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미국, 여전히 세계의 주인인가? 라루스 지식in 이슈 1
자크 포르트 지음, 변광배 옮김 / 현실문화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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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구라는 별에서 인간이 이룩한 역사는 별의 역사에 비해서 아주 짧다. 길어봐야 만년정도일까? 그것도 역사시대라고 할 시기는 2천여년에 불과할 따름이다.이 2천년의 역사속에서 로마나 몽골제국같은 대제국이 있었다.몽골은 역사상 최대의 땅을 지배했던 국가고 로마는 서양사상에 큰 영향을 끼친 제국이었다.
그런데 땅따먹기 하던 그런 시절이 지난 지금같은 민주주의 시대에도 제국이라고 불리는 국가가 있다.
바로 미국이다.

비록 옛날의 제국같이 황제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국가는 아니지만 영향력의 판도면에선 전세계적이라는 면에서 제국에 비견될만할것이다.
우리만 봐도 미국에 무슨일이 일어나거나 미국의 어떤 정책이 행해지면 바로 영향을 받게 되는것을 보면 미국의 영향력에 대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책은 이런 미국에 대해서 어떻게 세계앞에 나서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영향력을 펼치게 되었는지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여주고 있다.
책 제목의 질문에 바로 대답을 하자면 '그렇다'이다.비록 그 지위의 권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지은이는 미국이 이미 1차 세계대전에서 그 잠재력을 보였다고 보고 있다. 그때 이미 초강대국의 능력을 보여줬던것이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세계속으로 나온것은 2차 세계대전을 통해서다. 1차 대전때는 자국이 공격받지 않았었지만 2차 대전은 비록 진주만만일지라도 본토가 공격당하면서 바로 호랑이의 발톱을 세우기 시작했다.
결국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끌고 초토화된 유럽과 일본을 재건하는데 원조를 하면서 그 지위는 확고해진다.
유일하게 미국에 대항하던 소련이 무너지고 나서는 그야말로 초강대국이 아니라 유일한 극초대강국이 된 미국.

그럼 어떻게 미국이 이렇게 유일 강대국이 된것일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경제력과 문화력때문일것이다. 일단 외국과의 무역에 크게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미국내의 왕성한 소비력을 들수있다. 넓은땅과 많은 인구도 거기에 플러스 요인이 되었을것이다. 거기에 할리우드영화와 맥도널드햄버거로 대표되는 여러 문화적인 힘이 전세계가 미국을 극초대강국으로 뽑게 되는 가장 큰 요인이 아닐까싶다.

사실 미국이 911테러를 당하고 베트남이나 아프가니스탄에서 패배를 했지만 직접 공격을 당해서 마음먹고 전쟁을 한다면 이길수 있는 국가는 지구상에 없다. 이미 군사력이라는 힘에서 당할수가 없는것이다. 물론 그 군사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다른 국가들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긴 하지만.

이런 미국도 최근에는 그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고 지은이는 보고 있다. 막강한 인구와 급격한 경제발전으로 미국을 위협하는 중국, 그리고 거대한 합중국으로 거듭나는 유럽의 존재때문이다. 실제로 옛날 제국시절처럼 힘이 있다고 마음대로 할수있는 시대도 아니긴 하다. 여러 국가들이 발전을 하면서 미국의 말발이 안 먹히는것도 있다.게다가 최근엔 미국 경제가 옛날의 활기를 잃어서 수세적인 입장인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은 미국이다. 100년 남짓한 세월동안 축적된 그 저력이 어디가겠는가. 다만 앞으로는 중국이나 유럽 혹은 소련의 유산을 간직한 러시아나 브라질, 인도 같은 나라들의 거센 도전에 그 지위를 유지하는것이 갈수록 어려워질것이다.

책은 그리 어렵지 않게 잘 쓰여졌다. 그림이나 통계같은 자료등이 많아서 이해를 돕고 있고 문체 자체도 어느정도는 비판적이면서 비교적 담담하게 잘 서술하고 있는것 같다.

