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실프와 평행 우주의 인생들 민음사 모던 클래식 38
율리 체 지음, 이재금.이준서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참 서평 쓰기도 애매한 책을 만난지도 오랫만인거 같다. 대체 뭐라고 써야 하지? 책 자체도 쉽게 읽는게 아니지만 읽은 내용 자체가 기억이 잘 안 났기 때문이다. 뭔가 잘 쓰여진 책이라고 느끼긴 했지만 내용이 좀 복합적인 형식인탓인지 금방 마음에 와 닿은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 책, 특색있고 흥미로운 책이긴 한거 같은 생각이 든게 다시 읽어보고 싶게 하는 뭔가가 있기 때문이다. 

책 내용은 그리 비교적 단순한 편이다. 기본적으로 추리적인 기법을 적용하고 있다. '추리소설'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배경은 독일의 한 도시다. 그런데 석연치 않은 의료사고로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연달아 일어난다. 그리고 물리학자 제바스티안은 어느날 아들 리암을 캠프에 데려다주다가 납치되는 사건을 당한다. 곧이어 “다벨링은 제거되어야만 한다.”라는 의문의 전화를 받게 된다. 고민끝에 다벨링을 살해하는 제바스티안. 그러나 리암은 납치된적이 없다고 밝혀지고 제바스티안은 대혼란에 빠진다. 그런 중에 실프라는 노련한 형사가 나타나서 사건을 추리해가는것이 이야기의 축이다. 

언뜻보면 아이의 납치를 빌미삼아 살인을 조장하고 그 뒤에 큰 음모가 숨은 그런 줄거리를 연상케한다. 게다가 주인공이 물리학자니까 뭔가 큰 과학상의 비밀과 관련된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러나 이런 사건 이야기는 이 책에서 추구하는 면이 아니다. 그저 지은이가 원하는 주제에 하나의 끌어내기위한 장치로써 기능하는 것이다. 그래서 추리소설은 아닌것이다. 기본적으로 이 책에서 지은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것은 철학적이고도 물리학적인 인간의 삶에 대한 것이다. 인간의 삶은 어떠한가, 그리고 어떤 관점에서 바라봐야하는것인가에 대한 지은의 생각이 담긴 책이라고 이해하면 될꺼 같다.(나만 그렇게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이 책에 나오는 평행 우주론이나 양자 역학 이런것이 쉬운 개념은 아니다. 물리학과 동떨어져서 물리학의 용어 하나도 잘 접하지 못하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그런 용어 자체가 책에 대한 거리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사실 이 책은 물리학적인 이론이 잔뜩 나오는 책은 아니다. 간단하지만 의문의 사건이 일어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있다. 그러나 진짜로 이 책에 어렵다고 여기게 하는것은 서술형식이다. 사건에 대한 진술보다는 곁가지에 많은 내용을 서술한다. 의식의 흐름을 따라간다고나 할까. 그래서 글 내용 자체가 좀 산만한편이다. 한 주제를 이야기하다가 그 주제에 관련한 다른 이야기로 또 다른 샛길로 빠지는 형국이랄까. 

그러나 전체적으로 봤을땐 그런 서술 구조가 어떻게보면 많은 정보를 주고 있는것이다. 바로 코앞에 어떤 이야기를 던져주는것이 아니라 이쪽 저쪽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주면서 전체적인 맥락에서 바라보게 하는것이 이 책의 서술 형식인거 같다. 따로 생각하기보다는 전체적인 유기적인 관계속에서 이해해야한다는...확실히 다른 책들보다는 읽기가 수월한 건 아니다.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큰 끈기와 노력을 요구한다. 

쉽지 않은 책이지만 그렇다고 재미없어! 하고 막 던질말한 책은 아니었다. 이야기 서술이나 내용이 기존에 접했던 스타일과는 다른 신선한 감이 있다. 빠른 전개와 재미난 내용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재미없을것이다. 추리적인 내용이 나오지만 추리소설은 아니니 추리소설팬들은 접근하지 않는것이 좋겠다. 하지만 편안하진 않지만 뭔가 영양가 있는 듯한 책을 원한다면 이 책이 맞을것이다. 그냥 목에 넘기기 보다는 몇번 씹으면 맛이 나는 음식처럼 이 책도 되새김질을 하면 참 특색있고 재미난 책이 될거 같은 느낌이 든다. 오랫만에 서평쓰기가 애매할 정도로 생각을 깊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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