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만추 OST가 흘러나왔다. 음악을 듣는 동안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이 막 개봉되고난 후 아르바이트를 하던 카페에서 영화 토크 행사가 열리던 때가 떠올랐다. 음악을 듣는 동안 두 남자가 떠올랐다. 영화 토크 행사가 끝나고난 후 얼마 되지 않아 한 남자의 고백을 받았고. 자, 어떻게 흘러갈지 한번 봅시다, 라고 인사동 카페에서 말했던 게 문득 떠올랐다. 그리고 얼마 전에 헤어진 구남친도. 나도 모르게 두 남자를 좌우로 놓고 어쩌면 이다지도 다른 인간들을 사랑할 수 있었을까, 싶어서 또 머리를 곰곰. 대차대조표를 작성하고 있는데 맞은편에 앉아 공부를 하던 아이가 말을 걸었다. 엄마, 나는 엄마의 미래의 애인이 이런 남자였으면 좋겠어, 라면서 말했다. 때마침 읽던 책에서는 프로이트 구절이 나왔다. 딸아이의 귀여운 목소리를 들으면서 그런 남자를 못 만날 수도 있어, 라고 말했더니 엄마는 만날 거 같은데, 라고 해서 우리 공주님 소원이라면 힘 좀 써보죠, 대꾸했다. 달리기를 막 하고난 후라 허기가 져서 아이스초코와 쿠키를 주문했다. 세 시간이 흐르는 동안 옆 테이블에서 한 교수와 남학생 둘과 여학생 한 명이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틈새를 비집고 들려왔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라는 교수의 일장연설이 지루하게 이어지는 동안 귀 한쪽을 열어놓고 엿듣다가 귀를 닫고 다시 페이지 안으로 들어갔다. 에스프레소를 간단하게 내려 입가심을 하고 뜨거운 보리차 한 모금. 아이의 친구 엄마에게서 물어볼 것이 있다고 전화가 와서 이십여분 통화를 했다. 캘리포니아라, 마음 같아서는 나도 아이를 보내고 싶지만 불가. 스무살에 사랑했던 남자가 개같이 살아왔다는 걸 아니 개같이 살아가고 있다는 걸 우연한 기회로 알았다. 가슴이 아팠다. 괴물이 되어버렸구나. 하지만 전혀 남남이 되어버린 입장인지라 상황을 안다고 해서 내가 할 것들은 없다.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그 추이를 지켜볼뿐. 노을이 서서히 하늘을 덮을 무렵 귀가했다. 횡단보도를 지나갈 때 아이와 어깨춤을 추며 스텝을 밟았다. 잔인한 4월은 곧 지나간다. 봄이야, 엄마. 내 사랑이 말했다. 곧 정말 봄이 찾아올 것이다. 산수유가 온통 흐드러진 걸 보니. 달리기를 한다고 해서 너무 방만하게 먹는지 살이 도통 빠지지 않는다. 여름옷이 곧 잔뜩 배송될 터인데 어허, 난감한지고.

돌아오는 내내 리플레이해서 들은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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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4-07 2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만추, 극장에서 봤어요. 저는….
현빈 땜에 갔다가 탕웨이한테 반했던 날이죠. 그날은… 😳

수이 2025-04-07 21:02   좋아요 0 | URL
탕웨이에게 항상 반하시는 분 후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