역 버전이다. 종이 질은 일반 성경 보다 더 얇은 종이로 되어 있어서 총 800페이지 가량 되지만 일만 책보다 더 얇다. 한 장 한 장 조심해서 넘겨야 한다. 조금 더 판판한 종이로 되어 있었으면 좋았을테지만. 가볍고 얇은 성경에 대한 대가이다. 글자 크기도 매우 작다. 포인트로 7이나 될까? 하지만 못 읽을 정도는 아니고. 

재미있는 편집은. 성경은 모든 구절이 표기가 되어 있는데 반해서. 이 버전은 단락별로 묶여서 구절 표시로 인해 끊겨졌던 부분이 매끄럽게 이어져 있다. (2-3절 정도 묶여있다)

마태복음부터 읽고 있는데 참 기억에 오래 남는 말씀은 단연 산상수훈. 팔복의 말씀이다. 팔복은 작년 주일학교 애들이 암송한 부분이기도 했다. 아이들은 거의 주문을 외우듯이 성경을 외웠다. 얘들아 심령이 뭔지 아니? 애통이 뭔지 아니? 아이들은 단어의 뜻이 무얼 의미하는지도 모르고 외우고 있었다. 내가 나름의 해석을 해주긴 했지만 맞게 했는지 모르겠다. 이 메시지 성경에서는 이런 문제 없이 정말 술술 읽히게 해석을 했다. 한 절만 예를 들어서 생각해 보자. 

개역개정의 팔복은 이렇게 시작한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 

심령이 가난하다는 것은 뭘 의미할까.
천국이 그들의 것이라고 했는데. 그건 어떤 걸 의미할까.
이런 의문이 자연히 들 수 있다. 

그렇다면 메시지 버전을 보자.
벼랑 끝에 서 있는 너희는 복이 있다.
너희가 작아질수록 하나님과 그분의 다스림은 커진다

메시지 원문 버전
You're blessed when you're at the end of your rope.
With less of you there is more of God and his rule. 

아. 그렇구나. 심령이 가난하다는 것. 벼랑 끝에 서 있는 심정.
내 손을, 내 이성을 손 쓸 수 없는, 나를 믿을 수 없는 상황.
그 상황이 되면 나는 작아지고, 하나님을 의지할 수 밖에 없고,
바로 하나님을 의지하고 그 분이 나를 다스리는 상태.
그 상태가 바로 천국이구나. 하고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이 책만 전적으로 믿고 성경을 멀리해서는 안되겠지만,
성경이 어려워서 잘 와닿지 않아서 손을 놓고 있었다면
이 책을 통해서 성경이 내 삶에 하시는 말씀들을 쉽게
이해해 가는 것도 유익한 일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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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의 전쟁 생각하는 책이 좋아 5
게리 D. 슈미트 지음, 김영선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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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유익한' 읽기였습니다. 홀링과 베이커 선생님 덕분에 저도 셰익스피어를 몇 권은 읽어볼 수 있었네요. 뭐랄까 문학의 힘과 재미를 알려주는 그런 의도가 다분한 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거부감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요즘 아이들 보면 읽은 책의 권수를 늘리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고 한 번 읽으면 덮어버리곤 하는데.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지, 무엇을 도출해야 하는지, 책의 내용이 실제 삶을 바라보는 데 어떤 도움을 주는 지 등. 문학의 힘을 알려주었네요. 전 이제서야 셰익스피어를 읽지만 어려서 셰익스피어를 읽고, 인간 삶에 대한 통찰을 느끼고 가지게 되는 아이들은 얼마나 또 더 멋지게 살아갈까 괜히 상상해 봅니다. 

이 책은 셰익스피어 외에도 흥미 요소는 참 많이 있었던 것 같아요. 선생님께 찍혔다고 생각하는, 되게 떨어지는 애 같지만 사실은 엄청난 능력의 소유자인  홀링의 캐릭터도 재미있었고, 잡힐 듯 말듯 안잡히는 시코락스와 캘리반을 포위 하려고 애쓰는 교장 선생님과 관리인들의 고군분투도 왠지 모를 웃음을 자아내게 했구요. 더그 스위텍 형과의 전쟁도 빼놓을 수 없겠죠. 메릴리와의 러브라인과 갈등 다시 화해. 다문화 상황. 실제 미국에서 벌어지는 역사적인 사건들과의 버무림. 등도.  

이 더운 방학. 수요일의 전쟁.과 셰익스피어 작품들로 즐거운 여름 보내지 않겠어요?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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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 - 굳게 닫힌 연인의 마음을 여는 열쇠 현대문화센터 세계명작시리즈 4
제인 오스틴 지음, 조희수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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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읽은 제인 오스틴의 소설. 사실 나 자신이 매우 설득 당하기 쉬운 사람이라서 이 문제를 저자가 어떻게 풀어갔을지 너무 궁금했다. 책을 덮은 지금. 선택과 설득에 대한 어느 정도의 힌트는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8년의 터울을 두고 재회한 준남작 엘리엇 가문의 둘째 앤 양과 해군 장교 출신의 웬트워스 대령 간의 사랑 이야기이다. 로맨스로 읽으면 철저하게 로맨스 소설인 샘이다. 8년 전 스무살도 되지 않았던 시절 대모의 설득에 굴복하여 약혼을 파기했던 앤이 여전한 사회적 신분와 허영, 속물근성에 쩔어 있는 가족들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던 사랑을 결국에는 이루고 마는 해피엔딩. 

