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이동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7-2 미치 랩 시리즈 1
빈스 플린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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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여쪽. 요즘 분권을 하지 않고 한권에 두껍게 내는게 대세라곤 하지만 이 책, 목침으로 사용해도 될만큼 분량이 많다. 이런 분량이면 한번에 쉽게 읽기가 어려울꺼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아침에 동틀때 집앞을 지나가는 첫 버스 소리에 마지막 장을 덮고 말았다. 두말하면 뭐하겠나. 그만큼 재미있었다는 뜻이다.

원래 스릴러장르를 좋아한다. 그런데 이 스릴러란것이 정치가 들어가야 좀 재미있어진다. 뭔가 음모가 들어가고 그걸 파헤치고 진실이 드러나고 그런게 재미있으니깐. 거기에다가 적절한 액션이 추가된다면 뭐 금상첨화일꺼고. 하지만 스릴러라는것이 정말 그럴싸하게 이야기가 구현되지 않으면 바로 책을 덮게 되는것이 또 이 장르이다.한마디로 잘쓰지 않으면 외면 받기 쉬운 건데 그점에서 이 책 '권력의 이동'은 흔히 말하는 대박의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고 볼만한 작품이다. 세계 정치의 중심인 미국, 그것도 가장 복잡하면서 중요한 곳인 백악관을 배경으로 하고 정치의 중심인 대통령과 관련된 테러와 음모란 소재를 참으로 잘 버무려놓은 책이였다.

사실 이 책이 쓰여진것은 딱 10년전인 2000년도다. 그래서 그 뒤에 일어났던 세계사적인 사건들을 많이 아는 우리로써는 이 책의 내용이 익숙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아마 유사한 배경과 사건을 다루었던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봐서일지도 모르겠고. 그런데 이 책이 그 뒤에 나왔던 드라마나 영화에 큰 모티브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어찌보면 선구자적인 면도 있으니 그것을 감안하고 본다면 더 의미가 있다고 볼만한 작품이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이슬람 테러단이 백악관을 점령한다. 세계정부라고 일컫는 미국의 그 심장부를! 많은 사람들이 인질로 잡히지만 간발의 차이로 미국 대통령은 지하 벙커로 피신하게 된다. 하지만 그 지하 벙커가 최종적인 안전지대는 아닌 것으로 밝혀지고 따라서 위기는 더욱 가중된다. 한편 대통령의 권한은 자동적으로 부통령으로 이양되고 대통령을 구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지만 착실히 준비한 테러단의 계획과 미 정부내의 혼선에 의해서 구출이 점점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이때 백악관으로 잠입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미치 랩, 주인공이다. 공식직함은 '중동 전문 사건 대리인'. 사실은 그 누구보다 능력이 뛰어난 특수요원. 아무튼 그의 활약에 의해서 사건이 해결된다는게 기본적인 줄거리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미국 드라마 [24]를 봤을것이다. 거기에도 이 책과 비슷한 분위기의 상황이 나온다. 하지만 드라마라서 좀 질질 끄는 면이 있었는데 이 책은 좀더 시원하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뭐 백악관이 박살나는 영화도 나오는 판에 점령되는 정도는 그리 크게 눈낄끄는 소재는 아닐수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안들게 하는것은 SF가 아닌 현실적인 묘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책만 보면 백악관의 안위가 실제로 걱정이 될 정도다. 너무나 사실적으로 묘사해서 진짜 테러리스트들이 실제로 악용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아마 소설에서 묘사한 백악관의 모습은 실제와는 많이 다르긴 할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참 세밀하고 철저한 묘사에 진짜 실제로 그럴꺼 같은 생각이 들 정도다.(책에서 묘사한 것이 실제와 몇%가 부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런 사실적인 묘사로 인해서 내용이 좀더 생동감있고 박진감 넘치게 느껴지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인 미치 랩이란 인물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을수가 없는게 아무리 배경묘사가 뛰어나다고 해도 주인공의 캐릭터가 살아있지 않으면 그 책의 내용이 재미있게 되기가 어렵다. 그런면에서 미치 랩은 캐릭터 구축은 참 잘되었다고 할 수 있다. 과거의 아픈 추억때문에 첩보원의 길로 들어선 미치. 냉철하면서도 마음 한곳에는 따뜻한 마음도 지니고 있고 순간 순간 인간다움도 잃지 않는 모습이 잘 표현되었다. 중간에 말도 안되는 정치적인 상황에 욱하는 모습도 보이는데 그게 어찌보면 인간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다 완벽한데 정치적인 수완도 있다면 그건 인간이 아니지 않겠나. 하지만 책에서 표현되는 미치의 모습만 봐도 충분히 인간 이상이긴하다. 그래서 주인공의 모습에 동화되었다가도 세상에 이런 사람이 어딨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영상이 아니라 이런 활자가 주는 장점이 상상력을 키운다는것은 맞기는 하지만 전혀 모르는것을 상상하기가 그리 쉬운건 아니긴 하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각종 무기들의 묘사는 그 자체로는 찬사를 받을만하나 사실 상상하기는 어려웠다. 부록으로 무기 그림이나 사진이 있었다면 좀더 낫지 않았을까도 싶었다. 그리고 어쩌면 좀더 빠른 전개를 원하는 사람들한테는 그런면들이 좀 지루하게 느껴질만도 한것 같았다. 하지만 어쩌랴. 이 시리즈의 매력이 그런 섬세한 묘사에 있는것을.
그밖에 미국 군부나 정보 부처의 묘사도 좋았다. 거기에 관련되는 여러 인물들과 어김없이 등장하는 정치적 반대파의 음모등이 책을 좀더 긴박하고 흡입력있게 만든거 같다.

