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실프와 평행 우주의 인생들 민음사 모던 클래식 38
율리 체 지음, 이재금.이준서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참 서평 쓰기도 애매한 책을 만난지도 오랫만인거 같다. 대체 뭐라고 써야 하지? 책 자체도 쉽게 읽는게 아니지만 읽은 내용 자체가 기억이 잘 안 났기 때문이다. 뭔가 잘 쓰여진 책이라고 느끼긴 했지만 내용이 좀 복합적인 형식인탓인지 금방 마음에 와 닿은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 책, 특색있고 흥미로운 책이긴 한거 같은 생각이 든게 다시 읽어보고 싶게 하는 뭔가가 있기 때문이다. 

책 내용은 그리 비교적 단순한 편이다. 기본적으로 추리적인 기법을 적용하고 있다. '추리소설'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배경은 독일의 한 도시다. 그런데 석연치 않은 의료사고로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연달아 일어난다. 그리고 물리학자 제바스티안은 어느날 아들 리암을 캠프에 데려다주다가 납치되는 사건을 당한다. 곧이어 “다벨링은 제거되어야만 한다.”라는 의문의 전화를 받게 된다. 고민끝에 다벨링을 살해하는 제바스티안. 그러나 리암은 납치된적이 없다고 밝혀지고 제바스티안은 대혼란에 빠진다. 그런 중에 실프라는 노련한 형사가 나타나서 사건을 추리해가는것이 이야기의 축이다. 

언뜻보면 아이의 납치를 빌미삼아 살인을 조장하고 그 뒤에 큰 음모가 숨은 그런 줄거리를 연상케한다. 게다가 주인공이 물리학자니까 뭔가 큰 과학상의 비밀과 관련된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러나 이런 사건 이야기는 이 책에서 추구하는 면이 아니다. 그저 지은이가 원하는 주제에 하나의 끌어내기위한 장치로써 기능하는 것이다. 그래서 추리소설은 아닌것이다. 기본적으로 이 책에서 지은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것은 철학적이고도 물리학적인 인간의 삶에 대한 것이다. 인간의 삶은 어떠한가, 그리고 어떤 관점에서 바라봐야하는것인가에 대한 지은의 생각이 담긴 책이라고 이해하면 될꺼 같다.(나만 그렇게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이 책에 나오는 평행 우주론이나 양자 역학 이런것이 쉬운 개념은 아니다. 물리학과 동떨어져서 물리학의 용어 하나도 잘 접하지 못하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그런 용어 자체가 책에 대한 거리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사실 이 책은 물리학적인 이론이 잔뜩 나오는 책은 아니다. 간단하지만 의문의 사건이 일어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있다. 그러나 진짜로 이 책에 어렵다고 여기게 하는것은 서술형식이다. 사건에 대한 진술보다는 곁가지에 많은 내용을 서술한다. 의식의 흐름을 따라간다고나 할까. 그래서 글 내용 자체가 좀 산만한편이다. 한 주제를 이야기하다가 그 주제에 관련한 다른 이야기로 또 다른 샛길로 빠지는 형국이랄까. 

그러나 전체적으로 봤을땐 그런 서술 구조가 어떻게보면 많은 정보를 주고 있는것이다. 바로 코앞에 어떤 이야기를 던져주는것이 아니라 이쪽 저쪽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주면서 전체적인 맥락에서 바라보게 하는것이 이 책의 서술 형식인거 같다. 따로 생각하기보다는 전체적인 유기적인 관계속에서 이해해야한다는...확실히 다른 책들보다는 읽기가 수월한 건 아니다.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큰 끈기와 노력을 요구한다. 

