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인단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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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종말의 바보',' 마왕' 에서 참 재미나고 기발하다는 느낌을 받은 이사카 코타로의 신작이어서 기대를 갖은 이 책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문학상까지 탔다고 하니 더욱더 관심이 갔는 책이었다.
읽어보니 과연 이 작가 참 능력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내용이었다. 형식면에서도 현재와 과거를 정교하게 교차하면서 그리 복잡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내용을 이어내려가는 솜씨가 여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내용은 크게 별다른것이 없었다. 어떻게 보면 장르소설이 아닌 이상 일상의 일들을 솜씨있게 버무리는것이 진짜 글 잘쓰는 작가의 능력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면에서 보면 이사카 코타로의 글솜씨를 짐작하게 할것이다.
새로이 대학에 입학하게 된 시나. 그런데 이사 온 첫날 묘한 인연들을 만나게 된다. 첫번째는 도둑고양이. 여느 고양이와는 다르게 느껴진 것도 잠시, 잘 생긴 한 남자, 가와사키와 만나게 된다. 그런데 이제 처음 본 사람한테 황당한 제안을 받게되는데 서점을 털러가자는 것이다. 서점강탈작전의 정당성을 따져보기도 전에 어느새 서점 뒷문을 지켜서고 있는 시나.
이 책은 이렇게 맹한 시나와 특이한 가와사키와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하나님을 가둘수 있다고 맹랑하게 외치는 고토미와 부탄에서온 도르지. 그들의 재미난 이야기가 이어지는가 했더니 애완동물 살해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의 범인들로 추정되는 사람들과 마주치게 된다. 그리고 거기에 끼어드는 가와사키. 그리고 팻숍의 묘한 분위기의 레이코. 무엇인가 크게 일어날듯 날듯한 분위기에서 또다른 이야기가 이어진다.

시나의 시점에서의 현재와 고토미의 시점에서의 과거의 이야기가 반복되면서 전개되는데 사실 대충 읽다보면 시점을 잃어버리게 되고 헷갈릴수도 있을것이다. 매장마다 현재와 과거가 교차되기 때문에 그 규칙만 잘 헤아리면 어렵지 않게 따라갈수 있겠지만 바로 읽지 않으면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 하는 수고를 끼쳐야 할것이다. 단순한 구조이지만 과거와 현재를 정교하게 이어지게 하는 능력이 이 책의 매력이라면 매력이었다.

후반부로 넘어가면 반전이 나온다. 뜻밖의 사람에게서 뜻밖의 진실이 밝혀지는데 대체 이것이 진짜 진실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시작할때 추리소설이란 느낌이 들지 않았지만 어느새 추리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밝혀진 것에 대한 당혹한 느낌도 들게한 것이다. 이 책이 추리소설이었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헷갈릴수도 있는 책의 구조에 어쩌면 신선한 자극제의 역할을 했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제목은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다. 대체 집오리와 들오리가 왜 나올까 하는 생각이 책을 읽어내려가면서도 계속 들었다. 추상적인 뜻인가 아니면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까. 중반쯤을 읽어가면서 아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오리가 안을 상징한다면 들오리는 밖을 상징한다고 볼수 있을것이다. 가와사키와 시나, 고토미와 도르지의 사이가 바로 집오리와 들오리를 가리키는것은 아닐까. 이 상징을 이해한다면 이 책이 주는 묘미를 좀더 기분 좋게 이해할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 쉽게 읽혀지는 듯했던 이 책은 어느정도 읽어내려가자 과거와 현재의 교차하는 그 규칙을 헤아리지 못해서 헷갈리기도 했다. 내용이 잘 연결되지 않고 내용파악이 잘 안되기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중반부 정도를 읽어내려가다 보니 지은이의 교묘한 글솜씨에 찬탄하지 않을수 없었다. 마치 독자가 헷갈릴껄 예상하고 쓴것처럼 능수능란한 느낌이 들었다. 그뒤에 이어지는 여러 저작들에서 보이는 독특함과 기발함이 바로 이 책에서 출발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노란 색깔의 책표지가 인상적인 이 책은 장정도 깔끔하고 제본도 튼튼하다. 번역도 깔끔하게 잘 만들어진 책이었다.
평범하면서도 독특한 소설. 이사카 코타로라는 작가의 진면목을 진하게 느낄수 있는 이 책, 이 여름을 나는데 틀림없이 도움을 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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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잔다르크
이시자키 히로시 지음, 김수현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여기 한 여고생 소녀가 있다. 공부도 보통, 얼굴도 보통, 몸매도 보통, 집에서나 학교에서도 특별날꺼 없는 평범한 학생.
흔히 볼수있는 그런 아이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음까지 평범하지는 않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어떤 열정이 있는데 어느날 그것을 위한 탈출을 감행한다. 과연 그녀의 결심이 성공을 할까?