이 책은 미치 랩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이란다. 앞으로 이런 재미난 액션 스릴러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단 말씀. 이미 단순히 살아있는 살인기계의 모습이 아니라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내용이었는데 앞으로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좀더 성숙하고 성장하는 모습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그래도 살인 기계보다는 인간이 낫긴 나으니깐. 앞으로의 시리즈작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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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샷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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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술 먹을때 원 샷은 한번에 먹는다는 뜻이다. 물론 이 책의 원 샷은 그것의 뜻과는 다르다.
그러나 제목이 어떻게 보면 딱 드러맞는다는 느낌이 든것이 이 책의 주인공이 보여주는 그 모습이 한번에 들이키는 원샷과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제목은 책 내용의 어떤 행동을 말하는것이지만 책 전반적인 내용과 부합되는 딱 맞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추적자와 탈주자로 화끈한 등장을 했던 잭 리처가 이번에 특이한 해결사로 나선다.
무대는 인디애나의 한 소도시. 퇴근시간에 무리지어 나오던 사람들을 향해서 누군가가 총을 쏜다. 그것도 한명 한명 저격해서. 그리고는 종적을 감추고 곧 대대적인 범인 검거 작전이 시작되고 엄청난 사건에 비해서 쉽게 범인이 잡힌다. 여러가지 증거들과 범인의 상태로 봤을때 누가 보더라도 분명한 살인자로 보인다. 그러나 범인으로 잡힌 남자는 단 하나 만을 요구한다. " 잭 리처를 데리고 오시오."

뜬금없이 잭 리처라니. 남자의 변호인은 그가 누구며 어디에 사는지조차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그것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는것이 잭이 스스로 나타난것이다. 사실 TV에서 이 사건을 접한 잭이 이 남자를 처리하기 위해서 온것이었다. 잭의 등장으로 그 남자는 더더욱 범인의 혐의가 짙어지는데 새로운 반전이 일어난다. 그때부터 잭의 눈부신 활약상이 정신없이 펼쳐진다.