미국이 재채기라도 하면 바다건너 한국은 심한 몸살감기에 걸린다고 할 정도로 미국과 우리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작년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문제같이 앞으로 더욱더 우리 일상에서 그런 문제들이 부딪힐것이다. 이런 입장에서 미국이란 나라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가늠할 책으로 편하게 읽을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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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밑에 사는 여자
마쿠스 오르츠 지음, 김요한 옮김 / 살림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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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묘한 소설. 처음에는 읽기가 그리 쉽지 않은 책이었다. 주인공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1인칭 시점인데다가 주제가 그리 녹록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재미로 읽는다면 얇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그리 잘 읽혀지지 않을듯한 책이었다.

하지만 차분히, 천천히 읽어내려가자 어쩌면 우리 마음속에 있는 욕망을 표현하고 있다고도 생각이 들었다. 바로 남을 엿보고자 하는 욕망인 '엿보기'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심하면 '관음증'이라고도 하는 엿보기. 누구나 그런 욕망은 갖고 있을것이다. 그건 인간 본연의 심성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갖고 있고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대한 호기심. 봐서는 안된다는 묵계에 은근히 보고싶어하는 그 욕망들.
이 책은 그런 엿보기 욕망을 통해서 세상과 소통하려는 한 여인의 이야기다.

이야기는 청소에 대한 어떤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 한 호텔 메이드인 '린'에 의해서 이어진다. 정신과 치료를 받았던 린은 일주일의 대부분을 청소에 바친다. 너무나 열심히 청소를 한 나머지 손님들로부터 그녀가 청소한 방은 바닥에서 음식을 먹을수있을 정도란 찬사까지 받을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그녀가 그렇게 청소에 몰두한 것은 왜일까. 깨끗하지 않으면 안되는 청소결벽증에 걸린걸까. 아니면 외로움을 청소라는 행위를 통해서 위무하고 있는것인가. 책에서는 어떤 이유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는지에 대해선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외로워서 청소를 선택했던, 청소를 하다보니 외로워졌던 그 둘은 밀접한 상호작용을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던 그녀가 본격적인 엿보기, 아니 '훔쳐보기'를 하게 된건 어느 화요일이었다.
청소후 바로 퇴근하지 않았던 그녀는 손님이 들어오는 소리에 놀라서 침대 밑에 숨게 된다.
방에 들어온 한 남자, 그리고 얼마뒤 들어온 여자. 그 두사람의 말과 행위를 그녀는 침대 밑에서 모든것을 듣고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후 그녀의 일상에서 중요한것이 추가된다. 매주 화요일에 숨어서 지켜보는 '훔쳐보기'.
린은 거기서 더 나아가 화요일밤에 오는 여자의 연락처를 알아내 그녀를 만나서 사랑하게 된다. 린은 그녀를 만나는게 좋았을가. 단순히 육체의 부딪힘이래도 좋은것이었을까.
그렇게 외로움이 있다면 왜 좀더 더 밖으로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들었다.

분량은 그리 길지 않은 책이다. 처음에 읽다보면 쉼표를 자주 사용하는 등의 독특한 문체에 고개가 갸웃거리기도 한다. 분명, 쉽지 않은 책이다. 하지만 고전같이 어려운 소설도 아니다. 한번 읽어보다 보면 어쩌면 내 자신의 외로움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밖을 향한 소통의 의지가 나랑 비교했을때 과연 못하다고 할수 있을런지. 난 침대로 숨고 있는건 아닌지 말이다.

후다닥 읽었는데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린의 마음에 좀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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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럼 아일랜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5-1 존 코리 시리즈 1
넬슨 드밀 지음, 서계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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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말자 헉 하는 소리가 났다. 책이 무슨 둔기같이 느껴질 정도로 묵직했기 때문이다.
한때는 책 분량이 많으면 분권해서 출간했었는데 요즘은 가능하면 단권으로 해서 내는것이 대세인거같다. 분권으로 했으면 그리 느껴지지 않을 부피감이 단권으로 하니깐 확 느껴지는 것이다.