쉽지 않은 책이지만 그렇다고 재미없어! 하고 막 던질말한 책은 아니었다. 이야기 서술이나 내용이 기존에 접했던 스타일과는 다른 신선한 감이 있다. 빠른 전개와 재미난 내용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재미없을것이다. 추리적인 내용이 나오지만 추리소설은 아니니 추리소설팬들은 접근하지 않는것이 좋겠다. 하지만 편안하진 않지만 뭔가 영양가 있는 듯한 책을 원한다면 이 책이 맞을것이다. 그냥 목에 넘기기 보다는 몇번 씹으면 맛이 나는 음식처럼 이 책도 되새김질을 하면 참 특색있고 재미난 책이 될거 같은 느낌이 든다. 오랫만에 서평쓰기가 애매할 정도로 생각을 깊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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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커가의 살인 - 셜록 홈스의 또 다른 이야기
아서 코난 도일 외 지음, 정태원 옮김 / 자음과모음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오랫동안 책을 많이 읽었지만 나이들어 어른이 되서 읽었던 책보다 어렸을때 읽었던 책들이 훨씬 많은거 같다. 그래서 읽은 책들을 기억해봐도 어렸을때 읽었던 책들이 더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서 어렸을때 읽었던 추리 소설은 어른이 되어서도 그쪽 장르를 기웃거리게 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고 할수있는데 나에게 가장 큰, 어쩌면 더 나이들어도 영향을 미칠 책은 바로 '셜록 홈즈' 이다.  

어렸을때 읽었던 셜록 홈즈는 그야말로 나한테는 우상중의 우상이었다. 간단한 사건은 흥미도 없어하고 복잡하고 교묘한 사건에 흥미를 보이는 홈즈. 범죄 사건이 없다면 사람들이 피해를 입지 않기에 기뻐해야하지만 홈즈는 사건 해결이 유일한 삶의 목적인양 지루해하고 의욕 없어한다. 참 재미있는 성격이지 않은가. 그리고 담백하면서도 침착하고 논리적이며 그러면서 은근한 속정도 있는 홈즈가 정말 좋았다. 어쩌면 어렸을때 접해본 최초의 탐정이기도 해서 가장 뇌리에 남아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도 추리소설에서는 가장 애정이 깊은 작품이다. 

셜록 홈즈가 출간된지는 꽤 되는데 나같은 팬들이 많아서 여러가지 방법으로 홈즈를 기리고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이 책과 같은 패스티슈 작품집이다. 셜혹 홈즈를 사랑하는 여러 작가들이 셜록 홈즈 작가인 코넌 도일의 문체에 가깝게 또 다른 셜록 홈즈이야기를 쓴 것들의 모음집이다. 등장인물이나 배경은 원래 셜록 홈즈 시리즈와 같으면서 원작에 없는 다른 사건들을 해결하는 이야기들인데 그만큼 셜록 홈즈의 활약을 기대하는 독자가 많다는 뜻이겠다. 

여러 종류의 패스티슈 작품들이 있는데 이 책은 비교적 짧은 이야기인 단편들을 수록하고 있다. 작가들은 아는 작가도 있고 모르는 작가도 있는데 전체적으로 재미난 것도 있고 좀 밋밋한 것도 있는 편이다. 그래도 그중에서 인상적인 작품은 몇개 있었는데 첫번째로 수록된 '케이프타운에서 온 남자' 는 마지막 부분에서의 반전이 돋보였고 마부의 시각에서 본 셜록 홈즈 이야기인 '홈스를 태운 마차'도 괜찮았다. 그리고 '아라비아 기사의 모험'이나 '쳬셔 치즈 사건'도 흥미있게 읽을수 있는 작품들이었다. 

다시 볼수 없는 홈즈 이야기라고 해서 반갑게 읽기는 했으나 역시 구관이 명관인듯 코넌 도일이 창조해낸 원판에는 못미치는게 사실이다. 원작 특유의 감칠맛이 나지 않는다고나 할까. 각 단편의 지은이가 다 다르고 그 지은이들의 글솜씨 또한 다 달라서 그런지 각 사건에 그냥 홈즈만 억지로 끼워넣은듯한 느낌도 들긴 했다. 주인공이 홈즈가 아니라고 해도 그냥 잘 이어질 이야기일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셜록 홈즈 이야기를 볼 수 없는 지금 상황에서 이런 작품집이 주는 가치는 무시못한다. 나같은 '셜록키언'은 물론이고 셜록 홈즈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셜록 홈즈'라는 탐정이 얼마나 멋진 존재였는지 얼마나 사랑스러운 인물이었는지를 새삼 확인하게 하기 때문이다. 

