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드로 축일 캐드펠 수사 시리즈 4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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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는 그냥 추리 미스터리가 아니라 '역사'미스터리물이다. 실제 시대를 배경으로 삼고 있어서 더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느낌이 드는데 사건이 일어나는 주된 장소는 주인공이 살고 있는 성 베드로 수도원 근처이고 시대적인 배경은 스티븐 왕과 모후 왕후간의 내전이 일어나고 있던 잉글랜드다. 수도원은 슈루즈베리라는 곳에 있는데 웨일스 지방과 가까와서 웨일스말을 할 줄 아는 주인공 캐드펠이 자주 등장 할 수 있는 구조였다.


비록 스티븐 왕의 승리로 끝나긴 했지만 전쟁의 상흔은 아직 아물지 않았고 황폐해진 건물과 땅을 복구하기에는 상당한 시간과 돈이 필요한 시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성 베드로 축일장이 열리게 된다. 축일장이 열리는 동안 시내에서는 간단한 음료를 제외한 영업이 중지되고 축일장에서만 영업이 허용된다. 축일장에는 여러 지역의 많은 상인들이 자신들의 물품을 갖고 와서 판매를 하는데 여기에 통행세가 부과되는데 그것은 모두 수도원의 차지다. 이것은 나라에서 정한 규칙이라서 불만이 있어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당시 내전 이후 복구비가 부족해진 상태에서 시장과 상인회 대표는 수도원을 찾아와서 수익금의 1%만 복구비로 내 줄 것을 요청한다. 하지만 한번 정해진 규칙이고 이것을 변경할 권한은 나한테 없다고 수도원장이 거절한다. 이때 수도원장은 1권에 나왔던 헤리버트가 아니라 외부에서 온 라둘푸스였다. 아마 부수도원장이었던 로버트가 수도원장이었어도 거절했을 것 같다. 축일장의 수익은 수도원에 큰 도움을 주는 재정이었고 한번 원칙이 훼손되면 나중에 어떤 명목으로든 다시 등장할 수 있기에 수도원장 입장에서 쉽게 승락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문제는 이 조치에 불만을 품은 시장의 아들을 비롯한 젊은 무리들의 행동이었다. 이들이 과격한 행동을 한 것은 아니지만 어떤 불씨를 만들어낸 것은 맞다. 이 젊은이들이 축일장에 참여한 상인들에게 마찬가지로 1%를 기부할 것은 요청한 것이다. 사실 상인들 입장에서는 이들의 이야기 자체를 들어줄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 아들인 필립 코비저와 상인의 한 사람인 토머스가 충돌하고 이일로 일대가 아수라장이 된다. 싸움에 휘말린 마을 청년들은 다 잡혀가는데 필립은 여기에서 빠진다.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싶은 차에 토머스가 시신으로 발견된다. 제 1의 유력한 용의자는 바로 필립. 하지만 그의 알리바이가 어느 정도 성립이 되고 사건은 미궁에 빠지는 듯 한다. 토머스와 함께 온 그의 상속녀인 에마는 슬픈듯 하지만 어떤 비밀을 알고 있는 듯 하면서 묘한 행동도 한다. 작은 것도 놓치지 않는 캐드펠이 알아채면서 사건은 이상하게 흘러간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치열한 상황이 펼쳐지고 경험 많고 예리한 캐드펠 조차 생각치도 못한 일들이 일어난다.


책은 내전이라는 당시 시대적 배경과 관련해서 전개가 된다. 그 배경이 하나의 동기가 되면서 이야기가 진행이 되는 것이다. 하기야 사회적인 이동이나 사건이 크지 않던 그 시대에 내전이라는 배경은 여러가지 관련된 사건이 일어나기에 충분한 소재일 것이다. 이번 책도 여전히 생각치 못한 반전이 있었고 이렇게 유연하면서 촘촘한 구조를 만드는 것은 역시 작가의 역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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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사의 두건 캐드펠 수사 시리즈 3
엘리스 피터스 지음, 현준만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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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캐드펠은 겉으로 보기에 수도원의 평범한 수사다. 허브밭에서 각종 식물을 기르며 여러 약제를 만드는 그는 사실은 젊을 때부터 다양한 경험을 쌓아 왔다. 십자군 전쟁에 참여해서 많은 죽음도 봐 왔고 이제 나이 들어서 삶과 죽음에 대한 경건한 마음으로 수도원에서 신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고 있다.