근데 나는 로맨스 자체보다도 사람은 변화할 수 있는 존재인가?의 문제가 더 관심이 있었다. 맨날 남에 의해 설득 당하던 앤에게 희망이 있는지..『이성과 감성』에서 맛보았던 연애사 뿐만 아니라 인생사 전체를 관통할 수 있는 하나의 성품, 기질, 가치를 친절한 심리적 해석으로 분석하면서 독자를 끌고 나가는 제인 오스틴의 서술 방식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남에게 설득 쉽게 당하는 나는 그녀에게 그러한 지혜 또한 친절하게 전수 받고 싶었다. 

8년이라는 시간. 그 시간 동안에 사람은 많이 변할 수 있나? '별로 변하지 않는다'가 결론이다. 여전히 남들의 말에 설득 당하고, 이용당하기만 하는 듯 보이는 주인공 앤. 아이구. 답답아~ 똑똑한 머리로 문제가 터졌을 때 자기가 다 수습하고 해결하지만 정당한 대우는 전혀 받지 못하고 늘 뒷전 자리로 내몰리는 앤. 너 어쩌면 좋니. 좋아하는 거 표현도 제대로 못하고, 집안 분위기도 분위기 였지만 남들의 시선과 타인의 논리적인 설득에 홀랑 넘어가서 정말 사랑하는 이와의 약혼도 파기하고. 그리고 그렇게 솔로로 8년 간 지내 버린. 그렇게 혼기 조차 넘겨 버린. 집안의 문제 수습만 해주면서 살고 있는 앤. 어찌나 답답하고 안쓰럽던지.. 

기질적으로 선량한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베푸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 있는 것 같다. 내 이익을 취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내가 고생하더라도 남이 편하게 되면 좋은 거지 뭐.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나도 이런 과라고 할 수 있다; 별로 고생은 안하고 있지만) 그리고 8년 후 웬트워스와의 재회. 앤 자매님은 여전히 그 기질, 그 성격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눈 앞에서 자신이 8년간 지우지 못했던 웬트워스 대령이 남의 여자가 될 위기에 처해 있어도 그녀는 체면과 예의로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기만 하고, 대모는 사회적 신분과 재산을 보장 받은 켈린치 저택 상속자인 윌리엄을 짝으로 밀고 있는 상황. 앤은 스스로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웬트워스를 향한 감정은 속으로 삭히고 있고, 윌리엄에 대한 갸우뚱한 심정은 끊임 없이 대모인 러셀 부인과 상의를 하려고만 한다. 윌리엄의 숨은 계략을 알고 나서도 이 사실을 얼른 러셀 부인에게 알려줘야지. 하는 마음만 가질 뿐이다. 이렇게 앤은 전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웬트워스 대령이 자신의 마음을 숨길 수 없는 지경이 되어 보낸 편지를 받고서. 그녀 자신이 진정으로 원했던 것. 숨길 수 없었던 그 감정을 느끼고 나서야. '이제 그 사람으로부터(대모, 가족들) 자유로울 수 있다는 걸 어떻게 믿을 수 있죠?"라는 웬트워스의 물음에 "제 자신을 믿으시면 됩니다"라고 대답하기에 이른다. 즉 결정은 자신이 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지.

설득. 나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 책임져야 할 어려움들을 감내할 수 있도록 스스로 설득 되었는가? 문제와 선택의 기로에서 고려해야 할 첫 번째 사항. 나는 누구로부터 설득 당하고 있는가? 그 누군가는 내적인 가치를 알아보는 공정한 시선을 가진 사람인가? 이것이 두번째로 고려해야 할 사항. 

결정에 대한 책임은. 삶은 결코 타인이 대신 짊어질 수가 없다. 결국에는 책임 소재는 나에게 있는 것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현재 매우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나는 또 특유의 책임 회피하기 전략으로 남편을 마구 괴롭히고 있다. "오빠 생각에는 내가 이렇게 하면 좋겠다는 말이지?" 꼭 남이 나를 설득 시켜 주기를 바라고 있는 듯이. 하지만 오빠는 조언을 해 줄 수 있을 뿐, 대신해서 선택해 줄 수는 결코 없다. 몇 년 전과 유사한 상황에 처했다. 앤은 결국에는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여긴 문제(웬트워스와의 사랑)를 잡았기 때문에 남은 문제들(무심한 아빠와 언니의 불만, 러셀 부인의 우려, 더 지위 높은 신랑을 둔 여동생의 시선, 사람들의 시선....)을 받아 들이고 점차로 해결해 나갔다. 