일단 역시라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인 잭 리처의 든든함과 박력, 그러면서도 섬세하고 신중한 모습이 이번 작품에서도 여지없이 나타나면서 잭 리처 스타일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참 재미나게 그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은 전작과는 달리 법정과 관련있는 내용이 나온다. 물론 잭이 변호사가 되어서 화려한 말빨(?)로 배심원들을 감동시키는 건 아니다. 범인으로 지목된 남자의 변호사가 제법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에 하는 말이다. 그러나 어쨌던 법정과 관련된 부분이 있어서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좀 부드럽게 이어지는 면이 있었다. 그러나 잭 리처는 법 없이도(?) 살 사람이 아닌가. 역시나 법을 무시하면서 덤벼드는 놈들이 있기에 잭의 진가가 발휘된다고나 할까. 가만히 있는 사자의 콧털을 건드린 격이 되어서 잭의 화끈한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사실 이 작품은 시리즈다. 부제에서 보듯 잭 리처 시리즈. 전직 군수사관이었던 잭이 전국을 방랑하면서 마주치게 되는 일들에서 멋진 해결사로 일을 처리하는 내용이다.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주인공은 나이가 먹게 되고 거기에 따라서 능력이나 성격등이 더 성숙해지고 분명해지는건데 이번 작품은 9번째다. 그래서 초반의 2권을 읽었던 사람들에게는 무언가 좀 건너뛴 느낌이 든다. 대략적이고 기본적인 캐릭터는 거의 동일하지만 나같이 세세하게 성격묘사를 보는 사람에겐 갑자기 훌 커진 듯한 느낌이다. 시리즈가 순차적으로 나와서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보았으면 좋았을꺼란 생각도 든다. 하지만 첫번째 책의 잭과 이 책의 잭은 크게 변화한건 없고 그저 더 노련해지고 더 안정감있게 되면서 좀더 멋있어졌다는 정도만이니 읽는데 크게 지장은 없었다.

잭 리처의 활약상이 중심인, 어찌보면 1인 원맨쇼처럼 보일수가 있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잭의 캐릭터구축이 잘되어서 그런거지 책 내용은 절대 잭 활동묘사기가 아니다. 남자가 어떻게 사건에 휘말리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변호사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모습들도 균형있고 농밀하게 잘 묘사가 되고 있다. 그런것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져서 재미나게 잘 쓰여진 한 작품이 된것이다. 처음에는 조금 진도가 느리게 갔지만 뒤로 갈수록 속도가 빨라졌고 반전이 일어난 순간은 정말 정신없이 읽었다.

책 뒷면에 나와있는 잭 리처의 '싸움의 규칙'중에 이런 말이 있다.
" 잭 리처에게 정면으로 달려들지 마라."
이 부분을 보면서 웃었다. 그래, 니들이 꼭 그렇게 망하는 이유가 그거지.
그런데 어쩌랴. 잭에게 정면으로 달려드는 놈들은 한두놈이 아닌데. 아마 사람을 알아볼줄 모르는 멍청한것들인 모양이다.

얼른 다른 시리즈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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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파우더 그린 살인사건 찻집 미스터리 2
로라 차일즈 지음, 위정훈 옮김 / 파피에(딱정벌레)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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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스터리 추리 소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고전적인 소설에서부터 스릴러가 가미된 액션 스타일의 추리 소설까지. 아주 강력한 악당이 있기도 하지만 사회가 만든 악인이 있기도 하면서 재미나게 그린 책들이 많다.
그런 흐름에 또 하나의 바람을 불어넣는 독특한 소설이 나왔으니 바로 이 책 건파우더 그린 살인사건이다.

이 책은 시리즈인데 경찰이나 전문적인 탐정이 나오는 게 아닌, 찻집의 여주인인 아마추어 호기심쟁이(?)가 주인공이다. 처음에는 자신이 경영하는 찻집에서 사건이 벌어져서 주인공 자신이 용의자선에 올랐었는데 그것을 잘 해결하고 나서 이어지는 일들에서는 자연스럽게 탐정아닌 탐정으로 활약을 하게 된다.

