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살리는 윤리적 소비, 철수맨이 나타났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생명을 살리는 윤리적 소비 - 내가 물건을 잘 사야 지구가 건강해요,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세종도서) 상수리 호기심 도서관 14
정원곽 외 지음, 이상미 그림 / 상수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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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에코. 환경. 공정무역. 등등. 너무나도 많이 듣던 용어들이다. 뚝뚝 떨어져 있는 이러한 개념들을 하나의 통합된 관점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책이 있다. 바로 「생명을 살리는 윤리적 소비」라는 책이다. 멜라민 파동, 광우병 반대 시위, GMO 옥수수 수입 반대(FTA 체결 반대) 등 뉴스에 나타나는 현안들 이면에 있는 문제와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대안을 알고 싶은 이들과 자녀에게 교육하고 싶은 부모라면 이 책을 추천한다. 사실 표면에 떠오르는 현안에 대해서 문제가 있다는 것만 알았지 근본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는 몰랐던 성인이 나에게 조차도 이 책은 훌륭한 지침서가 되었다. 

사실 뉴스를 보고 있자면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는 듯이 보인다. 멜라민 파동이야 중국산 및 멜라민 함유 제품을 수입 금지하도록 정부에서 조치를 취하면 될 것 같고, 광우병 소고기를 수입을 반대하지만 정부에서 원산지 표기를 하도록 하지 않으면 무슨 고기를 먹는지도 모를테고, GMO 옥수수인지 어떤 옥수수인지 모르고 그냥 샐러드를 먹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개인이 취할 수 있는 목소리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바로 '윤리적 소비'를 통해서. 

그렇다면 윤리적 소비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는 소비이다. 모두의 범주에는 나, 가족, 우리 나라 사회를 넘어서서, 이 인류의 모든 사람들, 환경과 동물까지 포함된다. '에이. 뭐 나 하나 뭘 먹든 무슨 영향을 준다고'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결코 아니다. 직접적으로는 나의 윤리적 소비가 나의 건강을, 우리 가족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가정들이 모여서 하나의 사회 흐름에까지 영향을 주고, 국가와 세계 정책에 종국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소비자들이 의식적으로 '윤리적 소비'를 해야 하는가? 그것은 산업체들이 경제적인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여 '윤리적 생산'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윤리적 생산이란 양심에 어긋나는 결단은 사업에 불이익을 가져오더라도 하지 않는 생산인데 이를 '손해'로 인식하는 것이다. 정당한 노동력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최소화 하는 또 오염, 독성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동물에게 도를 넘는 실험을 실시하지 않는 것,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생산을 하는 것. 이러한 윤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비용이 들고, 이를 지키지 않는 산업체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양심을 지키는 것이 바보 같은 행동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그러한 양심을 지키는 것이 결코 바보스런 행동이 아님을 이제 윤리적인 소비자들이 보여줘야 한다. 왜냐하면 이 세상은 나만 잘살아서, 나만 많이 벌어서 몇 십년이고, 몇 백년이고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에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속여서 판 싸구려 식품들은 언제고 신체 내에서 변형되어 그 파괴력을 드러낼 것이다. 당장에 걸리지 않는다고 하여 정부를 속여서 파괴한 자연은 어마어마한 자연재해로 위력을 드러낼 것이다. 그저 참고만 있는 사람도, 민족도, 환경도 없다. 함께 다 같이 오래오래 살려면 조금은 불편해도, 내 밥 그릇에서 한 숫갈 남겨서 남에게 줘야만 한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다면, 그 여유를 느낀 이들이 먼저 한 숫갈씩 타인에게 양보하는 미덕을 발휘해야 한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윤리적 소비의 태동과 지향하는 바, 유럽과 한국의 윤리적 소비의 실천 양상을 1부에서, 다양한 먹을거리의 위협 사건을 토대로 식품 안전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섭취시 발생하는 문제들을 2부에서, 자연이 보존되어야 하는 이유와 근거리 지역의 농산물을 먹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3부에서, 마지막으로 착취의 결과로 우리 앞에 놓여진 다양한 상품(축구공, 초콜릿, 커피)들을 소개하며 다 같이 잘 살 수 있는 방안인 공정 무역과 실천 방안들을 4부에서 소개하고 있다. (3부의 흐름은 약간 매끄럽지 못하여 아쉬웠다.)  

