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보는 한국사/두 바퀴로 대한민국 한 바퀴/먹지 않고는 못 참아>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전쟁으로 보는 한국사 - MBC 한국전쟁 60주년 특별기획드라마 로드 넘버원 추천도서
승정연 지음, 윤재홍 그림, 김영미 감수 / 북로그컴퍼니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워낙 학습 만화를 싫어하기도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한번도 학습 만화를 보지 않았다. 그런 싫다는 감정 때문에. 그래도 봐야하는 책이라서 읽어보았다. 결론은 역시나 싫다.이다. 이런 책이 왜 출판 되었을까 생각해 보면 그 밑에 깔려 있는 정부의 보이지 않는 압력이 눈에 들어올 듯도 하다. 요즘 방송사마다 방영하고 있는 전쟁 드라마, 얼마전까지 뉴스에 두드러지게 부각되던 긴장 분위기 조성. 이런 것과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게 오버일까? 한반도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에 대한 경각심. 전쟁의 정당성에 대한 발판으로 이러한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일지. 여튼 의도 부터가 곱게 보이지를 않았다.

하지만 내용에 들어가서도 곱게 보이지를 않는다. 물론 글작가, 그림작가가 열심히 노력을 들여서 기획하고 구성하여 만들어 낸 책일테지만. 아무래도 급하게 만들어냈다는 느낌은 지우기가 어려웠다. 총 9개의 전쟁이 소개된다. 고구려 시절의 살수대첩으로 시작해서,귀주대첩, 대몽창쟁, 한산도대첩, 행주대첩, 병자호란, 병인양요 신미양요, 청산리 대첩, 그리고 6·25 전쟁까지. 어떠한 기준에서 이 9개의 전쟁을 선정했는지도 의문이다. 무조건 이기고, 적이 도망가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나 무찌르고. 우리 나라 민족의 애국심과 강한 의지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사는 땅을 지키고 보존한다는 생각으로 지켜낸 이들의 노력을 격하 시키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학습 만화의 수준에 대해서는 정말 크게 실망했다. 

이들이 이루어 낸 성공의 전략을 보면 그다지 정당하지 않다. 허위로 항복문서를 보내고 안심하고 있는 틈을 타서 무찔러 버리고, 용감무쌍한 정신으로 적을 혼쭐을 냈다고 하는데. 내가 전쟁에 대해서 잘 몰라서 그런지 몰라도. 사실 전쟁 자체가 그리 정당성을 찾기 어려운 거 아니던가 싶은 생각도 들고. 또한 관점의 일관성이 떨어지기도 한다. 우리 민족이 주인공 시점이다가도, 외국 침입자들이 주인공 시점으로 그려져 있기도 하고. 모두 동양 사람들이라 피부색으로 아군과 적군을 분간을 하기 어렵기는 하지만, 읽다가 그림에서 어디가 우리 편이야. 찾게 되는 어려움도 따른다.  

두 남녀 아이와 기계 발명 여자 박사가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 전쟁 시절로 돌아가고, 각 관문마다 다음 단계로 가는 퀴즈를 맞추는 식의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고. 만화로 전개되는 이야기 뒤에는

아하 그렇구나', '꼼꼼 역사탐구' 코너를 통해서 좀 더 상세한 전쟁과 그 시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개인적인 취향에는 매우 부합하지 않은 책이긴 하지만 아이들이 우리 나라 역사에 있어서 굵직한 전쟁들에 대한 정보를 얻고 관심을 가지는 데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학습만화를 싫어하는 편견.

통합적인 정보를 좋아하는 취향.

무조건 우리나라이기 때문에 옳고 바르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는 소신.