이 책, 플럼 아일랜드는 그 책 두께만큼이나 참 다채로운 소설이다.
추리- 스릴러물에 다채롭다니? 그것은 그 내용이 뭔가를 규정짓기에는 애매한 뭔가가 있다는 뜻이다. 전개방향이 여러방향이라서 어 하는 사이에 다른쪽으로 전환하고 끝내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론 추리소설이지만 서스펜스도 있고 역사적인 내용도 나오고 하드보일드한 면도 있고 로맨스까지 있으며 이런 장르에서는 잘 안 보이는 좀 유치한 유머까지 나오니 다채롭다고 할수밖에.

제목인 플럼 아일랜드는 어느 섬을 가리키는 단어다. 이 플럼 아일랜드에서 중요한 일이 벌어진것이다. 이 섬에는 병원균을 연구하는 연구소가 있는데 이 연구소는 평소에도 생물학전과 관련된 무기를 만드는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아왔다. 그런차에 여기에서 근무하는 한 부부과학자가 자기집에서 살해된 채로 발견이 된것이다. 주인공인 존 코리는 마침 이 부부와도 아는사이이면서 근처에서 요양하고 있었다. 뉴욕경찰인 존은 관할이 아니지만 지역경찰의 요청으로 수사에 도움을 주기로 한다. 일이 벌어진곳이 특별한 곳인만큼 혹시 무시무시한 세균과 관련된 범죄가 아닌가에 대해서 촛점이 맞춰진다. 하지만 FBI나 CIA의 노골적인 은폐속에서 실마리를 잡기는 쉽지 않고, 부부과학자의 주변을 탐문하면서 뭔가 다른쪽으로 사건 방향이 나아감을 느끼게 된다. 진실은 다른쪽에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보면 화학무기와 관련되거나 마약과 관련된 이야기는 이미 많이 다루어진 주제가 아닌가 한다. 그런 내용은 뒤에 나올 이야기에 대해서 반전의 기회를 주기위해서 설정한 장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에는 익숙하게 그리고 나중에는 전혀 뜻밖의 사실을 알게하기 위한 장치.

둔기 내지는 베개로도 쓸수있는 두꺼운 두께의 내용이라서 언제 다 읽나했지만 실제로는 술술 잘 읽힌다. 내용이 아주 복잡하고 이해력을 요하는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세하면서도 빠르게 전개되기 때문에 어느정도 속도감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사건의 전모을 알게되기까지 너무 자세하게 이야기가 나아가서 중간쯤부터는 지루한 느낌이 들수도 있을꺼 같다. 서술 구조가 좀 방대한 느낌도 들고. 한번에 다 읽는다면 모르겠는데 중간에 그치고 또 읽기에는 좀 지칠꺼 같은 느낌도 든다.

하지만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주인공인 존 코리이다. 참 독특한 캐릭터다.
아주 마초스러운거 같으면서도 상대에 대한 배려나 예의도 있고 형사라는 직업에 투철한 모습도 보인다. 설렁설렁한거 같은데도 의외로 꼼꼼하고 세밀하게 조사할껀 다하는 모습이 참 입체적으로 잘 그려진거 같다.
무엇보다 쉴새없이 그려지는 그의 유머다.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그런 형국의 유머가 계속 나와서 웃음을 띄게 한다. 그래서 그런가 거기 나온 주요한 여자 등장인물과 로맨스도 꽃피운다.
재미난 사람이지만 개인적으로 한대 때리고 싶은 느낌도 드는 사람었다. 허구헌날 여자 몸이나 생각하고 어떻게 해볼려는 생각으로 가득차있는 묘사가 나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캐릭터 구축을 잘했다고 할수 있을것이다. 소설속의 사람이 진짜 현실에 있는 사람처럼 현실감 있게 잘 그려졌기 때문이다.

재미난 캐릭터인 존 코리가 활약하는 묘한 추리소설. 기존에 봐왔던 소설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수 있는 소설이었다. 책 두께에 전혀 좌절할 필요가 없는 소설. 편안히 읽어가면 어느새 소설속에 빠져있는 자신을 느끼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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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워크 - 원죄의 심장,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3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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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지 않고 지은이의 이름만 들어도 내용이 기대되는 작가가 있다.
바로 이 책의 지은이인 마이클 코넬리도 그런 작가 중에 하나이다. 일단 최소한 재미는 보장
된다고 볼수 있다는 뜻인데 이 작가는 재미도 재미지만 문학성도 겸비한 제대로된 책을 내는 작가이다.

