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근선망과 내 안의 나쁜 감정들 - ‘명색이 페미니스트’ 마리 루티의 신랄하고 유쾌한 젠더 정신분석
마리 루티 지음, 정소망 옮김 / 앨피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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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천재성이 인간 욕망과 동물 본능 간의 차이를 알아본 것이었다면, 라캉의 천재성은 인간 주체성의 사회적 특징과 우리가 느끼는 근본적인 결여감 사이의 관련성을 설명한 것이다.

나는 아이들이 사회화를 겪으며 본인들의 인지 능력을 초과하는 의미의 상징세계를 접하게 되고, 그 결과 (실존적으로 또 존재론적으로 겸허하게) 부족감과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존재 (내) 결여와, 프로이트가 반복강박과 연결시킨 대인 관계에서 겪는 구체적인 고행 양상을 실제로 구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 두 가지 결핍 형태는 서로를 보강하는, 삶을 특정 짓는 방법들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맥락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우리의 존재론적 결여가 특별히 인간적인 경험으로서 욕망을 발생시킨다는 라캉의 가설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본질적인 부분이 잘려 나갔다고(잘못 배치됐다고) 느끼기 때문에 사물들을 원하며, 그러한 것들이 우리를 다시 온전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무의식적인 희망을 품는다. 우리는 아이 시절에 (어느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을지언정) 본질적으로 우리에게 상처를 주는 사회적 세계에 노출되기 때문에, 이후 우리 삶에는 논리적인 방식으로 연애적 선택을 인도하는 생식 본능은커녕 상실의 흔적 없는 욕망, 단순한 욕망 따위는 있을 수 없다. 라캉의 이 이론이 반발을 산 것은, 이처럼 너무나 인간적인 곤경을 묘사한 데다 '거세'(결여)를 여성의 부족함을 드러나는 징후가 아니라 인간의 근본적인 조건으로 다루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역사적으로 여성에게 결여의 낙인을 강요한 것은 많은 남성들이 자신들의 결여(상처 입음)를 필사적으로 피하려 했음을 드러내는 표시다. 만약 남성들이 이 결여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였다면, 굳이 여성을 폄하하거나 억압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시몬 드 보부아르와 버지니아 울프로부터 동시대의 페미니스트들에 이르기까지 많은 여성 지식인들이 주장했듯이, 여성은 모든 시대에 걸쳐 남성들의 온전함을 재확인시키기 위해 결여를 의인화하도록 요구받아 왔다. 남성들이 능동적이고 행위적인 주체라는 그들의 지위를 마음 편히 믿을 수 있도록, 여성은 수동적인 대상으로 코드화되어 왔다.

라캉은 사정 후 축 늘어지는 페니스가 발기된 페니스의 억압된 쌍둥이며 또 예견할 수 없는 결과라는 점에서, 페니스보다 더 명백하게 거세를 상징하는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이 부분은 다음 장에서 더 자세히 음미해 볼 것이다. 이번 장에서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 영혼의 동반자라고 믿는 사람만큼 우리의 영혼을 충만하게 해줄 대상은 없다는 일반적인 믿음을 고찰하려 한다. 그 한 사람에 대한 집착, 개인을 완성시키는 과정으로서 결혼에 대한 강조, 개인을 보호해주는 장치로서 핵가족의 소중함에 대한 환상으로 이루어지는 우리 사회의 연애 시스템은 인간 존재의 불완전함에 대한 단순한 반응으로 형성되었을 수 있다.

라캉의 욕망 이론은 남성과 여성이 서로를 보완한다는, 서로 '결여된' 것을 제공한다는 이성애가부장제 관념을 어느 정도는 따라간다. 우리 사회의 문화적 신화에 따르면, 남성보다 더 따뜻하고 높은 감성지능을 소유한 여성은 메마른 남성들을 구원해주는 존재이다. 따라서 여성은 자신들의 세심함과 인내심, 너그러운 보살핌으로 남성을 인간답게 만들어야 할 책무가 있다. 그 대가로 남성은 여성에게 보호와 실용적인 지원을 제공한다. 여성 특유의 불합리성이 상황을 위태롭게 만들 때에도 남성은 특유의 이성으로 이를 바로잡을 의무가 있다. 이러한 신념들이 성별 고정관념 형성의 핵심 이념이다. 그런데 라캉은 온전함에 대한 갈망이 특히 자신에게 결여된 바를 "자연적으로" 소유한 다른 사람들에게 그 결여를 메우도록 잘못 부담지우는 방식을 설명하며, 이 신념들의 환영적이고 순전히 이념적인 기반을 강조했다.

