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질리 홉킨스 일공일삼 40
캐서린 패터슨 지음, 이다희 옮김 / 비룡소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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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반까지 뭐 이래...하면서 읽었고 후반부터는 몰입되서 후루룩 읽어버렸네요. 읽으면서 자꾸 지난 주 꼬맹이 호프(내 이름은 희망 주인공)와 비교하게 되더라구요. 엄마가 버린 상황 똑같아요. 호프에게는 에디 이모가 있고, 길리에게는 뒤늦게 마음으로 인정했지만 트로터 할머니가 있어요. 호프에게는 식당이 있고, 길리에게는 윌리엄과 장님 할아버지가 계세요. 호프는 자신을 튤립이라 부르지 않고 호프로 불러주는 엄마에게 내심 고마움을 느끼고, 길리는 자신의 원래 이름인 갈라드리엘을 인정하게 되요. (반지의 제왕에서 어떤 캐릭터의 인물이려나요)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들의 엄마로 인한 아픔 극복기. 호프는 법적 아빠라는 존재를 잠시 잠깐 가져봄으로써 그간 쌓여 있던 체증과도 같은 분노와 외로움의 체증이 쑤욱 내려가는 듯 해요. 한편, 길리는 법적인 공인이 없고, 그토록 만나야만 했던 엄마를 만나기는 했으나 그게 결정적인게 아니었어요. 그녀는 그녀 자신이 되고 싶었던 거였어요. To be real without any quotation marks. To belong and to possess. To be herself. 그리고 그 real이라는 감정을 트로터가 대합실에서 폭발하는 모습을 보며 느낀 것 같아요. foster mom으로서의 의무가 아닌. real 사랑. 절대 보내지 않겠다는 말. 그 때 길리의 체증이 내려가지 않았을까. 사실 그 후로 변하기도 했구요. 이러한 성장 과정을 통해서 둘은 모두 한뼘씩 컸네요. 근데 악역이 악랄할 수록 주인공은 더 빛이 나는 법이에요. 엄마의 그 냉랭함과 무관심. 모정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모습. 그래도 길리는 잘 견뎌 낼거에요. 자기와 동일하게 늘 혼자였던 친 할머니와 함께요.

중간중간에 옛이야기들이 많이 나와요. 해피엔딩은 거짓말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슈렉 처음 나왔을 때 엄청 실망했다잖아요. 피오나가 오거가 아니라 진짜 공주로 거듭나야 해피엔딩인건데. 결국 오거로서 슈렉과 결혼해서 오래오래 살게 되니깐. 얼마나 실망이었겠어요. 근데 전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삶은 녹록치 않아요. 트로터가 전화기 붙잡고 말했듯이. 해피 엔딩은 엄마와 행복한 조우를 하는 순간. 고 순간이 끝인 게 아니에요. 누군가를 만나고, 어떤 사건을 지나치고. 그건 다 삶의 일부일 뿐인거요. 진정한 엔딩은 죽음의 순간. 이라는 것에 저도 동의를 해요. 또한 어느 순간이 해피한 순간이고 또 어느 순간이 배드 순간인지는 지나봐야만 알 수 있는 측면도 있어요. 그저 먹기에 달콤한 것들만 내게로 와라.하는 심정은 살아가는데 도움이 안되는 거죠. 길리가 처음 트로터에게 갔을 때 그곳이 벗어나야만 하는 쓰레기장 같이 느꼈지만 이내 그곳이 집이자 가족이 되었던 것 처럼. 할머니와의 삶 또한 행복으로 만들어 가리라고 생각해요.

진정한 해피엔딩이란. 모든 사건의 종결과 행복한 결말이 아니에요. 진정한 해피 중간만 있을 뿐이죠. 그렇게 굽이굽이 인생길에서 해피와 배드 사건을 감내하고 마지막 죽음의 최후의 순간에 받는 보상. 상당히 기독교적인 사상인거죠. 작가는 선교사였으며, 두 명을 입양한 엄마이기도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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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반까지는 읽기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비를 넘어가고 나면 흔한 해피엔딩 공식이 아닌 색다른 결말이 주는 새로움을 느낄 수 있고, 삶과 행복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해 볼 수 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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