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小說家)의 언니
소설가 K가 내 동생이에요
K의 언니는 연극 공연을 보러 간 내 옆자리에 앉았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하는 연극이었는데,
돈이 없는 나는 학교에서 하는 그런 연극을 자주 보러 갔다
내가 K를 본 적이 있었던가?
비좁은 학교 복도를 지나다니다가 두어 번 본 것도 같다
K는 학생 시절에 일찍 등단해서 약간은 스타의 느낌이 났다
평범한, 일반인 스타의 느낌,
이라고 쓰고는 뭔가 말이 되지 않는 것 같지만
어떻게 달리 고칠 수도 없다 아무튼,
K는 소설책 표지에 나온 K의 사진과
진짜 똑같이 생겼다 K의 언니도 K와 많이 닮았다
K의 언니는 조곤조곤한 말투로 자신이
복지관에서 어르신들이 참여하는
연극 공연 연출을 하고 있노라고 했다
소설가의 언니도 특이한 일을 하고 있었다
K는 내가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작가로 아주 잘 나갔다
문제는 그게 단편에만 적용된다는 사실이었다
K의 첫 장편은 폭삭 망한 수준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최근에 K의 두번째 장편이 아주 오랜만에 나왔다
나는 K의 소설은 이제 더이상 궁금하지 않지만,
가끔 K의 언니가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는 궁금했다
짧은 대화에서도 참으로 인간적인 향기가 나는 사람
소설가의 언니는 그런 사람 같았다
그날, 나와 K의 언니가 본 연극 공연의 제목이
무엇이었는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토록 명민했던 내가 이제는 정말 늙었다는 생각만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