욕망이 생식 면에서 효율적이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욕망은 초점을 아이들이 아니라 심리적 온전함과 관련된 성적 파트너에게 맞춘다는 것이다. 번식의 욕구가 인간 삶에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것이 아니다. 그것도 당연히 역할이 있다. 일부 사람들에겐 자식이, 라캉이 진단한 바로 그 존재 안의 구멍을 메우는 역할을 한다. 부모가 의도하지 않더라도 자식은 그 구멍으로부터 효과적으로 시선을 돌리게 할 수 있다.

이것저것 요구하는 아이들을 키우는 와중에 존재적 부족함을 느끼기란 어려운 일이다. 얼니 자녀 셋을 둔 친구는 "나 아직 살아 있는 거 맞지?"라고 내게 물었다. 그런 상황에서 마음에 난 구멍이 우선순위로 떠오를 리 없다.

사람들은 생식을 원한다. 하지만 생식이 우리 욕망의 주 목적은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목적을 이루는 데 집중하며 욕망을 잘 배분하여 합리적으로 사용할 것이며, 그랬다면 친밀한 관계가 안겨 주는 고통 따윈 없었을 것이다. 욕망이 그토록 고통스럽고 실망스러운 이유는 그것이 본질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즉 자기완성을, 결여의 무효화를 갈망하기 때문이다.

서양철학은 처음부터 이 사실을 알았다. 플라톤의 [향연 The Symposium]에는 인간이 한때는 네 개의 팔과 네 개의 다리, 그리고 서로 반대 방향을 보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진 균형 있는 생물이었다는 아리스토파네스의 설명이 나온다. 그런데 어느 날 인간의 오만함에 화가 난 제우스가 인간을 약하게 만들고자 절반으로 나눠 버렸고, 그때부터 인간은 자기의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 헤매다가 어렵사리 그 반쪽을 찾으면 다시는 헤어지지 않겠노라 맹세하게 되었다고 한다.

라캉은 이 같은 추론 방식으로 인간이 신경을 갉아먹는 결여의 감각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이 고통의 경감을 다른 사람, 특히 욕망의 대상에게 기대한다고 분석했다. 아마도 다른 동물들은 이런 문제를 겪지 않을 것이다. 동물들의 욕망은 자신의 존재적 불안을 마법처럼 없애려는 바람이 욕망의 동기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것이 인간의 욕망을 종의 번식 본능으로 단순화시킬 수 없는 이유이다. (209-213) (강조는 인용자)







신경질 내는 인간들을 제일 싫어라 하는데 현대인들 치고 신경증자 아닌 이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니 뭔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_ 폭염이라고 한다. 물론 이렇게 비유적으로 표현할 일은 아닌데 신경질 그득 내는 인간들 보면 남녀 성구별 없이_ 쪼그라붙은 페니스가 저절로 연상이 된다. 여기서는 팔루스라고 표현해야 하나 남녀 모두에게니까. 하지만 모두 각자의 페니스(팔루스)가 있다고 치고 어마무시한 분노에 사로잡혀 맞은편에 있는 상대(맞은편에 있다는 건 대부분 소중한 관계를 뜻한다, 우리는 가까이 있는 이들에게 상처를 받지, 저 머나먼 거리감이 있는 타인들이 뭐라 떠들건 무관심하니까)에게 할 말 못할 말 하는 걸 보고 있자면 페니스가 쪼그라붙었군, 라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된다. 하나 더, 젊음에 대해서도. 내 나이가 쉰인지라 물론 중늙은이라고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젊어보이려고 안달복달할 때인데 특히나 한국 아줌마들의 젊음에 대한 열풍은 어마무시하지 않은가. 팽팽하고 미끈미끈한 젊은 여성들의 피부 관련 이미지를 마주하다가 이또한 발기한 페니스 아닌가, 젊음에 대한 모든 인간들의 에너지. 하지만 팔자주름 진해지고 주름살 많아지고 피부 얇아지고 그런 건 축 늘어진 페니스, 쪼그라붙은 페니스, 그래서 사람들은 모두 너나 할 거 없이 미친듯 운동을 하고 피부과에 가고 그러는 걸 텐데 한껏 부풀어오른 페니스를 너도 나도 갖고자. 하지만 인간이란 내내 그렇게 살 수는 없는 노릇이고. 으흠. 건강하게 살고자 매일 미친듯 운동을 하고 그랬는데도 이거 봐라 감기 걸려 한여름에 미친듯 기침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드는 생각은 이게 한계가 있군, 인간아 너는 그래봤자 인간이라고, 라는 불멸의 존재들이 혀를 차는 소리가 들린다. 네가 아무리 온갖 공을 들여 네 팔루스를 가꾸려고 해봤자 그건 어느 순간 쪼그라붙은 페니스에 불과한....... 그런 소리들.