중고생 소녀들의 섬세한 심리를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로 표현해낸 독특한 소설인 이 책은 전작인 <체인 메일>에서 맹활약 했던 소녀들이 그대로 다시 등장한다. '도쿄 잔다르크'라는 소녀 탐정대로 말이다.
유키,사키,마이 이 3총사는 몇가지 일들을 해결해준 뒤로 아예 친구들의 고민을 해결해주고 사례비를 받는 탐정단을 조직하게 되는데 그 이름이 '도쿄 잔다르크'이다. 성녀 잔다르크를 생각해서 지은 이름인데 단순하면서도 발랄한 여고생을 보는듯해서 웃음이 나왔다. 그네들 또래라면 고개를 끄덕일 작명일꺼기 때문이었다.

이 소녀 탐정대에 어느날 같은 학교의 신이치라는 남학생이 찾아온다. 자신의 돈을 빌려간채로 가출해버린 구미코를 찾아달라는 것이다. 같은 학교에 다니긴 했어도 이름만 들어본 친구였다. 그만큼 평범했다고나 할까.
어쨌던 그 요청을 받아들여서 구미코를 찾으러 가는 유키. 곧바로 도쿄 잔다르크를 가동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단순한 가출인줄 알았던 것이 뭔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구미코의 집 근처에 야쿠자 같은 사람들이 어슬렁거리고 구미코의 부모님은 아이가 가출한것을 쉬쉬하며 숨긴다. 거기다가 구미코를 찾는 유키를 미행까지 하게 되는데..

원인없는 결과가 없다고 가출을 감행한 구미코는 부모와의 소통이 제대로 할수없었던 아이였다. 겉의 행동이 평범하다고 해서 속까지 평범할수는 없는 법.  록에 관심있던 구미코는 평범함을 강요하던 아버지를 피해서 결국 가출이라는 수단을 행하고 만다. 단순한 가출이 아니라 그녀 자신의 꿈을 찾아서 나서게 된것이다. 참 안타까운것이 그것이 왜 가출을 통해서만이 행해질까 하는것이었다. 조금만 더 자녀에 관심을 쏟았다면, 평범함 속의 불안과 슬픔을 알았다면 가출을 하지 않고서라도 구미코가 꿈을 향해 달려갈수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성장소설이다. 10대 여고생들에게 있을법한 일들을 생생하게 묘사하면서 그녀들이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추리라는 기법을 통해서 잘 표현하고 있다. 일본의 여고생을 일상을 그린것이라서 우리와는 좀 다른 면이 있긴 했지만 부모의 무관심과 가출, 좋아하는 가수를 찾아가는 것등은 우리네 일상에서도 그리 낯선것은 아니었기에 좀더 현실감이 있었다. 일본 사회의 모습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것이기에 우리와는 다른 모습들, 학생이나 직장인의 모습등을 엿볼수 있었는것도 가외의 소득이었다.

