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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손님 -상 - 보통시민오씨의 548일 북한체류기
오영진 지음 / 길찾기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도서출판 길찾기'의 작품중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쥬에 이은 내가 두번째로 접한 책이다.
방북길에 오른 탐방기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예전의 그것과는 많이 다르다. 우선 책구성을 보면 북한의 실상과 북한 사.람.들.을 그린 만화와 더불어 중간중간 '오대리의 돋보기'라는 코너를 두어 가볍게만 여겨지는 분위기를 누르고 설명을 덧붙인다. 남한사람 북한가기, 생산성 증대운동, 북한의 대중교통, 북한의 과학기술과 '강성대국'론 이라던지 등등을 삽입하여 편집한 구성이 꽤나 짜임새있고 좋았다. 또한 '풍경'이라는 코너를 일부분 할애하여 작가의 느낌을 고스란히 나타내기도 했다.
나는 이책을 읽으면서 마치 남자친구가 군대를 가서 군복무기간에 겪었던 일들을 고무신 거꾸로 신으려고 준비자세를 하고 있는 여자친구에게 보내는, 그곳의 생활담을 얘기하는 긴 장문의 편지를 보는 것 같았다. 왜 여자친구는 그 남자친구를 기다리지 못하고 고무신을 거꾸로 신으려 하는걸까? 여자친구는 멀리 떠나있는, 그래서 눈에서 멀어진, 본인이 겪어보지 못했고 막연히 '힘들고 고생스럽다'는 얘기만 들었기때문에 남자친구의 사정을 모른다. 그러니 오해가 생기기 마련이다.
오랫동안 침묵하는 여자친구의 편지를 기다리다못해 남자친구는 저간의 사정얘기를 하고있다. 실은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다고..될 수있는대로 소상히 알린다. 그렇다고 이념이나 사상에 관한 얘기들은 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부대에서 붙이는 편지는 검열대상이므로..
재밌다. 그러나 재미가 다가 아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도 역시 사.람.들.이다.
도깨비뿔을 달았다는 둥 빨갱이를 운운하는 시대는 이미 내 기억에 조차도 없는 구시대적인 얘기들이다. 얼마전 본 '효자동 이발사'를 보면서 난 입이 깔깔했다. 그 감정과 같았다.
'동무! 일없습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