세상에 대한 깊은 통찰은 그런 경험을 통해 이루어졌기에 그의 지난 삶이 헛된 것 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성과의 사람도 물론 있었고 결혼까지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는 혈기 왕성한 나이였고 전쟁에 참여하느라 어떤 약속도 할 수 없었던 시기였다. 그렇게 헤어지고 죽을 때까지 못 볼 줄 알았었는데 인생이란 것은 꼭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만나게 하는 것 같다.


지난 책에서 내전의 상황이었던 당시 슈르즈베리는 스티븐 왕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면서 평화를 되찾는 듯 했다. 그런데 중립을 지켰던 헤리버트 수도원장에 대해서 스티븐 왕이 괘씸하게 여겼는지 런던에서 종교 회의에 참석하라고 한다. 그러면서 수도원장으로써의 직무가 정지된다. 나중에 다시 복귀할지는 알 수가 없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부수도원장인 로버트가 수도원의 임시 책임자가 된다. 로버트 부수도원장은 권위주의적인 인물로 1권에서 성녀의 유물을 갖고 오려는 것에도 가장 중심되는 주장을 한 사람이다.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계율을 중시하고 자신의 위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는데 차기 수도원장에 가장 가깝게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이제 수도원은 부수도원장의 책임하에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마침 한 수도원을 찾아온 한 영주가 있었다. 그는 죽을 때까지 적절한 의식주를 제공 받는 대신에 전 재산을 기탁하고 노후를 보내겠다고 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가 독살을 당한 채 발견된다. 그것도 부수도원장이 보낸 음식을 먹고서. 게다가 범행에 쓰인 독은 캐드펠 수사가 만든 맹독성 약물이었다. 바로 이 책의 제목인 '수도사의 두건' 이라는 이름의 독이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미망인이 캐드펠도 아는 사람이었다. 바로 오래 전에 미래를 약속한 여성. 그러다가 전쟁을 나간 캐드펠 때문에 서로 이어지진 못한 사이. 이제 캐드펠은 자신의 약물을 이용해 사람을 죽인 범인을 찾아야 함과 동시에 과거의 연인을 마주치게 되는 상황에 처했다.그리고 그 사실이 밝혀지면서 캐드펠의 행동 반경에 제약이 가해진다. 범인이 피해자의 의붓 아들로 몰아가는 분위기에서 진범을 찾아야 하는 캐드펠의 고군분투가 눈에 띄는 이야기였다.


중세 시대 수도원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법률적인 이야기가 살인 사건과 함께 흥미로왔고 마지막에서 로버트 부수도원장이 입이 딱 벌어지게 하는 장면이 있는데 입가에 미소를 짓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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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한 구가 더 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2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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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한 수도원의 위대한 탐정인 캐드펠. 그는 젊을 때의 수 많은 경험을 뒤로 하고 이제는 허브차를 키우면서 신에게 봉사하는 평범하면서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다.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자신의 삶에 만족하면서 살고 있을 터였다. 그러나 그의 능력을 안타까워한 신의 배려인지 주위에 일이 끊이지 않는다. 


당시의 배경을 알아야 책을 좀 더 읽기 편하다. 당시 잉글랜드는 내전 상태였다. 헨리1세가 왕위계승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이 사망한 후 그의 딸인 모드 왕후가 사촌인 스티븐 왕과 왕위를 둘러싼 내전이 일어났다. 혈육상 모드 왕후가 헨리 1세의 직계였지만 여자라는 불리함이 있었고 그 틈을 타서 스티븐이 영국 왕을 선포하고 나선 상황이었다. 그래서 주위 영주 제후들은 각기 편을 갈라서 싸우고 있었는데 어느 한 진영이 압도적으로 누르지 못한 대치 정국이 이어지고 있었다.


평화롭던 수도원도 그 여파에서 벗어날 순 없었다. 이 내전이 가까운 슈르즈베리까지 몰려왔고 결국 성은 스티븐왕에게 함락 당하고 만다. 모드 왕후측이 패배한 것이다. 왕은 자신의 위엄을 드높이기 위해서 성 수비병 전원을 처형하기로 한다. 무려 아흔 세명. 이윽고 처형된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수도원 수사들이 동원되고 당연하게도 캐드펠이 앞장서게 된다. 그런데 아무리 수를 헤아려도 시신은 모두 아흔 네구다. 분명 아흔 세명이라고 했는데. 알고 보니 누가 살인을 하고 슬쩍 시신 속에 유기한 것이었다.