그러니 알아서 판단하시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쟁으로 보는 한국사/두 바퀴로 대한민국 한 바퀴/먹지 않고는 못 참아>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두바퀴로 대한민국 한바퀴 - 좌충우돌 전국 자전거 여행기
방승조 지음 / 청년정신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어쩌다보니 오늘 여행기 리뷰를 두개나 올리네.~ 이 책도 역시나 독특한 설정을 가지고 있다. 한 청춘남녀가 한달(3주 + 알파일)간 자전거를 타고 전국 일주를 하는 설정. 게다가 저자가 만화가라는 점. 사실 전국 일주라는 것과, 자전거 여행 둘 다에 썩 관심이 많은 건 아니기 때문에 손에 잡기가 좀 주저 되었다. 근데 책을 펼치고 읽다보니 재미있더라. 결혼 하기 전의 커플이 찜질방을 순회 하면서 알콩달콩 삐지고, 토닥이고, 싸우고, 화해하고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나이가 많지는 않지만) 요즘 아이들은 이렇게 여행을 다니기도 하는구나!하는 신선함이 느껴졌다. 

몇년 전부터 자전거가 돌풍이다. 어디 산책이라도 할라치면 싸이클복으로 무장한 자전거 타는 무리들과 힘들지 않게 조우하게 된다. 왜 그렇게 자전거 여행이라는 것이 한국에서 인기를 얻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에너지를 아껴야 하고, 환경을 생각해야 하는 시점에서 자전거 여행은 바람직한 여행 방법인 것만은 분명하다. 

자전거 타기와 여행하기에 전혀 관심이 없던 나는 여러번 깜짝깜짝 놀랬다. 자전거 타고 낭만적으로 룰루랄라 여행하면 되는 게 아니라 국토 대장정 처럼 발이 부르트고, 이틀이 멀다하고 자전거 점포를 찾아서 수리를 해야 하고, 이동 수단이 무료이다 뿐이지 유지보수비도 많이 들고, 몸도 성하게 남아나기 어렵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젊었을 때 고생은 사서 한다고도 하지 않던가?

이 저자와 여자친구분의 캐릭터도 책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만화가답게 눈썰미가 있고, 사소한 것에서 정보를 캐치(역 앞에서 맛있는 식당을 찾으려면 배달 나가는 아줌마가 보이는 식당으로)하고, 인간적인 붙임성(제주도로 가는 배 안에서 왁자지껄한 아줌마 아저씨 옆에 앉아서 먹을 거 거저 얻어 먹기)도 있고, 작은 것에 크게 기뻐하고(도로에 떨어져 있는 (만세)감자를 주우며), 또 사소한 것에 실망하기도(추가 공기밥 돈 받는 식당 주인에게) 하고, 하루 종일 몇 십 킬로미터를 자전거 타고 고생했으면서도 밤이면 PC방에 들어가서 콘티를 짜고 해야할 일들을 미루지 않는 성실함과 꼼꼼하게 기록하는 저자의 매력은 넘쳐나는 여행기들 속에서 뭔가 인간적인 냄새를 느끼게 하는 요소이다.

이 책은 간결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여행하다 만난 맛 없는 식당은 살짝 카툰으로 가려주는 센스를 발휘하기도 하지만 맛있는 식당의 전경을 포함하여 매일매일의 지출 내역을 꼼꼼하게 적어 놓고 있다. (심지어 여성이 한달에 한번 꼭 사야하는 물품까지도 지출내역에 나온다) 사실 자전거 여행하면 그저 하는 여행이겠거니 했는데. 하루에 2인 기준으로 6만원 가량의 비용이 필요하다. 수시로 자전거점에 들러서 자전거의 어떤 부분이 고장나고, 교체해야 하는지도 나오고, 도로에서 만나게 되는 위험 상황들, 선택이 필요한 순간들도 소개 되어 있다. 지도나 도로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없다. 이부분은 마음에 들었는데 모든 정보를 다 넣으려고 하는 순간 책 페이지수만 많아지기 때문이다. 사실 자전거 여행을 가면서 이 책을 들고갈 사람이 있을까? 대신 자전거 여행자용 지도책자를 가지고 가겠지. 이렇게 이 책은 선택과 집중을 잘 한 것 같다. 간결한 정보(이동 거리, 이동 경로, 그리고 지출 내역)만을 제공하고, 여행자가 실제 마주하게 되는 즐겁고, 실망스럽고, 힘들고, 만족스러운 순간, 지역마다 맛봐야 할 팁들(영광시에서는 콩엿을!)을 가식 없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특히 책 곳곳에 이모티콘 마져도 가감없이 등장한다) 

