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삶의 주인공이 돼라 - 카네기에게 배우는 성공으로 가는 길
데일 카네기 지음, 김상태 옮김 / 청아출판사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처세나 인간관계에 관해 쓴 책들을 시큰둥하게 바라보던 시절이 있었다. 대개가 읽으나마나한 뻔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고 생각했고, 내게 별다른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아보였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책들도 그냥 넘겨버리지 않고 찬찬히 살펴보게 되었으니 어쩌면 인생살이의 신맛을 조금은 맛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데일 카네기의 저서는 시중에 매우 많이 출간되어 있는데, 이 책은 카네기가 말하고자 하는 인간관계의 요점을 알기 쉽게 풀어낸다는 점에서 나의 눈길을 끌었다. 대개가 실제 예화를 들어 말하는 카네기의 서술 방식은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나 또한 읽는 내내 수긍하며 마음에 담아두려 했던 대목이 많았다.

 

  그가 인간관계의 본질에 대해 설파하고자 하는 요점은 사실 그다지 특별하고 대단한 것에 있지 않다. 어찌보면 이 책의 내용은 "나"가 아닌 "남"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차 있다. 우리는 늘 "나"의 방식과 생각대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에 매우 익숙하기 때문에 개인간, 집단간의 갈등과 충돌에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럴때 "나"의 입장이 아닌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문제해결의 중요한 열쇠가 된다. 그렇다고 카네기가 "나"의 입장과 요구를 무시하고 비굴하게 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가 말하는 것은 "나"와 "남"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한 전제조건에 관한 제시인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난 뒤에 깨달은 것은 놀랍게도 단 한줄로 요약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소위 황금률이라고 알려진 성경의 귀절인, 당신이 대접받고 싶은 대로 다른이들에게 하라는 것이다. 내가 다른 이들에게 이해받고 배려받기를 원한다면 먼저 다른이들을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나는, 그리고 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이 단순명료한 진리를 놓치며 살다가 얼마나 괴로움을 겪었던가. 사람과 세상살이의 돌아가는 이치란 그토록 평범한 것이어서 잊고 살기도 쉬운지 모르겠다. 카네기는 그 평범함 속에 숨겨진 위대한 가치를 그 누구보다도 잘 알았던 사람이었다. 누구든 그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을 준비가 되어있다면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과 삶이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려라 메로스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욱송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다자이 오사무를 읽다보면 작가란 완만한 경사의 산을 올라가는 등산가라기 보다는 지뢰가 지천으로 깔린 전장 사이를 누비는 전사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곳을 떠나고 싶지만 어떤 이유로든 떠날 수 없어서 목숨을 걸고 살아가는 그런 삶. 허무와 광기로 점철된 이십대를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작가의 길로 들어선 다자이 오사무의 글에서는 그 삶의 고단함이 여실히 드러난다. 

  8편의 단편들로만 엮인 이 책의 작품들 속에는 마치 고백성사를 하듯 자신의 청춘의 이력을 써내려가는 다자이 오사무가 있다. 매우 안정된 문체와는 달리 그가 보여주는 이십대의 모습은 불안과 두려움, 회한으로 가득차 있다. 자신에게 한때는 치명적이었던 상처들에 대해 그토록 담담해질 수 있었던 것은 글쓰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생이 뿜어내는 엄청난 독기를 중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무기를 발견한 그는 어쩌면 행운아인지도 모르겠다.