이미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동명의 영화가 있는데 이 책은 그 영화의 원작소설이다. 그 영화를 봤던 사람들은 어쩌면 이 책을 더 재미나게 읽을수도 있겠다. 영화에서 생략된 내용이 좀더 자세히 나와서 상상력을 더 발휘할수 있게 하니깐.

주인공은 전직 FBI 프로파일러 요원이었던 테리 멕켈럽. 어쩌면 직업병으로 인해서 심장병을 얻었던 그는 심장이식후에 조용히 요양하고 살고 있다. 그런 그에게 어떤 여인이 찾아온다. 그러고선 자신의 여동생을 죽인 범인을 찾아달라고 한다. 이미 은퇴했던 그이기에 거절할려고 했지만 거절하지 못할 이유를 듣게 된다. 바로 그 죽은 사람의 심장을 이식받았다는.
그의 말마따나 '악의 수혜자'가 된것이다.

사건은 간단하게 보였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금품을 노린 단순한 강도. 그에게 심장을 주었던 그녀는 그 강도가 일을 벌이는 장소에 재수없게 있다가 죽음을 맞게 된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강도가 다른 곳에서 비슷한 범죄를 저지른것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단순 사건이 아닌걸로 발전하게 된다. 담당 경찰도 전혀 실마리를 잡을수 없는 상황에서 테리는 한가지씩 한가지씩 느리지만 확고하게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게 된다.
결국 복잡하고도 거대한 범죄의 뒷자락을 잡게 되지만 그 자신이 사건의 한가운데로 휘말리게 된다. 과연 그는 범인을 잡고 자신의 목숨을 보존하게 될까...

어떻게 보면 그리 복잡하지 않은 흔한 범죄다. 그런데 책은 거의 600여쪽에 이른다.
미주알고주알 쓸데없는 말이 많아서 그런가? 아니다. 마치 눈에 보이듯이 치밀하고 설득력있게 서술하기에 내용도 그렇게 많아 지게 되는것이다. 그렇다고 지루한것도 아니다.
글전개가 좀 느리다고 느껴지긴 해도 진실에 하나씩 하나씩 접근해가는 것이 참 논리적이기에 그속에서 느끼는 스릴러감은 대단하다. 그래서 책 두께가 보통이 아니지만 어느새 책에 빠지게 됐다. 별것 아닌걸로 재미있게 하는건 이 작가의 탁월한 글솜씨일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참 치밀하다는 느낌이 든다. 마치 실제 사건을 쫓아가듯이 하나하나 세밀하게 묘사한다. 지역경찰과 FBI의 영역 다툼이라던지 장기이식과 관련된 이야기라던지 경찰들의 심리 묘사 등등이 아 그래서 그렇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잘 묘사되고 있다. 이 작가의 특징이 이렇게 섬세하면서도 자세한 묘사에 있어서 그 장점이 잘 발휘되고 있다. 여러 등장 인물들의 캐릭터 구축도 제대로 잘 된거 같다.
다만 주인공의 말투가 좀 부드럽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평소에 접했던 경찰의 이미지와는 달라서 번역에서 그렇게 된건지 실제의 캐릭터가 그런지 아리송했다. 영화를 봤던 사람들은 묘한 느낌을 받았을수도 있겠다.

아무튼 '마이클 코넬리'라는 작가 이름. 이른바 닥본사(닥치고 본방사수) 해야할만큼 재미와 깊이가 보장된 작가임을 여실하게 증명하는 책이었다. 이 책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다음작인 '시인'도 랜덤에서 나와있으니 꼭 읽기 바란다. 역시 후회하지 않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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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북
F. E. 히긴스 지음, 김정민 옮김, 이관용 그림 / 살림Friends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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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언뜻보면 평범하다. 하지만 계속 읽어내려가다보면 어딘가 묘한 느낌이 들게 한다. 책을 덮고 나서 조금 더 생각해보면 은근히 오싹한 느낌도 든다.
책을 읽고 나서의 느낌의 변화이다.