제목은 소녀 탐정대인 '도쿄 잔다르크' 이고 주인공 또한 리더인 유키지만 어쩌면 이 책의 진정한 주인공은 가출했던 구미코일지도 모른다.
비슷하게 평범하면서 부모님과의 사이도 그리 원만하지 못하지만 집을 떠나지는 않는 유키와는 달리 자신의 꿈을 향해 과감히 가출을 한 구미코는 그 성격으로 봤을때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을 했다. 처음에는 어떤 치밀한 계획을 세운것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의 생각을 구체화시켜 나가게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가 보여준 모습은 그 마음이 한때의 치기가 아니라 굳건한 신념이었음을 보여준다.

물론 꿈을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신념을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가출을 하라는 뜻은 아닐것이다. 그것보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는 그 마음을 느끼라는 것일것이다. 상황에 맞춰서, 현실에 굴복하지 말고 굳건한 마음으로 나아가라는 메시지를 이 책은 전해주고 있다.

중고생이 주인공인 청소년 성장소설이라고 할수도 있겠지만 성인이 읽어도 흥미롭게 읽을수 있는 소설이란 생각이 들었다.
현실감있는 묘사와 속도감 있는 문체가 쉽게 잘 읽혔기 때문이었다. 본격적인 추리물로는 조금 약한 면이 있어서 그것을 기대한 사람한테는 조금 실망일지도 모르겠지만 깔끔한 '탐정 성장 소설'이라고 할만하다.

분홍색의 아담한 책이 깔끔한 책 내용과 잘 어울렸고 제본도 튼튼했다. 번역도 나쁘지 않은 편이었고 특히 지은이와 옮긴이의 글이 끝에 나란히 붙어있어서 책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꿈을 찾아 가는 길...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나이와는 상관없다는 생각을 들게 한, 봄날의 싱그런 바람을 맞는것처럼 개운한 느낌을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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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 1 밀리언셀러 클럽 64
기리노 나쓰오 지음 / 황금가지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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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다. 지나침은 모자람보다 못하다는 뜻인데, 적당한것을 지나쳐서 원래의 가치도 떨어지게 하는것을 보고 흔히 하는 말일것이다.
요즘 출판계가 그리 사정이 안 좋아서 그런지 책을 팔기위한 온갖 미사여구들이 동원되고 있다. 책의 성격에 딱 맞는 광고를 한다면 수긍하겠지만 과도한 칭찬을 늘어놓은 책광고를 보면 오히려 그 책의 가치가 의심스러운 생각이 든다.
이책도 그런의미에서 처음에 솔직히 조금 반감이 생겼다.
세계가 주목하고 무슨 무슨 문학상을 수상하고 어디서 1등을 하고..책 내용이 좋다는 소리는 없고 대단한 책인듯한 광고 문구가 요란해서 별 내용없는건 아닌가 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그런 화려한 광고글 저리가라고 할 정도로 재미있다. 광고에 나온 숱한 상들이 그저 받은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여전히 저런 광고글은 책의 진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번만은 그 광고글에 수긍할수밖에 없을정도로 잘 쓰여진 책이다.

여기 4명의 한 평범한 여자들이 있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수있는 사람들. 하지만 나름의 궁박한 처지에 몰려있는 처지들이다. 여자와 도박에 미쳐서 폭행만을 일삼는 남편밑에서 괴로운 나날을 보내는 야요이, 시어머니와 딸의 뒤치닥거리에 하루하루가 고역인 요시에, 명품사재기로 카드빚에 몰려있는 구니코, 위태위태한 가정을 억지로 견디고 있는 마사코. 마치 태풍이 오기전의 고요함처럼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래도 살아가느라 아둥바둥 애쓰는 그녀들. 절망스런 상황속에 내몰린 이 여자들에게 희망이란건 정녕 사치일까싶을 정도다.

그런데 예기치않은 어떤 일로 이들의 운명이 또다른 수레바퀴를 돌리게 되는데 남편의 말에 충동적으로 야요이가남편을 살해하면서 그들의 인생이 급격히 달라지게 되는것이다. 남편을 살해했으나 어찌할바 모르던 야요이는 마사코에게, 마사코는 요시에를 끌어들이게 되고 결국에는 구니코까지 살인을 숨기기 위한 또다른 범죄에 공모를 하게 된다.하지만 구니코의 실수로 사실이 밝혀지고 사채업자에 야쿠자 출신의 사람까지 등장하면서 사건은 걷잡을수없을만큼 커지면서 네명의 운명은 다시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넘어가버린다. 과연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것인지...