이 젊은 두 남녀는 3주 남짓한 여행 기간 동안에 무엇을 느꼈을까? 여행을 그런 실용적인 목적으로 가던 사람이 있던가. 일상을 떠나서 내 두 발로, 두 바퀴에 의지해서 전국의 곳곳을 직접 두 눈으로 봤다는 것. 그게 의미가 있는 것이겠지. 그들의 열정과 체력, 그리고 책으로 내기까지의 끈기에 박수를 보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모차를 끌고 맨해튼에 서다
김동욱.오선주 지음 / 예담 / 201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상을 벗어난 여행. 그 여행의 길에 오르면 지나가는 순간순간을 놓히기 아쉬워 사진으로나마 순간을 포착해 보려는 마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진 욕망일 것이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는 사람이 있다. 여행 가서 사진만 열심히 찍는 사람. 그리고 구슬처럼 퍼져 있는 사진들, 기록들을 하나의 실로 꿰는 작업을 통해서 기억을 패키지화 하기도 한다. 나는 이 두번째 단계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여행을 다녀오면 매번 그러지는 못하지만 사진과 짤막한 글로 개인 책을 만들어 두니깐. 근데 이거 상당히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 남의 걸 해달라는 부탁을 받으면 결코 하지 못할 일이다. 하지만 여기서 더 나가는 사람도 있다. 책으로 출판하는 사람들. 이 책은 한 부부와 네 살배기 딸의 미국의 네이쳐(서부여행)와 컬쳐(도시여행)의 기록이다. 

수많은 여행책이 나오는 요즘. 굳이 왜 여행책을 다시 썼을까? 이들의 시작점과 여행 조건은 일반적인 트레블러들의 조건과 살짝 다르다. 다름아닌 딸 지아에게 맞춘 여행이라는 점. 그리고 아이와 함께 여행하기라는 독특한 컨셉을 가지고 있다는 점. 그래서 이 책은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을 앞둔 부모들에게 권하는 바이다. 또 한가지 이 책을 특별하게 하는 조건은 아이의 엄마가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점이다. 사진으로 포착하고, 글로서 기록하고, 그림으로서 표현하는. 세 가지 방식의 표현 방법이 한 책에 녹아져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림으로 꼴라쥬로. 페이지 하나하나 잡지의 한 장면과도 같단 생각이 들었고 즐기며 볼 거리, 메모하며 볼 거리들도 많다. 

사진과 짤막한 글만으로 사진 앨범을 만드는 작업 자체만해도 매우 에너지를 소진하게 되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들은 내 앨범의 노력을 무색하게 할 만큼 곳곳에 애정어린 정성을 들였다. 여행 가방 속 물건으 소개하는 장면이 딱딱한 테이블에 주욱 나열되어 있는 대신에 눈에 쉽게 들어오는 일러스트로 소개하고 있다. 여행에 가지고 간 옷 하나, 양말 하나 그리면서 여행을 회상했을 작가들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더욱 그림이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여행지에 대한 소개도 소개지만, 이 책의 특별한 장점으로 꼽고 있는 것은 구체적인 상황이 챕터 제목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가령 캠핑장 및 공원에서 유의점들을 보고 싶으면 캠핑, 공원 문화가 들어가 있는 챕터를 골라 보면 되고, 숙소를 구하는 것에 대해 알고 싶으면 '미국에서 숙소 구하기'란 챕터를 펼쳐 보면 된다. 이러한 정보는 어린이를 동반한 상황에서의 구체적인 설정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를 데리고 여행할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상황에 대한 대비 및 사전 정보를 수집하는데 꽤 도움이 된다.  

저자 두분. 부모의 염원처럼 미국 여행기간이 딸 지아에게 더없이 소중한 추억이 되면 좋겠고, 이 두 부부에게도 여행과 책의 출판이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되면 좋겠다. 