할 일이 한그득인데 모조리 다 동생들에게 떠맡겼다. 하필 이때 아프고, 엄마는 서운함을 표시했고 그러니까 왜 하필 이때 아픈 거란 말인가, 진이도 엄마랑 똑같은 소리. 왜 하필 이때 아프고. 선풍기 틀어놓고 속옷만 입고 있다가 티셔츠랑 반바지 꿰어차고 과일주스 하나 사갖고 와서 슬슬 오늘을 시작해야겠다. 민이 베프에게 절교당했다. 그저 이렇게 쏘쿨해도 괜찮은가? 물었더니 집중할 것들에만 집중하려고, 라고 말해서 순간 속으로 움찔했다. 독고다이, 인생은 어차피. 라는 자기 아빠 말을 그대로 하면서. 그래서 아가, 그건 좀 아닌 거 같은데........ 그럴까 하다가 관뒀다. 엄마는 관계중독자야! 라는 소리를 들을까봐.......하지만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독고다이인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어떤 식으로든지 인간은 타인들과 관계를 맺는다. 그 관계들이 나를 만드는 거고. 떠난 사람들과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나를 만들었고 나는 그를 만들었다. 그러니 딸아이가 베프와 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쏘쿨하게 구는 태도 너머로 아이는 여러 생각들을 하고 있을 거다. 그러니 선을 넘지 말도록 하자. 마리 루티 언니 책을 읽다가 든 생각인데 언니 너무 열심히 산 거 아닌가 싶다. 그래서 에너지 너무 과하게 써서 잘 살아보겠노라고 그렇게 온갖 고생을 다 하다가 결국 병 들어 일찍 죽은 건 아닌가 싶은 망상에 사로잡혔다. 얼마 전에 관계를 끝낸 지인이 내게 한 말이 떠올랐다. 언니는 왜 이렇게 항상 룰루랄라 모드야, 아무리 한량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살면 안돼. 사람이. 라고 해서 아이스라떼를 쪽 빨대로 빨면서 한 말이란, 님은 너무 열심히 사셔서 암 걸리기 바로 직전에 갔고 그래서 온갖 스트레스에 시달려 항상 힘들어하시는 건 아닐까요? 저와 반대로? 말했더니 아 맞네 맞아 하고 웃었다. 웃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사람이 사람에게 너 그렇게 살면 안돼, 라는 말을 하는 건 어떤 관계일까? 엄마도 아빠도 나에게 그렇게 말한 적 한 번도 없는데. 그러다가 문득 엑스가 내게 그 말 자주 해서 언젠가 분노에 사로잡혀 너나 그렇게 살지 마, 님아, 제발, 이라고 했던 옛날 광경이 떠올랐다. 그리고 또 누군가가 요즘 내게 그런 말을 했는데 하고 가만히 떠올려보니 아 댓글 떠올랐다. 님아 그렇게 사랑에 모든 걸 걸면 빠져죽어요, 라고 했던 댓글. 그리고 빠져죽었다, 라고 문장을 맺지 못하는 건 죽지 않고 헤엄쳐 살아나왔습니다. 뭍으로 나오니 그렇게 댓글을 단 지인 아닌 지인이 수건을 건네면서 거봐, 내 말 맞지? 하고 므흣하게 웃으며 우리 다시 친구 하자, 라고 손을 내밀어서 당황스러웠다. 아듀 비취, 라고 속으로 그러고 차단했던 것이다. 너 뒤끝 작렬이야_라는 내 엑스의 말은 맞았던 것이다. 내 새끼 나 닮았네 🙄

