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오늘 친구랑 같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젠더와 역사의 정치 읽기를 시작했다. 동생 진이에게서 딸기잼을 선물받았다. 제부들이 모두 아프다. 육체의 고통에 대해서 생각을 그 어느 때보다도 자주 한다. 끝없이 움직이면서 밴드를 갖고 이런저런 시범을 보여주면서 빨리 해보라고 닦달을 하니 진이가 이야기했다. 여자 김종국이 따로 없구나 라고. 1년 전 오늘 살아야겠다_고 마음 먹어서 매일 요가원에 가서 요가를 두 시간씩 해댔다. 산후우울증_이란 단어가 소설 속에 계속 등장하는 걸 보고서 알았다. 산후우울증이 어느 정도로 나를 갉아먹었었는지를, 물론 그걸 아는 이는 진이뿐이었다. 산후우울증에 걸려본 적 전혀 없는 친구들은 미치려고 하는 나를 보고 별스러운 년이라고 했다. 물론 엄마 또한. 물론 엑스 시엄마 또한. 의도하지 않았으나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를 내내 읽고 있다. 이런 맙소사 우연이. 레깅스를 입고 동네 카페로 가는데 마주친 아줌마들 일곱 명이 동시에 째려보더라. 아니 커버도 했는데 왜 난리야, 라고 나도 째려보았다. 문규민이 하는 소리에 그 어느 때보다도 귀를 자주 기울인다. 옛날 애인들이 그렇게나 문규민을 극찬하는 걸 건너 건너 구경하면서 까닭이 뭘까나 했는데 딱딱 짚는 포인트들이 있네.

친구에 대해서 우정에 대해서 고찰하는 시간들, 그냥 좋았던 것처럼 (물론 이유가 있겠지) 그냥 싫어질 수도 있는 거고 (물론 이유가 있겠지) 그렇게 엇갈리는 것들에 있어서 마음이 쓰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내 새끼는 겁나 재미없는 소설을 읽고 있다. 하품을 미친듯 하며 읽고 있다, 맞은편에서. 그냥 집어던져, 세상에 얼마나 재미있는 책들이 많은데_라고 했더니 안돼, 완독할 거야! 라고 고집을 부리는 게 진이와 똑같다. 네 이모와 똑같구나, 하는 짓이. 혀를 끌끌 찼다. 지나간 관계에 있어서 반성을 하고 생각을 거듭하면서 다른 식으로 나아갔더라면 어땠을까, 우리 모두는 달라져있을까, 여전히 함께 했을까, 나도 생각을 해보았다. 그랬을 수도 있고 그러지 않았을 수도 있다. 더 이상 함께 하지 못하는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면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그런 마음이 동시에 일어나지 않을 경우 아마 죽을 때까지 각자 잘 살면서 그래, 그때 함께 한 잠깐 동안 좋았지, 라는 추억만 있을 것이다. 아이와 이야기를 하다가 각성한 포인트가 있다. 앗차차 그 모든 것들이 다 연결이 되었던 거로구나 알았다. 더 이상 같은 책을 읽지 못하고 더 이상 함께 시간을 잘 보내지 못하고 더 이상 같은 온라인 공간에 있지 못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함께 하려고 했다,는 말에서 아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이라는 생각을 했다. 어느 지점에서 왜 말이 되지 않는가 그건 스스로 납득을 시키지 못하고. 그러다가 그 모든 활동을 함께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그 활동을 더 이상 함께 하지 않는다는 건 관계성에 있어서 바탕이 무너지는 거 아닌가 라는 아이의 말소리에 설마, 라고 생각했다가 그런가, 정말로, 머리를 굴렸다. 지미 헨드릭스를 듣는다. 현재의 관계에 있어서 이미 그걸 과거로 치부하고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과거로 치부하고 그게 제일 엿같다고 여기는 지점들이다. 엿 같다고 느끼는 지점들에서 허세 찌든 모습 마주하면 어쩔 수 없이 나도 손절하게 되고 만다. 입에 발린 소리로만 들린다. 동행하고 싶다고 하고 단 물만 빼가는 인간들은. 물론 단 물은 그 누구의 강요에 의한 것도 아니고 나 스스로 제공한 거임. Is it real? 이젠 누군가가 자신의 심장을 통째로 내밀어 보여준다고 해도 머릿속으로 Is it real? 하고 물어보게 될듯.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읽다가 밑줄. 읽는 순간 심장 한가운데에서 멘톨 기운이 느껴지더라. 아이가 용어 하나를 알려주었다. 유니콘. 왜 유니콘이라고 하는 건데? 물어보니 유니콘이 실재해? 라고 반문하길래 실재할 수도 있지, 하니까 째려보길래 실재하지 않죠, 정답을 말하니 그래서 유니콘이라고 명명하는 거야, 라고 알려줬다. 씨익 웃으면서 나도 유니콘임, 하니 아이가 씨익 웃더니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음, 이라고 말했다. 엄마도 빨리 애인 생기고 아빠도 얼른 애인 생겨야 함. 그래야 내가 애인 노릇 그만 하지. 온전하게 딸 노릇만 하고 싶음. 이라고 말하길래 으흠 옳은 말인데, 고개를 주억거림. 엑스 만나면 말해야겠군. 얼른 애인 만들어라, 나도 얼른 만들 터이니. 하지만_ 하고 아이의 콧잔등을 두드리면서 말함. 우리가 각자 노력할 터이니 가능하면 진실되고 괜찮은 인간들로다가, 너는 지금 만들면 안 된다, 나아중에 아주 나아아아아아중에 만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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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4-20 16: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밑에 현상학 책들 빼고....
저는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이랑 <올리브 키터리지>를 안 읽었습니다. 두 시리즈의 맨 첫번째 책을 안 읽었단 것이지요. 호호

수이 2025-04-20 19:26   좋아요 1 | URL
믿을 수 없어요 도저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