오늘 마트에서 장바구니에 담은 물건들. 나의 사소한 선택 하나하나가 결국에는 매일의 일상에서 내가 참여할 수 있는 환경 운동인 셈이다. 앞으로 나는 일상 속 실천하는 환경 운동가가 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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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 질리 홉킨스 일공일삼 40
캐서린 패터슨 지음, 이다희 옮김 / 비룡소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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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반까지 뭐 이래...하면서 읽었고 후반부터는 몰입되서 후루룩 읽어버렸네요. 읽으면서 자꾸 지난 주 꼬맹이 호프(내 이름은 희망 주인공)와 비교하게 되더라구요. 엄마가 버린 상황 똑같아요. 호프에게는 에디 이모가 있고, 길리에게는 뒤늦게 마음으로 인정했지만 트로터 할머니가 있어요. 호프에게는 식당이 있고, 길리에게는 윌리엄과 장님 할아버지가 계세요. 호프는 자신을 튤립이라 부르지 않고 호프로 불러주는 엄마에게 내심 고마움을 느끼고, 길리는 자신의 원래 이름인 갈라드리엘을 인정하게 되요. (반지의 제왕에서 어떤 캐릭터의 인물이려나요)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들의 엄마로 인한 아픔 극복기. 호프는 법적 아빠라는 존재를 잠시 잠깐 가져봄으로써 그간 쌓여 있던 체증과도 같은 분노와 외로움의 체증이 쑤욱 내려가는 듯 해요. 한편, 길리는 법적인 공인이 없고, 그토록 만나야만 했던 엄마를 만나기는 했으나 그게 결정적인게 아니었어요. 그녀는 그녀 자신이 되고 싶었던 거였어요. To be real without any quotation marks. To belong and to possess. To be herself. 그리고 그 real이라는 감정을 트로터가 대합실에서 폭발하는 모습을 보며 느낀 것 같아요. foster mom으로서의 의무가 아닌. real 사랑. 절대 보내지 않겠다는 말. 그 때 길리의 체증이 내려가지 않았을까. 사실 그 후로 변하기도 했구요. 이러한 성장 과정을 통해서 둘은 모두 한뼘씩 컸네요. 근데 악역이 악랄할 수록 주인공은 더 빛이 나는 법이에요. 엄마의 그 냉랭함과 무관심. 모정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모습. 그래도 길리는 잘 견뎌 낼거에요. 자기와 동일하게 늘 혼자였던 친 할머니와 함께요.

중간중간에 옛이야기들이 많이 나와요. 해피엔딩은 거짓말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슈렉 처음 나왔을 때 엄청 실망했다잖아요. 피오나가 오거가 아니라 진짜 공주로 거듭나야 해피엔딩인건데. 결국 오거로서 슈렉과 결혼해서 오래오래 살게 되니깐. 얼마나 실망이었겠어요. 근데 전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삶은 녹록치 않아요. 트로터가 전화기 붙잡고 말했듯이. 해피 엔딩은 엄마와 행복한 조우를 하는 순간. 고 순간이 끝인 게 아니에요. 누군가를 만나고, 어떤 사건을 지나치고. 그건 다 삶의 일부일 뿐인거요. 진정한 엔딩은 죽음의 순간. 이라는 것에 저도 동의를 해요. 또한 어느 순간이 해피한 순간이고 또 어느 순간이 배드 순간인지는 지나봐야만 알 수 있는 측면도 있어요. 그저 먹기에 달콤한 것들만 내게로 와라.하는 심정은 살아가는데 도움이 안되는 거죠. 길리가 처음 트로터에게 갔을 때 그곳이 벗어나야만 하는 쓰레기장 같이 느꼈지만 이내 그곳이 집이자 가족이 되었던 것 처럼. 할머니와의 삶 또한 행복으로 만들어 가리라고 생각해요.