책은 출간된지가 몇년이 지나서 그런지 번역이 그리 깔끔한거 같지는 않다. 뭔가 걸리는게 있다고나 할까. 추리소설쪽에서 좋은 번역으로 이름이 높은 번역자인데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책 디자인이나 편집등도 지금이라면 좀 더 세련되지 않았을까도 싶은것이 별 특징적인 것도 없고 전체적으로 밋밋한 느낌이었다. 
 

사실 패스티슈 작품은 많다고 한다. 셜록 홈즈 뿐만 아니라 원작에 나오는 여러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한것도 있다고 한다. 과연 얼만큼 코넌 도일이 창조해낸 셜록 홈즈 이야기와 잘 화합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작품들도 많이 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 모든것이 어떻게 보면 셜혹 홈즈 이야기를 더욱 더 풍성하게 하는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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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컨스피러시 뫼비우스 서재
스코트 마리아니 지음, 이정임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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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장르소설을 좋아하긴하는데 그 중에서 특히 스릴러장르를 좋아한다. 쫓고 쫓기고 비밀이 밝혀지고 어느순간에 반전이 일어나고 그러면서 엎치락 뒤치락하는 과정이 참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보면 저런 구조이기에 이야기를 엮어내기가 쉽지 않다. 조금만 어설프게 해도 급속히 집중도가 떨어지고 하품 나오게 된다.그래서 잘 쓰여진 스릴러 소설을 찾기 어려운데 오랫만에 괜찮은, 참 재미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 책이 나왔으니 바로 이 책 '모차르트 컨스피러시'다. 

이야기의 배경은 오스트리아에서 시작된다. 한 남자가 급하게 도망간다. 그 뒤를 쫓는 괴한들...그 남자는 집에 들러서 몇가지 작업을 하고 다시 도망치지만 결국 잡혀서 다시는 빛을 못보게 된다. 그리고 그 남자의 여동생인 '리 루엘린'은 과거 사랑했던 사람이자 오빠의 친구였던 '벤 호프'에게 신변을 요청한다. 오빠의 죽음이후 자신에게도 생명의 위협이 가해진것. 벤이 리를 보호하게 되면서 사건의 실체에 조금씩 다가간다. 모차르트가 남긴 편지에서 실마리를 포착한 두 사람은 이윽고 이것이 단순한 사건이 아닌 오랜 역사적인 배경을 가진 거대한 정치적 사건임을 알게된다. 이들이 유럽 여러나라를 횡단하며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라고 할수있다. 

내용 자체는 아주 특별한것이 아니다. 여기에 나오는 단체나 사건들이 이미 다른 소설들에서도 비슷하게 보아온것이고 전체적인 전개방식도 어디서 본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이 책이 다른 소설들과 차별되는것은 바로 '흐름'이다.  

마치 재미난 뮤직비디오를 보듯 장면 전환이 빠르다. 말하자면 이야기 전개 속도가 빠르다고 해야할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이야기가 잘 펼쳐진다. 주인공인 벤이 단서를 찾아 유럽의 여러나라의 여러 도시를 가로지르는데 그 과정이 물흐르듯이 잘 흐른다고 할까. 그리고 그와 대비되는 악당의 무리들의 행동도 잘 묘사되고 있다. 선과 악의 두 축의 흐름이 적절하게 대비가 되면서 빠른 전개를 하는것이 책에 몰입도를 한층 더 높게 하는거 같았다. 

장이 짧게 짧게 이어지게 구성을 해놔서 읽기도 편했지만 그런 형식 자체가 극의 긴박감을 더욱 높이고 다음 장면을 궁금하게 하는 작용을 하는거 같다. 중간에 장을 만들지 않고 길게 가는 스타일도 물론 좋은점이 있겠지만 이 소설처럼 장을 짧게 나누는것도 책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는데 좋은 작용을 할꺼 같단 생각이 들었다. 