나를 알고 내 욕망을 아는 게 이토록 중요하다는 걸 마리 루티 언니 글을 읽으면서 다시 알게 된다. 그러니까 고로 라캉을 읽어야 함. 미친듯 기침을 하면서 속옷만 입은 채로 판다 눈두덩이를 하고 그러하다, 현대인들이여 라캉을 읽자, 라고 홀로 중얼거리고 있노라니 완전 폐인 모드인데;;; 싶어 웃음이 한없이 나온다. 아무래도 갱년기 증상이랑 겹쳐져 오는듯. 이 비루한 육체 같으니라구. 하지만 이 비루한 육체는 나의 것. 이 몸으로 모든 것들을 마주하도록 할 터. 기운을 차리고 활력을 되찾아 다시 풍덩 뛰어드는 일을 두려워할 내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라캉이, 프로이트가, 마리 루티가 내게 알려주는 바, 네 욕망에 충실하라. 거기 네 주체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주체성이 깃들어있으니. 나 역시 누군가들에게는 한없이 멀리 하고 싶은 bitch. 바나나책은 기대했던 그 이상이었다. 올해의 책으로 삼아볼까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한없이 흘러가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좋아, 하지만 감내해야 할 것들은 감내해야 한다고 마리 루티 왈. 영생을 꿈꾼 적도 없지만 나름의 자기 존재에 대한 위무는 있어야 한다고 여겼기에 그런 선택들을 한 것이 아니었을까, 사후적으로 판단해본다. 내 안의 나쁜 피가 한없이 흐르고 흘러 어딘가에 닿고 싶어한다면 그 시간과 그 선택과 그 욕망은 내 것들이다. 그러니 함부로 잣대로 판단하지 말라.


"여인이 자기 생각을 말하면 다 저속하다고 하지요." 

브리저튼 시즌 3 속 대사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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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4-06-21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제가 해드릴 말씀은 그저 님은 뒤끝 작렬 아니고 오독 작렬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잘 사세요 ㅋㅋㅋㅋ늘 그러길 빕니다 ㅋㅋㅋㅋㅋ

수이 2024-06-21 14:28   좋아요 0 | URL
어떻게 오독인지? 제 친구들도 다 그렇게 읽었던데요? 저주를 왜 함? 이라고_ 말씀해보세요, 여기선 친구의 친구니까 제가 상대해드리죠. 혹여 저를 걱정하는 마음에 그렇게 댓글을 다셨나요? 오독해서 미안합니다. 님도 수능공부 열공하셔서 내내 행복을 누리시기를, 천년만년.
 