주인공은 인디고 찻집이라는 멋진 찻집의 여사장인 '시어도시아'. 사실 주인공 이름을 왜 이리 정했는지 모르겠다. 발음하기도 힘들고 헷갈리기까지 하는데.
아무튼 시어도시아가 사는 찰스턴의 연례행사인 요트 레이스에 연회를 의뢰받았다. 시어도시아의 찻집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간단한 연회 음식을 준비하는것이었다. 한참 준비를 하던 시어도시아는 갑자기 총격소리를 듣는다. 경기의 골인을 신호하려던 올리버 딕슨이라는 사람이 권총사고로 사망한 사건이 일어난것이다. 처음에 정신이 없던 시어도시아는 이윽고 이것이 단순한 사고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리고 딕슨가와 캔트렐가의 대를 이은 해묵은 원한도 알게되면서 사건을 본격적으로 추격해들어가게 된다.

어떻게보면 간단하다면 간단한 플롯의 사건이고 그리 복잡하지는 않은 심심하다면 심심하다고 할 책이다.그런데 찬찬히 읽다보면 묘한 매력을 불러일으키는게, 사건이 해결되어가는 과정도 아기자기하지만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참 입체적으로 잘 구현되고 있음을 느낀다.
어떤 소설이던 등장인물이 어떻게 표현되느냐에 따라서 몰입도가 달라지는데 이 책의 특징은 등장인물들의 표현이 잘 되었다는 점이다. 주인공인 시어도시아뿐만 아니라 인디고 찻집의 직원들과 시어도시아와 묘한 사이가 되는 형사의 모습들이 적절하게 이야기속에서 잘 스며들어서 전체적으로 읽는 재미를 주고 있다.

그리고 제목에서 나오는 '건파우더 그린' 이란것은 최고급 녹차의 한 종류이다.이 시리즈의 1편에서는 홍차가 나오는데 여기서는 녹차가 주된 모티브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 녹차에 관해서, 음식에 관해서 정보가 될만한 글이 삽입되어 있다. 좋은 정보임에는 틀림없으나 사람에 따라선 책 내용에 몰입하는것을 방해한다고도 볼수 있겠다. 실제로 난 그 부분은 건너 뛰었으니깐. 그러나 책 제목과 관련된 그런 시도는 나쁘지 않다고 보여진다. 추리 소설에 음식 정보라. 특이하다면 특이하겠다.

배경이 되는 찰스턴이란 도시는 복잡한 대도시와는 달리 바다도 있고 그리 뽁짝거리는 분위기의 고장은 아니다. 무언가 여유도 있게 보이고 운치도 있다. 주인공이 경영하는 찻집도 한번 가보고 싶을 정도의 분위기 있는 가게이기도 하다. 그런곳에서 살인사건이라. 어찌보면 이런 반전에서 좀더 미묘한 재미가 솟아난다고도 볼수있겠다.

이미 1편에서 어설픈 탐정의 길로 들어선 주인공 시어도시아가 이번편에선 좀더 진전되고 제법 체계가 잡힌 모습으로 나온다. 앞으로 진행될 이 시리즈에서는 더욱더 능력있으면서도 따뜻한 모습의 탐정으로 나올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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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랑의 실험 - 독일 창비세계문학 단편선
알렉산더 클루게 외 지음, 임홍배 엮고 옮김 / 창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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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 집의 서재를 장식했던 책들중에서 기억나는것은 단연 세계문학전집이다. 여러 출판사에서 나왔던 여러 문학전집들. 나중에 커서 그 면면들을 보고 참 대단한 작품들이 많았던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그런 전집류는 거의 대부분 유명한 장편들을 위주로 실었고 직접 번역보다는 일본의 역서를 다시 번역한 중역인 경우도 많았었다.

이제 독자의 눈높이가 높아진 요즘에는 새로운 기획과 번역으로 문학전집이 나오고 있는데 여기 좀더 독특하고 참신한 기획의 세계문학전집이 나왔다. 바로 창비에서나온 창비세계문학이다. 이 시리즈가 좀더 좋게 보이는것은 접하기 쉽지 않은 단편을 모은 전집이라는것이다. 보통 장편전집이 많은데 이 시리즈는 단편에다가 국내에 거의 소개가 되지 않은 초역인 작품을 많이 실은것이 특징이다.