진정한 해피엔딩이란. 모든 사건의 종결과 행복한 결말이 아니에요. 진정한 해피 중간만 있을 뿐이죠. 그렇게 굽이굽이 인생길에서 해피와 배드 사건을 감내하고 마지막 죽음의 최후의 순간에 받는 보상. 상당히 기독교적인 사상인거죠. 작가는 선교사였으며, 두 명을 입양한 엄마이기도 했답니다.

*
중반까지는 읽기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비를 넘어가고 나면 흔한 해피엔딩 공식이 아닌 색다른 결말이 주는 새로움을 느낄 수 있고, 삶과 행복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해 볼 수 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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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보는 한국사/두 바퀴로 대한민국 한 바퀴/먹지 않고는 못 참아>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전쟁으로 보는 한국사 - MBC 한국전쟁 60주년 특별기획드라마 로드 넘버원 추천도서
승정연 지음, 윤재홍 그림, 김영미 감수 / 북로그컴퍼니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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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학습 만화를 싫어하기도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한번도 학습 만화를 보지 않았다. 그런 싫다는 감정 때문에. 그래도 봐야하는 책이라서 읽어보았다. 결론은 역시나 싫다.이다. 이런 책이 왜 출판 되었을까 생각해 보면 그 밑에 깔려 있는 정부의 보이지 않는 압력이 눈에 들어올 듯도 하다. 요즘 방송사마다 방영하고 있는 전쟁 드라마, 얼마전까지 뉴스에 두드러지게 부각되던 긴장 분위기 조성. 이런 것과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게 오버일까? 한반도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에 대한 경각심. 전쟁의 정당성에 대한 발판으로 이러한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일지. 여튼 의도 부터가 곱게 보이지를 않았다.

하지만 내용에 들어가서도 곱게 보이지를 않는다. 물론 글작가, 그림작가가 열심히 노력을 들여서 기획하고 구성하여 만들어 낸 책일테지만. 아무래도 급하게 만들어냈다는 느낌은 지우기가 어려웠다. 총 9개의 전쟁이 소개된다. 고구려 시절의 살수대첩으로 시작해서,귀주대첩, 대몽창쟁, 한산도대첩, 행주대첩, 병자호란, 병인양요 신미양요, 청산리 대첩, 그리고 6·25 전쟁까지. 어떠한 기준에서 이 9개의 전쟁을 선정했는지도 의문이다. 무조건 이기고, 적이 도망가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나 무찌르고. 우리 나라 민족의 애국심과 강한 의지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사는 땅을 지키고 보존한다는 생각으로 지켜낸 이들의 노력을 격하 시키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학습 만화의 수준에 대해서는 정말 크게 실망했다. 

이들이 이루어 낸 성공의 전략을 보면 그다지 정당하지 않다. 허위로 항복문서를 보내고 안심하고 있는 틈을 타서 무찔러 버리고, 용감무쌍한 정신으로 적을 혼쭐을 냈다고 하는데. 내가 전쟁에 대해서 잘 몰라서 그런지 몰라도. 사실 전쟁 자체가 그리 정당성을 찾기 어려운 거 아니던가 싶은 생각도 들고. 또한 관점의 일관성이 떨어지기도 한다. 우리 민족이 주인공 시점이다가도, 외국 침입자들이 주인공 시점으로 그려져 있기도 하고. 모두 동양 사람들이라 피부색으로 아군과 적군을 분간을 하기 어렵기는 하지만, 읽다가 그림에서 어디가 우리 편이야. 찾게 되는 어려움도 따른다.  

두 남녀 아이와 기계 발명 여자 박사가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 전쟁 시절로 돌아가고, 각 관문마다 다음 단계로 가는 퀴즈를 맞추는 식의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고. 만화로 전개되는 이야기 뒤에는

아하 그렇구나', '꼼꼼 역사탐구' 코너를 통해서 좀 더 상세한 전쟁과 그 시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개인적인 취향에는 매우 부합하지 않은 책이긴 하지만 아이들이 우리 나라 역사에 있어서 굵직한 전쟁들에 대한 정보를 얻고 관심을 가지는 데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학습만화를 싫어하는 편견.

통합적인 정보를 좋아하는 취향.

무조건 우리나라이기 때문에 옳고 바르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는 소신.