 감기에 걸렸다. 깨발랄하게 요가도 미친듯 하고 먹기도 잘 먹고 다녀서 감기 따위 걸리지 않은 게 어언 8개월째라고 자랑질을 하자마자 바로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이때 또 인간의 오만함이 얼마나 보잘것 없는 것인지 깨닫게 된다. 대체 어느 지점에서 감기에 걸리게 된 건가, 온몸에 소름이 돋아 아 추워라고 느꼈던 거기였던가. 곳곳에 에어컨 바람은 쌩쌩 불고 덥다고 미친듯 얼음이 동동 뜬 아이스음료만 마시다가 결국 내 몸은 또 여름 감기에 걸리게 된 것. 왜 작년에는 걸리지 않았지? 하고 지난 일기를 들춰보니 이혼해야겠다! 다짐하고 미친듯 여름 거리를 쏘다니며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기에 그럴 수 있었던 것. 진짜 오랜만에 썬크림을 얼굴에 바르지 않고 실내에 머물며 선풍기 팬이 휙휙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고 있다. 마야 안젤루 책은 읽다가 관뒀다. 글자가 너무 작아서 눈이 아프다는 핑계로 중간까지 읽고 몇년 전 던져두었는데 새로운 판형으로 이렇게 나왔구나 알게 되었다. 일단 집에 있는 책으로 읽고 좋으면 살까 싶은 마음. 번역이 어떻게 되었는지도 궁금하고. 마리 루티를 읽고 있다. 마리 루티의 바나나책을 열심히 탐독하던 중 향락사회론이 눈에 보여 바로 질렀고. 7월에는 살 책이 나오지 않겠지 라는 마음으로 마리 루티 언니 책을 미리 주문했다. 마리 루티 책이 꽤 번역되어 나오기는 한 거 같은데 그의 라캉 관련서는 별로 번역되어있지 않다. 바나나책 정도가 전부인 거 같은데. 그의 다른 책들도 서서히 번역되어 출간되기를 기다려본다. 폭염이다. 한여름에 개도 걸리지 않는다는 감기를 친구도 나도 걸려 콜록거리고 있다. 조심조심. 비루한 육체를 지니고 여기저기 너도 나도 모두 다 좋아요를 누르면서 너의 존재에 나 역시 관심 있어, 너의 삶에 나 역시 관심 있어, 너의 읽기에 나 역시 관심 있어_ 그러니 내게도 좀 관심을 보여줘, 라고 하는 건가. 제일 기대되는 책들. 오랜만에 읽기의 세계로 돌아와 정신이 없는 와중에 비키니를 입고 책 읽는 사진을 지민에게 찍어줘! 억지로 강요하면서 대신 뱃살은 다른 책으로 가리도록 하자, 라면서. 어느덧 여름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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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4-06-19 1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 텅장이 되었기 때문에 향락사회론은 구립도서관에 넣어뒀습니다............ 2024년 불현듯 내게 와버린 라캉............

수이 2024-06-19 12:04   좋아요 1 | URL
바나나책 미리 알아보신 분들, 단발님과 쟝쟝님 열심히 바나나책 읽으실 때 전 뭘 읽고 있었나요 대체

단발머리 2024-06-19 16: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젤루... 저는 그 작은 책, 작은 글씨로 읽었는데, 이번 한글판은 좀 아닌 거 같네요. 너무 진지합니다.
전 마리 루티 책 중에서 그 바나나책을 제일 좋아했습니다. 지금도 그 책이 최고구요! 그 때 수이님 뭐하고 계셨나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곰곰)

수이 2024-06-19 17:32   좋아요 1 | URL
미쳐서 제정신이 아니었죠 ㅋㅋㅋㅋ
 

오늘 밑줄

사색이 자동적으로 착취로 이어지진 않는다. 자기반영성이 완벽한 행위성agency이나 자제와 동일한 것도 아니다. 그것은 사회적 결정론에 대항하는 우리가 가진 몇 안 되는 방어수단일 뿐이다. 이것이 푸코조차도 후기에 자기심문self-interrogation의 힘을 연구하기 시작한 이유일 수 있다. 섹슈얼리티를 포함해 우리의 주체성이 ‘훈육권력disciplinary power‘ 이라는 생명관리정치적 조건화로 형성된다고 설명한 푸코도 결국 능동적인 자기형성의 이상에 의존한 고대 그리스의자기배려care 관념을 들여다보았던 것이다‘
포스트 푸코주의자들은 대부분 능동적인 자기형성보다 생명관리정치를, 후기의 푸코보다 초기의 푸코를 강조했다. 이로 인해 생겨난 문제들은 결론 부분에서 다시 살펴보자. 여기서 우리가 유의할 - P198

