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문 안에서
나쓰메 소오세키 지음, 김정숙 옮김 / 민음사 / 2000년 2월
평점 :
절판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의 모든 것에 대해 객관적으로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일까? 나는 소세키의 글을 읽으며 그것을 실감한다. 소세키에 관해서라면 어떤 것이라도 빠져들 수 밖에 없고 열렬히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유리문 안에서"는 소세키가 쓴 자신의 이야기다. 물론 그의 소설들 가운데에 자전적 이야기가 어떤식으로든 들어있지 않은 경우는 드물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책은 그 모든 이야기들의 원형이랄까, 출발점이 될 수도 있는 단초들을 제공한다. 양자로 보내야했던 불우한 어린 시절, 늘 신경쇠약과 질병에 시달렸던 괴로움, 사람들과의 교류에서 보이는 인간적인 면모들, 세상에 대한 냉소적인 시선... 이 모든 것을 소세키는 자신의 차분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자신은 삶 보다 죽음이 더 고귀한 것이라고 믿고 있으면서도 삶의 고통으로 죽어야할지 살아야할지를 고민하며 찾아온 여인에게 결코 죽지말고 살아달라고 당부하는 모습에서 소세키의 마음 속 깊이 흐르는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삶에 대한 의지를 읽어낼 수 있다. 그런가하면 집에서 키우던 개와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들에서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같은 작품이 어느날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라 그의 일상의 삶 속에 스민 사유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라는 짐작도 해보게 된다.

  인간의 마음안 그 광대무변한 영역을 평생토록 탐험하고 그것을 글로 써내었던 소세키. 그가 남긴 훌륭한 문학 작품들의 원류를 궁금해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는 이 위대한 작가가 직접 쓴 삶의 여정이 솔직담백하게 담겨져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