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스터리 추리 소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고전적인 소설에서부터 스릴러가 가미된 액션 스타일의 추리 소설까지. 아주 강력한 악당이 있기도 하지만 사회가 만든 악인이 있기도 하면서 재미나게 그린 책들이 많다. 그런 흐름에 또 하나의 바람을 불어넣는 독특한 소설이 나왔으니 바로 이 책 건파우더 그린 살인사건이다. 이 책은 시리즈인데 경찰이나 전문적인 탐정이 나오는 게 아닌, 찻집의 여주인인 아마추어 호기심쟁이(?)가 주인공이다. 처음에는 자신이 경영하는 찻집에서 사건이 벌어져서 주인공 자신이 용의자선에 올랐었는데 그것을 잘 해결하고 나서 이어지는 일들에서는 자연스럽게 탐정아닌 탐정으로 활약을 하게 된다. 주인공은 인디고 찻집이라는 멋진 찻집의 여사장인 '시어도시아'. 사실 주인공 이름을 왜 이리 정했는지 모르겠다. 발음하기도 힘들고 헷갈리기까지 하는데. 아무튼 시어도시아가 사는 찰스턴의 연례행사인 요트 레이스에 연회를 의뢰받았다. 시어도시아의 찻집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간단한 연회 음식을 준비하는것이었다. 한참 준비를 하던 시어도시아는 갑자기 총격소리를 듣는다. 경기의 골인을 신호하려던 올리버 딕슨이라는 사람이 권총사고로 사망한 사건이 일어난것이다. 처음에 정신이 없던 시어도시아는 이윽고 이것이 단순한 사고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리고 딕슨가와 캔트렐가의 대를 이은 해묵은 원한도 알게되면서 사건을 본격적으로 추격해들어가게 된다. 어떻게보면 간단하다면 간단한 플롯의 사건이고 그리 복잡하지는 않은 심심하다면 심심하다고 할 책이다.그런데 찬찬히 읽다보면 묘한 매력을 불러일으키는게, 사건이 해결되어가는 과정도 아기자기하지만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참 입체적으로 잘 구현되고 있음을 느낀다. 어떤 소설이던 등장인물이 어떻게 표현되느냐에 따라서 몰입도가 달라지는데 이 책의 특징은 등장인물들의 표현이 잘 되었다는 점이다. 주인공인 시어도시아뿐만 아니라 인디고 찻집의 직원들과 시어도시아와 묘한 사이가 되는 형사의 모습들이 적절하게 이야기속에서 잘 스며들어서 전체적으로 읽는 재미를 주고 있다. 그리고 제목에서 나오는 '건파우더 그린' 이란것은 최고급 녹차의 한 종류이다.이 시리즈의 1편에서는 홍차가 나오는데 여기서는 녹차가 주된 모티브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 녹차에 관해서, 음식에 관해서 정보가 될만한 글이 삽입되어 있다. 좋은 정보임에는 틀림없으나 사람에 따라선 책 내용에 몰입하는것을 방해한다고도 볼수 있겠다. 실제로 난 그 부분은 건너 뛰었으니깐. 그러나 책 제목과 관련된 그런 시도는 나쁘지 않다고 보여진다. 추리 소설에 음식 정보라. 특이하다면 특이하겠다. 배경이 되는 찰스턴이란 도시는 복잡한 대도시와는 달리 바다도 있고 그리 뽁짝거리는 분위기의 고장은 아니다. 무언가 여유도 있게 보이고 운치도 있다. 주인공이 경영하는 찻집도 한번 가보고 싶을 정도의 분위기 있는 가게이기도 하다. 그런곳에서 살인사건이라. 어찌보면 이런 반전에서 좀더 미묘한 재미가 솟아난다고도 볼수있겠다. 이미 1편에서 어설픈 탐정의 길로 들어선 주인공 시어도시아가 이번편에선 좀더 진전되고 제법 체계가 잡힌 모습으로 나온다. 앞으로 진행될 이 시리즈에서는 더욱더 능력있으면서도 따뜻한 모습의 탐정으로 나올것을 기대해본다.