  자전적인 단편들의 내용이 더러는 중복되기도 해서 다소 지루하고 밋밋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여학생>의 경우는 다자이 오사무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매우 빼어난 글이다. 예민하게 흔들리는 여학생의 내면의 풍경이 마치 한폭의 수채화처럼 펼쳐지는 이 작품을 읽고 있노라면 어느새 나도 그 여학생의 일상에 들어와있는 듯한 느낌이다. 어디론가를 향해 끊임없이 부유하는 것들의 슬픔에 대해 작가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런 글이 나올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들에서는 생의 독기를 보듬어낸 필사적인 흔적이 엿보인다. 그러나 그것이 너무 버거웠던 것일까? 결국 그는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다. 이 책은 그가 세상에 남긴 슬프고도 아름다운 유품들 가운데 하나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가 되어 인간을 밀어라 - 산문의 향기 005
나쓰메 소세키 지음, 미요시 유키오 엮음, 이종수 옮김 / 미다스북스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고나서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을 처음 읽었을 때가 생각났다. 열 일곱살이었던가, 범우사에서 나온 푸른색 표지의 <마음>을 읽었던 것이. 돌이켜 보면 소설의 내용이 온전히 이해된 것은 아니었고 그것이 주는 쓸쓸하고 애잔한 느낌만이 두고두고 남았다. 그리고나서 이십대에 들어와서 그 소설을 다시 한번 읽었고, 그 때에서야 마음 속 깊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공감할 수 있었다. <그후>, <문>, <행인>, <한눈 팔기>, <산시로>와 같은 작품들을 몇년의 간격을 두고 접하게 되면서 소세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되었다. 나이에 따라서 하나의 작품을 이해하는 폭이 달라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소세키의 작품들은 이십대 후반이나 삼십대에 들어서면 더 폭넓게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소세키가 쓴 편지글 가운데 그의 인간적 면모를 잘 살펴볼 수 있는 글들로 엮인 이 책에서 이 위대한 작가는 자신에게 드리워진 후광을 내려놓고 일상의 옷을 입은 편안한 모습을 보여준다. 친한 친구, 아내, 신문사의 동료, 문학계의 동료와 후배들, 지인과 독자들에게 보낸 편지들은 소설 속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작가의 일상과 세상에 대한 견해, 품성등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한다. 특히 정부 장학생으로 가게 된 영국에서 아내에게 보낸 편지들에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소세키의 모습이 매우 잘 드러나 있다. 머나먼 타국에 있으면서도 아내 교코의 틀니 맞추는 일에서부터 늦잠을 자지 말라는 당부, 아이들의 교육에 이르기까지 소세키는 세세한 관심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가하면 생활고로 아이들 키우는 일에 여념이 없는 아내가 답장을 자주 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그것을 서운해하며 노여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 가정내에서의 모습과 함께 작가로서의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고 끊임없이 정진하려했던 소세키의 노력도 잘 나타난다. 문부성에서 수여하려는 문학 박사 학위를 끝끝내 거절하는 소세키의 의지가 담긴 여러통의 편지에서는 그가 "박사"라는 호칭이 주는 명예 보다도 작가로서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더 소중하게 여겼음을 알 수 있게 된다. 이 밖에도 아사히 신문사 시절 직장인으로서의 갈등과 고민, 후배 작가에게 주는 진심어린 충고들이 담긴 편지들은 소세키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인간적 면모를 투명하게 비추어주고 있다.