그러니 알아서 판단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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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보는 한국사/두 바퀴로 대한민국 한 바퀴/먹지 않고는 못 참아>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먹지 않고는 못 참아?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6
팻 플린 지음, 김호정 옮김, 톰 젤렛트 그림 / 책속물고기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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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비만 문제. 요즘 심심치않게 매스컴을 통해, 뉴스를 통해 접해 들을 수 있는 문제이다. 아이들은 왜 먹을 것에 집착하게 되는 것일까? 대부분의 과잉 행동은 1차적으로 부모와의 바람직하지 않은 관계에서 비롯된다. 즉, 애정결핍으로 인한 욕구 불만이 먹는 것으로 이어지고, 그렇게 해서 살이 찌면 놀림을 받고, 더욱 더 정서적인 욕구 불만 상태에 빠지고, 더 먹고. 이러한 안좋은 싸이클을 타다보면 비만이라는 덫에 걸리고 말게 된다.

이 책은 아동 비만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로 인한 위험성(당뇨), 아이들의 놀림, 싸이클의 악순환, 체력 저하 등등 비만 상태가 되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여러가지 불편한 사실들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무조건 비만 상태를 벗어나라. 너희의 지금 상태는 못 봐줄 정도야.의 어조가 아닌. "현재의 모습도 사랑하지만, 변화될 너의 모습도 사랑하게 되길 바란다"는 어조로 비만 아동을 그리고 있다. 또한 뚱뚱하다는 것 자체가 핸디캡이 되기는 하지만 그 조건만으로 사랑받지 못할 뚱보가 되지는 않는다는 위로를 담고 있다. 더불어서 비만을 벗어나는데 필요한 것들. 즉 용기를 갖고, 익숙한 습관 버리고, 삶에 대한 갈망을 찾을 때 힘겹지만 그 순간에서부터 건강한 생활이 시작된다는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주인공 메튜는 반에서 가장 뚱보인 남자아이다. 아이들이 이런 메튜를 찾을 때는 오직 한 경우. 매점에서이다. 그는 가격 대비 최고의 간식을 조합해서 추천 줄 수 있는 매점계의 전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 뿐이다. 게다가 새로 전학 온 학생이 그의 유일한 단짝이었던 크레이그를 자신의 적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렇게 메튜는 언제나 혼자인 아이이다. 집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아빠가 떠나신 후(이혼?) 직업적인 성공으로 보상을 하려는 엄마는 늘 집에 없다. 그래서 메튜가 먹는 것은 패스트푸드 일색이다. 이런 메튜에게 터닝포인트가 생기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체육 시간 기절 사건. 그로 인해 건강의 심각성을 엄마와 메튜 모두 깨닫게 되고, 힘들지만 그 상태를 개선해 보고자 하는 노력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그의 앞에 나타난 케일라라는 같은 학급 여학생. 과연 메튜는 먹을 것에만 온통 관심을 쏟아 붓고 먹고 싶은데로 먹던 고질적인 습관을 버리고,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 추천 대상: 비만인 초등학생 저학년 아동 + 아동의 부모  

* 옥의 티: 삽화 속 메튜는 아이가 아닌 아저씨! 좀 더 귀엽게 그려줬으면.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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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 삼총사 사계절 아동문고 53
하나가타 미쓰루 지음, 고향옥 옮김, 김무연 그림 / 사계절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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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문학에는 특히나도 '성장'이 주제인 경우가 많다. 사회적 환경이 아이에게 영향을 주고 그 어려움을 결국에는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가 가장 흔한 이야기 구조일 것이다. 이 책도 한 억압된 아이의 성장기를 나타내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주인공 고타미는 극도록 소심한 아이다. 스스로를 심하게 비하한다. 고타미는 스스로를 재미없고, 그래서 내 옆에 앉는 사람은 운이 없고, 어떻게 해서든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애쓰는 아이. 사야카라는 아이에게 군림 당해서 시녀처럼 붙잡혀 살기도 했기에. 관계라는 것에 대해서는 기대를 하지도, 들어가고 싶지도 않아 하는 안쓰러운 아이이다. 그런 고타미는 '거대녀' 시노와 '폭탄' 앨리사와 얼떨결에 (아니 순전히 그들이 먼저 접근했기에) 그들과 한 무리가 된다.