그중에서 이 책은 독일의 이야기들을 모은 책이다. 독일하면 어쩐지 무겁고 장중하고 깊이있는 내용의 이야기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읽어본 몇몇 독일 장편 문학의 느낌이 그랬기 때문일것이다. 아마도 국내에 소개된 작품들이 주로 그래서일꺼다. 그런데 이 책에 실린 책들은 그런 선입관을 날려버린다. 아무래도 단편이라는 형식이라서 좀더 무거운 내용이 나오긴 힘들겠지만 여러가지 스타일의 다양한 작품들이 독일문학의 모습을 알수있게 해준다.

처음에 실린 작품은 괴테의 '정직한 법관'이라는 이야기다. 파우스트로 유명한 이 작가의 단편이라서 그런지 뭔가 어두울꺼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그렇지는 않고 쉽게 재미나게 잘 읽힌 이야기였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묘사를 통해서 생각할꺼리를 던져준 작품이었다. 파우스트에서 나오는 인간의 욕망과 본성에 대한 고민을 여기서도 엿볼수있는 기회였다.

두번째인 '기발한 페르머'는 우리가 잘아는 장화 신은 고양이의 작가 요한 루드비히 티크의 작품이다. 그 동화의 작가답게 특이하면서도 유머스러운 느낌이 든다. 결말이 좀 허무하게 끝난게 특징이라면 특징.

세번째 작품인 '주워온 자식'은 '정직한 법관'의 패러디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해설에 맞게 기본적인 인간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했던 작품이었다. 정직한 법관은 결국 이성을 찾은 결과였지만 이 작품은 그 반대로 인간 본연의 욕망이 이긴 내용이었다. 결말부분에 반전이 있을꺼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유사한 소재의 이야기를 많이 본 탓인거 같았다.

이밖에도 표제작인 '어느 사랑의 실험'도 인상깊은 작품이었다. 유대인 강제수용소에서 일어난 생체실험과 관련된 내용으로 독일이라는 나라에서만 나올수있는 주제였다. 읽기에 따라서 끔찍하게도 읽힐수 있는 내용으로 독일이라는 나라의 상흔을 읽을수 있었다.

전체 17편의 단편이 담겨있는데 모든 작품이 그리 어렵지 않게 잘 읽혔다. 원래 단편을 좋아하다가 단편을 읽을 기회가 없어서 장편만 읽었는터라 아주 흡족하게 읽었다. 다만 장편의 긴 호흡으로 읽는것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단편의 짧은 분량에 미흡하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뭔가 재미가 있을려는 찰라에 끝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단편은 장편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뜻을 압축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보다 짧은 호흡으로 읽어야 참맛을 느낄수 있을 것이다.

책 끝에는 옮긴이의 해설이 아주 상세하게 긴 분량으로 실려있다. 아무래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 작품들이 많은터라 한작품 한작품에 대해서 자세하게 옮긴이의 설명을 붙여놨다. 처음에 별 의미없이 읽었던 이야기도 옮긴이의 해설을 읽어보면 그런 의미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것이다. 일일이 해설을 단 옮긴이의 수고가 엿보인다. 다만 너무 큰 의미를 찾아낼려고 하면서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하겠다. 그냥 읽으면서 재미를 느끼면 되는것이기에 맨 마지막의 해설은 책을 다 읽고 읽어봐도 되고 아니면 읽지 않는것도 낫겠다. 필요없는 선입관을 갖지 않게 하는 면에서.

좋은 기획의 시리즈란 생각이 든다. 다른 나라의 작품들은 어떨까. 평소에 보기 힘든 동유럽의 작품들도 있어서 기대가 된다. 얼른 다른 시리즈를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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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조선의 영웅들 - 시대를 풍미한 도적인가, 세상을 뒤흔든 영웅인가
이희근 지음 / 평사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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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했다. 그래서 역사상의 기록은 그 앞뒤와 배경을 잘 분석해서 해석해야 제대로된 역사를 바라볼수 있다.
기록에만 의지하면서 글의 여백을 잘 읽지 못하면 결국 역사왜곡이 되는것이다. 당대에는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일이나 사람이 나중에 그 진실성이 인정되어서 새롭게 주목받기도 하고, 과거엔 영웅으로 받들여졌던 사람이 이제는 그 이면의 나쁜면이 알려져서 추락하는 사례도 많다.
뭐 멀리 볼꺼있는가. 우리 현대사에도 그런 사람이 수두룩하니깐.