아웃이라는 영어는 여러가지 뜻이 있겠지만 끝난다는 뜻이 아닐까한다. 이들에게는 사건이 일어나기전에도 이미 아웃타이밍이었다. 어떻게 손 써볼 방법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던 그들이기에 그 사건은 어쩌면 그들에게는 기회였을지도 모른다. 지루한 일상을 탈출할 기회. 하지만 얼떨결에 일어난 일이니만큼 그들에게 목적의식이 있었을리 만무하다.
처음의 사건을 숨기고 나서 돈도 생기고 인생이 펴졌다고생각한것도 잠시, 곧 그들 사이에 작은 균열이 생기고 그것이 결국 아웃에서 탈출한줄 알았던 그녀들을 다시 아웃하게 하는 빌미로 작용하게 된다. 아웃은 결국 그들의 운명이었을까. 다시 좋게 될 가능성은 없었을까.
그들의 절망과 희망이 현실에 없는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옆에서 일어날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이기에 더욱 몰입할수있었고 그 과정과 결말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볼수 있었다.

어찌보면 그리 복잡할꺼도 없는 사건들인데 두권이나 될 정도의 분량으로 소설내내 긴장감과 몰입감을 불러일으키게 한것은 지은이의 탁월한 재능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절망적이라는 공통적인 상황 빼고는 별로 닮은것도 없는 4명의 캐릭터를 참 얄미울정도로 잘 구축하고 묘사해 내고 있어서 마치 바로 이웃집 사람들 보는것처럼 현실감이 있었다. 그리고 사건들과 그 사건에 얽혀들어가는 여러 인물 군상들의 표현이 자극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고 흥미롭게 잘 표현되어서 아!하는 감탄사를 불러일으켰다.
우울하면서도 기괴한 느낌도 들게 하고 스릴러와 추리적인 면이 아주 적절하게 잘 표현되었고 끝까지 책을 놓지 못하게 할 정도로 드라마의 힘이 대단한 작가였다.
과연 이 책이 지은이인 기리노 나쓰오의 대표작인지 충분히 느낄수 있었고 그 많은 상들, 받을만했다.

추리,스릴러 장르를 특화해서 펴내는 출판사의 책인만큼 책도 잘 만들어졌다. 제본도 튼튼하고 번역도 나쁘지 않다. 분책을 하지 말고 한권에 넣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으나 책의 분량상으로 봐서 분책한것도 이해할 만했다.

단순한 일상에서의 무섭고 잔혹한 탈출을 그린 이책, 더운 여름을 함께 나기에 충분히 멋진 소설이다.
지금 바로 책을 집어드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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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임마꿀레
임마꿀레 일리바기자 외 지음, 김태훈 옮김 / 섬돌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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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간의 본성에 대한 두가지 학설이 있다. 바로 성선설과 성악설이란것이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착하다는것이 성선설이라면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악한 존재라는것이 성악설인데 난 성선설을 믿는 편이었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차마 저지를수없는, 입에 담기도 힘든 악한 짓을 저지르는 사람을 보면 과연 인간이란 존재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선 생소한, 저 멀리 아프리카에 '르완다'라는 나라가 있다.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처럼 오랜 식민지생활을 겪고 독립한 신생국가이지만 그 식민지의 나쁜 유산으로 인해서 종족간의 분쟁으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나라이다.
그런데 그냥 분쟁이 아니라 인간이란 존재를 파리목숨보다도 더 가치없게 쉽게 죽이는 모습에서 그들에게 인간성이라는것이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더욱 충격적인것은 바로 이웃으로 친하게 마음을 나누었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악마로 변해서 아무런 거리낌없이 죽이는 사람이 되버린것이다.