내용과 함께 이 책을 특징짓는 것은 역시 주인공의 모습이다. 주인공인 '벤 호프'는 전직 SAS 요원이다. 뭐 간단히 말해서 죽다 살아날 만큼의 거센 훈련을 받은 군인출신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주인공 스타일인데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잘 그려놨다. 거칠고 무뚝뚝한 남자로만 그린게 아니라 나름 약한 모습도 보이고 고난을 겪기도 하면서 좀더 현실적으로 느껴지게 그렸다. 어떤 소설에서는 말이 인간이지 완전 신같이 완벽하게 주인공을 그리는데 이 책에선 그거보다는 그래도 좀더 인간미가 난다고나 할까.  

그러나 좀더 세밀하고 자연스럽게 그렸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긴 하다. 매력적이지만 뭔가가 부족하다랄까. 아무래도 이야기 흐름이 빠르고 사건의 전개에 좀더 방점을 두다보니 인물에 대한 연구가 조금 생략된듯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등장인물의 캐릭터는 주인공만큼 인상적으로 그려지진 않은거 같다. 책을 읽고 나면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인물이 참 인상적이어서 기억에 많이 남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 같은 경우에는 그게 상대적으로 약하다. 어떻게 보면 그만큼 내용 자체가 재미있었기에 그렇게 느껴질수도 있을테지만.  

마지막 장면은 개인적으로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닌 스타일이다. 그런데 어쩌랴. 시리즈로 이어가기 위해선 어떻게 보면 꼭 있어야 하는 장치인것을. 단행본인줄 알았는데 '벤 호프 시리즈'란다. 그래서 들어간 것인거 같다. 어쩌면 그거때문에 다른 시리즈에서는 좀 더 캐릭터 구축이 발전될지도 모른단 생각도 들었다. 

아쉬운건 재미있게 잘 쓰여지긴 했지만 살짝 예상이 된다고나 할까. 중간에 예상못한 장면이 나오긴 해도 좀 약하다. 좀더 독창적이고 아~ 하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의 플롯이 다음 시리즈에서는 나올껄 기대해본다.

제목은 우리말로 '모차르트 음모'? 그정도 된다고 볼수있는데 제목처럼 모차르트가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하는 액션 스릴러다. 모차르트가 죽게 된 원인에 대해서는 수많은 가설이 있다. 각종 독살설에서부터 자연사설, 그리고 정치적 음모에 의한 타살설 등등. 최근에는 어떤 영화에서 묘사된, 당시 궁정악장이었던 '살리에르'에 의한 독살이 많이 알려져있다. 사실 영화로 많이 알려졌지만 그전부터 살리에르에 의한 독살설도 있었다. 지은이는 그런 여러가지 가설에 의문을 품고 모차르트와 관련된 이야기를 써내게 되었다고 하는데 사실 처음에는 모차르트가 어떻게 죽었는가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는줄 알았다. 그런데 광고문구에 나오는 살리에르는 내용에 큰 관계가 없다. 내용만으로도 좋은데 띠지의 문구는 좀 아리송한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이 책, 재미있다. 장이 짧게 나누어져 있다보니 꼭 맛난 피자 한조각씩 야금 야금 아껴가며 먹는듯이 아껴가며 읽었다. 최근에 나온 스릴러중에서 몰입도면에서 손꼽을만하다. 밤에 봤다간 날샐듯하니 필히 낮에 읽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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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블론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3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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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뭐랄까. 그냥 한마디로 남자의 거칠고 강인한 면이 잘 드러나는 형사물이라고 할까. 아무튼 읽고 나서 시원한 느낌이 나는 작품이 바로 이 콘크리트 블론드였다. 

지은이인 마이클 코넬리의 대표작인 해리 보슈 시리즈의 3번째 작품이 나왔다. 소설속의 주인공인 해리 보슈는 로스엔젤레스 경찰국의 강력반 형사다. 이야기는 전작의 꼬리에서 출발한다. 전작에서 희대의 살인마인 ''인형사'를 사살한 보슈는 그 행위의 적법성에 관해서 소송을 당해서 법정에 출두해야하는 처지다. 그런데 인형사의 살인 수법을 닮은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보슈는 자신이 쏜 살인범이 진짜 범인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게 된다. 그렇지만 거기에 기죽지않고 보슈는 사건의 진실에 대해서 한발짝 한발짝 나아간다. 과연 그는 살인범을 잡게 될것인가. 그리고 법정에서의 화살은 얼마나 버텨낼것인가. 