그 누가 시신의 숫자를 세밀하게 세었을까. 또 숫자가 다르다고 해서 이상하게 여겼을까. 그저 적의 시신이 한 구 더 늘었다고 여겼을 것인데. 이런 사소하고 작은 차이를 그냥 넘기지 않은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우리의 주인공 캐드펠 수사다. 그는 시신의 숫자에 의문을 품고 상태를 확인한 결과 살해되어서 다른 시신들 곁에 놔둔 것임을 알아낸다. 누가 살인을 하였는가. 자신의 위엄에 도전한다고 여긴 스티븐 왕의 지시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는 캐드펠. 우선은 이 사람이 누군가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저런 상황을 통해 시신의 주인공이 밝혀진다. 그렇다면 그를 죽인 사람은 누구인가.


한편 캐드펠에게는 또 다른 중요한 일이 있었으니 바로 모드 왕후 측 지지자의 딸인 고디스를 무사히 탈출시키는 일이었다. 성이 생각보다 빨리 함락이 되고 그녀의 신변을 우려하여 수도원에서 숨어지내게 했지만 점점 어려워지고 있었다. 어느 편도 들지 않는 캐드펠은 자신에게 피난온 이 가여운 아이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캐드펠의 수사가 전개되면서 조금씩 사건의 진실이 밝혀진다. 고디스 아버지의 향사도 관련되면서 구해야할 사람도 늘어난다. 그리고 역시나 이어지는 반전의 내용. 캐드펠은 살인 사건의 범인도 잡고 명예도 지키고 고디스를 비롯한 모드 왕후 측 사람도 구해야할 복잡한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 이야기가 흥미롭게 진행이 된다.


이번 책에서는 눈여겨 볼 인물이 등장한다. '휴 베링어'. 젊고 야심있으며 영리한 이 인물은 처음에 캐드펠 수사의 적으로 여겨진다. 모드 왕후의 편에서 스티븐 왕의 편으로 돌아서서 뭔가 공을 세우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 것이 아닌가 한 것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의리도 있고 상황 판단도 잘 할 뿐만 아니라 결정적으로 악인이 아니었다. 앞으로 캐드펠의 좋은 조력자로써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있는 캐릭터란 생각이 들었다.


전편에 비해서 이번에는 주인공의 미션이 좀 더 복잡해지고 위험했는데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일을 슬기롭게 잘 해결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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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캐드펠 수사 시리즈 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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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많은 스릴러 추리 소설이 있지만 '명작'이라고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 받는 책은 많지 않다. 작품 자체의 수준 차이도 있겠지만 사람들 취향이 있어서 공통된 기준을 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느 정도 사람들 사이의 인정을 받는 작품들이 있기 마련인데 보통 고전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 셜록 홈즈 시리즈 같은 작품이다. 그런데 책이 출간된 지 세월이 좀 흘렀고 문학적인 성과도 있는 작품 중에 잘 알려지지 않는 책이 바로 이 '캐드펠 수사 시리즈' 다.


책이 완간된지 30년이나 흘렀으나 우리 나라에서는 그리 널리 알려지진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문학성이나 내용에 관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은 작품이다. 그전에 출간이 되었지만 그때도 그리 알려지지 않았던 것 같다. 이번에 완간 30주년 기념으로 새롭게 번역도 하고 장정도 입혀서 나왔으니 좀 더 알려졌으면 좋겠다.


사실 요즘 나오는 추리 스릴러에 비해서는 내용 전개가 느리다. 인터넷이나 휴대폰 등으로 인해 통신 전달이 빠른 요즘은 이야기 자체가 속도가 빠르다. 게다가 좀 더 복잡하고 잔인한 부분도 많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 책은 영국의 중세 시대가 배경이다. 시리즈 첫 작품의 시작 연대가 1137년 12세기 전반기다. 당시 우리는 고려 시대로 묘청의 난이 일어났던 시기와 비슷하다. 중세를 배경으로 하기에 전개가 좀 느리긴 하지만 '추리' 소설의 진면목을 즐기기엔 충분한 내용이다.


시리즈의 첫 장을 여는 이 책은 영국의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에서 평화롭게 허브를 키우며 신을 모시고 있는 수사 캐드펠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캐드펠은 젊을 때 십자군 전쟁에도 참여하고 오랫동안 여러 나라를 떠돌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지고 사람을 더 속 깊게 바라보는 사람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수사이고 수도원에서 열심히 기도하는 사람으로 보인다. 그러나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심성을 가지고 어떤 사안이던 날카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가졌다.