이 책은 그런일을 직접 겪은 한 여인의 위대한 생존기이다. 그 끔찍했던 대학살에서 살아남아서 그때의 일들을 담담한 필체로 그리고 있다.

현명하고 자애로운 아버지,어머니와 다정하고 우애깊은 오빠 둘, 남동생과 함께 행복하게 살던 임마꿀레는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도 가고 멋진 여성이 되고자 하는 꿈많은 소녀였다.
그러나 그의 그런 꿈에 차츰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후투족과 투치족이라는 종족분쟁이 서서히 그 광기를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소수족인 투치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원하는 고등학교에 못들어간 임마꿀레는 희망을 버리지않고 열심히 한 결과 좋은 고등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고 대학도 장학금을 받으면서 가게 된다. 꿈같은 날들을 보대던 임마꿀레. 하지만 그녀도 그 미친 시절을 비켜갈수는 없었다. 종족간의 분쟁이 전쟁으로 이어지고 곧 대학살이 시작된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 잃고 그녀는 생존을 위한 극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리고 끝내 살아남아서 세상에 나오게 되는 과정을 지은이 자신의 목소리로 들려주고 있다.

교육을 많이 받았거나, 종교를 가진 자라도 해도 사람은 참 단순할수가 있다는걸 느끼게 한 책이었다. 지은이가 대학살을 피해가는 동안 만난 사람들 중에는 그와 친하게 지낸 사람들도 있지만 목사나 선생같은 무지않은 사람들도 있는데 그들은 진짜 진실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능력이 없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의심할만한 것들을, 인간이라면 가져야할 보편적인 생각들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들...내가 그런 상황에 처했을때 나도 그럴까하는 두려움을 느끼게 하기도 했다.

이 책은 끔찍한 시절을 살았던 지은이의 한풀이식 기록물이 아니다. 비록 그 시절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책 내내 관통하는것은 화해와 용서고 지은이 자신이 그것을 실현했고 실현하면서 살고 있는것이다. 과연..내 눈앞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처참하게 죽어갔고...그리고 그 원수들이 바로 눈앞에 있는데 그들을 용서하고 분노를 가라앉힐수 있을까..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그럴수도 있지 않을까할지도 모르지만 그 상황을 자신에게 대입시켜보면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이 결국 자신을 위한것임을 안 것이다.
그리고 피의 악순환은 결국 화해와 용서에 있음을 그녀는 역설하고 있다.
인간은 결국 선한 존재라는 성선설을 그녀가 믿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힘든 시절을 보내고도 그 믿음을 잃지 않은 그녀는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임마꿀레가 힘들때마다 포기하고싶을때마다 의지가 된것은 하나님의 존재다. 모든 것은 하나님이 예비하고 뜻하신거기때문에 끝까지 믿으면 결국 다 잘될수있다는 내용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것을 보고 특정 종교의 힘이다 그렇게 해석을 하지 마시길.
기독교던 천주교던 이슬람교던 아프리카 원시종교이던 그 종교가 중심이 아니라 이것은 임마꿀레 자신의 불굴의 강인한 의지와 노력덕분에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종교와 관계없이 편견없이 읽을것을 권한다.

처음에는 끔찍한 일들을 묘사한것이라서 그리 재미있을까했다. 하지만 한번 잡은 책을 쉽게 손을 놓지 못할 정도로 흡입력이 있게 잘 쓰여졌다. 살기위해 몇달을 좁은곳에서 숨이있을때 들킬락말락할때는 내가 그런 상황에 처해진듯한 긴박감도 들었다. 가족들간에 사랑하며 즐겁게 지내는 장면에서는 흐뭇하기도 했다. 그녀의 아픔에는 같이 아파했고 원수를 눈앞에 두고도 결국 용서하는 그녀의 모습에선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픽션이 아니라 실화를 소재로 쓴 책이라서 더욱더 현실감있고 재미나게 읽었던 책이었다.

