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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블론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3 ㅣ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참 뭐랄까. 그냥 한마디로 남자의 거칠고 강인한 면이 잘 드러나는 형사물이라고 할까. 아무튼 읽고 나서 시원한 느낌이 나는 작품이 바로 이 콘크리트 블론드였다.
지은이인 마이클 코넬리의 대표작인 해리 보슈 시리즈의 3번째 작품이 나왔다. 소설속의 주인공인 해리 보슈는 로스엔젤레스 경찰국의 강력반 형사다. 이야기는 전작의 꼬리에서 출발한다. 전작에서 희대의 살인마인 ''인형사'를 사살한 보슈는 그 행위의 적법성에 관해서 소송을 당해서 법정에 출두해야하는 처지다. 그런데 인형사의 살인 수법을 닮은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보슈는 자신이 쏜 살인범이 진짜 범인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게 된다. 그렇지만 거기에 기죽지않고 보슈는 사건의 진실에 대해서 한발짝 한발짝 나아간다. 과연 그는 살인범을 잡게 될것인가. 그리고 법정에서의 화살은 얼마나 버텨낼것인가.
마이클 코넬리는 이 시리즈말고도 여러 작품들을 펴냈는데 작품들을 관통하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있다. 바로 주인공이 참 남자답다는것이다. 나름 의리도 있고. 거칠고 무서울꺼 같지만 나름의 섬세함과 배려심도 갖고 있는 남자다. 이런 사람이 경찰을 하고 있다니..은근 신뢰감이 생기지 않겠나. 이번 시리즈는 3번째이다. 아무래도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주요 인물의 캐릭터 구축이 더 잘될것이고 책 이야기 자체가 더 정교해지긴 하지만 벌써 3번째인데 구조가 짜임새가 있다.
책은 크게 2가지 부분으로 진행된다. 한가지는 재판정에서의 보슈, 그리고 또 한가지는 연쇄살인범을 잡는 보슈. 어떻게보면 법정 스릴러와 경찰 수사물을 함께 섞어놓은듯한 느낌도 든다. 그런데 이 두 부분이 절묘하게 잘 엮어져있다. 전작에서 범인을 사살하는 과정에서 과연 죽일만큼 급박했느냐는 문제는 그가 과연 범인인가까지로 확대될 조짐이다. 바로 새로운 살인마의 등장때문이다.그것도 인형사와 동일한 살인 수법을 쓰는 범인. 내용은 법정과 수사 현장을 잘 교차시키면서 극적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우리와는 다른 사법 현실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어서 미국 사법 행정 체제를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미국은 소송으로 바람 잘 날이 없다고 하는데 여기서도 그걸 어느정도는 느끼게 되는데 이미 적법한 절차에 의한 사살이라고 결론이 났는데도 또 민사소송을 거는건 우리나라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밝혀지는 여러가지 사실들을 보면 보슈의 처지가 참 딱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편 보슈의 반대편 변호사로 나오는 첸들러라는 캐릭터, 참으로 매력적으로 잘 그려졌다. 아주 상대를 들었다 놨다 하면서 능수능란하게 재판을 자신쪽으로 몰고 올려고 한다. 이 점은 보슈도 인정하는 바여서 자신의 변호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다. 어떻게보면 이 책에서 보슈에 필적하는 주인공이라고 할만한데 그만큼 작가의 인물 표현력이 좋다고 할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법정에서의 이야기는 극적 긴장감이 그리 높진 않은 편이다. 진짜 범인을 가리는 형사소송이 아니라 과실 여부를 묻는 민사소송인데다가 보슈의 상대편 변호사인 첸들러의 능력이 워낙 출중해서 재판 내내 그녀에게 완패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의도를 보슈는 알아채지만 어떻게 할수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어서 결말이 어느정도 예상이 되기 때문이다. 끝부분에 가서 '아!'하는 탄식이 나올때까지는.
제목에서도 적었지만 주인공인 해리 보슈는 참 인간적인 형사다. 어느 형사인들 그렇지 않겠냐고 하겠지만 이 시리즈에서 보이는 보슈의 인간미는 책의 몰입도를 더 좋게 한다랄까. 알꺼 다 아는 어른이면서도 수줍음 타는 어린 아이같은 면도 내포하고 있다. 악당을 향해서는 냉철하면서 강력한 인상을 풍기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그의 마음을 잘 헤아려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면도 있는 여린 사람이기도 하다. 재판 과정에서 보슈의 어린 시절 이야기도 나오는데 그렇게 굴곡진 인생을 살아서인지 몰라도 사람이 참 깊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어쩌면 사람에 대한 희망을 간직하고 있기에 그런것이 아닐까. 해리 보슈라는 이 캐릭터, 참 가깝게 느껴진다.
이미 16번째 시리즈까지 나왔다고 한다.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책의 이야기 구조도 더 탄탄해지고 정교해질꺼고 더불어 나이들면서 더 원숙해질 보슈의 모습도 볼수있을것이다. 어서 다음 시리즈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난 형사물을 읽고 싶은 사람에게 강추하는 시리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