그런 캐드펠에게 귀더린의 성녀 위니프리드의 유골을 가져오라는 임무가 주어진다. 사실 수도원에서 성녀의 유골을 탐할 일이 아니었으나 수도원의 위상을 드높이려는 정치적인 계산으로일어난 듯 하다. 상대적으로 성녀의 유골은 그리 알려지지 않고 현지에서도 크게 기리지 않은 상태여서 수도원에서 유골을 가져오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 실무적인 일을 하기 위해 캐드펠이 동행하기로 했다.


아무리 성녀의 유골을 성대하게 기념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귀더린 주민들에게는 중요한 성물이자 성스런 공간이었다. 그런데 다른 곳에서 그 유골을 갖고 가겠다고? 당연하게 반대할 것이다. 주민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친 수도원 일행은 일단 협의를 해 보려고 한다. 주민 대표인 리샤트르와 수도원 대표인 부수도원장 로버트와의 만남을 예약한다. 그러나 약속된 시간에 리샤트르는 나타나지 않았고 이윽고 시신으로 발견이 된다. 가장 강력한 반대자의 죽음. 여기에서 이득 보는 자는 누구인 것인가.


이제 주인공인 캐드펠의 활약이 시작된다. 사안을 치밀하면서도 세밀하게 하나 하나 따져가면서 용의자를 추리고 진실에 한 발자국씩 나아간다. 책은 주인공의 사건 추리를 여러 각도에서 입체적으로 그리고 있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밝혀지는 사건. 역시 작은 반전을 일으키면서 모든 것이 명백해진다.


사실 사건 자체는 큰 것이 아니다. 단순 살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속에 숨겨진 여러가지 상황을 정교하게 짜고 그것을 푸는 것도 세밀하게 전개하고 있다. 그래서 중세의 시대라고 해도 요즘 세상 못지 않게 추리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캐드펠 수사의 처음 등장으로 손색 없는 내용이었다. 얼른 다음 책을 펼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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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파의 시간 - mRNA로 세상을 바꾼 커털린 커리코의 삶과 과학
커털린 커리코 지음, 조은영 옮김 / 까치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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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의 코로나 사태는 일찍이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전세계적인 재난이었다. 부분적인 지역에서 감염병이 있긴 했지만 이렇게 전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퍼진 것은 최초가 아닌가 싶다. 그만큼 세계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많은 교류가 있기에 일어난 일이다. 이 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바로 진단과 백신이었다. 코로나가 걸렸는지 안 걸렸는지 진단하는 것은 우리 나라에서 일찍 진단 키트를 만들어서 대처했는데 병을 예방할 백신은 언제 만들어질지 알 수가 없는 실정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한 과학자의 오래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신속한 개발이 이루어져서 결국 코로나 백신을 만들게 되었고 수 억 명의 인류를 구하게 되었다. 이때 우리는 어떤 백신이 아프거나 후유증이 있거나 하면서 처음 들어보는 단어들을 접하게 되었는데 mRNA 가 바로 그것이다. 이것을 바탕으로 신속하게 백신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백신은 단 시일에 그렇게 만들 수가 없다. 이번에는 수 많은 자원이 총집결을 했기도 하지만 백신 만드는 원리인 mRNA 에 관한 연구가 선행되어 있었기 때문에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만일 그 연구가 미진했다면 아무리 돈과 자원이 많아도 결코 그렇게 빠른 시간 안에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인류를 구한 백신 개발의 공로자 에게 노벨 생리의학상이 주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는 '커털린 커리코' 였다. 그는 수십 년에 걸쳐 mRNA를 연구 한 결과 코로나 백신을 개발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 사실 이때 이 수상자의 이름을 들어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관련 연구자들 말고는 다들 처음 들어보지 않았을까. 그리고 대부분 어떤 연구실에서 연구를 했던 그냥 평범하지만 꾸준했던 학자가 아니었을까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커털린 커리코는 그냥 연구만 했던 평범한 학자가 아니었다. 좌절과 위기 속에서 끝까지 신념을 버리지 않고 전진해온 용맹한 사람이었다. 이 책은 그런 그가 삶을 되돌아본 회고록이다. 커리코는 1955년에 헝가리에서 출생했다. 1955 헝가리라는 시대적 배경을 보면 뭔가 삶이 태어날 때부터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그때의 헝가리는 2차 세계 대전 후 소련의 위성국으로 전락해 있을 때였다. 그러나 공산주의에 대한 헝가리인들의 저항 의식이 싹트면서 56년도에 결국 의거가 일어나지만 실패하고 만다. 그리고 이어지는 강직된 사회 분위기. 이런 분위기에서 훗날의 커리코 같은 학자가 나올 수 있었을까. 그녀는 자신의 연구를 위해 조국을 떠나 미국에서 연구를 지속했고 미국에서도 여러 우여곡절을 겪고 독일까지 갔다가 결국 결실을 맺게 된다.