난 현재의 선택 후에 닥칠 잠재적인 심란한 문제들에 설복 당해서 꼼짝을 못하고 있다. 곰곰히 생각해 보자. 나에게 있어서 가장 결정적인 문제가 뭔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남은 문제들은 하나하나 해결해 가면 되는 거니깐. 내가 정말로 원하고,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선택은 무엇일지. 누군가를 의지하려 들지 말고 잠잠히 생각해보자. 근데 시간이 얼마 없다..... ㅠ.ㅠ 

*

고전은 좋다니깐. 인생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 짧은 시간 안에 집약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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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영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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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씨가 번역을 해서 더 각광을 받고 있는 위대한 개츠비 번역본이다. 위대한 개츠비가 그렇게 씹으면서 욕할 만큼 재미 없는 소설이 아니라는 사실을 변호하기 위해서 번역하셨다는 번역자님의 해설 속 말씀에 따라서 이 책 재미 없지 않았다. 아니 참 좋았다. 

외국 작품을 한국말로 번역해 올 때 번역자들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한다. 영어에서는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존칭의 문제를 어떻게 한국말로 풀 것인가. 미묘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독자로서 읽을 때 이런 미묘한 처리들이 가지고 오는 총체적인 효과는 실로 크기 때문이다. 이 책은 기존의 번역본들과는 다르게 대화체의 번역에 있어서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었다. 닉과 개츠비가 서로 말을 놓는 설정으로 했기 때문이다. 사실 닉도 개츠비도 중심인물들 모두 이십대와 많아 봐야 서른인 것이다. 

자신의 청춘을 자신이 세운 이미지에 맞춰서, 사랑이라는 이미지에 내어 던진 개츠비의 삶을 통해서 우리의 삶. 맹목적으로 내가 내던지고 있는 이미지의 타당성을 생각해 보게 한다. 참 좋았다.!

* * * * * * * * * * *  

정말 제목은 많이 들었지만 결코 책장을 넘겨 본 적이 없는 소설. 드디어 넘겨봤고 끝 장을 덮었다. 초반은 읽기 쉽지 않았지만 중반 넘어가면서 몰입해서 읽은 것 같네. 뒷편에 실려 있는 김영하 작가님의 해설의 덕도 톡톡히 봤다. 

줄거리는 생략. 

5년 전 만난 데이지라는 상류층 여자를 사랑했던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는 제이 개츠비.
개츠비에게 그토록 집요하게 사랑을 받을 만한가? 생각해 보면 썩 그렇지 않은 허영쟁이 데이지.
데이지의 남편이자 대 놓고 불륜을 저지르는 전통 있는 부잣집 아들 톰 뷰캐년.
그들을 바라보는 서른의 한 남자. 닉 캐러웨이. 

내가 가장 강하게 느낀 대목은. 결국은 허상인 이미지를 사랑하는 개츠비의 모습이 현대인의 모습과 매우 닮았다는 것이다. 이미 결혼을 한 한 때 만났던 데이지의 사랑을 다시 쟁취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정을 저지르면서 부를 축적하고, 그녀의 집이 내다 보이는 맞은 편에 집을 구해서 사는 남자 개츠비. 그녀의 관심을 사기 위해서 관심도 없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밤이면 밤마다 불러 들여서 파티를 열곤 하는 개츠비. 그의 그 열심은 과연 의미가 있었다고 할 수 있을까. 현대인들의 모습. 참 열심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청춘을 모두 불사른다. 요즘은 그 마저 자발적인 동기나 욕망에서 비롯되는 것도 아니고 부모의 욕망에서 출발하고 있지만. 어쨌건 간에 그렇게 '성공'과 '돈'이라는 목표에 목숨을 걸고 발버둥을 친다. 하지만 그 목표는 실제하는 것은 아니다. 상상하고 환상으로 가져가고 있는 맹목적인 신념이기 때문에 목표한 바를 손에 쥔다고 해도 그 것은 내 머리 속의 이상과는 괴리 될 수 밖에 없다. 

어쨌거나 개츠비는 데이지를 만나고 함께 떠나고 싶어하지만. 데이지는 개츠비가 아닌 자신의 남편 톰을 선택한다. 그리고 누명을 쓰고 톰의 애인의 남편인 윌슨의 총에 맞아 죽는다. 그의 장례식에는 아무도 찾아오지를 않는다. 그 숱한 날들을 문지방 닳듯이 오갔던 수많은 파티 참여자들은 저마다의 사정으로, 관심 조차 보이지를 않는다. 사랑을 원했고, 그 사랑을 얻기 위해서 발버둥 쳤던 한 인간의 치열한 인생의 끝이 참 씁쓸하기 짝이 없다. 

닉의 표현처럼. 휘황찬란했던 파티장이 한 순간 카드로 만든 집처럼 무너져 내려버렸다. 치열했던 그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무의 관심도 받지 못한 체 싸늘하게 죽어갔다. 

1925년에 발간된 소설. 그때와 지금. 크게 다르지 않다. 맹목적인 달음질. 그 달음질은 결국 허무하게 끝날 거다. 이미지라는 괴물과의 싸움. 나 역시 싸워야 할 것이며. 데이지가 홀렸던 세속 문명의 아름다움 또한 나 역히 조심해야 할 괴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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