애를 데리고 나 또한 여행하게 될 날을 그려본다. 그 때 다시 이 책을 펼쳐 보겠지?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쟁으로 보는 한국사/두 바퀴로 대한민국 한 바퀴/먹지 않고는 못 참아>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먹지 않고는 못 참아?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6
팻 플린 지음, 김호정 옮김, 톰 젤렛트 그림 / 책속물고기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아동 비만 문제. 요즘 심심치않게 매스컴을 통해, 뉴스를 통해 접해 들을 수 있는 문제이다. 아이들은 왜 먹을 것에 집착하게 되는 것일까? 대부분의 과잉 행동은 1차적으로 부모와의 바람직하지 않은 관계에서 비롯된다. 즉, 애정결핍으로 인한 욕구 불만이 먹는 것으로 이어지고, 그렇게 해서 살이 찌면 놀림을 받고, 더욱 더 정서적인 욕구 불만 상태에 빠지고, 더 먹고. 이러한 안좋은 싸이클을 타다보면 비만이라는 덫에 걸리고 말게 된다.

이 책은 아동 비만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로 인한 위험성(당뇨), 아이들의 놀림, 싸이클의 악순환, 체력 저하 등등 비만 상태가 되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여러가지 불편한 사실들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무조건 비만 상태를 벗어나라. 너희의 지금 상태는 못 봐줄 정도야.의 어조가 아닌. "현재의 모습도 사랑하지만, 변화될 너의 모습도 사랑하게 되길 바란다"는 어조로 비만 아동을 그리고 있다. 또한 뚱뚱하다는 것 자체가 핸디캡이 되기는 하지만 그 조건만으로 사랑받지 못할 뚱보가 되지는 않는다는 위로를 담고 있다. 더불어서 비만을 벗어나는데 필요한 것들. 즉 용기를 갖고, 익숙한 습관 버리고, 삶에 대한 갈망을 찾을 때 힘겹지만 그 순간에서부터 건강한 생활이 시작된다는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주인공 메튜는 반에서 가장 뚱보인 남자아이다. 아이들이 이런 메튜를 찾을 때는 오직 한 경우. 매점에서이다. 그는 가격 대비 최고의 간식을 조합해서 추천 줄 수 있는 매점계의 전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 뿐이다. 게다가 새로 전학 온 학생이 그의 유일한 단짝이었던 크레이그를 자신의 적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렇게 메튜는 언제나 혼자인 아이이다. 집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아빠가 떠나신 후(이혼?) 직업적인 성공으로 보상을 하려는 엄마는 늘 집에 없다. 그래서 메튜가 먹는 것은 패스트푸드 일색이다. 이런 메튜에게 터닝포인트가 생기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체육 시간 기절 사건. 그로 인해 건강의 심각성을 엄마와 메튜 모두 깨닫게 되고, 힘들지만 그 상태를 개선해 보고자 하는 노력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그의 앞에 나타난 케일라라는 같은 학급 여학생. 과연 메튜는 먹을 것에만 온통 관심을 쏟아 붓고 먹고 싶은데로 먹던 고질적인 습관을 버리고,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 추천 대상: 비만인 초등학생 저학년 아동 + 아동의 부모  

* 옥의 티: 삽화 속 메튜는 아이가 아닌 아저씨! 좀 더 귀엽게 그려줬으면. 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서의 즐거움
수잔 와이즈 바우어 지음, 이옥진 옮김 / 민음사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랜만에 필기(!) 하면서 책을 읽었다. 책을 제대로 읽는 다는 것은 어떻게 읽는다는 것인가에 대해서 사실 많이 궁금했었다. 대체로 사람들은 그냥 잘 즐기면 되는거 아니야?라고 얘기들을 한다. 심지어 문학교육을 하고 있는 사람들 조차도(!). 그것이 한국의 문학 교육 시장의 현실이려나. 대부분의 그림책 관련한 교육은 이미 문학 교육의 범주에서 벗어난 듯 보이기까지 한다. 5분 간 짧은 리딩.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후속 활동. 과연 그것을 놓고 문학 교육이라고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은 늘 있어왔다. 물론 의미가 없다는 애기는 아니다. 단지 과연 그것이 문학을 이용한 바람직한 방향일까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 뿐이지.

