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렌 식수의 이 책이 출간된 시기는 1989년 12월 31일. 친구 글을 읽으려고 들어왔다가 친구 글이 아직 올라오지 않아서 새로 무슨 책이 나왔는가 둘러보다가 우연히 접한 엘렌 식수. 이제 갓 번역되어 나왔다고 하니 은근 기대. 어제 책을 잘못 사서 반품하러 가는 길에 이 책이 매대에 있다면 이 책으로. 1989년이라면 아직 꼬꼬마 시절이었다. 전두환에서 노태우로 건너가는 즈음인가. 홍대앞에 살 때였고 89년 그 전으로 기억하는데 하교를 할 적마다 최루탄 매캐한 연기에 눈물콧물을 짜면서 얼른 집으로 후다닥 달음박질하며 언덕길을 오르던 게 떠오른다. 인신매매가 유행하던 시기였고 나쁜 놈들이 봉고차에 부녀자들과 아이들을 휙휙 낚아채서 납치했다는 흉흉한 소식이 연이어 뉴스에 흘러나오던 때였던 것도 같다. 그런 시절을 살았군 용케. 설거지를 하고 커피를 내려 마시면서 리스펙토르의 이미지를 좀 찾아보고 엘렌 식수의 책이 어떨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장바구니에 킵. 리스펙토르의 이미지는 업데이트 불가라 해서 패스. 4월이 거의 다 갔으니 5월 읽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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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에이미와 이저벨]을 우연히 완독했다. 인생을 미리 알았더라면. Van Halen의 Hot for teacher가 저절로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내 전애인들이 압도적으로 가르치는 직업군에 속해있다는 건, 어쩌면 나 역시 그들의 그 가르치는 행위에 끌렸다는 소리가 될 수 있겠다. 허나 나를 가르치려고 들면 항상 짜증냈다. 짜증나면서도 좋아한 구석들이 있기도 했던 거 같고. 엄마와 딸의 이야기인 동시에 우정을 이야기하고 그 사이에 육체적인 불꽃에 대해서 서술하는 대목들이 꽤 인상 깊었다. 중학교를 막 졸업하고 읽은 기 드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이 겹쳐지기도. 미카엘 하네케의 영화 [피아니스트]도 동시에. 열일곱 에이미가 서술하는 첫키스 장면에서 옛날 고려 시대에 했던 첫키스 기억이 화라락 되살아났다. 그때 나 역시 열일곱이었지만 지금 내 열일곱 딸아이가 누군가와 첫키스를 한다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골이 지끈거린다. 허나 아이와 아이의 몇몇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많은 동갑내기들이 처녀 딱지를 떼었다고 하니 그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더 골이 지끈거려지긴 하지만. 여러 면모에서 정독하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정독은 후에 차차. 중학교를 막 졸업하던 그때 열일곱에 막 들어서던 그때 모파상을 읽고 어쩌면 이다지도 인간이 어리석을 수 있지? 라고 혀를 끌끌 찼으나 수개월이 채 되지 못해 첫키스를 하고난 후 나는 그 인간의 어리석음에 깊이 매혹될 수밖에 없었다. 버퍼링은 인간의 의지와 무관하게 일어난다. 그 버퍼링으로 인해서 가장 소중한 것들을 잃게 되는 동시에 얻게 되는 것들이 있고. 셈법은 그 모든 과정이 끝나고난 후에야 알 수 있는 거다. 무엇을 잃었는지, 또 무엇을 얻었는지를. 반성은 이렇게 해서 그 가치를 드높이는 거 아닌가. 이 소설을 읽고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에게 깊이 반했다. 카페에서 완독하고난 후 격정적으로 뛰는 심장, 그러니까 뛰지도 않았는데 심장박동수가 무려 150회에 능가하는 숫자를 기록하는 걸 가만히 앉아 체크하면서 지금 내가 화가 난 건가? 아니면 울고 싶은 건가? 아니면 그가 보고 싶은 건가? 대체 이게 뭔가? 이런저런 질문을 하다가 "나는 왜 그토록 어리석었던 걸까?" 계속 고리에 고리를 거듭 꿰어나가면서 파워에이드 하나를 편의점에서 사서 마시면서 살살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한 바퀴 뛰고 엄마에게 전화해서 공원까지 산책할 거냐 물어보니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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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오늘 친구랑 같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젠더와 역사의 정치 읽기를 시작했다. 동생 진이에게서 딸기잼을 선물받았다. 제부들이 모두 아프다. 육체의 고통에 대해서 생각을 그 어느 때보다도 자주 한다. 끝없이 움직이면서 밴드를 갖고 이런저런 시범을 보여주면서 빨리 해보라고 닦달을 하니 진이가 이야기했다. 여자 김종국이 따로 없구나 라고. 1년 전 오늘 살아야겠다_고 마음 먹어서 매일 요가원에 가서 요가를 두 시간씩 해댔다. 산후우울증_이란 단어가 소설 속에 계속 등장하는 걸 보고서 알았다. 산후우울증이 어느 정도로 나를 갉아먹었었는지를, 물론 그걸 아는 이는 진이뿐이었다. 산후우울증에 걸려본 적 전혀 없는 친구들은 미치려고 하는 나를 보고 별스러운 년이라고 했다. 물론 엄마 또한. 물론 엑스 시엄마 또한. 의도하지 않았으나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를 내내 읽고 있다. 이런 맙소사 우연이. 레깅스를 입고 동네 카페로 가는데 마주친 아줌마들 일곱 명이 동시에 째려보더라. 아니 커버도 했는데 왜 난리야, 라고 나도 째려보았다. 문규민이 하는 소리에 그 어느 때보다도 귀를 자주 기울인다. 옛날 애인들이 그렇게나 문규민을 극찬하는 걸 건너 건너 구경하면서 까닭이 뭘까나 했는데 딱딱 짚는 포인트들이 있네.