마이클 코넬리는 이 시리즈말고도 여러 작품들을 펴냈는데 작품들을 관통하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있다. 바로 주인공이 참 남자답다는것이다. 나름 의리도 있고. 거칠고 무서울꺼 같지만 나름의 섬세함과 배려심도 갖고 있는 남자다. 이런 사람이 경찰을 하고 있다니..은근 신뢰감이 생기지 않겠나. 이번 시리즈는 3번째이다. 아무래도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주요 인물의 캐릭터 구축이 더 잘될것이고 책 이야기 자체가 더 정교해지긴 하지만 벌써 3번째인데 구조가 짜임새가 있다. 

책은 크게 2가지 부분으로 진행된다. 한가지는 재판정에서의 보슈, 그리고 또 한가지는 연쇄살인범을 잡는 보슈. 어떻게보면 법정 스릴러와 경찰 수사물을 함께 섞어놓은듯한 느낌도 든다. 그런데 이 두 부분이 절묘하게 잘 엮어져있다. 전작에서 범인을 사살하는 과정에서 과연 죽일만큼 급박했느냐는 문제는 그가 과연 범인인가까지로 확대될 조짐이다. 바로 새로운 살인마의 등장때문이다.그것도 인형사와 동일한 살인 수법을 쓰는 범인. 내용은 법정과 수사 현장을 잘 교차시키면서 극적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우리와는 다른 사법 현실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어서 미국 사법 행정 체제를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미국은 소송으로 바람 잘 날이 없다고 하는데 여기서도 그걸 어느정도는 느끼게 되는데 이미 적법한 절차에 의한 사살이라고 결론이 났는데도 또 민사소송을 거는건 우리나라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밝혀지는 여러가지 사실들을 보면 보슈의 처지가 참 딱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편 보슈의 반대편 변호사로 나오는 첸들러라는 캐릭터, 참으로 매력적으로 잘 그려졌다. 아주 상대를  들었다 놨다 하면서 능수능란하게 재판을 자신쪽으로 몰고 올려고 한다. 이 점은 보슈도 인정하는 바여서 자신의 변호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다. 어떻게보면 이 책에서 보슈에 필적하는 주인공이라고 할만한데 그만큼 작가의 인물 표현력이 좋다고 할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법정에서의 이야기는 극적 긴장감이 그리 높진 않은 편이다. 진짜 범인을 가리는 형사소송이 아니라 과실 여부를 묻는 민사소송인데다가 보슈의 상대편 변호사인 첸들러의 능력이 워낙 출중해서 재판 내내 그녀에게 완패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의도를 보슈는 알아채지만 어떻게 할수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어서 결말이 어느정도 예상이 되기 때문이다. 끝부분에 가서 '아!'하는 탄식이 나올때까지는. 

제목에서도 적었지만 주인공인 해리 보슈는 참 인간적인 형사다. 어느 형사인들 그렇지 않겠냐고 하겠지만 이 시리즈에서 보이는 보슈의 인간미는 책의 몰입도를 더 좋게 한다랄까. 알꺼 다 아는 어른이면서도 수줍음 타는 어린 아이같은 면도 내포하고 있다. 악당을 향해서는 냉철하면서 강력한 인상을 풍기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그의 마음을 잘 헤아려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면도 있는 여린 사람이기도 하다. 재판 과정에서 보슈의 어린 시절 이야기도 나오는데 그렇게 굴곡진 인생을 살아서인지 몰라도 사람이 참 깊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어쩌면 사람에 대한 희망을 간직하고 있기에 그런것이 아닐까. 해리 보슈라는 이 캐릭터, 참 가깝게 느껴진다. 