  오직 편지글로만 엮여있다는 점 때문에 소세키의 이름을 처음으로 듣는 독자에게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으므로 그의 작품 한두 편은 접하고 읽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더 낫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소세키를 전혀 모르는 독자라 하더라도 이 책을 통해 예민하고 올곧은 영혼을 지닌 작가의 모습에 흥미를 느끼고 그의 작품들을 찾게 되는 것도 좋은 독서 체험이 되리라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리문 안에서
나쓰메 소오세키 지음, 김정숙 옮김 / 민음사 / 2000년 2월
평점 :
절판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의 모든 것에 대해 객관적으로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일까? 나는 소세키의 글을 읽으며 그것을 실감한다. 소세키에 관해서라면 어떤 것이라도 빠져들 수 밖에 없고 열렬히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유리문 안에서"는 소세키가 쓴 자신의 이야기다. 물론 그의 소설들 가운데에 자전적 이야기가 어떤식으로든 들어있지 않은 경우는 드물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책은 그 모든 이야기들의 원형이랄까, 출발점이 될 수도 있는 단초들을 제공한다. 양자로 보내야했던 불우한 어린 시절, 늘 신경쇠약과 질병에 시달렸던 괴로움, 사람들과의 교류에서 보이는 인간적인 면모들, 세상에 대한 냉소적인 시선... 이 모든 것을 소세키는 자신의 차분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자신은 삶 보다 죽음이 더 고귀한 것이라고 믿고 있으면서도 삶의 고통으로 죽어야할지 살아야할지를 고민하며 찾아온 여인에게 결코 죽지말고 살아달라고 당부하는 모습에서 소세키의 마음 속 깊이 흐르는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삶에 대한 의지를 읽어낼 수 있다. 그런가하면 집에서 키우던 개와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들에서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같은 작품이 어느날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라 그의 일상의 삶 속에 스민 사유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라는 짐작도 해보게 된다.

  인간의 마음안 그 광대무변한 영역을 평생토록 탐험하고 그것을 글로 써내었던 소세키. 그가 남긴 훌륭한 문학 작품들의 원류를 궁금해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는 이 위대한 작가가 직접 쓴 삶의 여정이 솔직담백하게 담겨져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을 기다림 - 바깥의 소설 23
샤를르 쥘리에 지음, 이재룡 옮김 / 현대문학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바깥의 소설이라는 테마로 발간된 샤를르 쥘리에의 소설집에는 가을 기다림, 마리아, 소용돌이 이 세편의 글들이 실려있다. 작가가 오늘날의 프랑스 문단의 지배적인 경향과는 거리를 두고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추구해왔기 있기 때문에 "바깥"에 있게된 것인지는 모르나, 어떤이에게는 그가 바깥에서 쓰는 글들이 반갑고 그리웠을 것이다. 그의 글은 카레르나 노통의 문체처럼 감각적이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읽는 이가 무언가 본질적인 것에 대한 갈망을 갖고 있다면 충분히 마음안에서 공명을 일으킬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자신의 길을 찾는 과정의 한 방법으로써 글쓰기를 받아들인다는 작가의 태도는 독자에게 즐거움이나 신기함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구도자의 수행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몇년전 화제가 되었던 노희경의 TV드라마 대사를 떠올렸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충 이러했다. 사랑은 교통사고와 같은 것이라고. 사고가 젊은이 늙은이, 남자 여자를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것처럼 사랑도 그러하다고...  

  세편의 글에 나온 주인공들은 우연한 계기로 만난 아름답고 분별력 있는 여성들과 사랑에 빠지면서 이전까지의 삶을 돌아보게 되고 자신의 진정한 모습과 인생의 행복에 대한 갈망에 눈뜨기 시작한다. 이러한 설정 자체로만 보자면 통속 소설의 일부와 맞닿아 있다는 느낌도 들 수 있지만 작가의 역량이 두드러지는 것은 그러한 만남 이후에 주인공들의 내면을 탁월하게 그려내는 데에 있다. 인물들은 어느날 갑자기 일어난 교통사고와도 같은 사랑의 만남에 전적으로 환호하고 긍정하는 대신에 떨림과 두려움이 가득한 마음을 안게된다. 그 기나긴 고통과 아픔의 시간을 거쳐 비로소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되고 사랑과 행복을 향해 두팔을 벌리게 되는 것이다. 샤를르 쥘리에는 소설이라는 틀을 빌어서 가공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기실 작가의 살아온 이야기 자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독자로 하여금 품게 만들만큼 글 속에는 진정성이 흐르고 있다.

  최근 국내에 많이 소개되고 있는 대개의 프랑스 작가들의 소설들이 난해하다거나 마음 깊이 와닿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프랑스 문학의 바깥에는 중심과는 또 다른 글쓰기와 작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 책은 고요한 목소리로 들려주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