저자인 수잔 와이즈 바우어는「The Story of the World(번역: 교양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 역사 이야기)」로도 유명한 작가이자, 교육가이다. 아동용 책으로 먼저 알았던 분을 성인 코너에서 만났을 때의 반가움이란! 요즘 이곳저곳에서 홈스쿨을 시작하는 분들이 계셔서 완전히 생각 밖에 있었던 홈스쿨을 새롭게 생각하고 있는 중이긴 하지만. 수잔은 홈스쿨로 자녀를 길렀을 분만 아니라 '독학'으로 '교수'까지 되신 분이다. 누군가에게 배워서 알기 보다는 '스스로 학습'하는 자기주도적인 역량이 필요한 시대이기는 하다. 더디더라도 느리게, 하지만 진정성 있게 지식과 생각을 쌓아가기. 이 책도 그러한 맥락 안에서 진행이 된다.

이 책의 원제는 Well Educated Mind인데. 원제가 책 내용을 더 잘 나타내고 있다. 마음을 제대로 교육하기. 무엇으로? 고전 독서를 통해서. 그렇다면 어떻게? 고전적인 방법인 3학과 독서 법으로. 3학과 독서법이란 무엇인가? 문법, 논리, 수사를 단계적으로 알아가는 독서법을 말한다. 독서 방법론의 전달이 이 책의 가장 주된 목적 중 하나이기 때문에 요 부분은 살짝 더 소개해 보겠다.

3학과 독서법은 중세 시대부터 주욱 전해오는 독서법이라고 한다. 사실 성격이 급하고 조급증이 있는 나로서는 책을 한번 몰아치듯 읽고는 덮어버리기 일수이다. 하지만 이러한 읽기는 나의 정신과 사고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그냥 이야기 하나. 레파토리 하나를 더 갖게 된다 뿐이지. 진정한 독서는 나의 사고를 교정하고, 생각을 형성하는 독서이다.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한 텍스트는 검증된 텍스트. 고전일 경우에 해당한다. 1단계는 문법을 아는 독서이다. 무슨 말을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체적인 내용과 등장인물 그리고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1차적인 단계이다. 2단계는 논리의 단계로 계속적으로 질문을 던지면서 why, what, how를 질문하는 단계이다. 작가가 어떠한 논리로 주제를 끌고 가고 있는지 그의 논지에는 타당성이 있는지를 검증을 한다. 3단계는 수사 단계로 나의 생각을 반영 시켜서 텍스트에 대한 비평을 하는 단계이다. 이 모든 단계를 글로서 정리하고 요약하는 것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타인의 말을 나의 언어로 바꾸어 쓰는 것에서 진정한 의미의 학습은 일어나는 것이니깐. 써놓고 보니 너무 뻔하네. 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 이 3학과의 전통이 독서 치료법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다. 1) 인식(recognition)의 단계, 2) 고찰(examination)의 단계, 3) 병렬(juxtaposition)의 단계, 4) 자기적용(application to self)의 단계를 거치니깐.

여하튼 이러한 3단계를 반드시 기억하고, 독서를 할 때 읽어 헤치우는 것이 아니라 곱씹어서 텍스트를 나의 것으로 만드는 그런 과정이 필요한 것 같다. 1부에서는 전체적인 방법론을 설명하고, 이어지는 2부에서는 각 유형별로 3단계를 어떻게 적용 시켜서 읽을 것인가를 설명한다. 2부도 많이 유익했는데 각 텍스트 유형별로 읽기 방식과 포커스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었고,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소설, 자서전, 역사서, 희곡, 시. 이렇게 다섯가지 유형이 나오는데 각 유형별로 시대에 따라서 텍스트를 담고 있는 장르의 변천사를 읽다보면 사상의 변천사와 장르의 기능 확장, 의미 변화등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사실 연도별로 책을 읽을 생각을 거의 하지를 않았었는데. 시대순으로 읽을 때에 사조의 흐름과 매체의 변화 등을 함께 느낄 수 있기에 장기적으로 연도를 고려한 고전 읽기 계획을 세워봐야 겠다는 결심도 들었다.

진정한 교육은 타이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떤 독서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어떤 책을 읽었고. 더 나아가서 어떤 연수, 어떤 학과, 어떤 학위를 받았는지에 따라서 나타나지 않는다. 진정으로 자기 반성적인 사고와 쉽지 않은 고전들과 씨름할 때 그 때 진정한 의미의 교육이 조금씩 빛을 내는 것이지. 다양한 각도로 교육과 문학을 생각할 기회들이 생겨서 감사한 나날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