르완다의 일에서처럼 극단적인것은 아니라도 해도 우리의 일상에서도 편견과 질시가 존재하는것은 사실이다. 나 자신조차 진실을 알려는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누구나 절망할 상황에서도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삶을 개척해가는 그녀의 모습에서 나도 할수있겠지라는 용기를 얻기도 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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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네스터를 죽이고 싶어한다
카르멘 포사다스 지음, 권도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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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장르소설이 각광받고 있다. 이른바 본격소설이라는것에 대비되는 이름일진데 그동안 조금 무시되어왔던것도 사실이다.하지만 탁월한 이야기 구조와 게임이나 영화,애니등 '원소스멀티유즈'로서의 확장가능성이 높은 장르소설의 부상은 시대적인 필연이기도 할것이다.

그 장르소설중에서 그래도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읽었던것은 추리소설쪽이다. 문학성과는 별개로 호기심이라는 인간 본성을 건드리는 분야기 때문이다.추리소설이 많이 발달된 미국,영국, 일본쪽의 소설들이 많이 소개되었는데 이번에 새로 나온 책은 유럽의 스페인의 책이다. 영미쪽의 읽기 말랑말랑한 느낌이나 일본쪽의 좀 특이한 느낌과는 또다른 느낌이 있을까했는데 한작가의 한작품으로 일반화시킬수는 없다고 해도 과연 읽히는 맛이 좀 남다른 책이었다.

내용은 제목에서 은근 유추할수있듯이 네스터란 사람의 죽음과 관련된 미스터리라고 할수있다.책은 곧바로 주인공인 네스터의 죽음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그의 죽음이 알려지면서 어떻게 죽음에 이르게 되는지 역추적하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네스터는 요리사이다. 아주 수준급의 요리사인데 그런 이력때문에 여러 고객들의 알리고 싶지 않아하는 여러 비밀들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알게된다. 직업적인 사명감이 투철한 네스터는 그 비밀들을 누설한 마음은 전혀 없지만 누가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다를것이다.바로 이 오해아닌 오해가 네스터의 죽음의 동기가 된다.

네스터가 자신의 비밀을 알고 누설하리라는 생각으로 안절부절 못하는 주변 인물들의 모습은 어찌보면 우리의 모습 같기도 했다.나 자신 남에게 알려지고싶지 않은 부끄러움이 있는데 네스터같은 사람이 있다면 똑 같은 생각을 했을꺼란 생각도 들었다.

처음에는 네스터가 죽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면 그 뒤로는 네스터를 죽이고 싶은, 혹은 죽었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그리고 있는데 네스터와 얽히는 과정이 참 절묘하면서도 재미있었다. 그 주변인물들의 심리가 자세하게 잘 표현되고 있고 그들의 내면의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게도 했다.

하지만 네스터의 죽음이 왜 어떻게 이루어지나하는것은 좀 싱거웠다. 그의 죽음이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좀더 생각해봐야하겠으나 기존의 좀더 정교하고 세밀한 추리소설에서 보여지는 죽음이나 살인보다는 좀 밋밋한 느낌이 들게했다. 그래서 이 책은 본격 추리소설보다는 심리소설이라고 생각해도 좋을듯한 느낌이 들었다. 추리적인 면은 그리 많이 인상적이지 않고 각 인물의 심리묘사나 행동등의 모습이 더 잘 표현되었기 때문이었다.

특이한것은 처음 네스터의 죽음을 묘사한 상황자체가 또다른 소설처럼 느껴지게 한 결말부분이다. 살짝 액자소설의 느낌이 들게 했는데 잘 짜여진 플롯이란 생각이들었다.

책은 아담한 싸이즈로 잘 만들어졌다. 제본도 튼튼한편이고 번역도 나쁘지 않다.겉면의 책 디자인도 책의 내용과 잘 어울렸다.

그러나 좀처럼 잘 보지 못하는 스페인 작가의 좀 색다른 책이긴 했으나 띠지의 광고문구는 오바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력에는 별로 미치지도 않고 셰익스피어와는 급이 다르다. 좀더 책의 성격에 걸맞는 홍보 문구가 아쉽다. 띠지도 엄연히 책의 일부니 만큼 좀더 어울리게 잘 만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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