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밑에 사는 여자
마쿠스 오르츠 지음, 김요한 옮김 / 살림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묘한 소설. 처음에는 읽기가 그리 쉽지 않은 책이었다. 주인공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1인칭 시점인데다가 주제가 그리 녹록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재미로 읽는다면 얇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그리 잘 읽혀지지 않을듯한 책이었다.

하지만 차분히, 천천히 읽어내려가자 어쩌면 우리 마음속에 있는 욕망을 표현하고 있다고도 생각이 들었다. 바로 남을 엿보고자 하는 욕망인 '엿보기'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심하면 '관음증'이라고도 하는 엿보기. 누구나 그런 욕망은 갖고 있을것이다. 그건 인간 본연의 심성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갖고 있고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대한 호기심. 봐서는 안된다는 묵계에 은근히 보고싶어하는 그 욕망들.
이 책은 그런 엿보기 욕망을 통해서 세상과 소통하려는 한 여인의 이야기다.

이야기는 청소에 대한 어떤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 한 호텔 메이드인 '린'에 의해서 이어진다. 정신과 치료를 받았던 린은 일주일의 대부분을 청소에 바친다. 너무나 열심히 청소를 한 나머지 손님들로부터 그녀가 청소한 방은 바닥에서 음식을 먹을수있을 정도란 찬사까지 받을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그녀가 그렇게 청소에 몰두한 것은 왜일까. 깨끗하지 않으면 안되는 청소결벽증에 걸린걸까. 아니면 외로움을 청소라는 행위를 통해서 위무하고 있는것인가. 책에서는 어떤 이유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는지에 대해선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외로워서 청소를 선택했던, 청소를 하다보니 외로워졌던 그 둘은 밀접한 상호작용을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던 그녀가 본격적인 엿보기, 아니 '훔쳐보기'를 하게 된건 어느 화요일이었다.
청소후 바로 퇴근하지 않았던 그녀는 손님이 들어오는 소리에 놀라서 침대 밑에 숨게 된다.
방에 들어온 한 남자, 그리고 얼마뒤 들어온 여자. 그 두사람의 말과 행위를 그녀는 침대 밑에서 모든것을 듣고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후 그녀의 일상에서 중요한것이 추가된다. 매주 화요일에 숨어서 지켜보는 '훔쳐보기'.
린은 거기서 더 나아가 화요일밤에 오는 여자의 연락처를 알아내 그녀를 만나서 사랑하게 된다. 린은 그녀를 만나는게 좋았을가. 단순히 육체의 부딪힘이래도 좋은것이었을까.
그렇게 외로움이 있다면 왜 좀더 더 밖으로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들었다.

분량은 그리 길지 않은 책이다. 처음에 읽다보면 쉼표를 자주 사용하는 등의 독특한 문체에 고개가 갸웃거리기도 한다. 분명, 쉽지 않은 책이다. 하지만 고전같이 어려운 소설도 아니다. 한번 읽어보다 보면 어쩌면 내 자신의 외로움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밖을 향한 소통의 의지가 나랑 비교했을때 과연 못하다고 할수 있을런지. 난 침대로 숨고 있는건 아닌지 말이다.

후다닥 읽었는데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린의 마음에 좀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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