이미 16번째 시리즈까지 나왔다고 한다.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책의 이야기 구조도 더 탄탄해지고 정교해질꺼고 더불어 나이들면서 더 원숙해질 보슈의 모습도 볼수있을것이다. 어서 다음 시리즈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난 형사물을 읽고 싶은 사람에게 강추하는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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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문화혁명
야마모토 요시타카 지음, 남윤호 옮김 / 동아시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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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턴이 만유인력을 발견한것은 사과가 떨어지는것을 보고 나서라고 한다. 그런데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게 그때뿐이었을까? 아마 사과나무가 생긴 이래로 쭈욱 그렇게 떨어졌을것이다. 그리고 그 떨어지는 사과를 본 사람도 한두명이 아닐것이다. 그런데 왜 뉴턴이 그것을 보고 그 위대한 법칙을 알게 되었을까. 그것은 그 법칙으로 가는 수많은 이론과 논리를 공부했기 때문이다. 

아무나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그런것을 생각해내진 않았을것이다. 결국 그런 큰 발견이나 발명은 그전에 이미 밑바탕이 된것이 있기에 그런것이다. 

이책은 17세기의 과학혁명과 18세기 산업혁명의 근간이면서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16세기의 문화적인 의미에서 대해서 주장한 책이다. 한마디로 위에 예를 든 것첨 17.18세기의 찬란한 업적이 결국 16세기에 여러가지가 쌓여서 일어난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 중요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시대에 비해서 16세기는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과학사에 나오는 유명한 인물들이 16세기에는 상대적으로 적어서 그런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결코 16세기의 업적이 결코 경시될 것은 아니다. 16세기가 없었다면 17,18세기의 그 변혁이 한참 뒤쳐졌을것이다. 

그런데도 관심은 다른 세기처럼 많이 받지 못하고 있다. 16세기 앞의 15세기 르네상스에 비해서도 특출난 인물이 없고 어떤 큰 이론이나 법칙이 두드러지게 나온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에 대해선 이유가 있다. 15세기나 17세기의 변화를 이끈것은 사회 엘리트계층이었다. 말하자면 배운 소수의 사람들이었단 뜻이다. 그들중에서는 그야말로 천재급이 많아서 여러가지 법칙이나 현상을 발견해냈는데 그거 때문에 그 시대를 이야기할 꺼리가 있는것이다. 그런데 16세기의 변혁을 이끈 사람들은 한마디로 무명의 사람들이었다. 그것도 엘리트 상층부가 아니라 일반 보통 직업을 가진 사람들. 그것도 고대부터 철학자들이 천하게 여겼던 육체노동자들에게서 일어났다. 그들은 자신이 가진 직업의 발전을 위해서 혹은 지적인 호기심등의 이유로 여러가지 법칙에 대해서 알아내게 된것이다.  