친구에 대해서 우정에 대해서 고찰하는 시간들, 그냥 좋았던 것처럼 (물론 이유가 있겠지) 그냥 싫어질 수도 있는 거고 (물론 이유가 있겠지) 그렇게 엇갈리는 것들에 있어서 마음이 쓰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내 새끼는 겁나 재미없는 소설을 읽고 있다. 하품을 미친듯 하며 읽고 있다, 맞은편에서. 그냥 집어던져, 세상에 얼마나 재미있는 책들이 많은데_라고 했더니 안돼, 완독할 거야! 라고 고집을 부리는 게 진이와 똑같다. 네 이모와 똑같구나, 하는 짓이. 혀를 끌끌 찼다. 지나간 관계에 있어서 반성을 하고 생각을 거듭하면서 다른 식으로 나아갔더라면 어땠을까, 우리 모두는 달라져있을까, 여전히 함께 했을까, 나도 생각을 해보았다. 그랬을 수도 있고 그러지 않았을 수도 있다. 더 이상 함께 하지 못하는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면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그런 마음이 동시에 일어나지 않을 경우 아마 죽을 때까지 각자 잘 살면서 그래, 그때 함께 한 잠깐 동안 좋았지, 라는 추억만 있을 것이다. 아이와 이야기를 하다가 각성한 포인트가 있다. 앗차차 그 모든 것들이 다 연결이 되었던 거로구나 알았다. 더 이상 같은 책을 읽지 못하고 더 이상 함께 시간을 잘 보내지 못하고 더 이상 같은 온라인 공간에 있지 못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함께 하려고 했다,는 말에서 아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이라는 생각을 했다. 어느 지점에서 왜 말이 되지 않는가 그건 스스로 납득을 시키지 못하고. 그러다가 그 모든 활동을 함께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그 활동을 더 이상 함께 하지 않는다는 건 관계성에 있어서 바탕이 무너지는 거 아닌가 라는 아이의 말소리에 설마, 라고 생각했다가 그런가, 정말로, 머리를 굴렸다. 지미 헨드릭스를 듣는다. 현재의 관계에 있어서 이미 그걸 과거로 치부하고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과거로 치부하고 그게 제일 엿같다고 여기는 지점들이다. 엿 같다고 느끼는 지점들에서 허세 찌든 모습 마주하면 어쩔 수 없이 나도 손절하게 되고 만다. 입에 발린 소리로만 들린다. 동행하고 싶다고 하고 단 물만 빼가는 인간들은. 물론 단 물은 그 누구의 강요에 의한 것도 아니고 나 스스로 제공한 거임. Is it real? 이젠 누군가가 자신의 심장을 통째로 내밀어 보여준다고 해도 머릿속으로 Is it real? 하고 물어보게 될듯.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읽다가 밑줄. 읽는 순간 심장 한가운데에서 멘톨 기운이 느껴지더라. 아이가 용어 하나를 알려주었다. 유니콘. 왜 유니콘이라고 하는 건데? 물어보니 유니콘이 실재해? 라고 반문하길래 실재할 수도 있지, 하니까 째려보길래 실재하지 않죠, 정답을 말하니 그래서 유니콘이라고 명명하는 거야, 라고 알려줬다. 씨익 웃으면서 나도 유니콘임, 하니 아이가 씨익 웃더니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음, 이라고 말했다. 엄마도 빨리 애인 생기고 아빠도 얼른 애인 생겨야 함. 그래야 내가 애인 노릇 그만 하지. 온전하게 딸 노릇만 하고 싶음. 이라고 말하길래 으흠 옳은 말인데, 고개를 주억거림. 엑스 만나면 말해야겠군. 얼른 애인 만들어라, 나도 얼른 만들 터이니. 하지만_ 하고 아이의 콧잔등을 두드리면서 말함. 우리가 각자 노력할 터이니 가능하면 진실되고 괜찮은 인간들로다가, 너는 지금 만들면 안 된다, 나아중에 아주 나아아아아아중에 만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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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4-20 16: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밑에 현상학 책들 빼고....
저는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이랑 <올리브 키터리지>를 안 읽었습니다. 두 시리즈의 맨 첫번째 책을 안 읽었단 것이지요. 호호

수이 2025-04-20 19:26   좋아요 1 | URL
믿을 수 없어요 도저히 😳
 

슬슬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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