대목은, 라캉도 다른 정신분석 사상가들처럼 자기반영성을 (자기 존재를 사색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행위를) 중시하긴 했지만, 완전히 행위적인 자아의 이상에 가치를 두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사실상 라캉은 자율적인 계몽주의적 주체 시기 초기의 비평가였다. 그래서인지 그의 정신분석적 접근법은 자기반성을 옹호하면서도, 인간이 필연적으로 자기통제self-mastery에 미치지 못함을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가 완벽한 행위성이나 자기통제를 갖추지 못했다고해서 어떠한 행위성이나 의지력, 자제력도 없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라캉식 주체는 대단히 고집스럽고 반항적이다. 내가 라캉에 끌리는 이유 중 하나는 라캉 이론이 내가 앞서 언급한 지성적 곤경을어떻게든 해결하기 때문이다. 라캉의 이론은 인간이 자기반영이나자결 능력이 없다고 암시하지 않으면서도 계몽주의적 자유와 자율성 개념들을 피한다. 약간 다르게 말하자면, 라캉은 인간의 주체성이 사회적으로 조건화된 것이며 그러므로 우리 중 자신의 운명을 완전히 제어할 사람은 없다고 인식하는 가운데서도 사회적 결정론에 빠지지 않는다. 어쩌면 내가 이 책을 쓴 목적에 더 부합하는 대목은, 라캉은 다른 동물과 인간의 동류의식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성차별주의적·인종차별주의적) 생물학적 결정론이나 진화론적 결정론 같은 것을 피한다는 점이다.
생물학적 결정론biologism을 우회하는 한 가지 방법은, 유성의 신체와 이 신체에 부과되어 온 남성성과 여성성이라는 문화적 신화 차이를 추궁하는 것이다. 라캉은 이 작업에 착수한 최초의 사람 중 하나였다. - P199

이 장에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인간의 욕망과 동물의 본능 간의 차이다. 라캉이 뜻한 의미로 이해했을 때, ‘욕망‘은 생물학적 결정론뿐만 아니라 푸코의 생명관리정치 분석이 암시하는 사회적 결정론까지 피할 수 있는 열쇠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욕망은 주권적(완전히 행위적이고 자율적이며 자기통제적인) 계몽주의 주체의 몰락 이후 행위성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방법을 제시한다. 욕망을심문하는 수단으로서의 자기반성과 자기반영성의 기회가 되는 욕망 둘 다 정신분석의 주된 연구 범주에 들어가는 건 우연이 아니다. 왜냐하면 둘 다 포스트휴머니즘(포스트계몽주의) 시기의 행위성을 재개념화하려는 탐구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라캉은 인간의 생물학이 문화와 사회화의 각인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욕망의 기능에 자연적인("생식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입증한다. 사회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주체성은 육체적인 충동의 규율화를 요하기 때문에, 욕망은 우리가 섹스를 함으로써 간단히 충족시킬 수 있는 본능이 아니라 우리를 압박하고 심지어 우리에게 고통을 안기는 무정형의 예측할 수 없는 힘이다. 인간이 아예 본능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뜨거운 걸 만졌을 때 놀라서 손을 떼는 것 같은 본능은 당연히 있다. 생존하기 위한 (그리고 어쩌면 번창하기 위한) 본능은 분명해 보인다. 나는 단지 욕망이 반자동적인 의미에서 본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사회적으로 조건화됐다고 말하는 것이다.
욕망에 관해선 항상 무언가 빗나간다고 말할 수 있다. 너무 많거 - P200

나, 너무 적거나, 또는 틀린 대상에 조준된다. 덧붙여서, 그것은 사회적 규범들로 형성되지만 언제나 그 규범들과 부딪힌다. 이것이 프로이트가 욕망과 문명 사이에 근본적인 갈등이 있다고 생각한 이유이다(동물의 본능과 동물의 사회엔 불가피한 갈등이 없다는 점을 유의하자). 이것이 라캉과 (그의 추종자들과) 같은 포스트 프로이트주의자들이 욕망을 반항적인, 반문화적인 힘으로 여기는 이유다. 욕망은 사회적으로 조건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 조건화의 제약을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앞선 포르노 분석에서는 욕망이 얼마나 쉽게 생명관리정치적 통제를 받을 수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그러나 모든 욕망이 언제나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이것이 내가 라캉과 정신분석, 욕망의 특정성이 종종 엄청난 고난을 초래하기는 해도 자기결정권의 단초가 될 수있다고 믿는 이유이다. - P201

