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캐드펠 수사 시리즈 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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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많은 스릴러 추리 소설이 있지만 '명작'이라고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 받는 책은 많지 않다. 작품 자체의 수준 차이도 있겠지만 사람들 취향이 있어서 공통된 기준을 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느 정도 사람들 사이의 인정을 받는 작품들이 있기 마련인데 보통 고전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 셜록 홈즈 시리즈 같은 작품이다. 그런데 책이 출간된 지 세월이 좀 흘렀고 문학적인 성과도 있는 작품 중에 잘 알려지지 않는 책이 바로 이 '캐드펠 수사 시리즈' 다.


책이 완간된지 30년이나 흘렀으나 우리 나라에서는 그리 널리 알려지진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문학성이나 내용에 관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은 작품이다. 그전에 출간이 되었지만 그때도 그리 알려지지 않았던 것 같다. 이번에 완간 30주년 기념으로 새롭게 번역도 하고 장정도 입혀서 나왔으니 좀 더 알려졌으면 좋겠다.


사실 요즘 나오는 추리 스릴러에 비해서는 내용 전개가 느리다. 인터넷이나 휴대폰 등으로 인해 통신 전달이 빠른 요즘은 이야기 자체가 속도가 빠르다. 게다가 좀 더 복잡하고 잔인한 부분도 많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 책은 영국의 중세 시대가 배경이다. 시리즈 첫 작품의 시작 연대가 1137년 12세기 전반기다. 당시 우리는 고려 시대로 묘청의 난이 일어났던 시기와 비슷하다. 중세를 배경으로 하기에 전개가 좀 느리긴 하지만 '추리' 소설의 진면목을 즐기기엔 충분한 내용이다.


시리즈의 첫 장을 여는 이 책은 영국의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에서 평화롭게 허브를 키우며 신을 모시고 있는 수사 캐드펠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캐드펠은 젊을 때 십자군 전쟁에도 참여하고 오랫동안 여러 나라를 떠돌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지고 사람을 더 속 깊게 바라보는 사람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수사이고 수도원에서 열심히 기도하는 사람으로 보인다. 그러나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심성을 가지고 어떤 사안이던 날카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가졌다.


그런 캐드펠에게 귀더린의 성녀 위니프리드의 유골을 가져오라는 임무가 주어진다. 사실 수도원에서 성녀의 유골을 탐할 일이 아니었으나 수도원의 위상을 드높이려는 정치적인 계산으로일어난 듯 하다. 상대적으로 성녀의 유골은 그리 알려지지 않고 현지에서도 크게 기리지 않은 상태여서 수도원에서 유골을 가져오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 실무적인 일을 하기 위해 캐드펠이 동행하기로 했다.


아무리 성녀의 유골을 성대하게 기념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귀더린 주민들에게는 중요한 성물이자 성스런 공간이었다. 그런데 다른 곳에서 그 유골을 갖고 가겠다고? 당연하게 반대할 것이다. 주민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친 수도원 일행은 일단 협의를 해 보려고 한다. 주민 대표인 리샤트르와 수도원 대표인 부수도원장 로버트와의 만남을 예약한다. 그러나 약속된 시간에 리샤트르는 나타나지 않았고 이윽고 시신으로 발견이 된다. 가장 강력한 반대자의 죽음. 여기에서 이득 보는 자는 누구인 것인가.


이제 주인공인 캐드펠의 활약이 시작된다. 사안을 치밀하면서도 세밀하게 하나 하나 따져가면서 용의자를 추리고 진실에 한 발자국씩 나아간다. 책은 주인공의 사건 추리를 여러 각도에서 입체적으로 그리고 있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밝혀지는 사건. 역시 작은 반전을 일으키면서 모든 것이 명백해진다.


사실 사건 자체는 큰 것이 아니다. 단순 살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속에 숨겨진 여러가지 상황을 정교하게 짜고 그것을 푸는 것도 세밀하게 전개하고 있다. 그래서 중세의 시대라고 해도 요즘 세상 못지 않게 추리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캐드펠 수사의 처음 등장으로 손색 없는 내용이었다. 얼른 다음 책을 펼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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