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orenzo Chiesa, Subjectivity and Otherness: A Philosophical Reading of Lacan,
    Cambridge/London: The MIT Press(coll. "Short Circuits"), 2007.


4) 라캉(Lacan)과 정신분석에 관련하여 2007년에 개인적으로 가장 주목한 책은 바로 위의 책, 로렌조 키에사(Lorenzo Chiesa)의 『주체성과 타자성: 라캉의 철학적 독해』이다. 키에사는 2006년에 지젝의 편집으로 버소(Verso)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던 책 『Lacan: the Silent Partners』에 라캉과 아르토(Artaud)의 관계에 대한 흥미로운 글을 실었던 바 있다. 라캉 연구가로서는 본격적인 첫 저작을 내놓는 셈인데, 매우 충실하고 내실 있는 데뷔로 보이는 동시에 다소 '패기'가 부족한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을 품게도 한다. 이 책의 구성은 실로 단순 명쾌하다.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라캉 이론 '발전'의 단계별 시기 구분을 따라 라캉적 주체의 의미와 위치를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 안에서 추적하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이 책의 절정은 물론 마지막 부분, 곧 흔히 실재계에 대한 강조로 대변되는 라캉의 후기 사상 안에서 주체의 의미를 검토하고 있는 3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이미 일전에 베르트랑 오질비(Bertrand Ogilvie)의 책 『라캉, 주체 개념의 형성』(김석 옮김, 동문선, 2002)이라는 '양서(良書)'도 번역된 바 있거니와, 이 두 책을 길잡이 삼아 라캉적 주체에 대한 공부를 심화시켜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일독을 권한다.


   

Alain Juranville, Lacan et la philosophie, Paris: PUF(coll. "Quadrige"), 1996(1984¹).
▷ 홍준기, 『 라캉과 현대 철학 』, 문학과지성사, 1999.

최근에 더욱 고조되고 있는 라캉에 대한 많은 이들의 관심을 지켜볼 때, 키에사의 저 책이 조만간 번역되지 않을까 하는 '근거 없는' 예상을 하게도 되지만, 사실 '철학적 시선에서 본 라캉'이라는 주제에 있어서ㅡ그런데 이렇게 말하고 보니, 라캉에 대한 작금의 '광범위한' 관심이 언제 저 '철학의 사정거리'를 벗어난 적이 있었던가, 의문을 품게 되기도 하는데ㅡ가장 '고전적인' 저서 중의 하나라 할 알랭 쥐랑빌(Alain Juranville)의 『라캉과 철학』도 아직 국역되지 않았음에 생각이 미치게 되면, 새삼스럽게도, 아직 여전히 번역되어야 할 책들은 정말 많기도 많구나, 그런 한탄 아닌 한탄에 다시금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이 분야와 관련된 국내 저서로는 홍준기의 『라캉과 현대 철학』을 꼽을 수 있을 텐데(이 책이 출간된 지도 벌써 10년이 가까워 온다), 이 역시 사실은 쥐랑빌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지는 책들 중 하나이다.

ㅡ 襤魂, 合掌하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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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febvre 2008-01-16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 "모종"의 프로젝트로 로렌조 키에사와 안면을 틀(!?) 일이 있었더랍니다. 그때 예의 프로젝트와는 상관없는 이 책을 소개하더군요. 첫 책이라 그런지 상당히 애착을 가진 듯...... ^^ 어떻게 이 책도 "찜" 해보시렵니까? ^^;;

람혼 2008-01-18 10:12   좋아요 0 | URL
아니, 또 언제 키에사와도 안면을 트셨습니까? 그 '모종의 프로젝트'가 무엇인지 상당히 궁금해지는군요.^^ 저에게는 상당히 솔깃하게 들리는 말씀이지만, 제가 '찜'한다고 될 일인지 약간의 의문이 듭니다. 일단 머리 없는(acéphale) 시체들(?!)부터 함께 처리해야 하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