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를 끌고 맨해튼에 서다
김동욱.오선주 지음 / 예담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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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벗어난 여행. 그 여행의 길에 오르면 지나가는 순간순간을 놓히기 아쉬워 사진으로나마 순간을 포착해 보려는 마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진 욕망일 것이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는 사람이 있다. 여행 가서 사진만 열심히 찍는 사람. 그리고 구슬처럼 퍼져 있는 사진들, 기록들을 하나의 실로 꿰는 작업을 통해서 기억을 패키지화 하기도 한다. 나는 이 두번째 단계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여행을 다녀오면 매번 그러지는 못하지만 사진과 짤막한 글로 개인 책을 만들어 두니깐. 근데 이거 상당히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 남의 걸 해달라는 부탁을 받으면 결코 하지 못할 일이다. 하지만 여기서 더 나가는 사람도 있다. 책으로 출판하는 사람들. 이 책은 한 부부와 네 살배기 딸의 미국의 네이쳐(서부여행)와 컬쳐(도시여행)의 기록이다. 

수많은 여행책이 나오는 요즘. 굳이 왜 여행책을 다시 썼을까? 이들의 시작점과 여행 조건은 일반적인 트레블러들의 조건과 살짝 다르다. 다름아닌 딸 지아에게 맞춘 여행이라는 점. 그리고 아이와 함께 여행하기라는 독특한 컨셉을 가지고 있다는 점. 그래서 이 책은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을 앞둔 부모들에게 권하는 바이다. 또 한가지 이 책을 특별하게 하는 조건은 아이의 엄마가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점이다. 사진으로 포착하고, 글로서 기록하고, 그림으로서 표현하는. 세 가지 방식의 표현 방법이 한 책에 녹아져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림으로 꼴라쥬로. 페이지 하나하나 잡지의 한 장면과도 같단 생각이 들었고 즐기며 볼 거리, 메모하며 볼 거리들도 많다. 

사진과 짤막한 글만으로 사진 앨범을 만드는 작업 자체만해도 매우 에너지를 소진하게 되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들은 내 앨범의 노력을 무색하게 할 만큼 곳곳에 애정어린 정성을 들였다. 여행 가방 속 물건으 소개하는 장면이 딱딱한 테이블에 주욱 나열되어 있는 대신에 눈에 쉽게 들어오는 일러스트로 소개하고 있다. 여행에 가지고 간 옷 하나, 양말 하나 그리면서 여행을 회상했을 작가들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더욱 그림이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여행지에 대한 소개도 소개지만, 이 책의 특별한 장점으로 꼽고 있는 것은 구체적인 상황이 챕터 제목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가령 캠핑장 및 공원에서 유의점들을 보고 싶으면 캠핑, 공원 문화가 들어가 있는 챕터를 골라 보면 되고, 숙소를 구하는 것에 대해 알고 싶으면 '미국에서 숙소 구하기'란 챕터를 펼쳐 보면 된다. 이러한 정보는 어린이를 동반한 상황에서의 구체적인 설정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를 데리고 여행할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상황에 대한 대비 및 사전 정보를 수집하는데 꽤 도움이 된다.  

저자 두분. 부모의 염원처럼 미국 여행기간이 딸 지아에게 더없이 소중한 추억이 되면 좋겠고, 이 두 부부에게도 여행과 책의 출판이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되면 좋겠다. 

애를 데리고 나 또한 여행하게 될 날을 그려본다. 그 때 다시 이 책을 펼쳐 보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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