이 책 블랙북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본성중의 하나인 '욕심'에 관한 이야기이다.
과도한 욕심을 가질때, 정당하지 못한 욕심을 가질때 그 사람의 마음은 결국 어떻게 될까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준다.

배경은 19세기 영국의 어떤 도시. 형편없는 부모로부터 도망친 '러들로'는 어떤 시골에 이르게 되고 거기에서 자신의 운명을 바꾸게 되는 한 인물을 만나게 된다. 바로 신비스러우면서도 수수께끼같은 인물인 '조 자비두'. 그는 그 마을에서 전당포를 열게 되는데 러들로는 그의 조수로써 새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그런데 그 전당포가 여느 전당포와 다르다.
가치있는 물건을 받는게 아니라 말 그대로 '아무 물건'이나 받는것이다. 그 마을은 가난한 마을이라서 애시당초 가치있는것이 거의 없었지만 조는 가져오는 어떤 물건이라도 받는 것이다.
그런데 더 의문스러운것은 이 전당포가 모으는 진짜 보물은 바로 '비밀'이란 것이다.
제목에서도 나오는 블랙북에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으는 것. 그런데 그 이야기들이 다른 사람에게 차마 말할수없는 비밀들...조는 그런 비밀들을 듣고 댓가를 지불하게 된다.
하지만 단순히 비밀을 발설하고 그 마음을 위로하는걸로 끝낸다면 이야기는 재미없게 될것이다.

문제는 이 마을 사람들이 마을을 지배하는 제레미아 래체트에게 대부분 빚을 지고 있고 그때문에 조의 등장을 구세주처럼 느끼게 된다는 것이었다. 자신들의 보잘것없는 물건들과 남모를 비밀들에게 큰 돈을 주니 더욱더. 그러나 이들은 곧 자신들이 가질수 있는것보다 더 많은것을 가질려고 한다. 과도한 욕심을 갖게 된것이다. 그것에 대한 댓가는 과연 무엇일까..

누구나 비밀이 있다. 남에게 들키고 싶지 않는 어두운 비밀. 큰것이던 작은것이던 수치스럽고 후회되며 남에게 알려질까봐 은근 신경쓰이는 것들. 그런데 희안하게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들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이런것을 해소시켜주기 위해서 상담사란 직업이 있는것일지도 모르겠다. 무언가 맺힌것을 풀지 않으면 그것이 병이 되는것이니 말이다.

인간이 가진 어두운 비밀과 함께 이 책에서는 어두운 욕망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조에게 도움을 받았던 마을 사람들이 순식간에 그 도움에 대한 고마움을 저버리고 저마다의 욕심을 드러낸다. 어쩌면 이런 마음은 보통 사람들이 가진 마음인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는 그런 상황일때 과연 어떤 행동을 해야할까를 미리 생각하게 하는것인지 모른다.

책 내용은 평범한듯하지만 가면 갈수록 독특하고 기묘하다. 세상의 모든 비밀을 담는다는 블랙북의 존재를 생각하면 은근히 오싹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비밀이 권력으로 작용하는것이 아니라 그냥 담아두기만 한다는 것에 안도가 되기도 한다.

청소년 소설이라고 하기엔 내용이 참 파격적이고 판타지라고 하기엔 뭔가 강력한 인상이 있는건 아니다. 오히려 호러소설로서의 느낌이 강하달까. 묘한 느낌이 은근하게 오래가는 이야기였다.

독특한 책 내용에 어울리는 것이 책에 나오는 삽화다. 원래 원작에도 특이하면서 인상적인 그림이 있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번역해서 나온 이 책의 그림도 원작 못지않게 책 내용에 잘 들어맞는 그림이었다.

책의 내용은 러들러가 블랙북의 또다른 저자가 되는 것으로 끝맺음한다. 이제 러들러의 활약을 기대해야하나. 파랗고 큰 눈을 가진 그의 모습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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