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북
F. E. 히긴스 지음, 김정민 옮김, 이관용 그림 / 살림Friends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언뜻보면 평범하다. 하지만 계속 읽어내려가다보면 어딘가 묘한 느낌이 들게 한다. 책을 덮고 나서 조금 더 생각해보면 은근히 오싹한 느낌도 든다.
책을 읽고 나서의 느낌의 변화이다.

이 책 블랙북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본성중의 하나인 '욕심'에 관한 이야기이다.
과도한 욕심을 가질때, 정당하지 못한 욕심을 가질때 그 사람의 마음은 결국 어떻게 될까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준다.

배경은 19세기 영국의 어떤 도시. 형편없는 부모로부터 도망친 '러들로'는 어떤 시골에 이르게 되고 거기에서 자신의 운명을 바꾸게 되는 한 인물을 만나게 된다. 바로 신비스러우면서도 수수께끼같은 인물인 '조 자비두'. 그는 그 마을에서 전당포를 열게 되는데 러들로는 그의 조수로써 새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그런데 그 전당포가 여느 전당포와 다르다.
가치있는 물건을 받는게 아니라 말 그대로 '아무 물건'이나 받는것이다. 그 마을은 가난한 마을이라서 애시당초 가치있는것이 거의 없었지만 조는 가져오는 어떤 물건이라도 받는 것이다.
그런데 더 의문스러운것은 이 전당포가 모으는 진짜 보물은 바로 '비밀'이란 것이다.
제목에서도 나오는 블랙북에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으는 것. 그런데 그 이야기들이 다른 사람에게 차마 말할수없는 비밀들...조는 그런 비밀들을 듣고 댓가를 지불하게 된다.
하지만 단순히 비밀을 발설하고 그 마음을 위로하는걸로 끝낸다면 이야기는 재미없게 될것이다.

문제는 이 마을 사람들이 마을을 지배하는 제레미아 래체트에게 대부분 빚을 지고 있고 그때문에 조의 등장을 구세주처럼 느끼게 된다는 것이었다. 자신들의 보잘것없는 물건들과 남모를 비밀들에게 큰 돈을 주니 더욱더. 그러나 이들은 곧 자신들이 가질수 있는것보다 더 많은것을 가질려고 한다. 과도한 욕심을 갖게 된것이다. 그것에 대한 댓가는 과연 무엇일까..

누구나 비밀이 있다. 남에게 들키고 싶지 않는 어두운 비밀. 큰것이던 작은것이던 수치스럽고 후회되며 남에게 알려질까봐 은근 신경쓰이는 것들. 그런데 희안하게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들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이런것을 해소시켜주기 위해서 상담사란 직업이 있는것일지도 모르겠다. 무언가 맺힌것을 풀지 않으면 그것이 병이 되는것이니 말이다.

인간이 가진 어두운 비밀과 함께 이 책에서는 어두운 욕망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조에게 도움을 받았던 마을 사람들이 순식간에 그 도움에 대한 고마움을 저버리고 저마다의 욕심을 드러낸다. 어쩌면 이런 마음은 보통 사람들이 가진 마음인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는 그런 상황일때 과연 어떤 행동을 해야할까를 미리 생각하게 하는것인지 모른다.

책 내용은 평범한듯하지만 가면 갈수록 독특하고 기묘하다. 세상의 모든 비밀을 담는다는 블랙북의 존재를 생각하면 은근히 오싹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비밀이 권력으로 작용하는것이 아니라 그냥 담아두기만 한다는 것에 안도가 되기도 한다.

청소년 소설이라고 하기엔 내용이 참 파격적이고 판타지라고 하기엔 뭔가 강력한 인상이 있는건 아니다. 오히려 호러소설로서의 느낌이 강하달까. 묘한 느낌이 은근하게 오래가는 이야기였다.

독특한 책 내용에 어울리는 것이 책에 나오는 삽화다. 원래 원작에도 특이하면서 인상적인 그림이 있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번역해서 나온 이 책의 그림도 원작 못지않게 책 내용에 잘 들어맞는 그림이었다.

책의 내용은 러들러가 블랙북의 또다른 저자가 되는 것으로 끝맺음한다. 이제 러들러의 활약을 기대해야하나. 파랗고 큰 눈을 가진 그의 모습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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