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이동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7-2 미치 랩 시리즈 1
빈스 플린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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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여쪽. 요즘 분권을 하지 않고 한권에 두껍게 내는게 대세라곤 하지만 이 책, 목침으로 사용해도 될만큼 분량이 많다. 이런 분량이면 한번에 쉽게 읽기가 어려울꺼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아침에 동틀때 집앞을 지나가는 첫 버스 소리에 마지막 장을 덮고 말았다. 두말하면 뭐하겠나. 그만큼 재미있었다는 뜻이다.

원래 스릴러장르를 좋아한다. 그런데 이 스릴러란것이 정치가 들어가야 좀 재미있어진다. 뭔가 음모가 들어가고 그걸 파헤치고 진실이 드러나고 그런게 재미있으니깐. 거기에다가 적절한 액션이 추가된다면 뭐 금상첨화일꺼고. 하지만 스릴러라는것이 정말 그럴싸하게 이야기가 구현되지 않으면 바로 책을 덮게 되는것이 또 이 장르이다.한마디로 잘쓰지 않으면 외면 받기 쉬운 건데 그점에서 이 책 '권력의 이동'은 흔히 말하는 대박의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고 볼만한 작품이다. 세계 정치의 중심인 미국, 그것도 가장 복잡하면서 중요한 곳인 백악관을 배경으로 하고 정치의 중심인 대통령과 관련된 테러와 음모란 소재를 참으로 잘 버무려놓은 책이였다.

사실 이 책이 쓰여진것은 딱 10년전인 2000년도다. 그래서 그 뒤에 일어났던 세계사적인 사건들을 많이 아는 우리로써는 이 책의 내용이 익숙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아마 유사한 배경과 사건을 다루었던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봐서일지도 모르겠고. 그런데 이 책이 그 뒤에 나왔던 드라마나 영화에 큰 모티브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어찌보면 선구자적인 면도 있으니 그것을 감안하고 본다면 더 의미가 있다고 볼만한 작품이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이슬람 테러단이 백악관을 점령한다. 세계정부라고 일컫는 미국의 그 심장부를! 많은 사람들이 인질로 잡히지만 간발의 차이로 미국 대통령은 지하 벙커로 피신하게 된다. 하지만 그 지하 벙커가 최종적인 안전지대는 아닌 것으로 밝혀지고 따라서 위기는 더욱 가중된다. 한편 대통령의 권한은 자동적으로 부통령으로 이양되고 대통령을 구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지만 착실히 준비한 테러단의 계획과 미 정부내의 혼선에 의해서 구출이 점점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이때 백악관으로 잠입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미치 랩, 주인공이다. 공식직함은 '중동 전문 사건 대리인'. 사실은 그 누구보다 능력이 뛰어난 특수요원. 아무튼 그의 활약에 의해서 사건이 해결된다는게 기본적인 줄거리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미국 드라마 [24]를 봤을것이다. 거기에도 이 책과 비슷한 분위기의 상황이 나온다. 하지만 드라마라서 좀 질질 끄는 면이 있었는데 이 책은 좀더 시원하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뭐 백악관이 박살나는 영화도 나오는 판에 점령되는 정도는 그리 크게 눈낄끄는 소재는 아닐수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안들게 하는것은 SF가 아닌 현실적인 묘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책만 보면 백악관의 안위가 실제로 걱정이 될 정도다. 너무나 사실적으로 묘사해서 진짜 테러리스트들이 실제로 악용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아마 소설에서 묘사한 백악관의 모습은 실제와는 많이 다르긴 할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참 세밀하고 철저한 묘사에 진짜 실제로 그럴꺼 같은 생각이 들 정도다.(책에서 묘사한 것이 실제와 몇%가 부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런 사실적인 묘사로 인해서 내용이 좀더 생동감있고 박진감 넘치게 느껴지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인 미치 랩이란 인물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을수가 없는게 아무리 배경묘사가 뛰어나다고 해도 주인공의 캐릭터가 살아있지 않으면 그 책의 내용이 재미있게 되기가 어렵다. 그런면에서 미치 랩은 캐릭터 구축은 참 잘되었다고 할 수 있다. 과거의 아픈 추억때문에 첩보원의 길로 들어선 미치. 냉철하면서도 마음 한곳에는 따뜻한 마음도 지니고 있고 순간 순간 인간다움도 잃지 않는 모습이 잘 표현되었다. 중간에 말도 안되는 정치적인 상황에 욱하는 모습도 보이는데 그게 어찌보면 인간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다 완벽한데 정치적인 수완도 있다면 그건 인간이 아니지 않겠나. 하지만 책에서 표현되는 미치의 모습만 봐도 충분히 인간 이상이긴하다. 그래서 주인공의 모습에 동화되었다가도 세상에 이런 사람이 어딨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영상이 아니라 이런 활자가 주는 장점이 상상력을 키운다는것은 맞기는 하지만 전혀 모르는것을 상상하기가 그리 쉬운건 아니긴 하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각종 무기들의 묘사는 그 자체로는 찬사를 받을만하나 사실 상상하기는 어려웠다. 부록으로 무기 그림이나 사진이 있었다면 좀더 낫지 않았을까도 싶었다. 그리고 어쩌면 좀더 빠른 전개를 원하는 사람들한테는 그런면들이 좀 지루하게 느껴질만도 한것 같았다. 하지만 어쩌랴. 이 시리즈의 매력이 그런 섬세한 묘사에 있는것을.
그밖에 미국 군부나 정보 부처의 묘사도 좋았다. 거기에 관련되는 여러 인물들과 어김없이 등장하는 정치적 반대파의 음모등이 책을 좀더 긴박하고 흡입력있게 만든거 같다.

이 책은 미치 랩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이란다. 앞으로 이런 재미난 액션 스릴러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단 말씀. 이미 단순히 살아있는 살인기계의 모습이 아니라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내용이었는데 앞으로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좀더 성숙하고 성장하는 모습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그래도 살인 기계보다는 인간이 낫긴 나으니깐. 앞으로의 시리즈작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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