그런 의미에서 역사를 기록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뒤집어보는 시도는 그 자체가 가치가 있다고 할것이다.
이번에 나온 이 책은 이때까지 알고 있던 조선의 영웅들에 대해서 과연 진짜 영웅인지 진짜 좋은 인물인지에 대해서 반기를 든 책이다.
결론적으로는 그 시도는 참 좋았으나 내용상 그리 설득적이진 않은 점도 있었다는 점이다.

우선 대표적인 조선의 의적인 홍길동과 임꺽정, 장길산에 대해서 그는 의적이 아니라 그냥 보통 도적에 불과했다고 하고 있다.그런데 사실 이들은 역사상에 그리 중요하게 언급되는 인물들은 아니고 이들을 살린 사람은 소설을 쓴 작가들이다.
이 작가들이 그들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씀으로써 그들의 존재가 널리 알려지게 된것이다.
이들이 의적이기보단 단순한 도적에 불과했다는 지은이의 주장이 크게 틀린것은 아니다. 어떤 시대적인 사상을 가지고 시대를 변혁시킬려고 한것이 아니란것 맞다.

그런데 이 책들이 지어진 시대적인 배경은 그것과 좀 다르다. 홍길동을 지은 허균은 당대 최고의 문장가로서 전란후의 혼란한 세상에 왕조를 뒤엎고 평등한 세상을 꿈꿨던 사람이다. 그리고 임꺽정과 장길산을 쓴 작가는 각각 일제시대와 독재시대라는 시대적인 배경을 깔고 시작했다. 따라서 그들이 내세우고자 하는 사상이 직접적으로 드러나기보단 은연중에 드러나게 책을 쓰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에 사실 이 작가들이 주인공으로 삼은 이들은 그리 실제적인것이 중요한것이 아닐것이다.
시대를 비판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 선택된것이 아닐까.
그러므로 그들의 의적 여부를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박지원에 대한 주장은 그럴수도 있다고 보았다. 박지원에 대한 여러 일화가 있긴 하지만 그는 그의 가문이 기본적으로 당시의 집권세력이었던 노론이었고 어떤 한계를 보인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의 실학자 전체를 시대에 한계를 보이는 사람들로 주장한것은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실학과 실학자들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있는것도 사실이다. 과연 근대적인 사상가였는지 아니면 당시 양반층의 재정립을 위한 방편이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하지만 근대적인 사상으로 발전할수도 있는 생각을 가진 실학자들도 많았다는 글을 읽은터라 좀 당혹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몇가지 사실을 적시하긴 했으나 좀더 깊게 다루지 못하는 면이 있어서 아쉬웠다.

책 내용중에서 유일하게 고개를 끄덕인 부분은 대원군에 대한 부분이다. 그가 백성을 위해서 집권한것이 아니라 왕권강화를 위해서 집권한것이라는 그의 주장은 맞다. 다만 그 주장은 벌써 수십년전에 고등학교 국사교과서에도실린 내용이라서 우리가 정말 잘못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하기는 좀 약하지 않나 싶다. 물론 그동안 드라마에서 백성을 위하는 대원군의 모습이 나와서 그게 진정한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도 있긴 있을것이다.

좋은 기획에 시도 자체는 재미있었던 책이었다. 중간중간에 역사상의 개념도 정리해주고 해서 나름 읽을만했다.
하지만 제목에 비해서 그리 쇼킹할만한 내용은 없었고 그 주장에 대해서 아주 설득적인 부분이 적었던것은 아쉬움이라고 하겠다.
그래도 역사를 이렇게도 볼수가 있다는것만으로도 큰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지은이의 주장은 학계에서도 논재아고 있는 부분이기에 역사를 보는 눈을 넗힌다는 면에서 읽어볼만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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