예를 들어서 18세기 근대 화학의 출발점이라는 라부아지에의 이론은 이미 16세기 이탈리아의 기술자 반노초 비링구초에 의해서 정량적인 실험이 행해졌고 거의 원리에 근접하는 측정값을 얻어서 기록을 했던것이다. 이런 바탕 위에서 18세기의 이론이 정립될수 있었지 그냥 나온것이 아니란 뜻이다. 이런 직인들의 현실적인 자료들이 16세기에 광범위하게 축적되어 갔다. 다만 이들의 신분이 엘리트가 아니었고 정론화된 이론 체계를 갖출수있는 학자가 아니었기에 다른 시대에 가려진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럼 중세를 벗어나서 17-8세기 근대를 열게한 가장 근본적인 원동력은 무엇일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론 언어의 혁명에 있다고 본다. 기존의 시대에선 라틴어를 필두로 해서 이른바 고급언어만 학문의 언어로 규정이 되었고 그 소통은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한정되었다. 일반 민중에게까지 파급이 되지 않았다는것이다. 그러나 16세기의 종교혁명을 보면 알겠지만 각 지역의 종교혁명이 일어난것은 자국어로 된 성경의 보급에 있다. 사제급이 아니면 읽을수도 없었던 라틴어로 된 성경이 아닌, 자신들의 언어와 글자로 인쇄된 성경의 보급이 결국 종교혁명으로 이끈 큰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이것은 기술쪽으로도 생각할수있다. 기존의 이론을 기술자들도 알게 되면서 자신들의 경험과 실험을 접목시킬수있게 된것이다. 결과적으로 원래 알려진 이론이 틀린걸 알게되고 이것은 곧 기존 권위의 붕괴를 뜻한다. 이른바 배운 사람들이 내새운 것이 사실이 아니란것을 알게되는데 그들에게 존경할 생각이 들겠는가. 그들은 자신들이 직접 책을 쓰게 되었고 물론 자국어로 출판하면서 점점 지식이 아래까지 전파되게 되었다. 사회 계층도 꿈틀거릴수 있는 계기가 된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한마디로 르네상스를 이끈 진정한 주인은 천하다고 여겼던 직인, 기술자였다는 것을 주장하는것은 아닐까한다. 이들의 쌓여진 내용들이 17세기 이후로 상위층에서 받아들여서 이론화함으로써 사회변혁을 이끌었으니 말이다. 한마디로 민중에 의한 문화혁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것을 우리나라와 비교해서 생각해봤다. 비록 시대는 다르지만 우리에게도 분명 이론이 아닌 실제적인것을 중시여기는 사람들이 나타났던 시대가 있다. 바로 조선 후기의 실학이다. 물론 그때도 이론과 경험을 겸비한 상류 양반 실학자들이 있었긴 하지만 조선 후기의 문화를 이끈 원동력은 이른바 중인이었다. 청나라로 가는 사신편에 같이 갔던 통역사도 중인이었는데 그를 비롯해서 무역을 위해서 갔던 상인들을 통해서 선진문물을 받아들였고 이 중인들이 그것의 전파 매개체가 되었던 것이다. 안타까운것은 그런 기운이 서양과는 달리 상류 양반층에게 폭넓게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다. 소수의 실학자들에게는 잘 접목이 되었지만 문제는 집권 세력과 대부분의 양반 계층은 시대 떨어진 주자학에만 몰두해 있었고 중인들이 밑받침된 실학의 기운은 결국 계승 발전되지 못했다.  

그에 반해 서양은 비록 천한 육체노동자라고 무시해 왔었지만 16세기에 축적된 광범위한 지식의 기록은 17세기에 상류층 이론가들에게 받아들여져서 결국 산업혁명을 위한 기본 토대로 사용된것이다. 그것이 결국 우리가 망하게 되었던 한 축이라고 생각하니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아주 어려운것도 아주 쉬운것도 아니다. 여러 전문적인 용어도 나오고 기본적으로 서양사에 대해서 조금은 알아야 이해를 하기 쉬운 내용이다. 17-18세기가 어떤 시대였는지 모르는데 16세기의 의미를 알긴 좀 어려울것이다.  

지은이인 '야마모토 요시타카'는 전작인 '과학의 탄생'을 통해서 이미 무시무시한 필력을 선보인바있다. 이 책은 그 책의 연장선상에서 쓴 책이라고 하는데 전작의 연장선이라는 말은 겸손이고 이 책 또한 전작만큼 대단한 책이다. 지은이의 이력을 보면 전혀 이런 쪽의 역사학자도 아니고 관련되는 학자도 아닌데도 이렇게 써낸거 보면 정말 엄청난 내공을 가진거 같다. 어떻게 보면 무명의 작가인셈인데 이런 능력자를 배출해내는 일본 출판계가 참 부럽기도 하다. 

책은 알려진 사실들을 각 분야별로 나열하는 형식이어서 좀 건조한 맛은 있다. 그리고 일반적인 16세기 역사를 다룬게 아니라 과학, 기술 영역에서 각 직인들이 쌓은 사실들을 밝혀내고 있어서 조금 진도가 잘 안나가는 면도 있다. 게다가 책 분량도 두껍다. 본문만 800여쪽이니. 

하지만 과학이나 기술사에 관해서 알고 싶은 사람에겐 시간이 걸리더라도 꼭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사실에 대해서 좀더 깊게 알수있게 한다랄까. 이름있는 학자가 아닌 이름없는 민중들에게서 이루어진 16세기 문화혁명. 긴 인내심과 함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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