여기서 작가가 설정한 것들을 살펴보고 넘어가자. 고타미는 왜 그렇게 극도로 소심한 아이가 되었을까? 그것은 이혼한 엄마 본인이 삶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매간의 경쟁 의식. 의사를 남편으로 둔 언니의 행복한 삶에 대한 시기랄까. 대학 교수인 자신의 실력으로, 딸들의 학력으로 승부를, 보상을 받으려는 이 엄마의 마음은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고타미를 움츠러 들게 한다. 고타미는 그래서 늘 100점만 받던 미국으로 유학간 언니와 끊임 없이 스스로를 비교할 테고, 친척 모두가 입학한 명문 초등학교를 미끄러지면서 '나는 떨어지는 애'라고 스스로 되내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런 고타미에게 작가가 붙여준 친구 두 명은 그야말로 자유분방한 아이들. 천방지축 날뛰는 망아지와도 같은 하지만 '좋은 애들' 거대녀 시노는 별명과 같이 지나치게 큰 체구 때문에 '튄다' 앨리사도 마찬가지로 머리가 폭탄이고 피부가 가무잡잡하여 '튄다' . 특히 앨리사는 필리핀 엄마를 둔 혼혈 아동이라 더 그렇다. 이렇게 일반적인 사회에 편입하지 못하는 튀는 두 명의 캐릭터가. 너무 튀지 않아서, 너무 정체성이 없어서 눈에 거의 보이지 않는 이 고타미에게 흥미를 갖게 된다. 왜? 놀리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튀는 세 명의 아이들. 극과 극들의 만남. 보통의 관계는 어른의 권력구조와 마찬가지고 강자가 약자를 지배한다. 이미 고타미는 그런 경험도 있다. 하지만 이 아슬아슬한 삼총사는 누군가가 누구를 군림하는 형태가 아닌 서로 '난장'을 벌이며 뒹구는 사이. 천방지축인 아이들의 행동을 교정하려고 노력하지도 않고, 소심한 고타미가 갑자기 적극적으로 변하게 하지도 않고. 함께 뒹굴며 노는 경험을 통해서 자신을 돌아보고, 세상을 향해서 한 발 내딛을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 참 좋았다.

사건의 클라이막스는 고타미가 사와무라와도 함께 어울리는 걸 본 사야카가 그와의 만남을 주선해 달라고 했으나 말을 전하지 않은데서 터진다. 사야카는 칠판에 '고타미 도둑'이라고 쓰는 것으로 복수한다. 하지만 그 도둑 사건은 사실은 사야카가 시킨 일이었다. 여기서 힘쎈 정말로 튀는 시노와 앨리사가 문제를 한번에 해결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고타미는 스스로 해결한다. 자신이 도둑 맞다고 외치고 밖으로 뛰쳐 나와 인근 언덕 나무 위에서 혼자 숨죽여 슬퍼한다. 온 학급 아이들은 이런 고타미를 찾으러 나섰다. 그리고 사와무라가 나무에 매달려 있는 고타미를 발견한다. 그가 해주는 얘기가 참 감동적이다. 그 교실에 있던 아이들이 시노를 시작으로 각자 무언가를 훔쳤던 경험들을 얘기하기 시작한 것. 그리고 후회하는 도둑질을 하는 행동보다 칠판에 쓰는 행동이 더 비겁하고 나쁘다고 결론을 냈다는 것. 또한 시노도, 고타미도 '좋은 애'라고 하는 사와무라의 얘기를 들으며 마음이 따뜻해 지는 고타미.

다 쓰지는 않았지만 특정한 무리에 들어갈 때 소속감과 정체성이라는 두 욕망의 부딪힘을 겪는 과정이며, 소심한 소녀가 교실에서 또래관계에서 느낄 법한 감정에 대한 힌트들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아이들은 본인을 고타미에 감정 이입을 시키면서 그 외로움과 불안을 깊이 공감하고, 마지막에서 진정으로 두려워 할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참 좋은 책이었다. 특이한 캐릭터들이 살아있으면서도 어색하지 않은, 뭉클한 장면을 연출할 법한 장면에서도 특유의 '천방지축'으로 일관 시키며 독자로 하여금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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