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했다. 그래서 역사상의 기록은 그 앞뒤와 배경을 잘 분석해서 해석해야 제대로된 역사를 바라볼수 있다. 기록에만 의지하면서 글의 여백을 잘 읽지 못하면 결국 역사왜곡이 되는것이다. 당대에는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일이나 사람이 나중에 그 진실성이 인정되어서 새롭게 주목받기도 하고, 과거엔 영웅으로 받들여졌던 사람이 이제는 그 이면의 나쁜면이 알려져서 추락하는 사례도 많다. 뭐 멀리 볼꺼있는가. 우리 현대사에도 그런 사람이 수두룩하니깐. 그런 의미에서 역사를 기록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뒤집어보는 시도는 그 자체가 가치가 있다고 할것이다. 이번에 나온 이 책은 이때까지 알고 있던 조선의 영웅들에 대해서 과연 진짜 영웅인지 진짜 좋은 인물인지에 대해서 반기를 든 책이다. 결론적으로는 그 시도는 참 좋았으나 내용상 그리 설득적이진 않은 점도 있었다는 점이다. 우선 대표적인 조선의 의적인 홍길동과 임꺽정, 장길산에 대해서 그는 의적이 아니라 그냥 보통 도적에 불과했다고 하고 있다.그런데 사실 이들은 역사상에 그리 중요하게 언급되는 인물들은 아니고 이들을 살린 사람은 소설을 쓴 작가들이다. 이 작가들이 그들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씀으로써 그들의 존재가 널리 알려지게 된것이다. 이들이 의적이기보단 단순한 도적에 불과했다는 지은이의 주장이 크게 틀린것은 아니다. 어떤 시대적인 사상을 가지고 시대를 변혁시킬려고 한것이 아니란것 맞다. 그런데 이 책들이 지어진 시대적인 배경은 그것과 좀 다르다. 홍길동을 지은 허균은 당대 최고의 문장가로서 전란후의 혼란한 세상에 왕조를 뒤엎고 평등한 세상을 꿈꿨던 사람이다. 그리고 임꺽정과 장길산을 쓴 작가는 각각 일제시대와 독재시대라는 시대적인 배경을 깔고 시작했다. 따라서 그들이 내세우고자 하는 사상이 직접적으로 드러나기보단 은연중에 드러나게 책을 쓰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에 사실 이 작가들이 주인공으로 삼은 이들은 그리 실제적인것이 중요한것이 아닐것이다. 시대를 비판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 선택된것이 아닐까. 그러므로 그들의 의적 여부를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박지원에 대한 주장은 그럴수도 있다고 보았다. 박지원에 대한 여러 일화가 있긴 하지만 그는 그의 가문이 기본적으로 당시의 집권세력이었던 노론이었고 어떤 한계를 보인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의 실학자 전체를 시대에 한계를 보이는 사람들로 주장한것은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실학과 실학자들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있는것도 사실이다. 과연 근대적인 사상가였는지 아니면 당시 양반층의 재정립을 위한 방편이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하지만 근대적인 사상으로 발전할수도 있는 생각을 가진 실학자들도 많았다는 글을 읽은터라 좀 당혹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몇가지 사실을 적시하긴 했으나 좀더 깊게 다루지 못하는 면이 있어서 아쉬웠다. 책 내용중에서 유일하게 고개를 끄덕인 부분은 대원군에 대한 부분이다. 그가 백성을 위해서 집권한것이 아니라 왕권강화를 위해서 집권한것이라는 그의 주장은 맞다. 다만 그 주장은 벌써 수십년전에 고등학교 국사교과서에도실린 내용이라서 우리가 정말 잘못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하기는 좀 약하지 않나 싶다. 물론 그동안 드라마에서 백성을 위하는 대원군의 모습이 나와서 그게 진정한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도 있긴 있을것이다. 좋은 기획에 시도 자체는 재미있었던 책이었다. 중간중간에 역사상의 개념도 정리해주고 해서 나름 읽을만했다. 하지만 제목에 비해서 그리 쇼킹할만한 내용은 없었고 그 주장에 대해서 아주 설득적인 부분이 적었던것은 아쉬움이라고 하겠다. 그래도 역사를 이렇게도 볼수가 있다는것만으로도 큰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지은이의 주장은 학계에서도 논재아고 있는 부분이기에 역사를 보는 눈을 넗힌다는 면에서 읽어볼만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