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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컨스피러시 ㅣ 뫼비우스 서재
스코트 마리아니 지음, 이정임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장르소설을 좋아하긴하는데 그 중에서 특히 스릴러장르를 좋아한다. 쫓고 쫓기고 비밀이 밝혀지고 어느순간에 반전이 일어나고 그러면서 엎치락 뒤치락하는 과정이 참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보면 저런 구조이기에 이야기를 엮어내기가 쉽지 않다. 조금만 어설프게 해도 급속히 집중도가 떨어지고 하품 나오게 된다.그래서 잘 쓰여진 스릴러 소설을 찾기 어려운데 오랫만에 괜찮은, 참 재미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 책이 나왔으니 바로 이 책 '모차르트 컨스피러시'다.
이야기의 배경은 오스트리아에서 시작된다. 한 남자가 급하게 도망간다. 그 뒤를 쫓는 괴한들...그 남자는 집에 들러서 몇가지 작업을 하고 다시 도망치지만 결국 잡혀서 다시는 빛을 못보게 된다. 그리고 그 남자의 여동생인 '리 루엘린'은 과거 사랑했던 사람이자 오빠의 친구였던 '벤 호프'에게 신변을 요청한다. 오빠의 죽음이후 자신에게도 생명의 위협이 가해진것. 벤이 리를 보호하게 되면서 사건의 실체에 조금씩 다가간다. 모차르트가 남긴 편지에서 실마리를 포착한 두 사람은 이윽고 이것이 단순한 사건이 아닌 오랜 역사적인 배경을 가진 거대한 정치적 사건임을 알게된다. 이들이 유럽 여러나라를 횡단하며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라고 할수있다.
내용 자체는 아주 특별한것이 아니다. 여기에 나오는 단체나 사건들이 이미 다른 소설들에서도 비슷하게 보아온것이고 전체적인 전개방식도 어디서 본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이 책이 다른 소설들과 차별되는것은 바로 '흐름'이다.
마치 재미난 뮤직비디오를 보듯 장면 전환이 빠르다. 말하자면 이야기 전개 속도가 빠르다고 해야할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이야기가 잘 펼쳐진다. 주인공인 벤이 단서를 찾아 유럽의 여러나라의 여러 도시를 가로지르는데 그 과정이 물흐르듯이 잘 흐른다고 할까. 그리고 그와 대비되는 악당의 무리들의 행동도 잘 묘사되고 있다. 선과 악의 두 축의 흐름이 적절하게 대비가 되면서 빠른 전개를 하는것이 책에 몰입도를 한층 더 높게 하는거 같았다.
장이 짧게 짧게 이어지게 구성을 해놔서 읽기도 편했지만 그런 형식 자체가 극의 긴박감을 더욱 높이고 다음 장면을 궁금하게 하는 작용을 하는거 같다. 중간에 장을 만들지 않고 길게 가는 스타일도 물론 좋은점이 있겠지만 이 소설처럼 장을 짧게 나누는것도 책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는데 좋은 작용을 할꺼 같단 생각이 들었다.
내용과 함께 이 책을 특징짓는 것은 역시 주인공의 모습이다. 주인공인 '벤 호프'는 전직 SAS 요원이다. 뭐 간단히 말해서 죽다 살아날 만큼의 거센 훈련을 받은 군인출신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주인공 스타일인데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잘 그려놨다. 거칠고 무뚝뚝한 남자로만 그린게 아니라 나름 약한 모습도 보이고 고난을 겪기도 하면서 좀더 현실적으로 느껴지게 그렸다. 어떤 소설에서는 말이 인간이지 완전 신같이 완벽하게 주인공을 그리는데 이 책에선 그거보다는 그래도 좀더 인간미가 난다고나 할까.
그러나 좀더 세밀하고 자연스럽게 그렸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긴 하다. 매력적이지만 뭔가가 부족하다랄까. 아무래도 이야기 흐름이 빠르고 사건의 전개에 좀더 방점을 두다보니 인물에 대한 연구가 조금 생략된듯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등장인물의 캐릭터는 주인공만큼 인상적으로 그려지진 않은거 같다. 책을 읽고 나면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인물이 참 인상적이어서 기억에 많이 남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 같은 경우에는 그게 상대적으로 약하다. 어떻게 보면 그만큼 내용 자체가 재미있었기에 그렇게 느껴질수도 있을테지만.
마지막 장면은 개인적으로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닌 스타일이다. 그런데 어쩌랴. 시리즈로 이어가기 위해선 어떻게 보면 꼭 있어야 하는 장치인것을. 단행본인줄 알았는데 '벤 호프 시리즈'란다. 그래서 들어간 것인거 같다. 어쩌면 그거때문에 다른 시리즈에서는 좀 더 캐릭터 구축이 발전될지도 모른단 생각도 들었다.
아쉬운건 재미있게 잘 쓰여지긴 했지만 살짝 예상이 된다고나 할까. 중간에 예상못한 장면이 나오긴 해도 좀 약하다. 좀더 독창적이고 아~ 하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의 플롯이 다음 시리즈에서는 나올껄 기대해본다.
제목은 우리말로 '모차르트 음모'? 그정도 된다고 볼수있는데 제목처럼 모차르트가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하는 액션 스릴러다. 모차르트가 죽게 된 원인에 대해서는 수많은 가설이 있다. 각종 독살설에서부터 자연사설, 그리고 정치적 음모에 의한 타살설 등등. 최근에는 어떤 영화에서 묘사된, 당시 궁정악장이었던 '살리에르'에 의한 독살이 많이 알려져있다. 사실 영화로 많이 알려졌지만 그전부터 살리에르에 의한 독살설도 있었다. 지은이는 그런 여러가지 가설에 의문을 품고 모차르트와 관련된 이야기를 써내게 되었다고 하는데 사실 처음에는 모차르트가 어떻게 죽었는가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는줄 알았다. 그런데 광고문구에 나오는 살리에르는 내용에 큰 관계가 없다. 내용만으로도 좋은데 띠지의 문구는 좀 아리송한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이 책, 재미있다. 장이 짧게 나누어져 있다보니 꼭 맛난 피자 한조각씩 야금 야금 아껴가며 먹는듯이 아껴가며 읽었다. 최근에 나온 스릴러중에서 몰입도면에서 손꼽을만하다. 밤에 봤다간 날샐듯하니 필히 낮에 읽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