책은 커털린 커리코가 직접 자신의 삶을 이야기 하는데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부터 한다. 도축업을 했던 아버지와 약국에서 잡일을 했던 어머니의 삶을 통해 자신의 능력이 부모로부터 이어 받은 것임을 드러낸다. 여러 손재주가 있으면서 강인하고 성실했던 아버지와 나이 들어서도 첨단 기술을 이해할 정도로 영민하면서도 유머 감각이 있었던 어머니의 피를 이어받아 어릴 때부터 수학이나 과학에 흥미를 가지고 좋은 성과를 내었다.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이 딱 맞는 말이다. 지은이가 오늘날의 업적을 거둔 것은 물론 스스로의 노력이지만 부모님으로부터 좋은 습관과 버릇을 물려받았기에 이루어진 것이다. 지은이도 그것을 알기에 부모님 이야기부터 시작한 것이다.


차근차근 연구자로서 삶을 살아가던 지은이에게 큰 일이 연달아 닥친다. 먼저 아버지의 죽음. 그의 삶에 큰 영향을 주었던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은 그녀에게 큰 충격이었다. 그래도 그녀는 연구를 멈추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강제로 끊어지게 되었다. 연구비를 지원하던 제약 회사에서 연구를 포기하기로 했던 것이다. 그것도 지은이 인건비만. 그것은 그녀가 하던 연구에 대해 큰 가망이 없다고 여겼던 것이다. 이제 진짜 좌절할 시간이었지만 지은이는 자신의 연구를 하고 싶었고 여러 경로로 알아본 결과 미국에 가기로 했다. 익숙한 조국을 떠나 아는 사람 없는 낯선 미국에 가야 하는 그 마음은 두려움 아니었을까.


오로지 자신이 좋아하는 연구를 위해 미국행도 불사했지만 그녀가 하는 연구 자체가 그리 인기 있는 분야가 아니었다. 그때는 DNA 연구가 활발했지 RNA는 그다지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연구 자금을 타오는 것도 신통치 않으니 그를 지원하는 기관이나 회사도 줄어들고 심지어 같은 연구자들에게도 무시를 당하게 된다. 몇 번이나 불리한 조건에 쳐했지만 연구를 이어나갔다. 이런 끈질긴 열정으로 독일에 있는 생명 기업인 바이논텍으로 이직하면서 연구에 더 박차를 가한다.


전에 비해 RNA에 대한 가치를 알아가기 시작했고 연구도 축적되던 그 때 코로나 사태가 터졌고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한 방법으로 mRAN 가 쓰이게 된 것은 어쩌면 운명일지도 모른다. 당시 바이러스가 세계를 휩쓸고 수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을 때 문제는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mRNA는 속도가 가장 큰 특성이었다. 항원의 유전자 염기서열만 알면 그 항원을 암호화하는 mRNA를 만들고 이를 지질 운반체에 아주 빠른 시간에 넣을 수 있었다.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은이가 수 십 년의 삶을 갈아 넣은 연구가 단초가 된 것이고 결국 이것이 인류를 구했다.


책은 딱딱한 과학책이 아니다. 지은이가 태어나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쓴 내용이다. 부모님과 형제 등 가족의 이야기와 남편, 자녀의 이야기도 중요한 부분으로 전개가 된다. 그리고 큰 열정적인 연구에도 끊어지는 연구비로 좌절할 순간에도 끝까지 신념을 놓지 않은 모습이 담담하게 서술 되어서 어렵지 않고 재미있다. 물론 중간 중간에 과학 개념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 나오긴 하지만 쉽게 잘 설명하고 있어서 읽고 넘어가면 될 수준이다. 글이 담백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잘 쓰여져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회고록이다.


지은이가 참 대단하다고 여긴 것이 백신 성공의 주인공으로 여러 언론에 노출이 되고 노벨상까지 타면서 연구 외의 일들이 많이 있어도 최신 논문 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치 지금의 일들은 한때 지나가는 소나기같이 여기는 듯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그의 연구에 대한 신념과 열정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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