아이가 요구하는 사랑은 아무리 좋은 부모라도 줄 수 있는 것이상이기 때문에, 아무리 안락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이라도 마음의 상처를 완전히 피할 수 없다. 그러니 냉담하고 과격하고 폭력적인 양육자 아래서 자란 사람은 그런 양육자에게 생존을 의탁해야 하는 절박한 이유로 극심한 고통에 노출되게 된다. 어린 시절에 당한 학대의 비극은 그들이 그들을 해치는 바로 그 사람들에게 신체적으로 그리고 감정적으로 얽매여 있다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이와 같은 아동기의 심리적 트라우마가 크든 작든지 간에, 가상이건 현실이건 간에 관계없이 우리가 평생에 걸쳐 처리하려고 애쓰지만 처리되지 않는 감정적 잔여물을 남긴다는 가설을 세웠다. 반복강박은 이 처리 과정이 일어나는 한 가지 방법이다. 이것이 프로이트가 완전히 정상적인 정신의 삶 따위는 없다고 모든 사람 - P208

이 크고 작은 신경증을 갖고 있다고 말한 이유이다. 프로이트는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모든 치료 진료를 만들었다. 그를 조롱하는 사람들조차 현대 심리치료의 기원이 그가 발명한 ‘대화 치료‘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못한다. 무언가 잘 안 되니까 심리치료를 받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욕망은 우리 삶의 방향을 꼬이게 하고, 때론 일그러뜨리며, 친밀한 관계를 ‘바로잡기‘ 어렵게 만든다.

프로이트의 천재성이 인간 욕망과 동물 본능 간의 차이를 알아본 것이었다면, 라캉의 천재성은 인간 주체성의 사회적 특징과 우리가 느끼는 근본적인 결여감 사이의 관련성을 설명한 것이다.
나는 아이들이 사회화를 겪으며 본인들의 인지 능력을 초과하는 의미의 상징세계를 접하게 되고, 그 결과 실존적으로 또 존재론적으로 겸허하게) 부족감과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존재(내)결여와, 프로이트가 반복강박과 연결시킨 대인 관계에서 겪는 구체적인 고행 양상을 실제로 구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 두 가지 결핍 형태는 서로를 보강하는, 삶을 특정 짓는 방법들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맥락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우리의 존재론적 결여가 특별히 인간적인 경험으로서 욕망을 발생시킨다는 라캉의 가설이다. - P209

내가 완전히 살아 있다는 고통스러울 정도로 생생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욕망을 이 정도로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인간의 욕망은 동물의 생식 본능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끌릴 수 있지만, 이런 식으로 우리를 움직이는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살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호감을 느끼지만, 그중 우리의 욕망을 완전히 활성화시키는 기운이나 특성을 가진 사람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롤랑 바르트가 주장하듯,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 건 그 사람이 입술을 깨무는 방법, 머리를 기울이는각도, 잔을 드는 손가락 모양처럼 극히 사소한 디테일이다!
욕망을 생성하는 결여에 대한 이러한 설명은 사랑에 빠지는 것이 왜 그토록 도취적인지, 무턱대고 갈망하게 되는지 명확하게 한다. 왜 나는 그 사람을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 경험하는가? 내 마음이 일단 그 사람을 점찍으면, 그 사람이야말로 이 끈질긴 결여의 느낌과 소외감을 쫓아 줄 힘이 있다고 결정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그사람을 포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그 사람을 포기하는 것은 내 존재의 온전함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온 존재가 걸린 사람을 순순히 떠나보낼 수 있는가. 욕망과는 쉽사리 타협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유형의 욕망이 얼마나 우리를 취약하게 만들고 쉽게 비탄에 빠뜨릴 수 있을지 예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그래서 실연은 그토록 쉽게 우리를 깊은 우울 속으로 유인할 수 있다. 우리는 그 사람을 잃어서 슬퍼할 뿐 아니라, 언젠가 우리의 결여가 메워질 가능성이사라진 것을 애도한다. - P216

욕망의 특정성은 우리를 비탄에 빠뜨릴 수 있다. 가장 순도가 높을 때, 가장 완강할 때 일어나는 욕망은 간단한 연애술로 제어하기엔 너무나 솔직하고 강력하다. 이런 욕망은 우리가 연애적 운명을 제어할 힘을 빼앗아 간다. 그것은 관계를 안전하게 처리하려는 모든시도에 대한 면역 같은 것이다. 심지어 이 대체 불가능한 것이 언젠가는 대체 가능해진다는 사실조차 아는 이 욕망은 상실의 망령 없이는 사랑이란 사건이 일어날 수 없음을 안다. 우리 문화는 올바른조치를 취하면 상실을 방지할 수 있다고 조언하지만, 욕망은 그 특정성으로 인해 절대로 잃어버려선 안 되는 것을 잃어버릴 가능성을인식한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를 해칠 힘을 가진 나쁜 감정들을 인식하면서도 모험에 나서는 것이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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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마리 루티 언니 책을 빌려와 열심히 읽는데 친구가 단톡방에 올렸다. 이 책이 나와버렸네? 라고. 그 책은 바로 [잔인한 낙관]. 마리 루티의 바나나책에 계속 언급된 바로 그 책. 그 책이 나와버렸다. 이 무슨 기이한 우연이란 말인가 하고 지레 놀라는 척 하면서 그래, 이건 운명이야, 마리 루티 언니 읽는데 이 책이 신간에 딱 나와버렸고 그걸 친구가 딱 캐치해서 우리 이거 읽자! 했다. 12월 전까지 책 사지 않을 거야, 라는 말을 아주 당당하게 한 친구는 또 이런 책은 사줘야 하지 않겠어! 라고 더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그래서 스피박 다 읽고 바로 그거_ 7월에 읽기로 한 책은 그게 아닌데 다수결에 의해서 결정되었다. 바나나 책 들고 다니기 좀 창피해서_바나나 그림이 창피한 건 아니고 남근이란 말이 창피한 건가 하지만 이런 책 읽는 현대 여성이라니 좀 많이 멋지잖아, 라고 생각을 정정하고 아니 왜 내가 창피해야 하나 하고 열심히 들고 다니면서 읽다가 잔인한 낙관 들고 다니면 이야 그야말로 장난 아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읽어드리리, 하고 예습 가능할까요? 로런 벌랜트의 글이 실린 정동 이론도 조만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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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4-06-18 1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친구 누구? 바로 나 입니다!!

수이 2024-06-18 20:01   좋아요 1 | URL
땡투는 저에게로 ㅋㅋㅋ
 

오늘의 문장

스피박 다시 한번 말씀드려야 할 것 같네요. 제가 알기로는, 가르치는 경험은 충분한 자격을 갖는 윤리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책임-의무에 더 가깝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윤리적이고자 계획을 세울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알다시피, 그것은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아요. 《시학》의 첫 페이지에는 미메시스와 포이에시스 사이에서 진행되는 연극이 나옵니다. 아이스토텔레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이 정말로 할 수 있는당신의 미메시스 안에서 가능한 한 양식적으로 행동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투케tuche를 통해서 포이에시스가 출현할지도 모릅니다. 이제 그것은 우리가 이야기 하고 있는 아름다운 모델입니다. 당신은 가르치면서 "나는 윤리적이야"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겁니다. 당신이 정말로 생각하는 것은 "내가 어떻게 완수할수 있을까?"겠죠.

샌더스 맞습니다.

스피박 어떻게 완수할 수 있을까요? 무엇을 움직여야 하는지를 알아야만 합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시겠어요? 그저 그것에 대해서 완전하게 의지를 가지는 겁니다. 그렇죠? 중요한 것은 그런 노력이 언제나 강압에 매우 근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강압 말입니다. 심지어 설명조차 강압과 매우 가깝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욕망이 움직이도록 만들어야만 합니다. 그것의 비강압적인 부분은 당신의 개입 없이 발생합니다. 그것은 투케를 통해서 오는 포이에시스와 같습니다.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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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6-16 2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벌써 215쪽이라구요? @@

수이 2024-06-16 21:07   좋아요 1 | URL
어렵더라구요. 저는 스피박으로 가겠습니다. 쉬운 개론서는 아님 확실히.

단발머리 2024-06-16 21:20   좋아요 1 | URL
저두 어려워서 지지부진….😳

수이 2024-06-17 08:26   좋아요 0 | URL
대체 누가 골랐냐!!!!!!!!!!!!!! 이 어려운 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